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걸 수 없구나


                               - 이  어  령 -


    죽음이란 이렇게도 명백한 것이냐

    전화를 걸 수 없다는 것


    아이폰이 무엇인가

    아이폰 2 아이폰 3

    이제는 아이폰 4가

    나온다고 하던데


    그게 무슨 소용이냐


    어제만 해도 단축기를 누르면

    너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전원이 꺼져 있어도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는데


    아 전화기가 아무리 스마트래도

    너의 단축키 숫자가

    무슨 소용이랴


    빈 전화의 신호음 허공에서 맴돌다

    사라지는 바람


    너에게 전화를 걸면

    녹음된 여자의 목소리가 

    전원이 꺼져 있어 전화를

    받을 수 없다고 하는구나


    모르는 소리 마라 이 바보들아

    전원이 아니다

    목숨이 꺼진 거다

    배터리 충전해 놓고

    기다린다 너의 전화를


    착신음이 들리면 혹시나 해서

    황급히 호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낸다


    네 번호가 여기 있는데

    단축번호 1번에 네가 있는데


    너의 전화를 기다리는 

    땅끝의 아이들 있으니

    어서 일어나 전화를 다오

    배터리 충전해 놓고

    기다린다 너의 전화를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시집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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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간송미술관에서 보내준 모바일 티켓으로 <보화수보 간송의 보물을 다시 만나다>전에 갔다. 미술관 증축으로 7년만에 간송미술관을 찾는 마음은 감개무량 해서 들어가면서 안내 직원들에게 말도 걸고 은퇴하고 20년 전부터 일년에 두차례씩 다니고 손주도 같이 왔었다고 이야기 해주었더니 아이들이 잘 받아주어 즐거웠다.

1층에만 전시해서 작품은 많지 않았지만 너무 좋기만 했다. 2층에는 전시에 사용했던 전시대만 썰렁히게 놓여 있고 어떤 관객은 창문 넘어 경치를 사진 찍는 이도 있었다. 내려와선 도록 한 권 사들고 버스 한 정거장 걸어서 '최순우옛집'에 들렀다. 아는 얼굴도 없고 후원에선 무슨 강연이 있다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손주가 돈 달라고 해 주면 후원회비 통에 넣던 생각이 나서 손주 대신 내가 한 장 넣기도 하고 안마루쪽 두어 차례 기웃거리다가 돌쳐 나왔다. 

 예전엔 잘도 다니던 길이 이젠 낯설기도 하고 힘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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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5-27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시절 여행 다녀왔을 때, 좋은 기억이 있어 몇 년 뒤, 다시 찾아가면 그곳의 경치와 주변 환경들이 많이 바뀌어 있으면 왠지 낯설고, 묘한 기분이 들곤 하던데...수암 선생님께서는 손주분도 곁에 없어 더욱 낯설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손주 진석이가 얼른 재대하여 예술을 사랑하시는 할아버지와 함께 미술관이나 전시관을 다녀온 모습 상상해 봅니다.^^
간송 미술관은 주변 정원이 있어 산책하기 좋은 곳인가 봅니다. 나무가 제법 있네요?

날이 무더워지고 있는 듯한데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水巖 2022-05-27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공사가 다 끝나지 않아 어수산란 하고 나무들도 좀 없어지고 좀 낯설기만 하더군요. 손주보다 어리게 보이는 총각이 있어 손주 생각에 말을 좀 걸어보고 그러는 할아버지와 젊은 직원을 보고 앉아 있는 여직원은 생글 거리고 그런 분위기가 위안이 되기도 했답니다.
최순우 선생은 1968년에 내가 처음 전국 판화 공모전에 출품했을 때 심사위원 중에 한 분이셨는데 그 때 자료를 그곳 직원들에게 주었고 혼자 갈땐 손주 안왔다고 말을 걸기도 하고 그곳서 만든 책을 주기도 하고 때론 조손이 가면 자청해서 사진도 찍어 주던 직원들은 안보이고 낯선 고장을 다녀왔군요.
 




















그동안 예약한 병원에 갔다 오고 4차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고 며칠 아팠다가 회복되고 그러고 부친 제사 지내고 하루 쉬다가 보니 이어령 선생 장예전아 며찰 안남아 어제는 작심하고 나섰지만 하도 오랫만에 가는 길이라 지도를 찾고 버스를 세번 바꿔타고 내려서 높은 언덕길을 걸을 수 없어 택시를 타고 올라가 영인문학관에 도착 1층으로 들어 갔더니 아랫층 부터 보고 올라오셔야 된다고 여직원이 엘리베이터로 안내해서 아랫층에 내려 들어가는 입구부터 알려주고 올라간다.

