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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 - 1부 1권 ㅣ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게 토지는 읽기 아닌 보기로 시작되었다.
KBS 대하드라마 토지.1979년 내가 중학교 1학년때, 원작이 완결되기도 전이었다. 그래서인지 드라마가 어떻게 결말을 짓고 끝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10년 쯤 후에 다시 드라마가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배역도 바뀌고 처음 중학생때 나를 TV 앞으로 끌어당기던 마력과 같은 감동은 같거나 덜했지, 더하진 않았다.
과연 완결이 될 것인가 그때도 말이 많았는데, 결국 박경리 작가는 완결을 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미 내용은 다 알고 있기도 하고 워낙 드라마 보면서 이미 감동을 받을대로 받았다는 생각에 굳이 열아홉권이나 되는 것을 책으로 읽어야 하나 확신이 들지 않았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토지 1권을 서고에서 빼어든 것은 참 알수 없는 일이다.
토지 원작은 1969년 9월에 <현대문학>에 연재를 시작으로 이후 <문학사상>, <주부생활>, <독서생활>, <한국문학>, <마당>, <정경문화>, <월간경향>, <문화일보> 등에 연재를 계속하여 1994년 지빌 26년만에 완간되었다. 이렇게 여러 지면을 전전한 이력에서도 짐작하듯이 출간과 휴간을 거듭해야했고, 작가 자신이 암선고를 받기도 하였다.
원래 내 버릇이기도 하거니와 토지는 특히 소설을 읽으며 작가 박경리를 읽고자 할 것 같다.
1897년의 한가위.
까치들이 울타리 안 감나무에 와서 아침 인사를 하기도 전에, 무색옷에 댕기꼬리를 늘인 아이들은 송편을 입에 물고 마을 길을 쏘다니며 기뻐서 날뛴다.
토지 1권의 첫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여기서 무색이란 색깔이 없는 것, 즉 흰색이나 검정색등 무채색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알록달록 물감을 들인 옷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왜냐하면 나 어릴 때 할머니께서도 알록달록한 옷을 보고 무색옷이란 말을 쓰셨던 기억이 나고 문맥상을 봐서도 그렇기 때문이다.
추석날 마을 풍경 묘사로 시작되는 1권에서 이미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가닥이 거의 다 펼쳐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하다. 별당아씨와 구천이는 이미 도망을 갔고, 아직 엄마 품이 그리운 어린 서희는 엄마 언제 오냐고 칭얼거리면서도 앙증맞고 고집이 보통 아닌, 범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위엄 속에 가려진 아픔을 가진 윤씨 부인, 최치수의 일그러진 성격 뒤에 감춰진 가족 내력. 어디 최참판 가족 뿐인가. 어쩌면 이 소설을 더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게 하는 것은 이 마을 사람들 한사람 한사람 누구도 그냥 넘어가지 않게 그 성격이 개성있게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다. 용이와 월선, 임이네과 귀녀. 드라마에서 연규진이 배역을 맡았던 조준구. 그리고 길상을 빼놓을 수 없다. 길상을 마음에 품고 있으나 서희 아가씨를 모시는 입장에서 드러낼 수 없어 숨기고 사는 봉순.
지역 특색어 때문에 뒤에 나온 낱말 풀이편을 종종 들춰가며 읽어야 했지만 그래도 그 재미을 넘어서진 못한다.
1권이라서 그런가 금방 읽었다.
이제 2권으로.
여름밤은 짧다. 짧은 밤에, 가는 데 삼십 리 오는 데 삼십 리, 육십 리 길을 걸었으니 집으로 돌아왔을 때 사방은 옥색 빛으로 걷혀져가고 있었으며 울타리에 핀 박꽃에 이슬이 맺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307쪽, 베껴적어본 문장 중 하나이다. 집에 돌아온 시간은 몇시 몇분 이었다 이렇게 썼을 문장을 작가는 저렇게 썼구나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