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달 1 (일러스트 특별판) - 세 명의 소녀 고양이달 (일러스트 특별판) 1
박영주 지음, 김다혜 그림 / 아띠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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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던 책인데 일러스트판이라니 더욱 기대가 됩니다. 새로운 느낌으로 읽힐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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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돌이 쿵!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78
존 클라센 글.그림,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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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동자 만으로도 캐릭터의 표정이 읽히고, 어떤 말을 하는 지 느껴지는 존 클라센의 일러스트는 보기만 해도 즐거워진다. 「하늘에서 돌이 쿵」 표지의 낯익은 주인공들을 보자 웃음부터 나왔다. 「내 모자 어디 갔을까?」 , 「모자를 보았어」에 등장했던 거북이와 아르마딜로가 표지에 보이고, 페이지를 넘기면 뱀도 반갑게 등장한다. 제법 두툼한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더욱 기대를 부풀게 한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하늘에서 돌이 쿵

The Rock From The Sky

존 클라센 글, 그림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 278

시공주니어



총 5부로 구성된 이야기는 각 부마다 존 클라센 특유의 낮은 채도의 일러스트와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배경이 일정하게 유지되며, 주인공 거북이의 걸음마냥 느릿느릿 전개된다. 주인공들의 대화로 상황을 먼저 유추하고, 캐릭터의 표정과 일관된 배경 안에서 변화된 것들로 사건을 짐작하게 된다. 한 편의 연극무대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책을 펼치면 다짜고짜 커다란 돌부터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다. 이것이 제목에 나온 '돌' 이구나 싶다.



1. 돌


들판에 꽃 한 송이가 피어 있다. 이 자리가 마음에 들어 여기 말고 다른 곳에 절대 서 있고 싶지 않던 거북이, 그러나 다가온 아르마딜로는 그곳은 느낌이 별로 안좋다고 말한다. 오히려 다른 곳이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그 장소는 거리가 멀고, 각자의 자리에서는 서로의 대화가 들리지 않는다. 거북이가 아르마딜로의 이야기를 듣고자 자리를 떠나자 그 자리로 '돌이 쿵'. 놀라서 커진 주인공들의 눈. 운명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2. 쿵



돌 위에서 굴러 떨어진 거북이의 허세가 압권인 에피소드다. 도와주겠다는 아르마딜로를 거절하고 돌 밑이 마음에 들어 낮잠을 자려는 중이라고 우긴다. ( 개그콘서트의 '달인' 김병만 선생의 허세 멘트들이 겹쳐지기도 한다.) 대화 속, 둘의 티키타카가 재밌다.






3. 미래를 상상하며




돌 위에서 미래를 상상하는 둘에게 다가오는 정체불명의 생명체. 이 눈알 생명체가 불을 뿜는 순간, 일촉즉발의 상황임에도, 보는 이는 손에 땀을 쥐면서도 웃음을 '뿜고' 만다. 펼침면의 한쪽에서는 고요한 명상의 시간이, 한쪽에서는 우주전쟁급의 공격이 벌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그림책 속 본문은 검은색과 회색으로 구분된 대사인데, 원서보다는 번역서의 톤 대비가 크지 않아서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든다.






이후 '4. 해넘이', '5. 자리가 없어' 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캐릭터의 성격과 표정을 최대한 살리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특히 마지막 장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거북이 뒤를 따르는 다시 등장한 외계생명체의 모습은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간다. 앞 장에서 아이들은 이 생명체의 공격을 마주했던 터라 저절로 긴장한다. "위험해 거북아!!"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 듯, 조마조마하게 거북이를 바라보는 아르마딜로와 뱀의 표정 변화도 흥미롭다.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유쾌한 듯한 이야기 속에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자신만의 허세와 고집에 갇혀있던 거북이가 변화의 한 발을 내딛는 순간, 하늘의 돌은 거북이를 빗겨 갔다. 때로는 운인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노력으로 보이기도 한다. 삶에서 운명이란 것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그저 새로 등장한 눈알 생명체가 다음 이야기에서 등장하기를 바라고 있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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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공화국 지구법정 1 - 지구과학의 기초 과학공화국 법정 시리즈 4
정완상 지음 / 자음과모음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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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영역의 기초를 차근차근 읽는 김에 이번에는 「지구과학의 기초」 편을 읽는다. 역시 목차를 먼저 보면서 키워드부터 살핀다. 지구과학의 기초에서 다루는 지식은 대기권, 지진과 화산, 풍화, 대륙 운동, 날씨, 기압, 바람, 바다, 달과 우주, 태양계 등의 단어로 표현되는 것들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먼저 경험한 것들이 많기에 친숙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초등 저학년 때부터 배우게 되는 것이 이 분야이기도 하다. 교과서적인 어려운 단어가 아니더라도 날씨, 바람, 달, 우주 등에 대해 넌지시 들려주며 아이들이 주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끄는 분야다. 




