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 - 2013 제3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재찬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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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결혼 시장에서 외모, 집안, 재산, 직업에 따라 등급을 나누게 되는데 통틀어 D등급으로 표현된 여자가 주인공인 소설이 있었다. 그 책을 읽으며 나의 등급을 매겨보고 씁쓸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는데, 이젠 고등학교의 성적과 외모를 5등급이라 표현한 여고생이 주인공인 소설을 만났다. 수능을 준비하는 고등학교 3학년생, 아무리 노력하고, 과외를 해도 성적이 5등급 밖에 되지 않는다면 갈수 있는 대학은 한정되어 있다. 아무리 가고 싶어도 문을 두드릴수 없는 등급, 엄마는 서울에 있는 대학만이라도 가길 원하며 여고생의 등급을 올려보려 하지만 내가 봐도 힘들다 싶었다. 5등급으로 과연 무얼할 수 있을까.

 

그녀, 고등학교 3학년생, 방인영. 인영은 성적만 5등급인게 아니다. 엄마의 외모를 닮았으면 좋으련만, 엄마의 외모 등급인 2등급을 훨씬 밑도는 5등급이다. 변호사인 아버지의 머리를 닮았으면 좋으련만, 인영은 엄마의 머리와 아빠의 외모를 닮았다. 공부가 안되면 외모로라도 어떻게 해볼텐데 그녀의 미래는 불투명하기만 하다.

 

사실 고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인영의 마음속 낙타를 키우고 있는 걸 보며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인영과 다를바 없는 성적 등급에서 아이가 가고 싶은 대학과는 자꾸만 멀어지고 있는 걸 보며 아이에 대한 기대치를 점점 낮춰가고 있었다. 그래도 잘하는 것 있겠지하며 아이가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리라 생각했다. 안되는 공부, 안되는 외모, 있는 돈, 자신을 속박하는 엄마, 자신을 무시하는 부자 아빠. 이 모든 게 인영이 꿈 속에서 낙타를 타고 모래위를 걷게 하는 것 같았다.  

 

재벌 총수와 사회 고위층 비리층을 변호하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않고 방 변호사라 부르는 인영은 자신을 옭아매는 어머니를 더이상 보고 싶지 않아 40대 공무원인 '모래의 남자'를 꿰뚫어보며 그에게 청부 살해를 의뢰한다. 완벽한 알리바이를 위해 기숙학원을 알아보며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방변호사와 엄마에게서 자유롭기 위해.

 

 

순전히 부모에게서 자유롭기 위해 자신의 부모를 청부 살해 의뢰를 한다. 더구나 여고생이. 살인을 하는데 여고생과 남고생이 특별하게 차이가 없을테지만 작가는 우리의 발상을 뒤엎는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인물이다. 방인영이라는 인물은. 작가는 여고생의 마음속을 빌어 현재 고등학교 생들의 마음을 표현했다. 머리 등급은 좋지 않지만 외모로 돈 있는 남자를 만나 아이에게 좋은 학교를 보내겠다며 과외를 붙이고, 아이의 모든 시간을 좌지우지하는, 더구나 하는 일이라곤 피트니스에서 몸매 관리에만 쏟는 엄마의 모습이 싫었다. 또한 머리가 좋아 좋은 대학을 나오고 고시에 패스에 변호사를 하며 비리를 저지른 사람에게도 죄가 안되게 변호를 하는 아버지가 싫었다. 이런 부모와 삼촌, 고모의 모습들을 빌어 요즘 기성세대의 모습들을 고발한다. 물질만능주의에 젖은 사람들이 싫었는지도 모른다.

