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스
나가우라 교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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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환을 앞두고 혼란스러운 홍콩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가 더욱 흥미진진할 듯.
나오키상 후보에 오른 뉴 하드보일드, 액션첩보스릴러. 읽고 싶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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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여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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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여인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 이리나 옮김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 002 

휴머니스트 



보모의 이야기로 전개되는 짧은 단편. 읽다보면 문득 보모의 목소리 뒤로 '오페라의 유령' 의 테마곡이나 고딕장르영화 속 파이프 오르간 연주곡이 BGM으로 깔려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로맨스와 공포가 결합한 장르라는 고딕소설에서 로맨스는 빠지고 공포가 위주인 호러소설이랄까. 배경은 여성에게만 가혹한 사회 분위기, 남성위주의 권위적 사고방식이 만연했던 19세기 초다. 퍼니벌 대저택으로 들어가게 된 보모와 아기. 그리고 그 집안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잠들 수 없는 영혼들’의 이야기가 제한된 공간에서 펼쳐지면서 으스스하면서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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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여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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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소설을 쓴다는 이유로 질타를 받던 시대, 여성이 매순간 느껴야 했던 두려움과 분노를 공포소설이라는 장르로 표출해낸 고전' 이라는 기획의도 아래 「여성과 공포」 라는 주제로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1의 5권이 나왔다. 메리 셀리의 「프랑켄슈타인」 은 읽었던 터라, 그 다음 권인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회색여인」 을 펼쳤다. 표제작인 「회색 여인」 을 포함한 세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회색여인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 이리나 옮김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 002 

휴머니스트 



첫번째 단편 「회색여인」 은 딸에게 결혼을 반대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털어놓는 편지글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주변의 권유와 쉽게 거스르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된 여성이 잔혹한 살인마라는 남편의 정체를 눈치채고 그를 피해 달아나는 과정을 담았다. 



살인마인 남편의 모습은 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 을 떠올리게도 하는 장치다. 남성위주의 권위적 사고방식이 만연하고, 여성에게는 가혹한 사회 분위기에서 '결혼'을 통해 낯선 곳으로 떠나야하는 여성의 근원적인 불안부터, 맥락없는 폭력에 노출되곤 했던 불안까지를 아우르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아망테라는 여성과 함께 도망치는데 그 과정에서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촘촘하고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역경을 헤쳐나가는 두 여성의 연대는 문득 영화 「델마와 루이스」 를 떠오르게도 한다. ( 아무래도 두 여성의 버디무비하면  「델마와 루이스」 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지라.. ) 어찌보면 델마와 루이스도 주변 남성들의 폭력에 대항하려다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을 치게 되지 않았던가. 



 「회색여인」 은 고딕소설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이 고딕 장르를 엘리자베스 개르켈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변용했다. 중세의 고딕 양식 건축물이 주는 음산한 분위기가 연상된다는 의미로 붙여진 '고딕소설' 이라는 명칭은 공포 소설과 로맨스의 요소가 결합된 장르로, 현대 호러 소설의 시조로 볼 수 있는 장르문학이다. 오늘날에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어 섬뜩하고 무시무시한 인간의 이상 심리를 다룬 소설까지 광범위하게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두번째 이야기인 「마녀 로이스」 는 1692년에 실제로 일어난 ‘세일럼 마녀재판’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중편으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보면 더욱 다가오는 이야기다. 또한 세일럼만이 아닌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 에 대해서까지 생각을 확장해보게 한다. 주인공 로이스는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 유일한 후견인인 외삼촌이 있는 미국 세일럼으로 가게되지만, 외삼촌마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청교도 교회 내 두 집단 사이의 갈등, 그리고 이방인과 여성을 혐오하고 배척하는 세일럼 마을 사람들의 편견으로 로이스는 마녀로 몰리게 되고, 외숙모는 자신과 자녀들의 안전을 위해 로이스를 외면한다. 엉뚱하게 마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집단적 광기가 섬뜩하다. 그 가운데 무력하기만 한 여성들의 모습은 안타깝고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어찌보면 지금도 이 '마녀사냥'은 모양만 달리했을 뿐 끝나지 않았다. 소설가 천희란의 추천사인 “비참함보다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모종의 연대감을 느끼게 한다” 를 옮겨본다. 



