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혀

 

                                     정 호승

 

한때는 내 혀가
작설이 되기를 바란 적이 있었으나
가난한 벗들의
침묵의 향기가 되기를 바란 적이 있었으나
우습도다
땀 흘리지 않은 나의 혀여
이제는 작살이 나기를
작살이 나 기어가다가
길 위에 눈물이나 있으면 몇 방울 찍어 먹기를
달팽이를 만나면 큰 절을 하고
쇠똥이나 있으면 핥아먹기를
저녁안개에 섞여 앞산에 어둠이 몰려오고
어머니가 허리 굽혀 군불을 땔 때
여물통에 들어가 죽음을 기다리기를
내 한때 내 혀가
진실의 향기가 되기를 바란 적이 있었으나

 

(작설이 되지도 못하고, 침묵의 향기, 진실의 향기는 더더욱 되지 못하는 혀를 가진 사람으로서 위안이 되는 시라서 적어본다. 땀 흘리지 않은 모든 것들은 겸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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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5-02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이 시 가져갈게요^^
땀 흘리지 않은 모든 것들은 겸손할 것!

hnine 2007-05-03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저는 오늘도 땀 흘리지 않은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왔습니다 흑 흑...
섬사이님, 하루를 정리하며 오늘 내 입에서 나간 말들을 돌이켜 보면, 솔직히 끔찍할 때가 많아요. 더구나, 아이 앞에서 한 말들 중에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