역사는 앞으로만 나아가지 않는다 - 이석연의 이집트 터키 인문 탐사 기행기
이석연 지음 / 새빛컴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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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저자이고 비교적 최근에, 이집트 문명의 발상지를 여행한 기록을 읽어보고 싶어 고른 책이다.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여행이 뜸해지긴 했지만 그 이전에도 세계 다른 지역에 비해 이집트 여행기가 많지는 않았다. 뭔가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 것 같은 제목때문이었나, 생소한 저자 이름에도 불구하고 2013년에 다녀온 기록이니 아주 최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2013년 여행 당시 현지에서 썼다는 이 글은 2014년에서 2015년 사이 '이코노미 조선'에 연재되었던 것을 수정보완하여 2021년에 책으로 내었다고 한다. 동행인은 저자의 부인.

애초에 그가 이집트 여행을 하게 된 경위를 보니 저자 자신이 여행과 독서는 정신을 일깨워주는 두 키워드이자 인생을 지탱해 주는 두 기둥이라고 할만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젊었던 시절 빠져 읽었던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나일강 살인사건', '오리엔탈특급 살인사건'의 무대를 언젠가 꼭 찾아가리라 했던 20대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집트까지 직항 항로가 없어 두바이를 경유해서 카이로까지 가느라 두바이에 대한 내용이 가장 먼저 짧게 나온다. 

이집트 문명에 관한 책에 나오는 지명들이 지금의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 해당하는지 익히는 것은 여행전 필수인 것 같다. 두바이는 독립국이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연합 UAE)을 구성하는 에미리트(토호국)중 하나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왜 우리는 1천년 이상 앞서 있는 이집트 문명과 신화보다 그리스 로마 문명에 더 익숙해져 있는가 하는 문제를 언급한다. 이것은 이 책에 앞서 읽었던 양정무 교수의 미술이야기1 에서도 언급되었던 것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1호인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이 그보다 1천년 먼저 세워진 룩소르의 카르낙 신전과 닮았음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면서, 카르낙의 아몬 대신전의 규모와 예술성, 정교함에 비하면 파르테논 신전은 왜소하고 초라하다고까지 했다. 두곳 모두 가본적 없는 나는 바로 공감할 수는 없어 아쉽지만 시대적으로 1천년 이상 차이가 있다는 저자의 말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이어서 서구인들의 자기중심적 사고를 비판한다.


자신들의 문명의 뿌리를 그리스, 로마 문명에 두고 유색인종에 대한 우월감을 지니고 있는 서구인들은 유색인종이 이룩한 문명의 성과를 애써 외면하면서 검은 아프리카의 이집트와 오리엔트문명과의 단절을 시도하고 있다. (41쪽) 


방문하는 곳의 역사와 배경에 대한 지식이 많은 저자임에도 불구하고 책중 상당 부분이 호텔 시설, 일반적 관광객들의 여행 소감글의 느낌이 진하게 나는 것, 수록한 사진들, 저자와 동반자의 의상, 자세 등을 볼때 마치 오래전 부모님의 여행기록서를 보는 느낌마저 들었던 것은 10년 전 여행기록 방식이 그러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도 아마 지금 다시 가서 기록을 한다면 이와는 다르지 않을까.

자기들 역사의 뿌리를 그리스 로마 문명에서 찾은 서구인에 의해 이집트 문명이 은근히 따돌림당한 이력 외에도 이집트 문명 연구에 필수적인 피라미드에 관하여 어느 정도 해독할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 어리석은 실수로 두가지를 들고 있다. 하나는 기원전 47년 카이사르가 이집트를 침략했을 때 알렉산드리아에 있던 도서관 장서 70만권을 모두 불태운 사건인데 이 중에는 그 유명한 <이집트사>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두번째는 기원후 390년 로마 황제가 이교를 금지하면서 유일하게 고대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이집트 제사장 계층을 몰아냄으로써 고서와 고대 비문을 해독할 수 있는 사람들의 대가 끊긴 일이다. 훨씬 나중인 19세기에 프랑스의 천재언어학자 샹폴리옹에 의해 로제타스톤의 상형문자가 해독되어 이집트학 탄생의 단초를 제공하였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프랑스 언어학자가 이집트의 로제타스톤 문자를 해석하기까지는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이 역사적 사건에 의해 이집트 문명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비록 이집트를 침략하긴 했지만 거기서 깊은 인상을 받은 나폴레옹은 다음과 같은 시를 남기기도 했다.



나는 이집트에서

거추장스러운 문명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거기서 모든 것을 꿈꾸었고, 꿈꾸었던 모든 것을 실현시킬수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이집트에서 보낸 시기는

나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순간이었기에

(본책 66쪽에 인용되어 있음)



나일강 하류의 카이로에 이어 저자는 나일강 상류 쪽으로 이동하여 이집트 신왕국의 중심지였던 룩소르 (현재 지명 '테베')와 아가사 크리스티가 나일 살인사건을 집필한 현장이라는 '아스완'으로 향한다. 

나는 이집트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하였으나 함께 수록된 터어키에 대한 여행기록도 이집트와 비슷한 분량이고, 저자가 이집트 못지 않은 깊은 인상을 터어키 여행에서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집트 문명과 별개로 터어키는 일리어드를 쓴 호머의 고향, 트로이 전쟁, 세계를 지배하고자 했던 오스만제국의 숨겨진 힘을 느낄 수 있어 다시금 터키의 저력을 느낀다고까지 했다.


책 한권에 여러 나라를 잠깐씩 다녀온 후 쓴 여행기보다는 한 나라라도 자세히, 저자만의 시각과 느낌을 읽어낼 수 있는 여행기를 기대했으나 인문 탐사 기행기라는 표지소개문구만큼의 만족감을 얻지는 못하고 마치어 아쉬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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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6-10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hnine 2022-06-11 07:4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2-06-11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hnine 2022-06-12 04: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요즘 리뷰를 자주 못올리고 있어요. 분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