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이 불고, 가을비가 내리는 날엔 시가 읽고 싶어진다.

가을 맞이 하며 읽었던 실비아 플라스의 시 전집.

고통과 우울이 함께 공존하는 그녀의 시가 며칠 동안 머리속에 떠다니고 있었다.

시를 읽으니 시가 정말 더 읽고 싶어진다.

 

트위터에서 이병률 시인의 신작 시집을 발견했다.

 

 

 

 

 

 

 

 

 

 

 

제목부터가 <눈사람 여관>이다.

그의 산문을 먼저 만났기 때문에 시는 어떤 느낌으로 올지 모르겠지만, 산문 만으로도 그의 시를 예감했다.

산문보다 더 좋으리란 것을.

<눈사람 여관> 신작 시집을 예약구매하면서 그의 다른 시집도 좀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눈사람 여관>을 읽고 그의 다른 시집도 읽어봐야지

 

 

맨 처음 읽었던 그의 산문집.

온통 감동이었던 그의 산문집을 다시 들춰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의 감성이 돋보이는 사진과 글에 매료되었다.

그의 시도 산문보다 더한 감동일테지.

그의 감성이 그대로 드러날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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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
실비아 플라스 지음, 박주영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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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는 비극적인 죽음으로 우리에게 인식된 시인이다.

그의 삶이 어땠기에 그는 비극적인 죽음을 선택했나. 남편 테드 휴스의 외도 때문에? 두 아이를 2층 침실에 두고, 오븐의 가스를 열어 생을 마감한 시인. 실비아 플라스 사후 남편 테드 휴스가 엮은 실비아 플라스의 시 전집이 발간된 이듬해 퓰리처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아주 단편적인 것만 알고 있었기에 그의 시집이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발간되었다는 소식에 반가워 내게로 온 작품이다. 시는 가을에 읽어야 제맛이기 때문에.

 

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은 그가 시를 본격적으로 썼던 1956년에서부터 죽기전 1963년까지 쓴 시를 연도별로 묶여졌다. 그리고 뒷쪽엔 시인의 습작시가 실려있다. 700페이지가 넘는 추리소설일 경우 하룻밤만 지나면 다 읽는데 반해, 시집이라 읽는데 오래 걸렸다. 시집이라 천천히, 느리게 읽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실비아 플라스의 시에서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었기 때문에, 아주 천천히 실비아 마음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애썼다.

 

개인적으로 실비아 플라스의 시는 아주 난해하였다.

시에서 드러난 그의 마음은 굉장히 우울하고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듯한 그녀의 내면을 볼수 있었다. 모든게 불안하고 우울한 그녀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남편 테드 휴스와 사랑할때의 시詩도 사랑으로 인한 달콤한 시를 기대했지만 많이 만날수 없었다.

 

내 남자의 장화가 저벅저벅 밟는 소리 아래에서

녹색 귀리 싹이 돋아난다.

그는 댕기물떼새의 이름을 짓고, 산토끼를 몰기 시작하며

가장 민첩한 토끼의 다리를

딸기나무 가지로 만든 울타리에 매달아놓고는

붉은 여우, 간교한 족제비를 좇는다.

 

(중 략)

 

산비둘기는 그의 숲 안에 가지런히 앉아서.

그가 한가로이 돌아다니는 분위기에

걸맞는 노래를 곁들인다. 대부분의 여성이 기꺼이

이 아담의 여자가 될 수 있다.

그의 말이 명령을 내려 온 세상이

이러한 남성의 피를 찬양하기 위해 도약할 때!    (51페이지 '테드에게 바치는 송시 中에서)

 

삶에 대해 이토록 비관적일수도 있는가.

아버지에 대한 실비아 플라스의 마음을 보는 시들도 만날수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견딜수 없어했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시들.

 

또 다른 붉은색이 내 신경을 자극해요.

