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이 발표한 모든 작품을 검토하여 백석 시의 정본과 원본을 확립한 시집이다. 이번에야말로 백석의 시를 제대로 알 수 있겠다 싶었다. 잘 알지는 못하나 그의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나라의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있는 듯하다. 한국의 언어이지만 평안도의 사투리로 쓰인 시들은 다소 이해되지 않는 단어도 있지만 최대한 풀이하여 쓰인 시라 그 의미가 더 크다.


 

시집의 뒷부분에는 시가 발표된 원문이 표기되어 있어, 앞부분의 시와 비교할 수 있게 했다. 같은 언어인데도 시대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는지. 사투리 또한 이해 불가능한 것도 있어 단어를 알아가는 것 또한 의미 있었다.

 


 

 

아카시아들이 언제 흰 두레방석을 깔었나

어데서 물쿤 개비린내가 온다 (21페이지, 전문)

 


비 오는 날의 비 냄새를 좋아한다. 약간은 비릿한 냄새로 흙을 적시는 비가 냄새를 피워 올린다. 백석은 그 느낌을 개비린내라고 표현했다.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시였다. 일주일 가까이 비가 내려 비 비린내를 맡을 새도 없었다. 대지를 적시는 풍경 앞에 서 있는 시인의 모습을 그려보게 된다.

 


별 많은 밤

하누바람이 불어서

푸른 감이 떨어진다 개가 즞는다 (47페이지, 청시靑?전문)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 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99~100페이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부문)

 


백석의 이름만 알았을 뿐 백석의 시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어느 때, 백석의 시 제목을 딴 출판사 서포터즈를 하며 백석 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때는 전자책으로만 갖고 있어서 시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 안타까웠다. 이제야 비로소 시를 제대로 읽는 느낌이다.


 

구신과 사람과 넋과 목숨과 있는 것과 없는 것과 한 줌 흙과 한 점 살과 먼 넷조상과 먼 훗자손의 거륵한 아득한 슬픔을 담는 것


 

내 손자의 손자와 손자와 나와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와 ....... 수원백씨 정주백촌의 힘세고 꿋꿋하나 어질고 정 많은 호랑이 같은 곰 같은 소 같은 피의 비 같은 밤 같은 달 같은 슬픔을 담는 것 아 슬픔을 담는 것

(135페이지, 목구부문)

 

 

 

백석 시에서 방언과 고어를 더러 구사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말로 옮기는 작업이 피요했다고 한다. 낯선 단어지만 옛 사람들이 사용했을 단어를 비교해 보는 시간도 되었다.

 


백석의 작품을 더 알고 싶다면 저자 고형진이 엮은 백석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정본 백석 시집외에도 정본 백석 소설?수필, 백석 시를 읽는다는 것, 백석의 연인 김자야 여사가 털어놓는 내 사랑 백석오 함께 읽으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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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7-12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석시 좋아하는데 정본이 나왔군요. 나타샤도 좋고.ㅎㅎ 전 여우난골족이란 시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어린시절 기억때문인지. 아이 어릴적 준치가시랑 개구리네 한솥밥 그림책으로 보곤 했는데 … 좋은 책들 추천 고맙습니다 *^^*
 
데카메론 프로젝트 -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29개의 이야기
빅터 라발 외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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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된 후 우리의 삶은 많은 부분이 변했다. 함께 거주하고 있는 가족 외에는 만날 수가 없었다. 세계의 여러 나라는 봉쇄조치를 취했다. 나라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상태였다. 기껏해야 몇 달이면 될 것 같았는데 그 시기가 일 년이 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백신 접종률이 29% 정도 된다고 하고 연말이 되면 집단 면역이 형성될 거라고 예상했다. 내년에는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데 변이가 계속 나타나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미뤄놓은 것들을 하는 거였다.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이야기했다. 최소한의 거리를 움직이는 여행을 하고 있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사 먹는 것보다는 포장을 해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캠핑이 각광 받는 이유도 그것의 일환이다. 가족끼리만 있을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한 것이다.

