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엄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26
레오 리오니 지음, 김난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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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읽는 이라면 누구나 읽었을, 그래서 내용을 소개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유명한 레오 리오니의 헤엄이(원제 : Swimmy) 가 새롭게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첫 그림책 「파랑이와 노랑이」 로 데뷔한 레오 리오니는 네번째 그림책이었던 이 책의 작업을 통해 예술 작품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 작은 존재들이 힘을 모아 커다란 존재에 맞서는 공동체의 '연대의 힘' 을 담았습니다. 이 책은 1963년에 나온 작품입니다. 




책을 넘기자 기존에 먼저 나와있던 타 출판사의 책에 없던 헌사가 눈에 띕니다. 레오 리오니의 친구 '알프레도 세그레' 가 헤엄이의 이름을 붙여주었나봅니다. 그림책의 본문으로 들어가지 않아지만 레오 리오니 특유의 수채기법과 모양을 새긴 후 찍어낸 작은 물고기와 바다 생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빨갛고 작은 물고기들 사이에서 홀로 새까맣던 헤엄이. 어느날 사납고 배고픈 다랑어 한마리가 물고기들을 꿀꺽 삼켜버립니다. 홀로 살아남았던 헤엄이는 무섭고, 외롭고, 슬펐습니다. 




작가 레오 리오니는 어느 인터뷰에서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모험과 아름다움, 그리고 물론 새로운 문제들도 나타나는 변화 무쌍한 장관' 이라고 말했습니다. 작은 헤엄이의 바닷속 세상도 그랬습니다. 작가가 늘 그림책에서 보여주곤 했던 주인공의 모습이 이 책에도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자신과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와 낙관적인 세계관이 그것이죠. 무섭고 외롭고 슬펐지만 헤엄이는 삶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았거든요. 바닷속을 헤엄치던 주인공은 바다속 세상의 아름다움을 하나씩 발견하게 됩니다. 역경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고전적인 서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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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세상의 아름다움은 여러가지 표현기법으로 그 모습을 더욱 강조해줍니다. 아름다운 색감으로 번짐이 살아있는 바다 생물들이라던가 마블링을 이용한 다양한 색의 바다 색이 더욱 환상적입니다. 신비로운 바다의 모습에 빠져들게 됩니다. 


어느 무덥던 여름 날 오후에 부두에 앉아 넋을 놓고 작은 물고기들이 몰려다니는 것을 바라보다 착안했다는 이 작품은 1964년 칼데콧 아너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어두컴컴한 곳에 숨어있는 작은 물고기 떼를 만난 헤엄이는 어떤 생각을 해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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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림과 더불어 작은 물고기의 용기와 지혜를 담고, 그 성장 속에서 작은 이들이 연대하는 모습까지 담아냈지요. 단순한 내용임에도 참으로 여러 방향으로 읽어볼 수 있어 두고두고 바라보게 되는 책입니다. “좋은 어린이책은 삶에 대한 원초적인 놀라움과 기쁨을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은 모든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라고 했던 레오 리오니의 말도 떠오릅니다. 그는  “내 자신과 내 친구들 안에 있는 그런 부분, 즉 아직도 어린아이인 부분을 위해 어린이책을 만든다”고 했었죠. 덕분에 제 안의 어린아이도 화답하며 새로운 즐거움을 얻고 있습니다.  


이번 시공주니어에서 새로 번역된 「헤엄이」 와 기존 마루벌의 「으뜸헤엄이」 를 놓고 다시 함께 읽어봅니다.  기존의 '~합니다' 체 에서 읽어주기에 편한 '~했어' 의 입말체로 번역이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로 느껴집니다.  표현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초등학생이 된 밤톨군은 이 책과 함께 더불어 살던 이들의 연대가 깨지는 과정에 대한 책도 함께 읽었습니다. 녀석이 늘 '헤엄이 2탄' 이라고 부르던 책이었죠. 박정섭 작가의 「감기 걸린 물고기」 입니다. 초등학생이라면 함께 이야기해봐도 좋을 듯 합니다. 