여기에 올린 사진 말고 화가들 작품도 있고 영상실에서 동영상도 보고 문학관 관장이시고 사모님이신 강인숙 여사께 인사도 드리고 여기 저기 사진을 찍으면서 오후를 보냈다. 집에 돌아오나 다섯시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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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3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달 2월 26일 이어령 선생이 별세하신 건 28일 신문을 보고 알게 되었다. 암으로 고생하시면서도 치료를 거부하시고 꾸준히 활동하셨다는 기사는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내 어머님도 췌장암으로 돌아가실 때 곁에서 지켜보던 생각이 났다. 그 아픔을 참고 견디셨다니 너무 가슴이 아렸다.

영결식 기사를 보고서 선생의 기사들을 스크랩 하려다 보니 한 개 신문으론 부족할듯 싶어 몇 군데

신문사를 찾아 가기로 했다.

  

  내가 이어령 선생을 처음 뵌것은 1957년 이상 시인 20주기를 기념하는 강연회 석상에서 20도 인된 몸으로 이어령 선생과 이철범 선생, 전봉건 시인의 강연을 들었다. 옛날 일기장을 뒤져보니 1957년 4월 17일 주한 미공보원 주최로 갖은 추도회였다. 얼마지니서 시인 김관식씨와 동방문화싸롱에서 만나고 있을때 그곳에 들르신 이철범 선생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던 것도 일기장에서 발견했다.


  제일 처음에 간 신문사는 충정로에 있는 동아일보사 에서 28일자 신문을 사가지고 왔다. 다음엔 신문로 쪽에 있는 경향신문사에서 나와 택시를 집어 타고 서울신문사에서 신문을 사가지고 왔다.

  예전 자리에 있는 신문사로는 서울신문사 밖에 없었다.

  그 다음번엔 중앙일보사 길도 모르는 마포구 상암동. 차에서 내려서 제일 가까운 교통편이 버스라 한번 갈아 타고 갔는데 가는데만 2시간 걸렸다. 

  그 다음 날엔 서울역 근처에 있다는 한국일보사를 찾아갔다. 마침 잔돈이 떨어져 간단한 거 한 개 사 가지고 들어 가서 28일자와 3월 2일 자를 주문 했는데 예쁘장한 여직원이 돈을 안 받고 그냥 가시라고 해서 감명 받고 나왔지만 너무 고마워서 무어라도 주고 싶기도 했지만 선심을 훼손하는 것 같아 그냥 돌아왔다. 







  스크랩북도 700 페이지도 넘고 몇 장 남지 않았지만 아마도 이 나이에 마지막 스크랩 작업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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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령 선생님 ,.그립던 사람 만나보시고 이제 편안하게 쉬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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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4 0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水巖 2022-03-14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아낌 없으신 격려의 말씀이 고령의 늙은이에게 힘을 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3-14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 한 알라디너분이 고 이어령 선생님 인터뷰 기사를 올리신 걸 읽고 편찮으셨단 소식을 뒤늦게 알았었습니다.
왜 이렇게 여위어셨나? 생각만 했었거든요.
암투병 하시는 분 치고는 너무 꼿꼿하셔서 몰랐었네요. 뒤늦게 알고는 어떡하나? 안타까웠는데, 또 한편으로는 참 대단하시구나!싶었습니다.
자료를 수집하셨다니 수암님도 존경스럽습니다^^
일일이 찾아 다니시기 쉽지 않으셨을텐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래도 그 시간 속에서 온정도 받으시고, 흐뭇하네요.
모쪼록 수암님도 건강 조심하시구요.
또 좋은 글 기다릴께요^^

水巖 2022-03-14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월이 갈수록 존경하는 분들도 떠나시고 함께 하던 이들도 떠나고 그러는군요.
한 때는 영인문학관도 다니곤 했는데 한번 찾아가 관장님도 찾아뵈어야 갰다는 생각을 합니다. 올라갈 수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차라도 타고 가야겠죠.

