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집 2 펭귄클래식 26
이디스 워튼 지음, 최인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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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rrow is better than laughter: for by the sadness of the countenance the heart is made better.

The heart of the wise is in the house of mourning; but the heart of fools is in the house of mirth.

It is better to than the rebuke of the wise, than for a man to hear the song of fools."

(Ecclesiastes 7:3-5 King James version)


"슬픔이 웃음보다 나음은 얼굴에 근심함으로 마음이 좋게 됨이니라. 지혜로운 자의 마음은 애도하는 집에 있으되 우매한 자의 마음은 열락하는 집에 있느니라. 지혜로운 자의 책망을 듣는 것이 우매한 자들의 노래를 듣는 것보다 낫다."

(전도서 7장 3-5절)


이 책의 원제 The house of mirth 는 구약성경 전도서에서 유래한다. 펭귄클래식에서는 이 책의 제목을 <기쁨의 집>이라고 했고 현대문화센터에서 번역된 책은 <환락의 집>이라고 했는데 각각 mirth라는 단어를 다르게 번역한 것이다.


이전에 읽은 이디스 워튼의 <징구>라는 책은 네편의 단편이 실린 단편집이었던 반면 <기쁨의 집>은 1, 2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두툼한 장편 소설로서 지금까지 가장 널리 읽히는 이디스 워튼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작품이다. 1905년 출간 되자마자 대중의 인기뿐 아니라 비평가들로부터도 찬사를 들어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는 이 소설은 릴리 바트라는 아름다운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때는 19세기 중반에서 후반, 서로 다른 여러 사회적 계층이 출현하기 시작하던 미국 뉴욕이 배경이다. 주로 옛 네덜란드 가문들과 영국계 미국인들이 상류 계층을 이루던 시대에서 점차 신흥 부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시대로 전환해가던 시점이다. 주로 철도와 선박, 모피, 땅 투기, 주식, 금융업을 토대로 하여 형성된 뉴욕의 이런 신흥 재벌 가문들은 황금으로 이루어진 환락의 세계를 창조해냈고 실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고 살아온 이디스 워튼은 자신의 작품 속에 이러한 사회 분위기, 사람들의 삶을 묘사하는 동시에 단지 감각적이고 세속적이기만 한 쾌락의 무상함에 대한 비판 역시 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사회 분위기의 묘사와 그에 대한 비판 의식, 둘 중 어디에 더 치중했는가는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이 책의 해설에 인용된 작가의 말을 보면 작가의 의도는 확실히 알 수 있다. 

"경박한 사회는 오직 그 경박함에 의해 파괴당하는 대상을 통해서만 그 극적인 의미를 얻을 수 있다. 그 사회의 비극적 함의는 사람들과 이상을 천박하게 만드는 그 힘에 있는 것이다. 대답은 바로 나의 여주인공 릴리 바트에게 있었다." 

(서문 13, 14쪽)

이 인용문에서 보듯이 작가는 그 당시 미국 사회를 '경박한 사회'라고 지칭하면서 주인공 릴리 바트를 통해 그 경박함에 의해 파괴당하는 대상을 그리고자 했다고 했다. 

소설에 있어서 작품과 작가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은 이디스 워튼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징구>을 읽으며 알아본 바 있듯이 그녀의 삶 속 경험이 이 작품 속에도 많이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디스 워튼은 위로 두 남자 형제와 달리 어릴 때 '이야기 만들기'에 대한 관심과 재능을 어머니를 포함하여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못마땅하게 여겨지기만 했던 성장기를 거쳤고 혼기가 되자 부모의 권유대로 결혼을 했으나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고 지적인 동반자 (그것이 사람이든 활동이든)에 대한 갈망과 외로움은 커져가서 신경의학자로부토 집중적인 치료를 받기도 하였다. 결국 그녀는 그동안 내놓고 하지 못하던 글쓰기를 조심스럽게 시작하고 그것이 자신의 가장 믿을만한 피난처임을 발견하였다. 나중에 결혼 생활도 끝내고 뉴욕에서의 생활도 끝내며 유럽 여러 곳으로 옮겨 다니며 글을 쓰다가 프랑스 파리에서 75세 나이로 생을 마쳤다.

두권 분량의 긴 내용이고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여러 명의 인물들이 등장해서 복잡해질 수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읽는 동안 지루하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어릴 때부터 타고난 듯한 작가의 이야기 만들기 능력은 인정할 만 하다고 보여진다. 그녀의 작품이 영화나 TV드라마로 여러 편 만들어진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이 소설을 그 시대 상류층 묘사나 그들의 경박한 행태 묘사 쪽에 치중했느냐, 아니면 그에 대한 비판 의식을 보여주는데 치중했느냐, 이 둘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주느냐에 따라 이 소설의 개인적인 느낌은 달라질 것이다.

나의 소감을 밝히자면, 둘 다 인정하지만 작가의 의도만큼 작품 속에서 그 비판 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아쉬움, 경험과 의도의 협업에서 경험 쪽으로 좀 더 기울어지고 말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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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28 1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작품이 이디스 워튼이 불행한 결혼에 마침표 찍고 경제적으로 독립 할수 있게 만든 작품이였죠

당시 미국 신흥 부유층들이 영국에 망해가는 귀족들한데 딸들을 시집보낼때
이책 한권씩 챙겨줬다고 합니다.ㅎㅎ
시대를 반영한 이디스 워튼의 자전적 스토리가 많이 담겨 있죠
개인적으로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 마지막 챕터 주인공 아처가 벤치에 앉아서 지난날 회고하는 모습은 깊이 새겨둘 명문장들,,,
영화보다 원작!

hnine 2021-04-29 05:18   좋아요 1 | URL
영국 사람들 지금도 열광하는 제인 오스틴 소설들을 개인적으로 아주 재미있어 하는 편이 아닌데, 이디스 워튼 소설도 비슷하지 않으려나 했답니다. 그래서 집에 이디스 워튼의 <기쁨의 집>, <순수의 시대>가 있는데도 안 읽고 있다가 이번에 읽었네요.
내친김에 <순수의 시대>도 연속해서 읽어볼까 하다가 결국 다른 작가의 책을 골라서 읽고 있는데, scott님 말씀 들으니 곧 읽긴 읽어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