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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조용해졌어요 - 2025 볼로냐 라가치상 BRAW Amazing Bookshelf Sustainability 수상
에두아르다 리마 지음, 정희경 옮김 / 봄나무 / 2021년 4월
평점 :
세상이 조용해졌어요
O PROTESTO
에두아르다 리마(Eduarda Lima) 지음
봄나무
원제는 「O PROTESTO」, 뜻을 찾아보면 '항의' 라는 뜻이다. 책을 펼치면 이야기는 새 한마리가 노래를 멈춘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모든 일은 새 한 마리가 노래를 멈추면서 시작' 된다. 이 새는 왜 노래를 멈추게 된 것일까.
새 뿐만이랴, 이제 곤충도 날아다니지 않고 닭들도 울지 않으며 젖소들도 더이상 우유를 만들지 않는다. 노랑 계열을 배제하고, 붉은색, 푸른색, 청녹색의 톤을 주로 사용한 판화 느낌의 일러스트는 본문 텍스트와 함께 하면서 더욱 건조해지고 우울한 느낌을 강조하는 듯 하다.
책장을 넘겨가다보면 텍스트에는 나와있지 않아도, 동물과 곤충들의 '항의' 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장치들이 가득하다. 곤충들이 사는 터전의 배경에는 비행기가 살충제를 뿌리고 있고, 닭들은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 에서처럼 환경이 좋지 않은 양계장에서 키워지고 있다. 젖소들 또한 마찬가지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이 동물들은 왜 그런걸까?' 라고 슬쩍 질문을 던지고, 그림에서 스스로 눈치채기를 조용히 기다려주면 좋을 듯 하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이 책이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알아챈다.

우리 인간이 지구에 미친 영향들은 다양하다. 벌목되어 훼손된 삼림, 오염된 바다와 그 속에 사는 생물들의 모습이 계속 이어진다. 그들은 모두 눈을 감고 있고 제목처럼 '조용'하다. 그러나 그들은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일테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에 인간들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책 속의 아이들도 조용히 동참한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ForFuture)' 해시태그와 관련된 기후관련 등교거부 운동이 스치듯 언급되어 있다. 아이들과 그레타 툰베리에 관한 책을 함께 읽어도 좋을 듯 하다.
이 모든 일을 시작한 새가 왜 노래를 멈추게 되었는지는 이야기의 끝에 이르러서야 밝혀진다. 노래를 '안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의 차이라고 할까. ( 정확한 이유는 책 속에서 확인하시길. ) 어떻게 보면 의도하지 않았던 '항의' 였을지 모르지만, 그 작은 영향은 지구 곳곳으로 퍼져갔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우리들에게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