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
실비아 플라스 지음, 박주영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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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는 비극적인 죽음으로 우리에게 인식된 시인이다.

그의 삶이 어땠기에 그는 비극적인 죽음을 선택했나. 남편 테드 휴스의 외도 때문에? 두 아이를 2층 침실에 두고, 오븐의 가스를 열어 생을 마감한 시인. 실비아 플라스 사후 남편 테드 휴스가 엮은 실비아 플라스의 시 전집이 발간된 이듬해 퓰리처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아주 단편적인 것만 알고 있었기에 그의 시집이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발간되었다는 소식에 반가워 내게로 온 작품이다. 시는 가을에 읽어야 제맛이기 때문에.

 

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은 그가 시를 본격적으로 썼던 1956년에서부터 죽기전 1963년까지 쓴 시를 연도별로 묶여졌다. 그리고 뒷쪽엔 시인의 습작시가 실려있다. 700페이지가 넘는 추리소설일 경우 하룻밤만 지나면 다 읽는데 반해, 시집이라 읽는데 오래 걸렸다. 시집이라 천천히, 느리게 읽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실비아 플라스의 시에서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었기 때문에, 아주 천천히 실비아 마음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애썼다.

 

개인적으로 실비아 플라스의 시는 아주 난해하였다.

시에서 드러난 그의 마음은 굉장히 우울하고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듯한 그녀의 내면을 볼수 있었다. 모든게 불안하고 우울한 그녀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남편 테드 휴스와 사랑할때의 시詩도 사랑으로 인한 달콤한 시를 기대했지만 많이 만날수 없었다.

 

내 남자의 장화가 저벅저벅 밟는 소리 아래에서

녹색 귀리 싹이 돋아난다.

그는 댕기물떼새의 이름을 짓고, 산토끼를 몰기 시작하며

가장 민첩한 토끼의 다리를

딸기나무 가지로 만든 울타리에 매달아놓고는

붉은 여우, 간교한 족제비를 좇는다.

 

(중 략)

 

산비둘기는 그의 숲 안에 가지런히 앉아서.

그가 한가로이 돌아다니는 분위기에

걸맞는 노래를 곁들인다. 대부분의 여성이 기꺼이

이 아담의 여자가 될 수 있다.

그의 말이 명령을 내려 온 세상이

이러한 남성의 피를 찬양하기 위해 도약할 때!    (51페이지 '테드에게 바치는 송시 中에서)

 

삶에 대해 이토록 비관적일수도 있는가.

아버지에 대한 실비아 플라스의 마음을 보는 시들도 만날수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견딜수 없어했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시들.

 

또 다른 붉은색이 내 신경을 자극해요.

당신의 느릿한 항해가 내 언니의 숨결을 앗아간 날

단조로운 바다는 지난번 당신이 집에 왔을 때

어머니가 펼쳤던 악마의 옷처럼 보랏빛으로 물들었어요.

나는 오랜 비극의 줄거리를 빌려왔어요.

사실은 이렇죠, 어느 10월 말 나의 탄생을 알리는 울음소리에

전갈이 기분 나쁘게 쳐다보는 계집애의 머리를 찔렀죠.

어머니는 당신의 바다 아래로 얼굴을 숙이고 있는 꿈을 꾸었어요. 

                                                                  (229페이지, '진달래 길의 엘렉트라' 中에서)

 

 

꿈의 나무, 폴리의 나무는

  구슬 같은 눈물로

    소중한 사람의 활을 두르고

 

소맷자락 위에 피 흘리는 심장과

  화관을 만들면서,

    푸른 미나리아재비 별을 하나 품고 있다.  (266페이지, '폴리의 나무' 中에서)

 

나무와 돌이 그림자 없이 반짝반짝 빛났어요.

내 손가락 길이가 유리처럼 투명하게 자랐죠.

나는 3월의 잔가지처럼 싹이 나기 시작했어요.

팔과 다리, 팔, 다리

그렇게 나는 돌에서 구름으로 올라갔죠.

이제 나는 얼음판처럼 순수한

내 영혼의 변화 속에서 공기를 떠다니는

신을 닮았어요. 이것은 선물이죠.    (302페이지, '연애편지' 中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쉽게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키우고 있으면서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못한다. 실비아 플라스는 굉장히 예민하고 우울이 삶속에 항상 같이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362페이지 있는 '세 여인' 같은 시 경우는 산부인과 병동과 그 주변의 장소에서 쓴 시 같다. '세 목소리로 이어지는 시는 20페이지에 달한다. 시 속에서 그녀의 어린 시절을 상상하는 꿈을 꾸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위로를 받으며 치유가 되는 마음들이 보인다.

 

나는 그저 책을 읽는 사람, 시를 읽는 사람이기때문에, 실비아 플라스의 내면의 깊이나 진정한 뜻을 잘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실비아 플라스의 내면에 어느 정도 근접할 수는 있다고 본다. 고통과 우울이 공존하는 시어를 읽다보면, 어느새 실비아 플라스의 시에 중독되고 만다. 자꾸만 자꾸만 시를 읽게 된다. 신화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시의 제목들, 아이에게 주는 시에서 그녀의 마음이 드러난다.

 

나는 실비아 플라스의 시집과 함께 일주일 가까이 보냈다. 실비아 플라스의 시들이 머릿속으로 낱말이 되어, 문장이 되어 마꾸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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