과학공화국 지구법정

과학공화국 법정 시리즈 - 04

1. 지구과학의 기초

(주) 자음과 모음



유튜브로 편집 영상을 종종 찾아보는 아이는 <런닝맨>에 나오는 여러 상식 퀴즈들을 좋아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문제가 나오면 좋아하다가도, 모르는 것이 나오면 기억하려고 애쓴다. <런닝맨> 에서 '단어 맞히기 퀴즈' 가 나왔을 때 아이는 이 단위가 무엇인지 몰랐다. 






" 이거 기압의 단위잖아. 헥토 파스칼! 일기예보할 때 자주 나오니까 알아두면 좋다. " 이 한마디로 아이의 존경어린 눈길을 받다니. 좀 뿌듯하다. 


기압이란 공기가 누르는 압력입니다. 압력이란 힘을 넓이로 나눈 것이므로, 

기압은 단위면적에 공기가 작용하는 힘입니다. 

- p179






[기압과 관련된 사건] ,  '토네이도 비상사건' 중에서


 「과학공화국 지구법정」 의  「지구과학의 기초」 편에서는 '토네이도 비상사건' 에서 기압에 대해서 설명한다. 이 에피소드는 [기압과 관련된 사건] 에 포함된 이야기다. 사건의 개요를 살펴보면, 사이언스 시티에서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던 조기압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학습을 나갔다가 토네이도에 휘말려 아이들이 다친 사건이다. 




지구법정에서는 우선 토네이도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한다. 용오름이라고도 불리는 토네이도는 미국 등에서는 자주 발생한다. 미국에서는 육상 용오름을 토네이도라고 부르고 해상 용오름은 워터스파우트로 지칭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주는 아니지만 발생하는 현상이다. 



21.10.02일 오전 울릉도 앞바다에서 관측된 '용오름'./사진=기상청


「오즈의 마법사」 에 나오는 트위스터(Twister) 를 생각해보면 된다.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에 집과 함께 휩쓸려 오즈의 나라로 가버리지 않았던가. 


토네이도는 아주 빠른 속도로 공기를 밀어냅니다. 토네이도가 집을 덮치면 지붕 위의 공기가 순간적으로 밀려나 지붕을 누르는 압력이 줄어듭니다. 반면에 집안 공기의 압력은 일정하니까 지붕을 위로 미는 압력이 지붕을 누르는 압력보다 커지게 되죠. 그래서 지붕이 날라가고 집안에 있던 물체들이 솟구치게 되는 것입니다. 




The wizard of oz 의 한장면


교과서와 연계된 [과학성적 끌어올리기] 코너에서 hPa(헥토파스칼) 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평소에는 관심이 없었을 지도 모르는 녀석이 런닝맨 덕분인지 꼼꼼하게 살핀다. 




 


얼마 전 드디어 우주여행 시대가 열렸다. 올해 7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블루 오리진과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최고경영자(CEO)의 버진 갤럭틱이 고도 100km 언저리까지 수 분간 도달하는 우주여행에 성공했다. 억만장자들의 우주관광에 이어 민간인들로 구성된 '인스퍼레이션4' 팀도 저궤도 우주여행을 다녀왔다. 그 과정은 5부작 다큐로 만들어져 넷플릭스에서 방영했다. 유튜브에서도 'inspiration 4' 로 검색하면 다양한 영상들이 검색된다.  