 


 

 

팬데믹 상황이 되면서 흑사병을 떠올렸다. 조반니 보카치오는 흑사병을 피해 도시 밖으로 피해 별장에 모인 10명의 젊은 남녀가 10일간 주고받은 100편의 액자소설 형식의 이야기 데카메론을 썼다. 20203월 갑자기 서점에서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 팔리기 시작하자 뉴욕타임스에서 격리 중에 쓰인 신작 단편소설을 모아 현재의 데카메론을 만들고자 기획하여 나온 작품집을 발간했다.

 


마거릿 애트우드, 레일라 슬리마니 등의 작가들이 단편이 수록된 작품이다. 그렇게 나온 29편의 작품은 현재의 우리를 비춰준다. 코로나 때문에 아파트 이웃이 사라지기 시작하며 느끼는 두려움을 보며 심각했던 나라의 상황을 엿볼 수 있었다.


 

데이비드 미첼의 바란다고 해서에서는 교도소의 격리된 코로나 감염자가 나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밀집해 있는 교도소에서 수많은 감염자가 속출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격리 중인 수감자로 2층 침대에 아시아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며칠에 한번씩 찾아오는 의사 또한 중국인 웡 박사였다. 2층 침대의 아시아인의 말소리,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등 환각증세에 시달리는 감염자는 나중에야 혼자 격리 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와 외국에서 들어온 경우, 2주간의 격리 생활을 하게 된다. 집 밖에 나가지 못하는 격리 생활은 상당히 힘들다고 한다. 소설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왔다. 브라질의 언론인 겸 소설가 줄리언 푸크스의 죽음의 시간, 시간의 죽음에서는 아파트에 격리된 한 사람을 비춘다. 사망자 수가 1,001명으로 집계된 날, 창가에서 이웃 아파트의 풍경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들이었다. 살아 있으면서 죽음의 죽흥성을 경험하는 것. 고통과 불행, 당혹스럽고 두렵고, 지루해지고 절박함의 순간들을 말하고 있었다. 폐소공포증까지 찾아오는 날이면 간절해지는 것들이 있다.

 


마치 어느 모퉁이에서 어둡고 아주 오래된 무언가가 나를 공격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을. 그럼에도 나는 누군가의 얼굴을 보기를 갈망했다. 누구라도 좋으니 내가 아닌 누군가, 내가 모르는 낯선 누군가의 얼굴을. 그저 마스크나 창문에 가려지지 않은 인간의 얼굴이면 충분했다. (304페이지, 줄리언 푸크스, 죽음의 시간, 시간의 죽음중에서)


 

존 레이의 열린 도시 바르셀로나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통행금지된 상황에서 개 산책은 허용되자 그것을 이용해 개를 빌려주고, ’여행을 위해 얼마간의 요금을 받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여러 사람에게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주다가 한 여자를 만나 좋아하게 되었다. 봉쇄조치가 해제되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되자 그 여자와의 만남도 끝나자 봉쇄조치가 해제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운 마음을 담은 이야기였다.

 


 

 

사실 저도 이 전염병이 곧 끝나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저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109페이지, 마거릿 애트우드, 참을성 없는 그리젤다중에서)


 

이 상황이 모두 끝나면, 우리는 가끔 여기서 산책을 할 수 있겠지. 공원에서 끝없이 트랙을 도는 대신 말이야. (52페이지, 카밀라 샴지, 산책중에서)


 

우리의 평범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마스크를 벗고 거리를 활보하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환담하던 기억이 마치 꿈처럼 아스라이 떠오르는 것 같다. 설마 이대로 계속되지 않겠지, 하는 두려움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여서 알게 되는 것들이 있고 간절해지는 것들이 있다. 그 상황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가 가진 이 고통을 이기는 방법 하나, 이 책을 읽는 일도 포함될 것이다. 두려움과 고통에서 희망을 말하는 소설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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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세랑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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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라는 제목만으로 나는 작가의 소설에서 보았던 것처럼 환경에 대한 르포식 에세이일거라 생각했다책을 받고 읽어보니 여행 에세이였다작가가 여행했던 장소의 기억들을 소환해 지금의 상황을 비교하게 만든다또는 여행에 대한 간절함이랄까여행 에세이에서 여행의 간절함을 느꼈다우리는 지금 외국 여행을 갈 수 없고그저 여행의 기억들만 떠올릴 뿐이다.