레오 리오니(Leo Lionni, 1910~1999)


어릴 적부터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소년기에는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 이태리 등 유럽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문화적인 소양을 키웠습니다. 다양한 직업들을 통해 사회적인 경험을 더한 작가가 실제로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40대가 훌쩍 넘은 1959년의 일이었습니다. 그의 첫 작품인 “Little Blue and Little Yellow”는 원래 지루한 기차여행을 하는 동안 손자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지어진 책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어린이 책 작가로 활동하며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레오 리오니의 작품을 살펴보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단순하게 특징만을 살려 놓아 어린이들이 더욱더 판타지의 세계로 푹 빠져들게 만듭니다. 그는 주로 개인과 개인, 개인과 공동체, 자기 인식이라는 주제에 대해 개성적인 매릭터를 창조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데 그러기 위해서 전통적인 회화 기법을 탈피해 그때 그때의 아이디어에 따라 소재와 기법을 달리한 그림책을 구성합니다.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으면서 화가, 조각가, 그래픽 디자이너, 편집자 등, 그야말로 정신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날린 리오니이지만, 그 중에서도 그를 가장 널리 높인 분야는 그림책일 것입니다. 첫 번째 그림책부터 뉴욕 타임즈 선정 ‘베스트 일러스트레이티드 북’ 열 권 안에 들었고, 그 이후 만들어낸 그림책들도 칼데콧 상을 비롯한 수많은 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리오니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으뜸 헤엄이』 『프레드릭』을 비롯해서 『새앙쥐와 태엽쥐』 『물고기는 물고기야』 『아주 신기한 알』 『코르넬리우스』 『티코와 황금 날개』 『황금 사과』 『한뼘한뼘』 『알파벳 나무』 『자기 자신의 색깔』등등 40여 권의 그림책을 내놓았습니다. 할아버지가 된 이후에야 그림책 작업을 시작했지만, 파킨슨 병으로 고생하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이아몬드 커터인 아버지와 가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네덜란드 소년, 레오 리오니. 건축가인 삼촌은 조카에게 제도 용구를 선물하고, 현대 미술 수집가로 일하던 삼촌들은 벽에 샤갈의 그림을 걸어 주었지요. 신비로운 푸른색, 자유 분방한 상상으로 가득 찬 그 그림들은 이 아이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요? 다른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 때 레오는 집 근처의 박물관에 가서 내내 드로잉 연습을 하곤 했다니 그 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네요. 후에 그는 렘브란트, 반 고흐, 몬드리안 그리고 건축과 음악이 자기에게 'one big mood' 였다고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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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어느날, 40대 후반의 레오 리오니는 3살과 5살짜리 손주들을 데리고 기차 여행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는 그때 이미 세계적인 화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고, 『포춘』이라는 잡지의 아트 디렉터였습니다. 이 자리 저 자리로 뛰어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진땀을 흘리고 있던 그는 평소 들고 다니던 가방에서 잡지를 꺼내 펼쳤는데, 파랑 노랑 초록 색깔로 디자인된 한 페이지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 문득 번개처럼 어떤 영감이 스쳤습니다. 그는 그 파랑 노랑 초록 종이들을 혹은 동그랗게, 혹은 길쭉하게 찢어냈습니다. 그리고 그 종이 조각들을 가방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손주들에게 즉석에서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홀린 듯 할아버지의 손을 지켜보며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리오니 최초의 그림책 『꼬마 파랑이와 꼬마 노랑이』가 탄생하게 된 계기였다고 하는군요. 


?그의 작품들 속에서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조사에 의하면 어린이는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는 읽고 싶어하지 않고, 또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도 읽지만,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꺼린다고 합니다.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면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그림책 속에서는 어른들은 끔찍하게 생각하는 그리미와 같은 생쥐가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천 년 전의 이솝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어쨌든 20세기의 레오 리오니의 작품 속에서는 이솝의 '우화'에서 등장했던 여러 동물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또한 그의 작품 속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이 많이 반영되어 있는데요, 그는 자신의 책 『나의 어린이들의 책(My Children’s Book) 』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습니다. “맞아요, 저는 친구들이 축구공을 차고 있을 때, 램브란트의 그림을 모사하고 있었고, 그 때는 별로 유명하지 않았지만, 클레, 칸딘스키, 몬드리안 등의 추상 화가들의 작품에 서서히 빠져들게 되었어요. 그리고 제가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던 어느 순간 문득 내 책 속의 주인공들이 한결같이 개구리, 쥐, 달팽이인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지냈던 반 세기 전의 제 방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저는 어린 시절 제 방에서 그런 동물들을 키웠거든요.”