책에서는 9장에서 [달과 우주에 관한 사건] 에서 우주에 대해 슬쩍 이야기하고, 10장 [태양계에 관한 사건] 에서 수성과 금성, 목성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음 권이 「천문」 편이니 우주에 관심이 있는 아이라면 자연스럽게 다음 권을 이어 읽게 될 것이다. 꼭 순서대로가 아니라도 아이의 흥미에 따라 골라 읽어봐도 좋은 구성이다. 다만 과학 분야는 발전 속도에 맞춰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개정판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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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공화국 화학법정 1 - 화학의 기초 과학공화국 법정 시리즈 2
정완상 지음 / 자음과모음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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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과목 중에서 난 화학을 가장 좋아했다. IT 관련 일을 하게 되지 않았으면, 어쩌면 화학관련 일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러나 아이는 과학 과목 중에서 화학이 가장 어렵다고 투덜거린다. 지난 번에는 학교 진도에 맞춘 부분을 읽었었는데.... 그렇구나 화학이란 무엇인가.. 「화학의 기초」 부터 읽었어야 했구나.

 


 


과학공화국 화학법정

과학공화국 법정 시리즈 - 02

1. 화학의 기초

(주) 자음과 모음

화학의 기초를 위해 어떤 지식들을 설명하는지 목차를 통해 먼저 살펴본다. '기체', '용해도', '상태변화', '금속', '밀도', '산화', '압력', '산과 염기', '열' 등의 키워드에 관한 사건들이 법정에 올라온다. 아이의 과학교과서에 관련된 단원이 한 개 이상은 나오는 지식들이다. 

책의 표지에 나오는 마녀는 [기체에 관한 사건] 에 관련된 인물이다. 가정주부인 깔끔녀씨가 화장실을 세정제로 청소하다가 질식한 사건인데, 산성 세정제와 락스를 섞어 바닥을 청소하다가 호흡이 가빠져 실신했다. 산성세정제와 락스를 함께 사용하면 유독한 염소 기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화장실을 청소한 후 났던 특유의 냄새를 떠올린 아이는 책을 들고 와 보여주며 위험한 거 아니냐며 기겁한다. 욕실의 곰팡이 제거를 위한 젤 냄새였는데 다른 세제를 섞지는 않았으니 책 속의 상황은 아니라고 달랬다. ( 음, 하지만 이제 청소할 때 더욱 세제성분을 잘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나는 오늘도 아이에게 배운다.  )

 


 


[상태변화에 관한 사건] 중 사막에서 낙타 오줌으로 물을 만들어 팔았다는 ‘낙타소피생수’ 판매업자들에 대한 소송이 다뤄지는데, 이는 ‘증발’에 관한 에피소드다. [상태변화] 에는 증발 외에도 액화와 기화, 승화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해당 장의 제목에서 [상태변화] 라는 주제를 말해주고 있고, 포함된 에피소드 페이지의 윗쪽에 관련된 지식 키워드가 정리되어 있다. 각 사건은 <사건 속으로> 라는 단락에서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고, <여기는 화학법정> 단락에서 사건에 대한 원고와 피고의 의견을 주고 받게 된다. 법정에서의 대화 속에 관련된 지식이 슬며시 들어가는데, 놓치지 않도록 중요한 문장은 다른 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화학 분야 지식에 더하여, 아이는 실제로 낙타오줌으로 물을 만들어먹는지를 궁금해했다. 검색해보니 낙타오줌은 수분이 거의 없고, 바닷물보다 두 배로 짜며, 암모니아 농축액과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아이는 어릴 때 읽었던 「오줌의 진실」이란 책을 책장에서 찾아 함께 읽는다. 