당신의 느릿한 항해가 내 언니의 숨결을 앗아간 날

단조로운 바다는 지난번 당신이 집에 왔을 때

어머니가 펼쳤던 악마의 옷처럼 보랏빛으로 물들었어요.

나는 오랜 비극의 줄거리를 빌려왔어요.

사실은 이렇죠, 어느 10월 말 나의 탄생을 알리는 울음소리에

전갈이 기분 나쁘게 쳐다보는 계집애의 머리를 찔렀죠.

어머니는 당신의 바다 아래로 얼굴을 숙이고 있는 꿈을 꾸었어요. 

                                                                  (229페이지, '진달래 길의 엘렉트라' 中에서)

 

 

꿈의 나무, 폴리의 나무는

  구슬 같은 눈물로

    소중한 사람의 활을 두르고

 

소맷자락 위에 피 흘리는 심장과

  화관을 만들면서,

    푸른 미나리아재비 별을 하나 품고 있다.  (266페이지, '폴리의 나무' 中에서)

 

나무와 돌이 그림자 없이 반짝반짝 빛났어요.

내 손가락 길이가 유리처럼 투명하게 자랐죠.

나는 3월의 잔가지처럼 싹이 나기 시작했어요.

팔과 다리, 팔, 다리

그렇게 나는 돌에서 구름으로 올라갔죠.

이제 나는 얼음판처럼 순수한

내 영혼의 변화 속에서 공기를 떠다니는

신을 닮았어요. 이것은 선물이죠.    (302페이지, '연애편지' 中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쉽게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키우고 있으면서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못한다. 실비아 플라스는 굉장히 예민하고 우울이 삶속에 항상 같이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362페이지 있는 '세 여인' 같은 시 경우는 산부인과 병동과 그 주변의 장소에서 쓴 시 같다. '세 목소리로 이어지는 시는 20페이지에 달한다. 시 속에서 그녀의 어린 시절을 상상하는 꿈을 꾸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위로를 받으며 치유가 되는 마음들이 보인다.

 

나는 그저 책을 읽는 사람, 시를 읽는 사람이기때문에, 실비아 플라스의 내면의 깊이나 진정한 뜻을 잘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실비아 플라스의 내면에 어느 정도 근접할 수는 있다고 본다. 고통과 우울이 공존하는 시어를 읽다보면, 어느새 실비아 플라스의 시에 중독되고 만다. 자꾸만 자꾸만 시를 읽게 된다. 신화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시의 제목들, 아이에게 주는 시에서 그녀의 마음이 드러난다.

 

나는 실비아 플라스의 시집과 함께 일주일 가까이 보냈다. 실비아 플라스의 시들이 머릿속으로 낱말이 되어, 문장이 되어 마꾸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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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의 역사
박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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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작가를 처음 만난게 2년 반쯤 된것 같다.

제30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던 『백수생활백서』를 읽고 작가에게 반해버렸다. 『백수생활백서』에서 주인공 서연은 오로지 책을 구입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제대로 된 직장을 갖는게 아닌, 언제라도 그만두고 책을 읽기 쉽게 파트타임 일을 하는 것이다. 일년에 300권에서 500권 정도의 책을 읽으며, 하루의 일상이 책을 읽고 구입하는 것이다. 갖고 싶은 절판된 책이 있을때, 인터넷에서 연락을 취해 만나기도 한다. 만약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을 구입하기로 했을때, 벤치에 앉아 『연인』을 쌓아놓고 있는 남자를 발견했을때, 약속시간이 다 되면 '연인 이세요?' 하고 물어볼 정도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책을 읽는 독자, 책을 너무 사랑해 마지 않는 독자, 온 집안에 책이 가득 차 있어서 앉을 자리도 없게 만드는 애독자가 있으면 너무도 반갑다. 너무 부러운 일이기도 하고,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것 같아 교감하는 기분을 느낀다. 이렇듯 애독자의 모든 것을 닮았기에 박주영의 글을 좋아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이 모두 네 권 정도 되는 장편소설이다. 박주영 작가는 이번에 단편 소설집을 냈다. 『실연의 역사』라는 제목을 가지고. 우리 모두는  한두 번쯤 실연을 해봤다. 내가 실연을 주었든, 실연을 당했든, 한두 번쯤 실연의 역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박주영의 소설집에서 『실연의 역사』라는 단편 소설이 있을까 싶었지만, 제목과 일치하는 소설을 찾으니 「칼처럼 꽃처럼」이다. 그 속에서 실연의 역사를 나누는 인물들이 나오니 그러지 않을까 했다.