그의 그림책의 미술기법을 위키에서 가져와 봅니다. 


·콜라주 기법(종이를 오리거나 찢음) : ≪파랑이와 노랑이≫

·콜라주+다양한 매체 사용 : ≪프레드릭≫

·수채화+콜라주 : ≪새앙쥐와 태엽쥐≫

·수채화+물고기 도장 : ≪으뜸 헤엄이≫

·파스텔+색연필화 : ≪세상에서 가장 큰 집≫

·연필 드로잉+콜라주 : ≪토끼가 된 토끼≫

·색연필 드로잉+수채화 : ≪물고기는 물고기야!≫ 


?( 출처 목록 :

웹진 열린어린이,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 레오 리오니

: http://www.openkid.co.kr/webzine/view.aspx?year=2002&month=02&atseq=174


웹진 열린어린이, 영혼의 양식을 나누어 주는 레오 리오니

: http://www.openkid.co.kr/webzine/view.aspx?year=2003&month=01&atseq=412


YES24 마녀의 그림책 작가앨범, 우화 속에서 그의 철학을 만나다.

: http://ch.yes24.com/Article/View/125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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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카의 장갑
오가와 이토 지음, 히라사와 마리코 그림,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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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꽃과 나무의 정령을 믿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 소박한 식탁에서 수제로 만든 흑빵을 즐겨 먹고, 일생동안 손에 맞춘 뜨개 장갑과 함께 하는 곳. 숲과 호수로 둘러싸인 루프마이제공화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한 편을 읽어본다. <츠바키 문구점>의 작가 '오가와 이토'가 발트 3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에서의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로, 루프마이제공화국은 라트비아의 문화와 역사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가상의 나라이다.  이런 판타지적인 배경에 경어체의 문장과 아름다운 삽화가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동화를 읽은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마리카의 장갑

오가와 이토 글, 히라사와 마리코 그림

작가정신



이 나라 사람들에게 특별한 뜨개장갑. 책 속에는 '엄지장갑' 이라고 표현이 되어있다.  '엄지장갑은 그 사람을 지켜주는 부적 같은 것(p48)' 이라고 한다. 자애로운 어머니라는 뜻을 가진 이름의 주인공, 마리카의 일생에도 항상 특별한 장갑들이 함께 한다. 마리카가 태어나서 처음 끼게 될 엄지장갑은 할머니가 새빨간 털실을 골라 정성스레 떠주셨다. 물론 그 이후에도 매년.


엄지장갑이면 벙어리장갑일까.. 나름대로 그 이미지를 상상해본다. 마침 아이의 그림책 굿즈로 함께 나온 가방과 엽서가 눈에 띈다. ( 그림책 이름도 '장갑' 이라지. 우크라이나 민화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이다. ) 마리카가 처음 낀 장갑은 이런 모양이었을까. 



엄마의 소설과 밤톨군 그림책의 콜라보


루프마이제공화국에는 중요한 규칙이 있다. 아이들이 열두 살이 되면 누구나 수공예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기술을 익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예를 들면 남자 아이는 접시를 만들고, 바구니를 엮고, 못을 박을 줄 알아야 한다면, 여자 아이는 실을 잣고, 수를 놓고, 레이스를 달고, 엄지장갑을 뜰 줄 알아야 한다고.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마리카는 바느질도 뜨개질도 싫습니다. 엄지장갑도 뜨고 싶지 않습니다. 

그보다 밖에서 노는 것이 백배는 더 즐겁습니다. 행복합니다. 그래서 엄지장갑이나 뜨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p46, 제 2장 축하의 술, 시마코프카

귀찮고 싫었던 일이 마리카가 성장하고, 삶 속에서 많은 경험을 하면서 삶의 기쁨으로 변한다. 


어느덧 따뜻하고 아름다운 엄지장갑을 뜨는 일이 마리카에게는 삶의 기쁨이 되었습니다.

p149, 5장 도토리 커피를 마시며


마리카의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엄지장갑이 함께 했기 때문일까. 첫사랑에게 떠서 선물하고, 청혼을 수락하고, 소중한 사람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랬던 순간마다 함께 했던 장갑들. 마리카의 삶 속에서 변화하는 장갑의 의미들이 파란 많지만 따뜻하고 행복했던 그녀의 삶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엄지장갑은 털실로 쓴 편지 같은 것' - p63


'마리카의 엄지장갑은 누군가를 위한 선물' - p119


'직접 손을 잡아 줄 수 없어 엄지장갑을 떠서 선물하는 것입니다. 엄지장갑은 손의 온기를 대신 전해주는 마리카의 분신입니다. ' - p149


'마리카는 울퉁불퉁한 마음결을 가지런히 한다는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엄지장갑을 떴습니다.' - p175


루프마이제 공화국이 얼음제국에 점령되면서 연행되어버린 남편 대신 돌아온 진흙투성이의 엄지장갑 한짝. 마리카는 희망을 잃지않고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어느날. 