오줌의 진실 / 파랑새

화학에 관련된 소재들에 방귀, 오줌 등이 포함되어 있다보니 녀석들의 눈높이에 딱이다. '라면을 빨리 끓일 수 있는 방법' 이 화학에 관련된 것이라니, '생활 속에서 배우는' 이라는 부제가 어울리지 않는가. 아이는 '알고보니 화학도 어려운 건 아니네~' 라고 중얼거린다. 교과서에 나오는 딱딱한 지식도 얼마든지 재미있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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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 -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품위를 지키는 27가지 방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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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취향이다. ‘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 이라니. 살면서 느껴왔던 ‘진지한 농담’ 의 무게를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단어들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

Die Kunst Des Lassigen Anstands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품위를 지키는 27가지 방법

알렉산더 폰 쇠부르크 지음

추수밭



저자는 이 시대를 ‘어른이 사라진 시대’ 라고 운을 떼며 책을 시작한다. 어른이 사라진 시대에 어른으로 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상으로 삼을 만한 좌표조차 없어진다면 내가 지금 서있는 곳을 가늠할 수 없게 되고, 나아가 오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가능성조차도 사라지기 때문(p27)’ 이라며, 우리에게 원칙, 기준, 좌표체계는 삶을 살아내는 데 매우 중요한 가치임을 강조한다. 저자가 27가지의 오래된 덕목을 책으로 정리한 이유이기도 하다.


27가지의 덕목들을 키워드만 정리해본다.곧바로 와닿는 명사들도 있고, 함께 있는 문장을 읽어야 내용을 유추해볼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어떤 것은 내가 추구하는 것과 결을 같이 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포기하고픈 덕목이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도 전에 목차의 키워드만으로도 여러가지 생각을 떠올기게 되는 순간이다. 


​현명함, 유머, 열린마음, 자족, 격식, 겸손, 충실, 정조, 동정심, 인내, 정의, 스포츠맨십, 권위, 데코룸, 친절, 인자함, 솔직함, 관후함, 절제, 신중함, 쿨함, 부지런함, 극기, 용기, 관용, 자부심, 감사함



나는 친절한 사람이 좋다. ( 그렇다고 해서 내가 ‘친절한’ 사람인지는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다. ) ‘아직 살만한 세상’ 등의 제목을 단 기사들을 좋아한다. 여러 덕목 중 ‘친절’ 이 가장 먼저 눈에 띈 까닭이기도 하다. 저자의 주장처럼 ‘친절이란 덕목은 타인과 관련된 것이기에 이기심으로 가득한 오늘날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p259)’ 것일지도 모르고.



가장 단순한 차원에서 친절은 타인을 ‘알아차린다’는 것을 뜻한다.

- p259



읽는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문장이다. 크나큰 ‘관심’ 까지 아니더라도 내 주위에 누군가 타인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친절의 시작이라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왜 존중과 관심을 받으면 행복감을 느낄까.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마크 리어리 Mark Leary는 사회적 거부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류사에서 인간의 생존은 집단의 사소한 호의에 좌우되어 왔다. 여기서 배척당하는 일은 작은 죽음처럼 느껴질 뿐 아니라, 공동체부터의 추방은 오랜 시기에 걸쳐 실제로 죽음을 뜻했다.

- p266



저자는 고전의 문장과 다양한 연구자료들을 인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들고, 각 장의 마지막에는 해당 덕목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하는 결론을 정리해두고 있다. ‘친절’ 에 관해서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마주한 사람에게 미소를 지어보자


의식적으로 상대방 눈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그 순간 잠깐이라도 좋으니 인간적으로 통해보자. 그리고 불친절한 대접 따윈 담아두지 말고 태연하게 넘기자. 무례는 상대방의 잘못이지 당시의 잘못이 아니다. 

- p266



책의 본문은 화려한 컬러를 배제하고 검은색 계열로 통일되어 있다. 페이지의 동그란 점과, 그 아래에 찍힌 또 다른 점은 잉크 한 방울이 책을 타고 흐른 것처럼 시선을 앗아간다. 모든 페이지에 방점을 찍은 듯한 느낌이랄까. 




 


페이지 중간중간 Q&A 형식의 페이지를 두어 해당 장의 덕목과 관련된 질문과 답이 수록하고 있다. 어떤 이에게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는 답변일지 모르지만 저자의 일관된 생각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동서양의 가치관의 차이를 엿볼 수 있는 부분도 보인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우리에게 ‘당연한’ 것( 혹은 그렇게 보이는 것)들이 담겨있기도 하다. 