마지막  「늙은 보모 이야기」 는 한 보모의 목소리로 진행된다. 퍼니벌 대저택으로 들어가게 된 보모와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아기의 이야기다. 당시는 보모도 열여덟이 채 되지 않은 소녀였다. 대저택의 사람들은 친절하나 어딘가 모르게 거리감이 느껴지고, 저택의 분위기는 음울하다. 누가 연주하는지 모르는 오르간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어느 날은 ‘눈 속에서 소녀가 나타나 아가씨를 꾀어 호랑가시나무 옆에 있는 위엄 있고 아름다운 여자에게 데려가려 했다’ (p257) 그 유령 아이의 정체는 무엇인가. 어떤 사연이 있는가. 분위기는 물론 이야기의 전개 또한 전형적인 고딕소설이다. 역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령과 공포 이야기에는 수많은 여성이 등장한다’ 라고 운을 떼며 ‘이것은 그동안 여성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었음을 방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라고 적는다. 그리고 수전 손택의 말을 인용하여 ‘타인의 고통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연민이 아니라 공감’ 이라고도 전한다.

그렇다. 세 편의 단편에 각각 다른 여성의 삶이 담겼지만 그들이 느끼는 어떤 공포와 절망에 공감하게 된다. 시대는 다르고 모양은 다르지만 기저에 깔려있는   감정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저절로 와닿는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다른 작품들이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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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의 서막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6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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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운데이션의 서막」 은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주요 인물인 심리역사학자 해리 셀던의 젊은 시절의 일대기를 다룬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가 4,5,6 편이 먼저 나온 후 프리퀄인 1,2,3 편이 나온 것처럼, 「파운데이션의 서막」 은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프리퀄이라고 보면 된다. 시대순으로 보면 가장 처음인 셈이다.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어찌보면 '완벽한' 학자이자 신적인 존재로까지 느껴졌던 해리 셀던의 허술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자신이 발표한 심리역사학에 대해 '쓸데없이 논문을 발표해서 원하지 않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라고 후회하는 모습이라니! 이미 앞 권의 이야기에서 심리역사학이 완성된 모습을 보고 온 독자들은 셀던 자신마저 확신을 가지지 못했던 학문이었다는 시작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이 어리숙한 학자가 어떻게 위대한 학자로 거듭나고, 심리역사학을 완성하는 것인지 그 여정이 매우 흥미진진.

파운데이션의 서막 

Prelude to Foundation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 )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6

황금가지 



심리역사학을 발표하면서 제국의 클레온1세와 총리 에토 데머즐의 주목을 받게 된 해리 셀던은 그와 동시에 위협도 받게 된다. 위험에 빠진 해리 셀던을 체터 휴민이라는 의문의 남자가 도와주는데, 그의 도움으로 몸을 숨긴 대학에서 도스 베나빌리라는 여성을 만난다. 도스 베나빌리 외에도 계속 등장하는 휴민이라는 남자의 정체 또한 이 책의 감상 포인트. 도스 베나빌리의 말에 따르면 "사람을 평가하는 눈이 대단한",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라고 한다. 이 인물이 왜 해리 셀던을 돕는 것일지 계속 추측해보며 이야기를 따라가보면 더욱 재미있다.  


이후 셀던과 도스는 트랜터의 여러 지역을 옮겨다니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은하제국의 여러 모습들을 엿볼 수 있다. 인구가 200만 정도밖에 안되는 조그만 구역으로 발달된 생화학 기술과 괴상한 관습을 동시에 갖춘 폐쇄사회 마이코겐, 행성 전체에 에너지를 공급하지만 인종차별이 횡행하고 범죄의 온상지인 다알 구역, 은하제국을 파편화하여 작은 정부를 꾸미고자 호시탐탐 음모를 꾸미는 귀족사회 와이 구역 등은 현실 속의 여러 세력 혹은 사회를 떠올리게도 한다. 각 지역들을 통해 작가가 풍자하고자 한 곳들은 어디일까. 



마이코겐 사람들이 모두 지니고 있는 책에 나온 이야기를 분석한 셀던은 세크라토리움에 인간을 똑 닮았으면서 아직까지 살아있는, 지금까지 2만년을 살아온 로봇이 있을 거라는 추측을 한다. 어렵게 세크라토리움에 잠입해보지만 그곳에 존재하는 것은 동작을 멈춘 로봇이었다. 그러나 젊은 셀던은 모르지만, 독자인 우리는 앞선 5권 「파운데이션과 지구」 에서 다닐이라는 2만살의 로봇을 목격하지 않았던가.  「로봇」 시리즈와 세계관을 공유하게 되는 부분들이 계속 나오는데, 아이작 아시모프의 팬들이라면 더욱 즐거워하게 될 지점들이다. 


