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지난주말 시골집에 갔는데
우리집에 참, 이상한 새 한마리가 산다.
배쪽은 짙은 밤색, 등 쪽은 검은색, 깃에는 흰색 점이 박힌 참새만한 새인데
이 새는 하루종일 마루에 걸어놓은 거울에 와서 논다.
파르륵, 날갯짓을 하며 거울을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어머니 말씀대로, 살면서 세상에 별놈의 새를 다 본다.
거울 속 제 모습을 두고 짝이 라고 생각하는 듯싶다.
저녁 무렵, 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신다 여름에 안방으로 새 한 마리 들어왔기에 들고 있던 파리채로 그만 후려갈겼다.
그게 짝인갑다.
아버지도 참......
그래서 내가 팔순의 아버지께 왜, 그 새를 죽였냐고
난생처음 버릇없이 화를 내었다.
그리고 내 얼굴이 비치는 그 마루의 거울 속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고영민 이라는 시인의 <공손한 손> 이라는 시집에 수록된 '거울'이라는 시의 전문이다.
시 라기 보다 마치 짧은 얘기 한편을 읽은 느낌이지만 그래도 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저 마지막 행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내 얼굴이 비치는 그 마루의 거울 속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이 시의 제목을 '새'도, '아버지'도 아닌 '거울'이라고 했기 때문일 것 같다.
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시인이 거울을 본 순간 시인 눈에 비치는 것은 시인 자신의 얼굴뿐 만이 아닐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오늘은
내가 가지고 있는 고영민 시인의 시집 두 권을 다시 읽어보는 날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