일을 진행함에 있어 약간의 ‘완벽주의’ 가 있는 나는 종종 스트레스를 받고는 했다. 이는 타인과의 협업에 있어서 종종 트러블의 원인이 되고는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나보다는 남탓을 해왔다고 고백해본다. 책 속에서 이 문장을 만나는 순간, 보는 이도 없는데 혼자 얼굴을 붉혀야했다. ‘기승전 육아’ 모드로 돌변하여, 일 뿐만 아니라 혹시 아이에게도 그래왔던 것은 아닌가 떠올려보기도.


​타인에게 엄격한 잣대는 

스스로에 대한 과대평가에서 비롯된다.

- p267 , 인자함




인자함에 대한 이야기를 위해 중세 전성기 유럽기사들의 덕목인 ‘밀테 milte’(인자함, 관대함) 과 일본 무사들의 ‘무사의 정’ 을 비교하여 설명하는 것도 흥미롭다. ‘유럽의 기사제도가 본래의 로마 사상과 기독교에 의해 변주된 로마 사상의 잔재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일본 봉건계급의 도덕률은 불교와 유교, 신도로부터 그 양분을 공급받고 있다. 즉 불교로부터는 생에 대한 초연함을, 유교로부터는 몇몇 매력적인 도덕적 가르침을, 신도로부터는 스스로에 대한 과대평가를 물려받았다. (p270)‘ 



‘쿨함’ 이라는 덕목에 쓰인 ‘사춘기에서 벗어났으면 태연함과 무심함을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라는 제목에 웃음이 터졌다. 사춘기 초입의 허세뿜뿜하는 아이가 떠올라서다. 과연 ‘쿨함’은 정말 추구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앞에서 이야기했던 ‘ 쿨함과 친절함, 즉 고대의 차갑고 균형잡힌 영웅상과, 인자함이 중요한 구실을 하는 고대 이후의 이상이 서로 모순되지 않는가’ 라는 질문으로 되돌아간다. 


저자는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을 위하여 스토아주의를 끌어오고, <카라마조프 형제들> 의 내용을 인용하며, 토마스 아퀴나스를 소환한다. 


‘너무 부지런하기에 게으름에 빠진다’ 는 장 또한 흥미롭다. 솔직히 ‘부지럼함’ 이라는 덕목은 내게 있어 가장 자신없는 덕목이다. 마리 폰 에브너 에셴바흐의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미뤄둔 일이 우리를 피곤하게 만든다.” 란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미뤄둔 일이 너무나도 많다!!) 이 장에서는 고전보다는 다양한 자기계발서들의 주장이 발췌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게으름에는 네 종류가 있다. 가장 확실한 것은 육체적 게으름이다. <중략> 


그 다음에는 정신적 게으름이다. 이는 오늘날 만연한 현상으로, 어떤 주제에 대해 겨우 30초 생각한 뒤 최종 판단을 내리고 거기에 해시태그를 다는 식이다. 


도덕적 게으름도 있다. 도덕적 질문과 결정을 외면하고, 저항이 가장 적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중략>


가장 끔찍한 형태의 게으름은 정신적, 영적 게으름이다. 보다 원대한 것을 추구하기를 멈출 때 정신은 불안과 공허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 p351



나는 어떤 게으름에 빠져있는가. 



1969년에 유서 깊은 귀족가문에서 태어나 베를린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는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베를린판 편집자와 <쥐트도이체 자이퉁>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독일문학에서 ‘진지한 이야기를 우아하면서 가볍게 전달할 줄 아는’ 이로 알려져있다. 


“ 일상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높이가 그가 살아온 인생을 말해준다 “ 라고 했다. 연휴동안 450여페이지의 제법 두꺼운 책을 읽으며 스스로의 모습을 반추해봤다. 난 ‘진짜 어른’ 인 것일까. 슬프게도 자신있게 ‘그렇다’ 라고 대답하지 못한다. 그러나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며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믿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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