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 이해인 수필그림책 알이알이 창작그림책 47
이해인 지음, 박현주 그림 / 현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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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란 말만 들어도 마음 속에 따뜻한 등불 하나가 켜지는 느낌이라는 이해인 수녀의 수필 그림책을 펼쳤다. COVID19 의 거리두기로 이웃을 자주 만날 수 없는 요즘, 더욱 그리워지는 풍경이랄까. 

 


 

우리 동네 
이해인 수필 그림책
이해인 글, 박현주 그림
현북스 


​1994년 발표된 수필 '우리 동네 작은 이야기' 는 2003년에 수필집 「꽃삽」 에 수록되어 발간되었다. 그림책 「우리 동네」 는 '우리 동네 작은 이야기'  를 아이들의 눈높이의 글로 다듬어 그림책으로 펴낸 작품이다. 


「나 때문에」, 「비밀이야」 등의 그림책을 지은 박현주 작가의 그림은 우리 주변의 일상적 모습과 함께 이웃들의 따스한 표정을 잘 포착하여 그려낸다. 글의 배경이 1990~2000년대 초반의 모습인지라 동네의 정경을 어떻게 표현해야했을지 고심한 흔적들도 보인다. 전봇대에 고무줄을 매어놓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에 나온 것 같은 사진관의 모습,  지금의 가방과는 다른 옛날 집배원 가방 등 그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깨알 재미요소들이 있다. ( 책 속에서 직접 찾아보시길 )


동네의 우체국과 주민센터 직원들, 수녀원으로 종종 배달하러 오는 집배원 아저씨, 동네 구두점 아저씨.. 이해인 수녀가 바라보는 주변 이웃들의 모습은 모두 따뜻하고 정겹다. 


동네 가까이의 바닷가에 있는 이동 가게의 주인 아주머니도 마찬가지다. 여러 종류의 조가비를 이용해 앙증맞은 장식품을 만들어 파는데, 아주머니의 순박한 모습이 좋아서 산책 나갈 때마다 이동 가게에 들린다고 했다. 그리고 이 가게에서 산 장식품은 또 다른 이웃들에게 선물로 전해진다.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은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줍니다.
그래서 나는 그분들을 늘 고마움 속에 기억합니다."

 

소설가 박완서 님은 수녀님의 글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 수녀님의 수필을 읽는다는 것은 수녀님과 함께 들꽃이 피어나는 숨결에 귀 기울이는 기쁨이고, 보잘것없어 뵈는 사람들 속에서 위대함을 발견하는 놀라움이다. "
- 박완서


 



 

동네의 모습은 서로 다르더라도 그 속에 속한 사람들 속에 흐르는 정은 어느 곳이나 비슷할 것이다. '이 그림책을 읽는 이들의 마음에도 우리 동네 이웃을 더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새롭게 싹트고 예쁘게 자랄 수 있기를 기도'하는 이해인 수녀의 바램이 더욱 와닿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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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게이징 - 2021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Wow 그래픽노블
젠 왕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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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게이징 
Stargazing
젠 왕 지음 
Wow 그래픽노블
보물창고 

 

 

문득 제목을 보고 '스타게이징' 이 어떤 뜻이 있을까 궁금해져서 찾아보았다. 세가지 의미가 있다. 이 뜻들 중에 책 속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있을까. 

 

 


 

 

크리스틴은 교회에서 문이라는 여자아이를 알게된다. 주변의 아이들은 문이 '사람을 패고 다닌다' 며 가까이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엄마와 단 둘이서 살고 있는 문이 크리스틴의 별채에 묵게 되며 둘은 가까워진다. 

 

 

문은 케이팝을 좋아한다. 크리스틴의 부모님은 학예회에서 크리스틴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길 바란다. 하지만 크리스틴은 다른 애들이 더 잘 할거라며 자신없어 한다. 그러자 문은 함께 '커버댄스' 를 하자고 권유한다. 케이팝 뮤직비디오처럼 댄스팀을 구성하자고 말이다. 크리스틴은 문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 간다. 

 


 


문은 크리스틴과 달리 중국어를 배우지 않아도 되고, 발톱에 매니큐어도 바를 수 있다. 문을 따라서 한번 발라봤다가 아빠에게 꾸중을 듣고야 만 크리스틴. 