이번  「파운데이션의 서막」 에도 반전이 숨어있다. 책 속에 깔린 여러 복선들을 찾아가며 앞으로의 이야기를 추측해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이제 시리즈의 마지막 권만 남았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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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아파트먼트 - 팬데믹을 추억하며
마시모 그라멜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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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이른바 '코시국'이 끝나고 나면 우리는 지금을 어떻게 추억하게 될까. '팬데믹을 추억하며' 라는 부제의 소설「이태리 아파트먼트」 는 2080년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 노년에 접어든 주인공이 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아홉 살때의 기억을 글로 남긴다는 프롤로그로 시작한다. 록다운과 거리두기가 일상이었던 팬데믹 속의 날들을.




이태리 아파트먼트

마시모 그라멜리니 지음

시월이일



이탈리아 북부도시 밀라노의 5층짜리 아파트. 그 곳에는 주인공인 마티아의 가족, 항상 덧문이 내려져 있어 아무도 살지 않을 것 같은 2층의 테아네 가족, 3층 줄리오 마우로 가족, 4층 젬마 할머니, 그리고 도나티 할아버지네 부부, 꼭대기층에 사는 측량사 고티 씨, 관리사무실의 카를로 할아버지가 이웃하여 살고 있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 아파트에 사는 이들의 삶이 주인공 아이의 시선을 통해 엮인다. 팬데믹이라는 위기 속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들이 드러난다. 그 가운데 아이의 가족 이야기 또한 소설의 주된 서사를 이룬다. 



엄마와 오랜 기간 별거 중이었던 아버지가 이혼 수속을 위해 밀라노로 오지만 호텔들이 문을 닫아 이들의 집으로 온다. 아버지에 대해 기대가 없던 아이는 이것을 '또 다른 바이러스가 왔다'라고 표현한다. '이름과 성이 있는 몹시 짜증나는 바이러스. 게다가 안타깝게도 나와 성이 똑같았다.'(p033) 라고도 생각한다. 아이는 이미 아버지에 대해 많은 실망을 쌓아왔던 것이다. 소설 초반, 아버지에 대한 아이의 시선은 혹독하다. 


아홉 살인 내게는 필사적일 정도로 슈퍼 히어로가 필요했지만, 아버지는 내가 생각하는 슈퍼 히어로와는 거리가 멀고 또 멀었다. - p017


아버지는 변호사였지만 영화에서처럼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변호해주는 그런 변호사가 아니었다. 안드레이는 자신이 위기에 빠지는 그런 변호사였다. - p100




아이의 시선으로 이해해보려고 애쓰는 팬데믹의 모습은 천진난만한 서술로, 어른들의 모습이 한 편의 코미디처럼 보이게 되기도 하고, 때론 더 마음이 아린 장면이 되기도 한다.  


나는 닫힌 창 너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상상해보려 애썼다. 어린 내 생각으로는 비스킷을 마구 먹어대던 바이러스가 샌드맨으로 변한 듯했다. 길을 가다 무엇을 만나느냐에 따라 확장되거나 수축되는 스파이더맨의 적수 말이다. 그리고 바이러스가 세상을 삼켜버리기 위해 입을 딱 벌릴 때 그 소리가 나온다. 앰블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 p094


엄마로 말하자면 이제는 나와도 거리두기를 할 정도로 바이러스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 집에서 기침 소리가 들리기만 해도 어찌나 불안해하는지, 그냥 목에 걸린 거라고 급히 말해야만 그제야 진정이 되었다. - p103


봉쇄 조치, 발코니에서의 박수와 연주, 온라인 수업 등 우리가 경험한 시간들이 오롯이 배경으로 녹아져 있고, 그 시간들은 머리로 이해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끄덕이게 되는 문장들로 서술된다. 「이태리 아파트먼트」 속 인물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었기에.

