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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빛 초상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6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평점 :
칠레를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 이사벨 아옌데의 소설 「세피아빛 초상」은 「영혼의 집」, 「운명의 딸」을 잇는 3부작의 마지막 편으로, 여섯 세대에 걸친 여성들의 역사를 완성하는 작품이다.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의 여성판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세피아빛 초상
Retrato en Sepia (2000년)
민음사 세계문학 - 406
이사벨 아옌데
민음사
책들이 출간된 시기별로 보면 「영혼의 집」(1982) , 「운명의 딸」(1999), 「세피아빛 초상」 (2000) 의 순서다. 그런데 책을 펼쳐 읽다보니 등장하는 낯익은 이름들!! 등장인물의 연대기로 보면 「운명의 딸」, 「세피아빛 초상」 , 「영혼의 집」 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내 유년 시절의 오랜 비밀들을 밝혀 내 정체성을 찾고 나만의 전설을 만들기 위해 글을 쓴다. 우리가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이라곤 결국 우리가 엮어놓은 기억뿐이다. 각자 자기 역사를 이야기하기 위핸 빛깔을 고른다. 나는 백금 사진의 영구적인 선명함을 고르고 싶다. 그러나 내 운명에는 그런 빛나는 구석이 조금도 없다. 나는 모호한 색깔들과 불분명한 미스터리, 불확실성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 인생의 이야기는 세피아빛 초상의 색조를 띤다.
1862년에서 1910년까지 화자인 아우로라 델바예가 서른 살이 되어 가족과 자신의 기억, 복잡한 가정사, 그리고 사진을 통한 기록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른 소설 속에서 자전적 이야기들을 담아왔던 작가이기에 작가에 대해 먼저 찾아보게 되는 시간.
이사벨 아옌데 (Isabel Allende)
1942년 페루 리마에서 태어났다. 1945년 아버지가 행방불명되어 외가에서 살다가, 어머니의 재혼 이후 외교관인 의붓아버지를 따라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성장했다. 1958년 칠레로 귀국하여 산티아고에 정착, 대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기자, 편집자, 희곡 작가 등으로 활동했다.
“당신은 이 나라 최악의 기자임에 틀림이 없소. 객관적이지도 못하고 사사건건 끼어들려고만 하지. 내가 보기에는 당신이 거짓말도 꽤 하는 것 같던데. 아마 기삿거리가 없으면 꾸며서라도 낼 걸. 차라리 소설이나 쓰는 게 더 낫지 않겠소? 문학에서는 그런 결점들이 장점이 되니까.”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열일곱 살에 언론계에 뛰어들어 잡지의 기사와 텔레비전 방송으로 주목받고 있었던 삼십대 초반의 기자 이사벨 아옌데는 1973년 파블로 네루다의 칠레 해안가 별장에 초대를 받았다. 건강 악화로 파리 대사 직책도 그만두고 마지막으로 시를 쓰고 있었던 파블로 네루다는 인터뷰를 요청하는 이사벨 아옌데에게 면박을 줬다. “나를 인터뷰하겠다고? 나는 절대로 그런 거는 안 하오.” 파블로 네루다는 이사벨 아옌데에게 차가운 일갈을 던지며 “차라리 소설”을 쓰라고 조언했다. 자신의 고언이 훗날 세계 문학사에 어떤 기여를 하게 될지 파블로 네루다는 알고 있었을까? 이사벨 아옌데는 파블로 네루다에게 바로 응답할 수 없었다. 소설을 쓰기까지 그녀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출처 : 경향신문, (6)슬픈 가족사 털어 놓듯…‘세상 변화 이끈 여성들’ 작품으로 쏟아내다
1973년 삼촌인 살바도르 아옌데 칠레 대통령이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쿠데타에 의해 실각함에 따라 그녀의 이름이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활동에 급격한 제한을 받게 되자 1975년 베네수엘라로 망명을 떠나고 그곳에서 십삼 년을 거주했다. 그때부터 아옌데는 작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1981년 외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는데, 이를 토대로 탄생한 작품이 첫 소설인 『영혼의 집』이다. 4대에 걸친 가족사를 다룬 이 작품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완벽한 소설”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 작품으로 문단에서 입지를 굳힌 아옌데는, 이어서 『사랑과 어둠에 관하여』, 『에바 루나』 등을 발표하면서 명성을 쌓아 가다가, 1991년 식물인간이 된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자전적 소설 『파울라』를 완성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2000년 아옌데가 작품의 시대와 장소를 확장하여 야심적으로 계획한 『세피아빛 초상』은 『영혼의 집』(1982), 『운명의 딸』(1999)과 삼부작을 이루며 아옌데 문학의 정수를 보여 준다. 영화와 연극, 발레 등으로도 만들어져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19년 칠레의 현대사를 그린 장편 소설 『바다의 긴 꽃잎』을, 2022년 『비올레타(Violeta)』 를 발표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영부인 제공도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