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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컵을 위하여
윌리엄 랜데이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3년 8월
평점 :
십대의 아들을 키우고 있다.
아마 많은 부모들이 경험하듯, 나 또한 아이의 말투나 행동거지, 친구 관계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 자신들은 장난이었다고 말할수 있지만, 상대방에게는 깊은 아픔을 주는 일도 할수 있는 아이들이기에 사춘기가 무사히 잘 넘어가기를 바랜다. 아이들 성격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나는 아들을 많이 믿는 편이다. 아이들은 부모에게서와 학교에서와 친구들 관계에서의 모습들이 다 다르다고 하지만, 부모만큼 아이들을 무조건적으로 믿는 이들도 없을 것이다. 아들이 어떤 잘못을 했다고 누군가에게 들었을때,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러지 않았다'고 이야기 할 것이다. 했다는 것을 믿을수도 없고, 우리 아이는 '그런 짓'을 할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이것은 법정 스릴러다.
부모의 아이들에게 대한 믿음, 또는 지켜주고자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 부모도 제이컵의 부모처럼 할 수 밖에 없으리라. 열네 살의 소년이 다른 아이를 살해했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믿을 수 있을 것인가. 그것도 한 반의 아이를, 한 동네에 사는 아이를. 믿을 수도 없고, 믿고 싶지도 않은 일이다. 절대로 자신의 아들 제이컵이 저지른 일이 아니다. 책 속의 제이컵의 아버지 앤디는 전적으로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럴수 있었다 치더라도.
미국의 중산층이 사는 곳, 한 아이가 시체로 발견되었다.
학교로 가는 숲길에서 발견된 아이의 시체는 가슴에 세 군데의 자상이 있으며, 살인도구는 톱니바퀴가 있는 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을 배정받은 앤디 바버 검사는 자신의 아들 제이컵의 반 친구이기도 하기에 이 사건이 예민하다. 결정적인 증거물은 나오지 않고, 사건은 도무지 진행이 되지 않았다. 사건의 경찰 관계자는 숲 근처에 사는 아동성추행범 패츠를 조사해보지만, 아이의 시체에서 앤디의 아들 제이컵의 지문이 발견되자, 제이컵은 기소된다. 이에 앤디는 자신의 아들 제이컵은 벤을 살해하지 않았다며 자신이 믿는 변호사를 선임한다. 그리고 제이컵을 제대로 알기 위해 제이컵의 친구, 제이컵이 사용한 맥북이나 아이팟들을 조사해보기 시작한다. 앤디는 자신이 제이컵을 너무도 몰랐음을 깨닫는다.
앤디, 당신을 제이컵을 생각해야 해. 제이컵을 위해 어떤 일까지 할 수 있어?
지옥에라도 갔다 올 수 있어. (285페이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살인죄를 저지른 사람을 말할때, 기소 되어야 마땅하다고, 살인을 저질렀을거라고, 그에 합당한 죄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내 가족이 그런 경우 과연 그럴수 있을까? 만약 마음속으로 그애가 살인죄를 저질렀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더라도, 다른 이들에게는, 절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우리 아들은 무죄라고 말할 것이다. 또한 죄를 지었더라도 유죄를 입증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무죄를 만들려고 변호를 하는 전직 검사의 고백이었다. 책은 이런 부모의 마음을 담았다.
우리는 자신들의 조상, 흔히 말하는 '나쁜 피'를 가진 사람은 어느 정도 그 피를 이어받았다고 알고 있다. 책에서는 폭력적인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폭력적이라는 유전을 이어받은 자신의 유전자를 부정하고자 했다. 폭력을 유전으로 접근하는 과학적 지식을 이야기하며 살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았다.
오래전에 존 그리샴의 법정 스릴러를 참 좋아했었는데, 이 작품을 쓴 윌리엄 랜데이의 작품을 이제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윌리엄 랜데이 또한 지방 검사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법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현장감 있게 살렸다. 죄를 입증하려는 검사의 역할과 죄를 입증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려는 변호사의 역할까지 알수 있게 만들었다.
당신은 가족을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는가?
이 작품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내 줄수도 있는게 가족간의 사랑이지만, 희생을 당한 아이의 아빠의 입장이라면 우리는 또 달라질 수 있다. 이 책은 희생자의 가족의 심정을 다룬게 아니라 가해자 일수도 있는 가족이 아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았다. 우리가 가족을 무조건적으로 믿는것. 그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럴수 밖에 없었다고 이해는 하지만, 뒷맛은 왠지 씁쓸함을 감출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