탈출하고 싶다는 모두의 욕망은 점점 기약이 없어지는 기대 때문에 더 커져만 갔다. 자유로워질 시간은 기약이 없는 반면 움직일 공간은 확실하게 제한되어 있었다. 각자가 죄수처럼 자신의 공간 안에서만 움직였고 옆집 사람의 모습만 비쳐도 뒤로 한 발 물러나야 했다. - p126



봉쇄 조치는 부자연스럽고 폭력적이었으나 어른들은 그것이 길게 지속되지는 않으리라는 가정 하에 부자연스럽고 폭력적인 감정들을 소화시키는 법을 배웠다. 그러한 긴장감이 그들에게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불분명했다. 

인간들은 마음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현재에 닻을 내리지 못한다. 마음은 현재에 관심이 없다. 그리하여 인간의 마음은 과거에 대한 향수와 미래에 대한 불안 사이를 오간다. 아무 노력하지 않아도 살아있는 그 순간을 사는 사람은 어린이, 사랑에 빠진 이들, 예술가들 뿐이다. -p127


마치 우리 모두가 실험 대상이 된 기분이었다. 몇 시간 동안 공기를 마시지 못하고 극한의 하루를 보내야 하는 생존 실험. 사람들은 집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서로의 눈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으며 어떤 사람은 그마저도 못하고 거울속의 자신의 눈을 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현자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잃어버린 가치를 재발견하라고 설교했지만 대부분은 그 설교에 공감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죄책감을 견뎌야 했으므로 서로 간의 피로만 더해졌다. - p155


전염병과 위기의 시기에 부모의 일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마스크 위에 가면을 쓰고, 자식들에게 불안을 드러내지 않고 미소를 짓는 게 부모의 할 일이다. 뿐만 아니라 사방으로 번지는 두려움과 미사여구가 넘치는 희망으로부터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두려움을, 때로는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모순적인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 p189





아버지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이의 시선은 조금씩 변해간다. 그 과정에는 주인공도, 주인공의 아버지도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팬데믹으로 힘들었던 시기지만 오히려 서로의 민낯을 드러내고 이해할 수 있던 시간이 되었다. 잃은 것이 많지만 반면 얻은 것들도 있지 않냐는, 그런 것들을 소중하게 여겨보자는 작가의 메시지가 전해오는 듯 하다.


어느새 나는 아버지의 존재를 장애물로 느끼는 게 아니라 붙잡을 난간으로 생각했다. 내가 낭떠러지 같은 곳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존재처럼 여겨졌다. 이제 아버지가 내 곁에 머무는 진짜 이유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 p242



팬데믹과 싸운 상징적인 인물이라며 의료진에게 감사함을 표하면서도 막상 같은 공간에 머물자 '매일 병원에서 바이러스를 가져다줘서 고맙다' 라고 비야냥대는 이, 생활비를 벌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굶고 있던 이웃을 발견하고 돕는 이웃, 병상부족으로 기저질환을 제때에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해야했던 이 등  「이태리 아파트먼트」 라는 공간에는 다양한 이들이 삶이 담긴다. 그곳에는 사랑이, 연민이, 배신이 모두 펼쳐진다. 


영웅은 지옥에 떨어진다. 괴물들과 싸웠지만 돌아오는 길로 들어섰을 때 남은 이는 자신 뿐이다. 겉으로 보면 영웅은 전부 다 잃었다. 가족, 친구, 미래, 모험을 시작하기 전에 가졌던 것과 모험을 하며 얻은 것 모두. 그래서 우리는 영웅을 더욱 사랑한다. 우리는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끝난 게 아니라고, 혼자가 아니라고 그에게 속삭인다. 우리가 있다고, 우리는 여기까지 오면서 그가 배운 그 모든 것이라고. - p267



결국 소설 속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적응했다. '세상은 '현재' 안에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현재를 사는 동안 그 현재는 언제나 이전의 모든 현재들보다 훨씬 나빠보였다. 그렇지만 몇 년 뒤 사람들은 왜곡된 기억들을 떠올리며 그 시간을 그리워했다. ' (p299)



우리 또한 그럴 것이다. 책의 원제는 'C'era una volta adesso' 다. 구글번역을 돌려보면 '아주 오래전 그때는' 이다. 먼 이후의 날에 나는 지금의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힘든 시간들을 보냈지만 그렇기에 더욱 소중했던 어떤 날들의 기억을 차곡차곡 쌓아두련다. 책 속 마티아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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