프레이야 2022-03-15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 스크랩북이 700페이지도 넘으시네요
전시장에서 제 눈으로 본 그 많은 노트를 보고 놀랐어요. 꼼꼼히 적어놓으신 역사. 스크랩도 마친가지로 소중한 자료가 될 것 같아요. 마지막이라뇨. 또 계속 좋은 스크랩 이어주시길 바랍니다. 혈압관리 잘하시고 봄날 또 즐겁게 누리시길요. 진석이는 군생활 잘하고 있겠지요. ^^

水巖 2022-03-15 0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십여 년 전 모 그릅의 노부인이 운영하시던 아단문고 라고 오래된 책들을 수집해서 전시하던 때가 있었답니다. 전시장에 몸소 나오셔서 관람객들을 지켜보시던 노부인에게 내가 여쭤본것은 반듯하게 정리한 스크랩북에 대해서 누가 이렇게 정성스럽게 만들었냐고 했더니 웃으시면서 누군지 어떻게 알겠냐고 하시기에 저도 스크랩북을 만들고 있다고 했더니 무슨 분야냐고 물으시고 관심을 가지시는 걸 보고 내가 세상 떠난 뒤 저런 분이 내 스크랩북 건사해 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답니다.
노부인은 한참 전에 돌아가셨지만 어찌나 섭섭한지모르겠더라고요. 두꺼운 도록도 그냥 주셔서 서가에 아직도 싱싱하게 꽂혀 있답니다.
진석이는 훈련 끝나고 부대에 배속되어 근무하고 있답니다. 휴가나 나와야 만날것 같고 코로나 때문에 찾아 갈 수도 없고 그러네요.
 


초겨울 추위에 고혈압 환자는 움직이기 힘들어 꼼짝도 못했는데 요새는 조금씩 움직여 본다.

  '제9회 대갈문화축제' 에 다녀 왔고 5일에는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 전도 다녀 왔다.

예전에는 어린 손주와 함께 박수근전을 보러 다녔는데 작년에 자원 입대한 손주라 함께 다닐 사람도 없이 고령의 노인네는 손잡이 없는 계단을 천천히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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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2-01-07 1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뵙는군요.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水巖 2022-01-07 1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래간만이군요. 새해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로드무비 2022-01-07 15: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암님
덕수궁에서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전이 열리고 있네요.
반가운 소식입니다.
어린 손주가 어느새 군인이어서 군복무중이라니
세월 참 빠릅니다!

늘 건강하고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바람돌이 2022-01-08 01:07   좋아요 1 | URL
앗 로드무비님 진짜 오랫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오늘은 이렇게 또 수암님덕분에 그리운 이름 하나를 더 보네요. ^^

로드무비 2022-01-10 17:01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반갑습니다. 그리운 이름~에 뭉클.
저도요!

책읽는나무 2022-01-07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수암님^^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손주 진석이가 벌써 군대를 갔군요?
무탈하게 군 생활 잘하고 제대하길 기원합니다.
수암님도 댁네 평안하시고,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박수근 전을 감상하신 수암님을 상상하니, 멋진 모습이 상상됩니다.^^

水巖 2022-01-08 0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까치가 한 마리 사람이 가도 꼼짝 안하고 있더니 이렇게 기쁜 소식을 가져 왔군요.
잉크냄새님!, 로드무비님!, 책읽는나무님!
반갑고 고맙고 기쁩니다.
새해에 좋은 일만 많이 생기시고 건강하세요. 어쩌다 알라딘에 들어오면 낯 선 곳 들어 온 것처럼 처음 보는 이름들이 많고 알던 이들은 잘 안 보이는데 이렇게 찾아오시는 알라디너를 보면 옛날 다정다감했던 알라딘 시대 생각이 나는군요. 고맙습니다.
책읽는나무님, 늘 좋게만 봐주시는 님께 감사한 마음 보냅니다.

바람돌이 2022-01-08 0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수암님 정말 오랫만에 인사드려요. 건강하시리라 믿습니다.
수암님 글에 자주 등장하던 손주가 벌써 군대를 갔군요. 진석군도 무사히 군대생활하기를요.
그리고 수암님도 건강 잘 챙기셔서 가끔 이렇게 반가운 소식 보내주세요.
박수근전은 저도 보고싶은데 여기선 멀고, 일부러 가기가 참 쉽지 않네요. 수암님 덕분에 미술관 홈페이지 잠시 들렀다 왔습니다.

水巖 2022-01-08 0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오랜만이군요.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알라딘에 글 조금 올렸는데 이렇게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손주는 대학 입학해도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안되니까 휴학하고 자원 입대했나 봅니다. 요새는 1년 반이면 제대라는 군요. 이 달 19일이면 훈련도 끝난데요. 부대에서 합동 사진을 찍어 가족들에게 보내주는군요.

2022-01-22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23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4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4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20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