 

여섯 편의 단편들을 보자면,

 

「나는 아이팟이다」공부하는게 싫고 취미가 없어 중학교 중퇴를 한 정아는 엄마의 병실에서 암투병을 하는 윤주 언니를 아이팟 때문에 알게 되었다. 정아에게는 친언니가 있지만 미국에 살고 있었고, 윤주 언니 때문에 엄마의 병을 윤아 언니에게 알린다. 엄마는 너무 빨리 죽었고, 언니는 너무 늦게 왔다. 같은 집에 살고 있지만 윤아 언니보다는 윤주 언니가 더 편하다. 윤주 언니도, 윤아 언니도, 정아도 모두 아이팟을 듣는다. 아이팟으로 이어지는 매개체, 내가 가지고 있는 똑같은 물건을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을때 무척 반가운 느낌이 들곤 하는데, 이들 모두는 아이팟을 듣는 이들이다. 사람과 헤어지는 순간이 와도 아이팟이라는 매개체 때문에 이들은 외롭지 않다.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

 

「스파이의 탄생」계절이 두 번 바뀔 동안 혼수 상태였다가 깨어난 남자가 있다. 현재 서른다섯 살로 15년 동안의 스무살 이후로 기억이 없다. 이제 새로 자신을 알아가야 할 남자다. 자신에게는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고, 무엇보다 애인도 없었던듯 하다. 병원에 입원해 있을때 한달에 한 번 정도 찾아오는 친구가 있었으나 기억에 없다.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 가족이라도 있으면 불안한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겠지만, 가족도 없는 상태에서는 너무도 불안할 것 같다. 자신의 부모도 스무살 이전까지만 기억나는데, 무슨 일을 했는지도 기억에 없으니 얼마나 불안할까. 증권회사 애널리스트 였다는데, 다시 직장을 찾아가야 할텐데, 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기억나지 않는 과거, 불안한 미래, 요즘의 젊은이들과도 비슷한 모습이다.

 

「칼처럼 꽃처럼」그와 헤어진 '나'에게 온 검은색 봉투에 담긴 초대장, 그와 나는 모든 가난한 이들이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소설가가 된 케이도 그녀와 실연을 했다. 엄마의 죽음과 연관된 어떤 남자도, 엄마의 죽음으로 사랑을 잃은 아저씨도, 엄마의 죽음에 의문을 표하던 신문사 기자 와이도 최근에 실연을 한 남자였다. 실연을 한 사람들은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그들의 침울한 표정에서 자신의 표정을 발견하고는 이심전심을 느낀다.  

 

사납고 시끄럽고 더러운 그곳에서 나는 그 어떤 때보다 사랑했다. 그를,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나를.  (71페이지)

 

 

「소설 小說 小雪」출장가는 비행기 안에서 늘 책을 읽는 남자, 떠나는 비행기에서 늘 영화를 보는 여자, 눈 때문에 비행기가 예정된 곳에 내리지 못하고 다른 공항에 착륙을 했다. 공항에서 대기중에 책을 읽는 남자를 발견한 여자는 남자가 읽던 소설 쓰는 일을 도왔다며, 소설가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둘은 서로 소설가를 죽이고 자살로 위장하는 방법과 그 소설을 유서로 남기는게 어떻겠느냐는 말을 우스갯소리처럼 나눈다. 그리고 신문의 한쪽면에 소설가가 죽었다는 기사가 뜬다. 