 


 

이야기의 후반부, 문은 뇌종양이 발견되어 수술을 하게 된다. 문의 엄마는 크리스틴에게 수술 전에 민에게 응원을 해 줄 수 있냐고 부탁하지만 크리스틴은 피하고야 만다. 여러 미묘한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크리스틴의 표정. 죄책감, 질투 등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너무나도 괴롭다. 그런 크리스틴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빠는 디저트를 먹으러 가자고 한다. 그리고 디저트를 먹으며 아빠와의 대화 중에 눌러왔던 감정이 터져버린다. 

 

 

아빠는 사실 문이 바뀌기를 바라는 거죠. 
아빠는 모든 사람이 완벽하길 바라니까요!
특히 내가 완벽하기를요!
나도 완벽해지려고 무척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솔직히 나는 문처럼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p192, 크리스틴

 


 

 


문이 발작을 하고 쓰러진 것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며 자책하는 크리스틴에게 건네는 아빠의 따뜻한 조언. ( 크리스틴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게 된 사건은 책 속에서 확인해보시길. )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더라도
그걸 통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고,
그래서 더 좋은 일을 할 수는 있어.

 

크리스틴은 용기를 내 문을 찾아간다. 문은 왜 수술 전에 보러 오지 않냐고 묻는다. 크리스틴은 솔직히 대답한다. 

 

 

모두 널 좋아하고, 나는 절대 해 볼 수도 없는 것들을 전부 다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널 별로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게 만들면 우리는 비슷해질거라고.
그런 너는 내 친구로 계속 있어 줄 거라고...

 

 

자신의 환상이 뇌종양 때문이라고 생각한 문은 좌절하지만, 크리스틴의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손을 내민다. 서로 솔직하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는 참 건강하고 멋진 관계다. 

 

" 하지만 우리는 똑같아 "

 

책의 이야기는 허구지만 소재는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다. 작가는 주인공 문 린 처럼 뇌의 시각 담당 부분 위에 발생한 뇌종양으로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별과 여러 형상들을 보곤 했는데, 이를 재미있다고 생각했고 아무에게도 자신의 증상을 말하지 않았다고. 책 속의 문이 '스타게이징( 현실적이지 않은 생각에 빠짐 )' 한 것도 뇌종양 때문이었을까. 

 

 

크리스틴과 문처럼 대만과 중국 출신의 이민자 부모와 그들이 낳은 미국 태생 아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자랐던 작가는, ' 특정 집단 사람들과 비슷할 거라는 기대를 받고 자랄 수록, 자신의 다름을 나타내는 방식에 집착하게 되었다.' 고 고백한다. 그리고 이 감정들을 편하게 되돌아 볼 수 있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러야 했다는 것도.

 

문은 학예회에 나갈 수는 없었지만, 객석에서 친구들의 커버댄스 공연을 본다. 댄스팀의 이름은 '스타게이징 뮤즈'. 책의 제목과 연결되면서, 이 친구들은 서로가 서로를 '스타게이징(스타를 쫓아다님)' 했던 것이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늘어가고 있는 요즘,  아시아계 미국인의 이야기에 더욱 관심이 간다.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수용하고, 서로를 편하게 인정할 수 있는 날은 언제 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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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조용해졌어요 - 2025 볼로냐 라가치상 BRAW Amazing Bookshelf Sustainability 수상
에두아르다 리마 지음, 정희경 옮김 / 봄나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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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조용해졌어요 
O PROTESTO 
에두아르다 리마(Eduarda Lima) 지음 
봄나무 

 

원제는 「O PROTESTO」, 뜻을 찾아보면 '항의' 라는 뜻이다. 책을 펼치면 이야기는 새 한마리가 노래를 멈춘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모든 일은 새 한 마리가 노래를 멈추면서 시작' 된다. 이 새는 왜 노래를 멈추게 된 것일까. 


새 뿐만이랴, 이제 곤충도 날아다니지 않고 닭들도 울지 않으며 젖소들도 더이상 우유를 만들지 않는다. 노랑 계열을 배제하고, 붉은색, 푸른색, 청녹색의 톤을 주로 사용한 판화 느낌의 일러스트는 본문 텍스트와 함께 하면서 더욱 건조해지고 우울한 느낌을 강조하는 듯 하다. 

