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을 나가는 날은 대개 일요일 아침이다.
날이 훤해도 겁이 많고 길치여서 안가본 길을 못가고 매번 다니는 곳만 다닌다.
요즘 어디나 제일 흔하게 보는 꽃 중 하나인 개망초. 이꽃이 무리지어 피어있는 곳을 지나며 남편이 예쁘다고 하기에 무슨 꽃인지 아냐고 했더니
"그냥 잡초 아냐?" 라고 했다.
"이 세상에 잡초가 어디있어? 우리가 이름을 모를 뿐이지. 개망초야 개망초." 라고 알려주었는데 오늘 같이 걷다 또 물어보니 그새 이름을 잊어버렸네.
집 뒤에 작은 대학 캠퍼스가 있는데 뒷동산과 연결되어 있어 산책할때 들르곤 한다. 캠퍼스내에 감자꽃이 무리지어 피어있는 곳이 있었다. 자주색 꽃이 피었으니 자주 감자가 달릴까?
나무중 요즘 꽃이 한창인 밤꽃. 작고 기다란 솔 모양에 눈에 띄는 색이 아니다.
자 대고 그린 오각형 같은 도라지꽃도 보았고, 아파트 단지 내 노각나무에도 꽃이 한창 피었다. 차나무과 노각나무. 꽃이 나무에 오래 붙어있질 않고 쌩쌩할때 떨어진다. 나무에 달려있는 것보다 떨어져 있는 것들이 더 많아서 그중 몇개는 주워들고 집에 와서 물에 담가놓았다.
등껍데기를 어디서 다쳤는지 일부 부서져 잎 위에 앉아 있던 무당벌레. 날지 못하고 기어만 다녀야 할 것 같은데 어찌 되었을까.
최근에 읽은 두 권의 책.
두 권 모두 처음 읽을 때와 다 읽고 난 후 느낌이 달라서 기억에 더 남을 것 같다.
DH 로렌스, <사랑에 빠진 여인들>
제목 보고 대충 로맨스 소설로 넘겨 짚으면 안될 소설이다.
780쪽 분량 내용 전체가 시대, 사상, 종교, 관계에 대한 작가의 독특하고 날카로운 생각으로 가득 가득하다.
또 한권은 찰스 부코스키, <호밀빵 햄 샌드위치>
원제는 Ham on rye인데, 이 책 역시 제목 처럼 감칠 맛 나는 내용을 기대했다가는 충격받기 딱 좋게, 남자 아이들의 성장기는 이럴까 싶을 정도로 적나라하게 성적인 관심과 행동 일색이라 놀라기도 했었다.
곧 리뷰를 올릴 것이다. 잘 쓰든 못 쓰든 리뷰를 올리기 전까진 다 읽은게 아니라는 건 나 만의 신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