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볼일이 있어 새벽 일찍 남편이 일어나는 소리에 함께 일어난 다린이. 당연히 엄마도 일어나라고 나까지 깨운다. 새벽 5시. 평소엔 이 시간에도 종종 일어나건만 오늘따라 단잠을 자고 있던 터라 눈을 쉽게 못뜨자, "아빠, 어서 엄마 커피 좀 타다 줘요."라고 주문까지 해준다.
남편은 아직 어둑어둑한 현관문을 나서고 그때부터 나는 다린이와 종이접기, 책 읽기, 공룡에 대한 얘기 재미있는 척 하며 들어주기 등등...그러고 나니 아침까지 다 먹고 난 시각이 겨우 9시. 나가서 씽씽카 타고 줄넘기 가르쳐 주고, 11시에 충남대 정심화문화회관에서 하는 이미 한물간 영화 '박물관은 살아있다'를 보러 갔다. 오며 가며 버스를 오래 기다렸는데도 짜증 안 내고, 집에 오는 길엔 좋아하는 우동집을 발견하더니 사달라고 한다. 워낙 밖에서 음식을 잘 안사주는 엄마 눈치를 보느라 그까짓 우동 먹고 싶다는 얘기를 얼마나 조심스럽게 하던지. 문득 안된 생각이 들어서 사주었다. 집에 오는 버스 속에서 잠이 든 것을 간신히 깨워 집으로 데려오고 나니 잠이 다 깨었단다. 저녁 먹을 무렵 남편이 들어 오고, 저녁을 차려주자 먹으면서 졸고 있다. 그러면서도 안 잘거라고 바득바득 우기다가 식사를 마치고 남편이 같이 마루에 누워 책 보는 다린이를 끼고 있자니 금방 잠이 들었다. 아이를 내 무릎에 옮겨 눕히고 남편이 아이 손톱을 깎아 주는 동안 이런 저런 얘기 (물론 아이에 관한 얘기. 우리는 아이 얘기 아니면 할 얘기가 별로 없는 부부이다.). 방으로 아이를 데려다 눕히고 남편은 일터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선다. 저녁 설겆이 하고 빨래 하고, 나도 책상에 앉았다.
아이가 잘 자고 있나 방에 한번 들어가 봐야겠다.

-- 종이로 체리를 접어 주었더니 귀에 걸고 귀거리 흉내를 내고 있다. (이젠 내복 그만 입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