마리카는 자신이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만 변화했을 뿐입니다.

야니스도 그렇습니다.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바람과 빛과 비와 무지개와 흙과 나무로 모습을 바꾸었을 뿐입니다. 

- p193, 마지막 장 엄지장갑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위해서만 엄지장갑을 떴던 마리카는 이제 자신을 위한 장갑을 뜬다. 연회색과 분홍색, 초록색의 털실을 골라 꽃무늬 엄지장갑을 뜨기 시작한다. 항상 전통적인 문양의 엄지장갑만 뜨다가 이제는 사과꽃을 모티브로 하여 아르누보 느낌의 귀여운 엄지장갑을 만든다. 항상 스스로보다는 다른 이들을 먼저 챙기게 되다보니 살짝 지쳐있는 지금의 '엄마, 아내, 며느리' 로서의 내게 훅 와닿는 장면. 그리고 '자기를 마주하면서..' 라는 책 속의 글귀와 더불어 작가의 인터뷰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장갑은 자신과 마주하면서 털실로 써내려가는 편지



별책부록으로 끼워져있던 작가의 인터뷰와 더불어 책 뒷면의 '일러스트 에세이' 는 이 책의 여러 등장 요소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했다. 마음을 가득 채운 여행에서 이런 멋진 소설로 탄생되는 과정을 알 수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흑백의 삽화가 색을 입고 나타난 마지막 페이지에서 문득 생각했다. 내 삶에 있어서 소설 속의 '장갑' 과 같은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책' 과 '글' 이 아닐까. 


그리고 나는 다른 이들()을 챙긴다고 투덜대고 있지만, 

나를 위한 장갑을 뜨고 있었다는 것도 함께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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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동물 사전 아트사이언스
아드리엔 바르망 지음, 안수연 옮김, 박시룡 감수 / 보림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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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부터 아이까지 함께 볼 수 있는 기발한 백과사전, 나만의 분류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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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에 귀신이 있다 라임 어린이 문학 22
김민정 지음, 이경하 그림 / 라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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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 엄마 이거 공포소설이예요? 더운 여름 딱인데? "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자 냉장고만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는 녀석이 이 책을 발견하고는 눈을 빛냅니다. 제목이 흥미로웠나봅니다. 그런데 책을 반쯤 읽더니 중얼거립니다. 에이. 공포소설이 아니네. 


" 엄마, 이 반의 진짜 귀신이 뭔지 알 것 같아요. 알려줄까요? "

책을 미리 읽어두었던 저는 책 속 주인공을 한 명 떠올리며 끄덕입니다. 

" 엄마. 그건 학생들의 스트레스예요. 그렇게 느껴져요. "

( 헉.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밤톨군의 시선에서는 그렇게 느껴지는가요. ) 


그러면서 이야기 합니다. 아우... 가슴이 답답해져요. 

이 책을 이 정도 읽었을 때 녀석이 찡그리면서 말하는군요. 

" 너도 그렇구나. 엄마도 가슴이 답답했지. 그런데 넌 왜 답답함을 느꼈니? "

오늘의 책 대화를 시작해봅니다.





우리 반에 귀신이 있다

김민정 글 / 이경하 그림

라임 어린이 문학 - 22

100쪽 | 153*225mm 

라임


수학 학원 등의 공부학원에 이어 수행평가를 위해 음악학원까지 다니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민수. 수학학원에서 영재반 시험을 통과하면 곧 영재반으로 올라갈 예정입니다. 