 

작가는 출판사의 편집자 겸 작가로 커리어를 쌓아가던 중 대학 때부터 알았던 친구가 머물고 있는 뉴욕으로 향하면서 직장을 그만두었다. 3주일간의 뉴욕 여행은 인생에서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서의 미래를 꿈꿔보는 일이었다뉴욕의 곳곳을 둘러보면서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인지제국주의가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들의 유물을 보며 드는 생각들을 말한다.

 

 

 

센트럴파크에 소풍을 가서 오래된 펜스에 버려진 토끼 인형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버려진 물건들을 사진으로 담았다사진 찍던 순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그 순간을 기억하려 찍은 사진이 3백 장을 넘어간다고 한다. ‘잃어버린 것쓰고 버린 것에 적용하여 작가가 느끼는 아름다움에 부합(符合)하여야 했다.


 

여행은 이처럼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오랜 친구를 만나러 뉴욕으로 향했던 발걸음이 여행의 출발점이었다몇 달 뒤 새로 만난 친구의 교환 실습에 함께 따라가 독일에서 한 달 동안 지내게 되었다독일의 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유서 깊은 소도시로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국경에 있는 곳이었다마을버스를 타고 30분 정도면 네덜란드로 갈 수 있는 곳 아헨에서의 기억들도 삶의 한 부분에서 중요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여행지의 경험은 작가에게 소설의 중요한 인물과 장소주제를 나타내기도 한다독일의 아헨에서 여행했던 경험들이 시선으로부터,에서 주인공이 머문 공간으로 만들어져 우리를 그 공간을 떠올리게 했다이처럼 작가가 서 있던 장소바라보던 풍경그 순간의 생각들이 소설에 나타나 우리를 상상력의 세계로 이끈다.

 

 

 

친구들과 함께 드라이란덴푼트에서 독일과 네덜란드벨기에 세 나라의 국경이 한 점에서 만나는 꼭짓점을 표시한 경계석을 보고 느꼈던 감정은 경험한 자만의 소중한 감정일 것이다문득 재작년 가족들과 함께한 태국의 치앙마이 여행에서 미얀마라오스태국의 접경지대를 잇는 골든트라이앵글을 보았던 기억들이 떠올랐다함께한 사람들과의 순간은 오래도록 그 기억 속에 머물게 한다작가가 뉴욕을 다녀온 후 뉴욕 앓이를 하다가 아헨을 다녀오면서 다시 시작된 그 장소의 앓이는 그 기억들 속에 있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친구를 만나러 엄마와 함께 오사카 여행을 하고영화이벤트로 런던을 다녀온 이야기들을 작가만의 시선으로 풀어내었다누군가의 여행은 여행에 대한 마음을 더욱 간절하게 만든다그 장소를 가고 싶은 마음좋은 사람과 어딘가를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외국을 마음대로 갈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간절해지는 게 아닐까.

 

 

 

여자들의 삶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세계 곳곳의 여자들의 삶에 대해여자 이름으로 된 제목의 소설들을 많이 쓴 것은 그래서인 것 같다(중략) 세계가 이렇게 망가지고 무너져가는 것은이 세계를 복원하고 개선할 가능성을 가진 여성들이 교육과 사회 활동의 기회를 얻지 못해서가 아닐까 두려워하며 추측하기도 한다그 여성들이 잃은 가능성은 결국 인류가 잃은 가능성이 될 확률이 높아 조급해지지만여성이 극도로 억압받는 지역에서도 의미 있는 움직임들이 보이고 먼 곳에서도 지지를 보내기 예전보다 쉬워진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은 희망이다. (227페이지)

 


온 몸을 검은 천으로 휘감은 부르카 차림을 한 여성을 보며 느꼈던 감정과 미국식 여성 혐오를  접하고 떠올랐던 감정들은 작가의 소설 속에서 아시아 여성을 대변할 수 있었다존중을 누리는 시대가 되길 바라고 모멸 대신 안전을 얻기를 바라는 작가의 바람이 그대로 마음속에 스몄다.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만큼 정세랑 작가의 소설이 좋다작가가 가진 그 시선의 올곧음이 좋다소설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다다정하고 따스한 작가의 언어들이 좋다.