 

 

책장을 넘겨가다보면 텍스트에는 나와있지 않아도, 동물과 곤충들의 '항의' 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장치들이 가득하다. 곤충들이 사는 터전의 배경에는 비행기가 살충제를 뿌리고 있고, 닭들은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 에서처럼 환경이 좋지 않은 양계장에서 키워지고 있다. 젖소들 또한 마찬가지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이 동물들은 왜 그런걸까?' 라고 슬쩍 질문을 던지고, 그림에서 스스로 눈치채기를 조용히 기다려주면 좋을 듯 하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이 책이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알아챈다. 



 

 

우리 인간이 지구에 미친 영향들은 다양하다. 벌목되어 훼손된 삼림, 오염된 바다와 그 속에 사는 생물들의 모습이 계속 이어진다. 그들은 모두 눈을 감고 있고 제목처럼 '조용'하다. 그러나 그들은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일테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에 인간들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책 속의 아이들도 조용히 동참한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ForFuture)' 해시태그와 관련된 기후관련 등교거부 운동이 스치듯 언급되어 있다.  아이들과 그레타 툰베리에 관한 책을 함께 읽어도 좋을 듯 하다. 

 


 

 

이 모든 일을 시작한 새가 왜 노래를 멈추게 되었는지는 이야기의 끝에 이르러서야 밝혀진다. 노래를 '안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의 차이라고 할까. ( 정확한 이유는 책 속에서 확인하시길. ) 어떻게 보면 의도하지 않았던 '항의' 였을지 모르지만, 그 작은 영향은 지구 곳곳으로 퍼져갔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우리들에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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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찬이 텅빈이 철학하는 아이 18
크리스티나 벨레모 지음, 리우나 비라르디 그림, 엄혜숙 옮김 / 이마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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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일러스트의 그림책이다. 이마주 출판사의 '철학하는 아이' 시리즈의 한 권인 이 책은 '어린이들이 성장하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물음에 대한 답을 명사와 함께 찾아가는 그림동화' 라고 설명되어 있다. 책의 뒷부분에 명사의 해설이 수록되어 있는 형식이다. 이 책은 번역가이자 아동문학가인 엄혜숙씨가 해설을 맡았다. 

 



꽉찬이 텅빈이 
PIENO VUOTO 
크리스티나 벨레모 글, 리우나 비라르디 그림
철학하는 아이 - 18
이마주 

 

꽉찬이와 텅빈이는 서로 마주보고 있다. 흰 배경을 뒤로 한 검은 실루엣의 꽉찬이와, 검은 배경을 뒤로 한 흰 실루엣의 텅빈이가 서로가 누군지 묻고 인사를 나눈 뒤, 서로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왼쪽과 오른쪽 페이지에 꽉찬이와 텅빈이가 함께 나오는 어떤 장면들은, 책의 제본선을 사이에 두고 데칼코마니처럼 서로의 실루엣이 겹쳐진다. 배경에서 누군가를 오려낸 듯한 느낌이기도 하다. 

 


 

'모든 걸 가졌다'고 자랑하는 꽉찬이에게 '잃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응수하는 텅빈이. '외롭지 않다'는 꽉찬이에게 '언제나 자유롭다'고 대답하는 텅빈이. 대화를 나누다보니 둘은 꽉 찬 게 어떤 것인지, 텅빈 게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진다. 

 

서로 너무나 다른, 어찌보면 양면적인 두 사람은 서로 합쳐보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꽉찬이가 텅빈이를 채우면 텅빈이는 사라지고 만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장면에서는 슬쩍 쉘 실버스타인의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 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이가 빠진 동그라미가 제 짝을 찾아 완전해진 동그라미가 되었지만 너무 빠르게 구르다가 꽃을 만나도 향기조차 맡지 못하고, 나비를 만났지만 무동도 태워 주지 못하고, 노래도 부르지 못하던 그 장면. 무조건 합친다고 온전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말이다.

 

결국 꽉찬이와 텅빈이는 자신의 조각을 서로에게 나눠주기로 한다. '텅빈이 조각을 지닌 꽉찬이'와 '꽉찬이 조각을 지닌 텅빈이'는 "네 자신과 지금은 네가 된 내 작은 조각을 잘 돌보아 주렴" 이라고 말하며 작별인사를 나눈다. 어떻게 조각을 나눴는지, 조각을 나눈 뒤 꽉찬이와 텅빈이가 느낀 것들은 어떤 것인지는 책 속에서 확인해보시길.

 


 

 

무엇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났지만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지.