 

「파라다이스 아일랜드」종말이 역사속으로 사라진 그때, 순수한 인간인 어머니와 완전한 인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리브카는 완전한 인간들의 삶을 한 장의 필름으로 기록하는 이다. 리브카는 기록자, 작가, 화가 등으로 불리며, 다른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고 기록하고 그린다. 순수한 인간들은 자신의 죽음이 언제 올지 알지 못하고, 완전한 인간들은 자신의 죽음을 조절할 수 있고, 다시 재생할 수 있다. 그리고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폐기되는 인조인간들이 있는 곳에서 리브카는 그들의 삶을 기록한다.    

 

「메리 골드」서른세 살의 친구 가영, 윤서, 지효가 있다. 소설속 주인공은 가영으로 친구들에게 얼음공주로 불린다. 공부를 잘했던 언니가 아버지를 따라 교사를 하며 결혼도 하고 자신의 삶을 잘 살고 있는데 반해, 가영은 무엇하나 해놓은게 없다. 인물을 보면 출신학교나 직업, 재산이 딸리고, 돈을 물려줄 병들고 나이 든 부모가 있으나 인물이 별로인 남자중에서 후자 쪽을 선택할 정도로 세상 물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을 겪는 우리, 그게 꼭 남녀 사이든, 가족이든, 친구든 모든 마음을 다해 사랑하지만, 헤어짐을 겪은 우리들은 늘 힘겨워한다.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했으니 다시는 사랑을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사랑할 대상은 끝없이 나타난다. 삶에서 사랑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 경우가 있는데, 아침에 출근 준비하면서 듣는 라디오에서다. 그 많은 사람들이 늘 사랑때문에 아파하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싶다는 사연을 보내는 것을 볼때면, 우리 삶에서 사랑은 뗄래야 뗄수 없는 것 같다.

 

사랑을 할땐 이 세상 모든 것이 사랑하는 상대방만 있는것 같지만, 실연을 하고 보면 이 세상엔 수많은 일들이 있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났을때, 그 사람만이 이 세상 전부는 아니라는 걸,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기도 한다. 실연의 역사를 가진 이들, 실연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성큼 성장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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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컵을 위하여
윌리엄 랜데이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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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의 아들을 키우고 있다.

아마 많은 부모들이 경험하듯, 나 또한 아이의 말투나 행동거지, 친구 관계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 자신들은 장난이었다고 말할수 있지만, 상대방에게는 깊은 아픔을 주는 일도 할수 있는 아이들이기에 사춘기가 무사히 잘 넘어가기를 바랜다. 아이들 성격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나는 아들을 많이 믿는 편이다. 아이들은 부모에게서와 학교에서와 친구들 관계에서의 모습들이 다 다르다고 하지만, 부모만큼 아이들을 무조건적으로 믿는 이들도 없을 것이다. 아들이 어떤 잘못을 했다고 누군가에게 들었을때,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러지 않았다'고 이야기 할 것이다. 했다는 것을 믿을수도 없고, 우리 아이는 '그런 짓'을 할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이것은 법정 스릴러다.

부모의 아이들에게 대한 믿음, 또는 지켜주고자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 부모도 제이컵의 부모처럼 할 수 밖에 없으리라. 열네 살의 소년이 다른 아이를 살해했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믿을 수 있을 것인가. 그것도 한 반의 아이를, 한 동네에 사는 아이를. 믿을 수도 없고, 믿고 싶지도 않은 일이다. 절대로 자신의 아들 제이컵이 저지른 일이 아니다. 책 속의 제이컵의 아버지 앤디는 전적으로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럴수 있었다 치더라도.

 

미국의 중산층이 사는 곳, 한 아이가 시체로 발견되었다.