" 왜 학교는 모든 활동을 평가해서 점수를 매기는 걸까? 평가라는 말이 붙으면 아이들이 두 배로 피곤해지는데 말이다. 그래도 불평을 할 수는 없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다 하니까. 게다가 난 곧 수학 학원에서 영재반으로 올라갈 몸 아닌가! " / p21, 한 낮의 귀신 소동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아닌 척 하면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어울리면 시간이 부족해지니까요. 그런 민수네 반에는 귀신을 본다는 소문에 휩싸인 진우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귀신 녀석이라고 불립니다. 반에서 외톨이지요. 맨날 귀신을 본다고 떠들고 다니더니 어느날은 고양이 시체를 들고 있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목격됩니다. 진수는 이 아이의 모습이 불편하면서도 자꾸 신경이 쓰입니다. 진우가 민수 앞에 불쑥불쑥 나타나는 이유도 있겠지요. 





반 친구들은 고양이의 죽음이 진우의 탓이라고 생각해 응징할 계획을 세우고 민수에게도 참여를 강요합니다. 하지만 민수는 학원의 레벨 테스트에서 떨어진 것에 충격을 받아 부모님에게도 거짓말을 하고 혼자 끙끙 앓느라 아이들과 어울릴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진우의 진실을 알게 됩니다. 실제로 진우가 고양이를 죽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죽은 고양이를 묻어주려고 했다는 것을요. 왜 거짓말을 하냐고 묻는 민수의 질문에 진우는 "그래야.... 애... 애들이 날 상대해주니까." 라고 대답합니다. 혼자서 노는 것보다 이렇게라도 애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좋다는 진우의 대답. 


민수는 레벨 테스트에 떨어진 사실을 엄마에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가방을 잃어버립니다. 진우와 가방을 찾아다니다가 그동안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놀이를 해버립니다. 


"녀석과 나는 본격적으로 딱지치기를 시작했다. 우리는 네거 내거 할 것 없이 딱지가 뒤집힐 때마다 소리를 질러댔다. 딱지 치는 소리가 커질수록 우리 목소리도 함께 커졌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니 가슴속에 답답하게 쌓여 있던 무언가가 딱지와 함께 하나씩 날아가는 것 같았다." / p62, 지옥탈출놀이


그리고 지옥탈출놀이, 일명 "지탈"이라고 불리는 놀이. 밤톨군도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하는 놀이입니다. 자신의 일상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이 동화를 읽으니 밤톨군은 더더욱 이 책의 이야기가 자신과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이 놀이의 이름에 대해 따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작가는 이 놀이의 이름을 아이들의 속내를 보여주는 소재로 썼더군요. 아이들의 눈높이가 이런 것일까요. 신나게 놀고 난 민수는 엄마에게 혼이 나고도 웃음이 나왔다고 하네요. 예전 같았으면 하루 종일 기분이 우울했을 텐데 말이죠. 


"이 놀이 이름이 왜 지옥 탈출인지 알 것 같았다. 녀석을 붙잡자 놀란 마음이 가라앉았다. 서로에게 기대고 있으니 무섭고 캄캄한 지옥에서 탈출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탈출에 성공한 뒤, 구름사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파랬다. " / p68, 지옥탈출놀이


이유도 모르고 무조건 공부를 하며 부모에게 억눌려 있던 아이가 자기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나름의 답을 찾아 용기를 내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 주는 이 동화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전하기에 더욱 현실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하네요. 




아이에게 묻습니다. 

" 밤톨군. 너도 '지탈'을 할 때 이런 기분이니? "

"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요. 그리고 우린 지옥탈출보다는 지뢰탈출이예요. "

지뢰탈출은 또 뭘까요. 그나저나 살짝 눈을 피하며 대답하는 녀석을 보니, 녀석에게도 쌓인 스트레스가 많은가 봅니다. 그래서 슬쩍 이어갑니다.  

" 아까 진짜 귀신은 스트레스 인거 같다고 했지? 혹시 요즘 네 스트레스는 어떤 것인지 이야기해줄 수 있어?"


같은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하면 아이는 더욱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주니 아이와의 책읽기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실제 귀신보다도 무서운 요즘 아이들의 현실은 무엇일까요. 조금씩 다르겠지만 내 아이의 마음 속 '귀신' 은 어떤 것일까요. 제목을 보며 그저 귀신을 본다는 소문에 귀신녀석이라고 불리는 진우를 떠올린 저와 달리, 다른 '귀신'을 생각해내는 아이의 한 마디에 여러 생각을 해보게 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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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파이 이야기 (특별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토미슬라프 토르야나크 그림 / 작가정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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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부커상 수상작 『파이 이야기』, 이후 이안 감독이 『라이프 오브 파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했었죠. 제게 있어 오래 전 읽었던 책의 기억은 영화로 한번 색이 덧칠해졌었고.. 그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다시 새 책으로 만났습니다. 분명 같은 주제, 같은 이야기 일텐데 그 때 읽었던, 보았던 느낌과 또 다르네요.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그리고 이번에는 일러스트와 함께 보았다는 것이 달라서 그랬을까요. 지나온 시간 동안 제가 살아온 인생의 색이 또 다시 덧칠해진 걸까요. 