 

작가는 '전쟁과 평화', '남자와 여자', '백인과 흑인', '행복과 불행' 등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세상에 살아오면서, 양면적인 두 존재는 정말 완전한 반대일까 궁금해졌다고 했다. 그리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이마주의 '철학하는 아이' 시리즈에는 좋은 책들이 많은데, 문고형 판본으로 쉽게 펼쳐지지 않는 무선제본( 혹은 떡제본? ) 형식이다보니 그림을 온전히 즐기기 어려운 책들이 좀 있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원서처럼 하드커버로 사철제본양식 버전도 나오면 펼쳐서 감상하기에도 참 좋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든다. ( 개인적인 호불호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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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지는 콘텐츠는 이렇게 만듭니다 - 클릭을 유도하는 컨셉부터 트래픽을 만들어내는 노하우까지
박창선 지음 / 유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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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분야의 네이버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혼자 읽었던(때로는 함께) 책과 아이와 읽은 책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공간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겠지만, 막상 완장(?)을 차고 나니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내가 쓰는 글은 잘 읽히는 글인가, 감성팔이 글인가, 정보성 글인가. 이도저도 아니라면 그저 일기인가. 그러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터지는 콘텐츠는 이렇게 만듭니다
클릭을 유도하는 컨셉부터 트래픽을 만들어내는 노하우까지
박창선 지음
유영

 

블로그의 시작은 육아일기였고, 말 그대로 읽는 이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기록이었다. 이후 한 두권씩 서평을 써보면서 '독서감상문'과 '서평' 의 사이를 미묘하게 오갔다. 회사에서 제안서나 보고서 위주의 글을 주로 썼던 나로서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던 터라, 서평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의 글은 최대한의 정보를 담으려고 애썼던 것 같다. 읽는 이를 위한 정보가 아닌 나를 위한 기록으로서의 정보를 말이다.( 물론 지금이라고 그 버릇이 없어진 건 아니다. 다만 내가 그 사실을 자각하고 변화해보려고 애쓰고 있다는 점이 달라졌다고 할까. ) 

 

 

그런 내게 저자는 프롤로그에서부터 '글은 기본적으로 독자와의 대화입니다.' 라고 단언하며 일침을 가하는 듯 했다. 또한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구체적으로 풀어갈 지에 대해서도 슬쩍 흘리며 기대감을 높였다. 많은 단락들이 꼭 내 이야기 같아서 뜨끔하기도 했다. 

 

글은 기본적으로 사고의 표현입니다. 생각한 대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표현이 다시 나를 규정하는 경우가 많죠. 회귀인식입니다. 내 귀로 들려오는 단어가 좀 더 고급스럽고 어렵고 복잡한 단어였으면 하는 바램이 생립니다. 내가 쓰는 언어와 나를 동일시하죠. 멋진 단어를 쓰는 만큼 나도 멋진 사람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중략>

말이 많아질수록 상대방의 말은 들리지 않습니다. 글이 길어지고 복잡해질수록 대화는 단절되어 갑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사라지고, 스킬만 난무하는 글로 변해갑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페이지 너머의 사람을 생각하세요. 

글은 무엇을 쓸지를 생각하기 이전에, 
어디에서 멈출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저자는 우선 1장에서 '터지는 콘텐츠의 기본기' 들을 설명한다. 프롤로그의 이야기가 좀 더 자세히 확장된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나는 이 정도의 기본기는 있지 않을까.. 라며 읽어가다가 또 뜨끔. '기획한 건 안 터지고 대충 쓴 글이 터질 때' 란 글은 더욱 공감이 되었다고 할까. 몇날 몇일, 자료조사를 열심히 해서 길게 적었던 글이 반응이 없을 때, 오히려 단숨에 써내려간 글이 '좋았다' 란 덧글을 받을 때의 허탈함이란. 

 

사실 '기획을 하면 안 터지고, 대충 쓰면 터진다' 는 말엔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습니다. 기획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소리가 아니죠. 막 쓴 글이 터지는 이유는 특유의 생동감과 자연스러움 때문입니다. 썰을 푸는 듯한 흥미로운 스토리와 무겁지 않은 문체, 감정이 섞여 드러나는 인간미와 솔직함 등에서 매력이 태어나죠. 깊은 생각이나 논리보단 감정의 매듭으로 묶여 있는 '말에 가까운 글' 입니다. 

