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이은희 지음 / 궁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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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책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고 읽어보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에도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그런데 읽기 시작하여 끝 마칠 때까지 그야말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으면서 감탄하게 된 이유는 두가지. 첫째는 생물학의 관점에서 일반 사람들이 관심있어하고 궁금해할만한 주제들을 어떻게 이리도 잘 선별해 내었냐는 점이다. 전공하는 사람의 입장에 있고 보면 비전공인의 입장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둘째, 선택한 주제들을 막힘없이, 과장없이, 기본적인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다. 유전자의 이기성, 유전자 각인, 심장이 왼쪽에 있는 이유, 난자와 정자의 판매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수컷의 자식 살해, 동성애의 기원, 사랑도 수명이 있는가, 에이즈 치료 연구가 활발하지 않은 이유 등, 생물학이라는 분야를 실험실 속에서 소수의 손에 의해 진행되는 갖힌 분야가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열어 보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다.
'DNA 칩은 두 가닥이 반드시 자기 짝과 만나 꼬여야 안정한 DNA의 성질을 이용해서 유전 질병을 진단하는 장치입니다. 유전 질병을 일으키는 변형된 DNA 한 가닥을 작은 칩 위에 빽빽히 붙인 뒤, 검사자의 몸에서 세포를 조금 채취해-피 몇 방울이면 충분합니다- 그 안의 세포에서 DNA를 분리해 이 기판 위에 놓고 흔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잠시 기다렸다가, 달라붙지 않은 여분의 DNA는 툭툭 털고, 칩을 살핍니다. 만약 처음과 달리 칩에 두 가닥으로 안정적으로 꼬여서 붙어 있는 게 있다면, 그 DNA가 어떤 유전질환을 일으키는 것인지를 조사해 질병의 진단이 빠르고 손쉽게 끝날 수 있습니다. (267쪽)'  나는 DNA칩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는 저자가 부럽다.

저자는 서문에서 말하고 있다 '난 과학이, 생물학과 의학이, 신경학과 병리학이 재미있다. 내가 재미있어하는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얘기해주고 싶었다.' 라고. 이 책이 이렇게 재미있게 읽히게 된 이유가 이 말 속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 이후에 저자가 펴 낸 또 다른 책, '하리하라의 과학 블로그'도 읽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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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5-15 0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블로그 재미나게 읽었는데 생물학카페도 궁금하네요

hnine 2007-05-15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 쓰신 리뷰 읽어 보았답니다. 지금 과학블로그 읽기 시작했어요. 생물학에 관심이 많으신가봐요 ^ ^
하늘바람님, 읽어보세요. 재미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