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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재욱, 재훈 ㅣ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5
정세랑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30대 세여성이 도란도란 이야기나누듯 진행하는, 즐겨듣는 팟캐스트가 있다. 내려받기해서 산에 오를때 듣곤하는데 그날 진행자중 한명이 에너지 충전이 필요할때, 지치고 힘들때, 혼자서 내리는 처방같은 것으로써 정세랑 작가의 소설을 읽는다면서 심지어 아껴가며 읽는다고까지 했다. 물론 정세랑이라는 이름을 익히 알고는 있다. 나온 소설도 여러 권이고 편집자 출신 작가라는 것, 재미있게 쓰는 작가라는 것 알고 있었음에도 아직 한권도 그녀의 책을 읽지 않고 있었는데 이날은 드디어 읽어봐야겠다고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오픈한 도서관엘 갔는데, 다 대출중이고 유일하게 남아있는 책이 바로 이 책 <재인, 재욱, 재훈>이었다. 읽고 싶었던 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미루기 싫어 빌려왔다.
출판사에서 노벨라 시리즈로 낸 짧은 소설이라서 160쪽 밖에 되지 않는다. 삼남매 재인, 재욱, 재훈은 재욱의 출국을 앞두고 함께 휴가를 보낼 목적으로 바닷가로 놀러간다. 여기서 미묘한 형광색의 바지락을 먹은 후 세사람 모두 가벼운 초능력 같은 것을 얻게 된다. 재인에게는 강력한 손톱이 자라나게 되었고, 재욱의 눈엔 트러블감지기가 내장되었으며, 재훈에게는 엘리베이터가 자기만을 위해 서는 일이 일어난다.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분명 예전엔 없던, 다른 사람에겐 없는 능력을 가지게 된 이들은 누군가를 도와주라는 메시지를 전달받고 그렇게 한다.
가볍고, 산뜻하고, 발랄한 이야기이다. 길지도 않은 분량 읽으면서 세사람의 이름을 계속 헷갈려한 사람은 나밖에 없을까? 비슷한 이름에다가, 성별, 누가 첫째이고 막내였더라, 누구에게 무슨 능력이 생겼더라, 아마 읽는 동안 집중하지 않았나보다.
갑자기 초능력을 얻게 된다는 발상도 특이하지만, 세사람의 활동무대가 대전, 아랍, 미국 조지아주 염소농장이라는 설정도 특이하다. 세 곳에 대한 묘사를 아주 세밀하게, 작가가 직접 경험했던 것 처럼 생동감있게 썼다는 것이 놀라웠다. 나중에 작가 후기를 보니 작가는 주위 친구나 가족에게서 그 소재를 구하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그들의 이야기에 늘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소설에 이용함으로써 생생하게 쓸 수 있다고. 어떤게 더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가까운 지인으로부터의 이야기가 먼저이고 그것을 소설의 무대로 설정하는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랍, 대전, 미국 시골의 염소농장이 너무나 각각이라서 말이다. 다른 곳은 모르겠고 대전에 대한 묘사는 내가 아는 한도내에서는 하나도 실제와 다른것이 없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이 있고 그것의 의미와 역할은 결코 작지 않아서 누군가의 일생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과연 재미있게 쓰는 작가였고, 딱 이 분량으로 쓸만한 소재를, 최대한으로 살려 썼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