기획한 글이 터지지 않는 건 기획의 잘못이 아니라 정확히는 '긴장감' 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기획해야 하는 건 글의 구성과 치밀한 개요입니다. 그 글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너무 강조되어서는 안되죠. 
- p69, 기획한 건 안 터지고 대충 쓴 글이 터질 때

 

이어 2장에서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디테일의 힘' 에 대한 부분인데, '재미를 만드는 구조' 나 '육성지원되는 콘텐츠', '문자는 그림을 품고 있다' 등 텍스트의 깨알같은 디테일들이 구체적 문장과 함께 설명되어 있다. 3장에서는 '읽혀야 글이다' 이라는 제목으로 '안 읽히는 문장의 특징들', '길게 써도 잘 읽히는 법' 등 여러 방법들을 정리하고 조언을 건넨다. 

 

 

물론 모든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는 방법에 대한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기에, 어떤 조언들은 과연 나에게 어울릴까 싶기도 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또한 개인적 글쓰기에 대한 것이 아닌, 회사 등에서의 마케팅을 위한 공식적인 글쓰기 노하우들이다.  직접 영업부터 홍보, 마케팅까지 실전으로 경험하고 다양한 기업의 브랜드 텍스트 협업을 진행해 온 저자는 '가장 정확한 언어로 우릴 알리고 기억하게 만들고 나아가 클릭, 가입, 다운로드, 구입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 이 콘텐츠 발행의 목표라고 말한다. 그리고 콘텐츠를 만들때마다 드는 마음을 이렇게 10가지로 풀어 이야기하고 있다. 글을 쓰는 이라면 누구라도 열 가지 중 한 가지 이상은 경험해봤을 듯.

 

콘텐츠 만드는 마음

① 어떻게 해야 터지는 글을 쓰지?
② 지속하기가 너무 어려워
③ 백지가 너무 무서워
④ 할 말이 없어
⑤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 지 모르겠어
⑥ 저 번에 그 글 만큼 못 쓰겠어
⑦ 딱딱한 글은 쓰겠는데 이런 글은..
⑧ 저 사람은 엄청 잘 쓰는데 왜 나는..
⑨ 쓰다가 지쳐버렸다. 
⑩ 완벽한 글을 쓰고 싶어

 

한번 터졌다고 해서 항상 터지는 글을 쓸 순 없는 법이죠. 터지는 글은 여러분이 만드는 게 아닙니다. 독자들이 만드는 것이죠. 한 방을 노리고 콘텐츠를 만들면 꾸준한 절망이 찾아올 뿐입니다. 매 순간 좌절하게 되죠. 우리는 점진적인 우상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내 글의 색깔이 잡히고, 어떤 게 익숙하고 익숙하지 않은지 구별할 수 있고 도전과 익숙함 사이에서 갈등하는 지점까지 꾸준히 나아가야 합니다. 

- p162, 콘텐츠 만드는 마음, ① 어떻게 해야 터지는 글을 쓰지?

 

4장에서는 '목적에 충실한 텍스트 설계' 를 위한 여러가지 노하우들을 소개하는데 '안 좋은 예' 의 실질적인 예시를 제시하고, 이를 수정한 글을 통해 읽는 이의 이해를 돕는다. 안 좋은 예시의 글들을 읽어보며 나라면 어떻게 쓸까 생각해보며 읽다보면 금방 책의 끝에 다다른다. 그리고 마지막 5장에서 '일잘러의 글쓰기' 로 메일이나 기획안, 보고서 등 콘텐츠보다 좀 더 실무적인 '딱딱한' 글의 요령에 대해 소개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책을 덮으며 엉뚱하게도 육아서를 떠올렸다. 내게 육아서는 읽고 나면 그 유효기간이 일주일정도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읽을 때는 그리 감탄하고, 메모하고, 적용해보리라고 다짐하면서 막상 일주일 후에 원래대로 돌아가는 내 행동. 그러기에 주기적으로 다시 읽어줘야 하는 책 종류라고 할까. 이 책도 그렇다. 많은 페이지에 인덱스를 붙이고, 메모하고, 꼭 내 글에 적용해봐야지 라고 다짐했으면서 막상 뒤돌아보니 내 글쓰기 습관에 반영된 부분은 많지 않더라는 깨달음!! 한번에 주루룩 다 읽었으나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여러번 반복하고, 글에 반영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면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이야기한 것 처럼 '내 글의 색깔'이 잡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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