(         )만큼 (정세랑)을 사랑할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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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자들
루크 라인하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평점 :
절판


외계인이 나오는 영화 중 사람들이 가장 좋아했던 게 E.T.. 물론 시고니 위버가 주연했던 에이리언도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말이다. 우리의 상상 속의 세계가 펼쳐지면 한동안 외계인과 우주에 대한 생각들이 끊이지 않았다. 수많은 SF영화나 소설을 보며 외계인이 나타난다면 어떨 거라는 생각은 역시 영화적 상상력으로 이루어져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외계인이 나오는 소설이 출간되었다. 루크 라인하트의 소설로, 털북숭이 비치볼 크기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어부인 빌리 모턴이 고기잡이에 나섰다가 발견했다. 물속에서 튀어 올라 바다에 던져도 물고기의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처음엔 그것이었다. 부두에 내려 집으로 돌아오는데도 털북숭이 물고기가 따라왔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저게 뭐예요?’ 라고 물었다. 아이들은 장난감처럼, 강아지처럼 데리고 놀았다. 빌리는 그것을 루이라고 불렀고, 아이들은 재미있는 물고기(Funny Fish)를 줄여 ‘FF’라고 불렀다.


 

FF는 빌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지능이 뛰어났다. 처음엔 텔레비전을 보더니 진보잡지를 읽었고, 아이들의 컴퓨터를 통해 지식을 습득했다. 아이들의 습성이 무언가를 숨기지 못한다. 빌리의 아이들도 FF들과 놀았던 이야기들을 친구들에게 했다. 아이 친구들이 놀러와 FF와 놀다가 다치는 일이 발생해 여러 사람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존슨 요원은 FF가 엄청난 기능을 탑재한 로봇일 거라 생각했다.


 


 

 

루이와 친구들은 왜 지구로 왔을까. 미국 정부 측에서 받아들이기에는 FF라는 존재들이 너무 위험했다. 그들의 생각이야 뻔하다. 잘못하면 테러리스트로 변할 수 있기에 예의 주시해야 했다. 젊었을 때 히피였던 빌리는 루이를 대하는데 스스럼이 없었고, 루이를 잡으려는 정부 측에게도 시니컬하게 농담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가족 혹은 친구처럼 루이를 보호하려 들었다.

 


루이와 친구들은 컴퓨터 조작으로 은행과 기업의 돈의 흐름을 파악해 그 돈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그 일을 빌리에게 시키는데 빌리는 아무렇지 않게 루이와 친구들에게 동조한다. 아이들이 루이에게 FF라고 불렀듯 FF들은 그저 지구에서 재미있게 놀다 가고 싶었다. 그들이 하는 일도 재미를 위해서였다. 어린아이들처럼 마치 장난을 치듯 정부를 가지고 놀았다. 그들이 지구로 온 이유는 오로지 즐거움을 위해서라고 말한 것처럼.


 

그럼에도 미국의 여러 문제점을 꼬집었다. 기업의 탈세 및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 총기 규제에 대한 생각들이었다. 아무런 상관없는 남의 내전에 끼어들어 양편 모두와 싸우게 한다는 것들을 소설을 통해 말했다. 인간 문명의 중심에 있는 탐욕과 힘에 대하여 말한다. 인간이 욕망은 탐욕과 힘은 인간의 행복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했다. 더불어 영원한 것 또한 없다. 인간들은 완벽한 삶을 꿈꾸느라 삶을 완벽하게 만들지 못한다.’ (249페이지) 발췌 문장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주제가 아닐까 한다. 변화에 맞서 싸워야 삶의 변화도 이끌어낼 수 있다.


 


 

 

죽음은 인간을 비껴가지 않는다. 늙어가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소설의 제목답게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서 찾아온 것 같지만 삶과 늙어간다는 것, 혹은 죽음에 대하여 말했다.

 


우리에게 죽음은 항상 바로 모퉁이 너머에 있는 것처럼 보여. 그래서 사는 것에 쉽사리 정신을 집중할 수 있지.

죽음은 매 순간 어디에나 있어. (464페이지)

 


유머와 해학이 있는 소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에 대한 탐구라고 해도 좋겠다. 작가와 비슷한 나이로 설정된 빌리는 루이가 외계인이어도 마음을 닫지 않는다. 루이나 다른 FF들처럼 한바탕 놀이에 참여하는 느낌이었다. 매 순간 어디에나 존재하는 죽음 앞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탐욕보다는 소소하지만 가족과 함께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처럼 중요한 것도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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