학교로 가는 숲길에서 발견된 아이의 시체는 가슴에 세 군데의 자상이 있으며, 살인도구는 톱니바퀴가 있는 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을 배정받은 앤디 바버 검사는 자신의 아들 제이컵의 반 친구이기도 하기에 이 사건이 예민하다. 결정적인 증거물은 나오지 않고, 사건은 도무지 진행이 되지 않았다. 사건의 경찰 관계자는 숲 근처에 사는 아동성추행범 패츠를 조사해보지만, 아이의 시체에서 앤디의 아들 제이컵의 지문이 발견되자, 제이컵은 기소된다. 이에 앤디는 자신의 아들 제이컵은 벤을 살해하지 않았다며 자신이 믿는 변호사를 선임한다. 그리고 제이컵을 제대로 알기 위해 제이컵의 친구, 제이컵이 사용한 맥북이나 아이팟들을 조사해보기 시작한다. 앤디는 자신이 제이컵을 너무도 몰랐음을 깨닫는다.

 

 

  앤디, 당신을 제이컵을 생각해야 해. 제이컵을 위해 어떤 일까지 할 수 있어?

 

  지옥에라도 갔다 올 수 있어.   (285페이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살인죄를 저지른 사람을 말할때, 기소 되어야 마땅하다고, 살인을 저질렀을거라고, 그에 합당한 죄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내 가족이 그런 경우 과연 그럴수 있을까? 만약 마음속으로 그애가 살인죄를 저질렀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더라도, 다른 이들에게는, 절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우리 아들은 무죄라고 말할 것이다. 또한 죄를 지었더라도 유죄를 입증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무죄를 만들려고 변호를 하는 전직 검사의 고백이었다. 책은 이런 부모의 마음을 담았다.

 

우리는 자신들의 조상, 흔히 말하는 '나쁜 피'를 가진 사람은 어느 정도 그 피를 이어받았다고 알고 있다. 책에서는 폭력적인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폭력적이라는 유전을 이어받은 자신의 유전자를 부정하고자 했다. 폭력을 유전으로 접근하는 과학적 지식을 이야기하며 살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았다.

 

오래전에 존 그리샴의 법정 스릴러를 참 좋아했었는데, 이 작품을 쓴 윌리엄 랜데이의 작품을 이제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윌리엄 랜데이 또한 지방 검사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법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현장감 있게 살렸다. 죄를 입증하려는 검사의 역할과 죄를 입증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려는 변호사의 역할까지 알수 있게 만들었다.

 

당신은 가족을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는가?

 

이 작품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내 줄수도 있는게 가족간의 사랑이지만, 희생을 당한 아이의 아빠의 입장이라면 우리는 또 달라질 수 있다. 이 책은 희생자의 가족의 심정을 다룬게 아니라 가해자 일수도 있는 가족이 아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았다. 우리가 가족을 무조건적으로 믿는것. 그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럴수 밖에 없었다고 이해는 하지만, 뒷맛은 왠지 씁쓸함을 감출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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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 그대에게
류근 지음 / 곰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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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영향권 때문인지 아침부터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나풀거리는 원피스의 치맛자락이 다 부풀도록 세찬 바람이다. 비가 오려는지 습이 배어있는 바람이었다. 바람을 맞으면 시원하면서도 더워졌다. 비를 기다리며, 김광석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라는 노래를 검색해 들었다. 하모니카와 함께 나직하게 노래를 부르는 김광석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며, 가사를 음미했다. 오늘 같은 날, 곧이어 내리는 비와 아주 잘 어울리는 곡이다. 낮이라면 한 잔의 커피를, 밤이라면 한 잔의 술을 부르는 노래다. 낮술을 하고 싶은 날이라고 해야 할까. 기타소리가 애절하게 들린다. 지금은 가고 없는 김광석의 얼굴, 목소리가 어느 시인의 얼굴로 스친다. 류근 시인이 썼다는 노랫말이 이상하게 가슴으로 파고든다. 류근 시인의 산문집을 읽으니 왠지 김광석과 외모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기타와 하모니카의 어우러짐이 좋은 음악과 목소리를 연이어 몇번 듣는다.

