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첫 아이는 모든 것이 다 신기하고, 그러면서 서툴다.
아기때 첫 이가 낫다고 내게 알려준 사람도 아이를 돌보아 주시던 한동네 엄마였다.  내 아이에게만 있는 일도 아니건만 그 때의 그 신기함이란.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이제 그 이가 빠지고 간니가 나는 시기에 이르렀으니.
지난 주말에 처음 이를 하나 뽑았는데, 뽑는 아이 아빠나, 아이나, 모두 초긴장 상태. 엄마라는 사람은 아예 다른데 쳐다보고 있었다지 떨려서. 어릴 때 엄마가 이를 실로 잡아 묶어 뽑으실 때의 그 공포감이 아직도 생생하던 터라 아예 아이 이 뽑는 일은 남편에게 맡겨 두었었다. 한번에 뽑혔으면 좋으련만, 자꾸 실이 미끄러지는 통에 아이는 울고, 안 뽑겠다 떼 쓰고, 그것도 한번에 못 뽑으면서 뭘 뽑아주겠다고 그러냐는 말도 안 되는 심사로 못난 엄마는 더 뾰로통해 있는 가운데, 아이스크림 미리 사다 먹여 가면서 결국은 남편이 아이 이를 뽑았다. 아이는 스스로 대견한지 할머니에게 전화, 사촌 동생에게 전화, 아마 밤이 아니었으면 친구에게도 전화를 할 참이었다.

어제, 첫번 뺀 이 못지 않게 흔들리고 있던 바로 그 옆의 이를, 자기 손으로 뽑아 와서는 "엄마, 이 뽑았어!" 하고 의기양양하게 외친다. 어머나, 세상에...이럴 수가. 이번에도 역시 할머니와 사촌동생에게 전화해서 자랑하고, 자기보다 한살 어린 사촌 동생에게는, 너도 일곱살 되면 뽑게 될거라고, 오빠가 가서 도와줄수도 있다고 으시댄다 ㅋㅋ 무섭다고 안 뽑으면 치과가서 마취하고 뽑아야한다나? 아주 달래기까지 하면서. 이를 뽑아야만 어른이 되는거란다. 옆에서 듣는데 어찌나 우습던지. 그러더니 오늘은 급기야 물건너 미국에 있는 외삼촌한테까지 전화를 하겠단다. 지금 집에 없을 시간이라고 했더니 휴대폰으로 하겠단다. 안부전화 할 겸, 하도록 허락해주니, 역시 이 뽑은 얘기다. 자기가 스스로 휴지로 싸서 뽑았다고.

대견하기도 하고, 첫 이 났을 때의 놀라움, 신기함과는 조금 다른 기분이 들어, 도대체 이 기분의 정체는 무엇이냐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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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07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참 성숙하고 의젓한대요? ^^ 칭찬 많이 해주세요 :)

마노아 2007-04-07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르륵 소리가 나는 재미난 추억이에요. 이 모습을 좀 더 자라서 추억할 때 얼마나 머쓱하고 또 재밌을까요. 덕분에 같이 웃어봅니다. 너무너무 정겨운 풍경이에요^^

해적오리 2007-04-07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뽑고 의기양양했던 기억이 나요... 정말 대단한 일을 해치운듯한 뿌듯함이 있었지요. ^^

hnine 2007-04-08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2님, 이를 연달아 두개를 뺐더니, 말할때 발음도 약간 이상해요. 밖에다 던진 이는 금강새가 잘 물어갔는지 모르겠네요 ^ ^
마노아님, 와르륵 소리라~ 마노아님 표현이 더 재미있어요. 웃음을 드렸다니 저도 좋습니다 ^ ^
해적님, 어릴 때 일을 기억을 잘 하시는 것 같아요. 제 아이도 일기에 열심히 쓰더군요 아마 훗날 기억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