일러스트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장편소설

작가정신


열여섯 살 인도 소년 파이는 동물원을 운영하는 아버지, 다정한 어머니, 운동 밖에 모르는 형과 함께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냅니다. 1970년대 후반, 인도의 상황이 불안해지자 아버지는 캐나다로의 이민을 결정하고 미국의 대형 동물원에 동물들을 팝니다.  그러나 동물들을 태우고 태평양을 건너가던 배는 난파됩니다. 그리고 파이는 혼란 끝에 구명보트에 오르지요. 본격적인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소설은 1,2,3 부로 구성되는데 2부는 어린 10대 소년이 227일, 무려 7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태평양을 표류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요약해놓고 보면 또 다른 모험 이야기인 것 같이 느껴지는군요. 


파이가 오른 구명보트에는 하이에나와 오랑우탄, 한쪽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 벵갈 호랑이가 함께 타고 있었습니다. 하이에나는 얼룩말과 오랑우탄을 죽이고, 그리고 그 하이에나를 호랑이가 잡아먹습니다. 이제 주인공은 호랑이와 둘이 남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파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삽화가 가득한 아이의 동화를 함께 읽고 있는 요즘이다보니 눈이 즐거운 그림을 만나자 더욱 즐거워집니다. 독자가 머릿속으로 마음껏 상상해 낸 소설 속 풍경을 어찌보면 제한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영화를 보며 이미지가 덧입혀진 제게는 오히려 이전의 상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느낌을 주었다고 할까요.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로 부풀었다가 사랑하는 가족을 한순간 잃고, 언제 자기를 해칠지 모르는 호랑이와 공존 아닌 공존을 하면서도, 끝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다시 읽으며 이번에는 '인생' 에 오롯이 집중해보게 되는군요.  어찌보면 우리는 소년처럼 '인생' 이라는 바다에 표류하고 있는 개개인들이라는 생각. 그리고 우리의 보트에는 어떤 것이 올라타고 있는 지. 호랑이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지. 여러가지 종교를 함께 믿는 소년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종교에 대한 담론은 잠시 뒤로 하구요. 주인공은 망망대해에서 표류 기간동안 사투를 벌여야 했던 것은 호랑이로 표현될 수 있는 자신의 여러 모습이지 않았을까. 


파이가 들려주는 독특한 삶의 여정에 귀 기울이다보니 이제 주인공 파이의 이름도 달리 느껴집니다. 끝이 없는 숫자.. 3.141592.... 그 이름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죠. 안 그래요? 그리고 뭔가를 이해한다고 할 때, 우리는 뭔가를 갖다붙이지요. 아닌가요? 그게 인생을 이야기로 만드는게 아닌가요? p459

<중략>

두 분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요. 놀라지 않을 이야기를 기대하겠죠. 이미 아는 바를 확인시켜줄 이야기를 말이에요. 더 높거나 더 멀리, 다르게 보이지 않는 그런 이야기. 당신들은 무덤덤한 이야기를 기다리는 거예요. 붙박이장 같은 이야기. 메마르고 부풀리지 않는 사실적인 이야기. p460



그리고 다시 들려준 또 다른 이야기가 전해주는 전율. 어머니와 요리사, 선원, 그리고 파이 네명이 올라탄 보트에서의 이야기가 오랑우탄, 하이에나, 얼룩말, 호랑이와 함께 했던 이 전 이야기와 미묘히 겹쳐지면서 호랑이는 파이 속 자신의 모습의 하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다시 펼칩니다. 읽고 읽어도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하는 소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문득 영화에서 '자, 이제 이것은 당신의 이야기입니다. ' 라고 이야기했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다시 읽는 파이 이야기는 어느새 제 이야기로 바뀌어 읽히고 있네요. 이래서 책은 여러번 읽어야 하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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