음악은 우리를 아련한 기억속으로 부르며, 잠시 생각에 잠겨 본다. 시인의 산문을 읽으면,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시詩 같다. 하루의 일상이 거의 술인듯 보여지는 류근 시인의 일상속에서도 우리는 시詩를 느낀다. 시인의 시를 만나보지 않은 상태에서 산문을 읽으니, 그가 내뱉은 모든 말들이 시처럼 다가왔다. 몇 줄의 글에서도 나는 그의 감성을 느꼈다. 이 사람, 시인으로 살 수 밖에 없구나.

 

나는 짐짓 너그러운 사람인 척 아껴두었던 고추장 한 종지를 꺼내놓고 오전 11시의 우울에 대해서, 오전 11시의 그리움에 대해서, 오전 11시의 막다른 슬픔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41페이지)

 

 

시인의 일상은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나는 하루였다.

책 속에서 보기에. 이토록 술을 마시면 탈이 날법도 한데. 왠지 걱정스러움도 생겨났다. 사람을 만나는 시간들이 다 술마시는 시간이라는 것. 그가 머물고 있는 주인집 아주머니의 연탄을 빼어쓰는일, 월세를 미루는 일, 하숙집 아주머니가 시래깃국만 내리 끓여 지겨웠던 일. 허물어져 가는 집에서 살때 동화 작가를 꿈꾸는 주인집 아저씨와 나누는 대화도 어쩌면 그렇게 재미있는지. 피폐한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의 글은 충만하였고, 독자로 하여금 시적 즐거움을 주었다. 오래도록 생각에 잠겨서일까, 그의 말 한 마디에서 풍겨져 나오는 모든 것들에 시적 내음이 있다. 대화 속의 주인집 아저씨와 나누는 대화의 괄호 속의 속마음 때문에 우리는 웃음을 터트릴 수 밖에 없다.

 

다른 책들은 라면과 바꾸기 위해 동네 거북서점에 가끔 몸을 허물기도 하지만 시집만큼은 어쩐지 좀 곤란하다. 일종의 동업자 정신일 수도 있겠다. 시집이란 게 괴상한 생명력을 가져서 어제 안 온 시가 오늘 오기도 하고, 그제 안 온 시가 내일 올 수도 있고, 하필이면 오늘 울고 있을 때 손수건이 되어주기도 한다.  (75~76페이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명랑한 햇빛 속에서도 눈물이 나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깊은 바람결 안에서도 앞섶이 마르지 않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무수한 슬픔 안에서 당신 이름 씻으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가득 찬 목숨 안에서 당신하나 여의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삶 이토록 아무것도 아닌 건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어디로든 아낌없이 소멸해버리고 싶은 건가.  (199페이지)

 

류근 시인은 자신을 가리켜 '삼류 트로트 통속 시인'이라고 말했다.

배가 고프면 밥보다 술이 더 생각났던 시인은 가슴속에 옛날 애인 100명쯤을 놔두고 편지를 쓰고 있었다. 사람이 그리워 술을 마시고, 사람이 그리워 편지를 쓰는 그의 진솔한 글들이 참 좋았다. 책을 읽으며 그의 시집을 검색했다. 인터넷 서점에 보이는 시집이라곤 딱 한 권 뿐이었다. 책을 읽기 전, 책 날개에 있는 저자의 이력을 보았음에도, 다른 시집이 있지 않을까, 다른 산문집이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던가 보다. 신춘 문예에 당선되고, 18년만에야 전작 시집『상처적 체질』을 첫 시집으로 출간했다 했다. 난 류근 시인의 시집을 구입하려고 리스트에 넣었다.

 

태풍 영향으로 빗소리가 심해졌다.

그의 시집의 다 읽고, 마음속에 그리워할 누군가를 떠올리며 술 한 잔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술을 부르는 산문집이랄까. 그의 글 속에서 술 냄새가 피어오르는 것 같다. 비 비린내와 어울리는 술, 술을 부르는 시, 시를 읽고 싶은 그의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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