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누이
싱고 지음 / 창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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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이디어는 편집자로부터 나왔을까 아니면 시인의 의도였을까. 그림과 시가 어우러진 이 책에서 시, 그림 어느 한쪽도 넘치거나 모자라 보이지 않는다.

<詩누이>라는 제목, <싱고 글, 그림> 이라고 되어 있는 이 책은 창비에서 창비산문선 중의 한권으로 2017년에 나왔다. 싱고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 했더니 책 표지의 자기 소개에서 알수 있듯이 <싱고, 라고 불렀다>라는 시집을 낸 적 있는 신미나 시인의 작품이었다.

 

시 쓸 때는 '신미나'

그림 그릴 때는 '싱고'입니다.

10년 넘게 고양이 이응이의 집사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를 썼습니다.

 

 

동글동글하고 복잡하지 않은 그림도 정감있고 글도 잘 읽힌다. 시가 읽는 이 모두의 공감을 얻기란 쉽지 않은데 이 책에 실린 시는 그림과 함께여서 그런지 거의 모든 사람이 공감할 만 한 내용이다. 시를 선별할때 신경썼을 것이기도 하고 시인의 그림과 전달력이 그만한 수준이 된다는 뜻이다. 

신미나 자신의 시는 한편도 포함시키지 않았고, 서른 네명의 다른 시인들의 시를 그들의 허락을 얻어 수록하였다고 한다. 

 

 

 

 

 

 

 

 

 

 

 

 

 

 

 

 

 

 

누구나 하는 위와 같은 말과 행동에 마음 찔려가며 읽어내려간다.

다른 이에게 내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고 다른 사람의 좋은 뜻을 담백하게 받아들이는 일, 너무 뜨거워서 데거나 차가워서 시리지 않도록 마음의 온도를 알맞게 조절해서 서로에게 길을 낸다는 일은 쉽지 않다는 내용으로 위의 그림을 그렸고 마지막엔 손택수 시인의 <차심>이라는 시를 실었다.

차심이 무슨 뜻인가 했다. 읽어보고 알았고 왜 위의 그림과 연관지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차심

 

 

 

손택수

 

 

 

 

차심이라는 말 있지

찻잔을 닦지 않아 물이끼가 끼었나 했더니

차심으로 찻잔을 길들이는 거라 했지

가마 속에서 흙과 유약이 다툴 때 그릇에 잔금이 생겨요

뜨거운 찻물이 금 속을 파고들어가

그릇 색이 점점 바뀌는 겁니다

차심 박힌 그릇의 금은 병균도 막아주고

그릇을 더 단단하게 조여준다고.......

불가마 속의 고통을 다스리는 차심,

그게 차의 마음이라는 말처럼 들렸지

수백년 동안 대를 이은 잔에선

차심만 우려도 차맛이 난다는데

갈라진 너와 나 사이에도

 그런 빛깔을 우릴 수 있다면

아픈 금 속으로 찻물을 내리면서

금마저 몸의 일부인 양

 

(162쪽)

 

 

 

 

 

 

 

 

 

시인은 이 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서 되도록 천천히, 시간 날 때마다 한편씩 읽어달라고, 잊은 듯이 지내다가 문득 이 책에서 봤던 시와 그림을 떠올려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렇게 되기 어렵다.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어느 새 마지막 까지 와있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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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01-28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귀엽고 저자의 이야기도 담담하니 와 닿는 게 많고 게다가 다양한 시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일석 3조의 책이라 저도 좋아라 하는 책 중 하나입니다. ^^

hnine 2019-01-28 12:22   좋아요 1 | URL
시집인지 모르고 집어들었거든요. 시집보다 접근하기 쉽고, 이해하기 쉽고, 꼭 심각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다는 (편견이겠지만요 ^^) 장점이 있어서 성공적인 시도가 아닌가 해요. 신미나 시인처럼 이렇게 그림을 잘 그려야 가능하겠지만요.
설해목님도 좋아하신다니 더욱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