 

인영이 한 달에 한 번씩 꾸는 꿈이 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면 꿈을 꾸는지, 낙타가 나타나는 꿈을 꾼다. 모래먼지가 안개처럼 흩날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곳을 낙타를 타고 모래위를 걷는 꿈이다. 인영이 타고 있는 낙타는 어느새 코뚜레를 하고 있다. 앞이 흐려진다. 숨조차 쉬기 어려울 정도다. 꿈속에 나타는 코뚜레를 하고 있는 낙타는 자신의 모습 같기도 하다. 자신이 서 있는 곳은 모래위. 어느새 인영의 모래에 갇힌 여자가 되고 만다. 다른 남자를 불러와야만 하는 모래의 여자.

 

자신의 미래를 알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도무지 앞날이 보이지 않는 미래. 내 삶의 주인은 내가 아니었다는게 한 남자를 살인자로 만들었고, 한 여자아이를 살인 청부하는 아이로 만들었다. 내 삶의 주인은 나. 내 삶을 헤쳐 나가는 주체도 나. 내 삶의 주인이 되고 싶은 염원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제대로 펀치 한 방 맞았다.

이재찬이라는 작가에게, 발칙한 여고생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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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1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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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었던 집은 이런 집이다.

기와가 얹혀진 자그마한 한옥집, 마당엔 잔디가 심어져 있고, 집 양쪽엔 하얀 꽃을 피우며 주변에 향기를 흩뿌려주는 은목서를 두 그루쯤 심어져 있는 집. 햇볕이 많이 들어오게 창은 넓어야 하고, 하늘거리는 하얀색 레이스 커튼이 달려져 있는 집. 벽 한쪽 면엔 천장까지 닿을 책장이 있어, 책을 찾으려면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야 하는는 곳. 책을 자주 읽기 때문에 푹신한 쇼파가 있었으면 좋겠고, 주방엔 자주 커피를 내려 마실 커피메이커가 있는 집을 상상한다. 물론 그 공간을 함께 사용할 사람이 있어야겠지. 지금 곁에 있는 사람.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공간.

 

누구나 자신의 집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

 

이렇게 자신만의 꿈꾸는 집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살고 싶은 집, 짓고 싶은 집을 마음 속에 품고 있을 것이다.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았어도, 어느 순간에 보면 자신의 집을 마음속에 짓고 또 짓고 쌓아갈 것이다. 상상속의 집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꾸미고자 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누구나 자신의 집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

 

여기 칸트라 불리우는 두 인물이 있다.

자신이라는 집에 갇혀 사는 '나의 형 칸트'가 그 하나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지은 집 속에 갇혀 버린 '건축가 칸트'가 있다. 이 둘은 사람과의 소통에 힘겨워하고 자신의 안에 갇혀 사는 인물이다. 열다섯 살의 소년 열무(김치 담그는 그 열무김치라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다)는 열일곱 살의 형 소나무, 엄마와 함께 서울에서 섬으로 이사 왔다. 바다가 보이는 집이라 해서 그럴듯 해보이지만 휴가때 펜션으로 내놓았던 곳이다. 가까이 가보면 페인트는 벗겨지고 색이 바래 허름해 보이는 곳이다. 서울의 아빠가 있는 집을 떠나 온 곳, 이곳은 예전에 열무 가족이 휴가 때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엄마는 이런 집에 살고 싶다 했다. 하지만 함께 공간을 엮어갈 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걸 계산에 넣었을것 같지는 않다.  

 

 

매일 같은 시각에 검정색 길다란 코트를 입고 새떼를 끌고 다니며 산책하는 남자가 있다. 어느 누구와도 눈인사를 하지 않고, 혼자서 그렇게 산책을 하는 남자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산책하는 것으로 유명한 철학자 칸트와 비슷하다며 그를 가리켜 칸트라 부른다. 또 한 명의 칸트가 있다. 매일 같은 시각에 일어나야하고 식판에 줄맞춰 반찬을 놓아야지만 밥을 먹는 자신의 규칙안에서 생활하는 칸트 나무가 그다. 나, 열무는 건축가 칸트를 남들처럼 소장님이라고 부르며 그의 상자같은 집, 관 같은 집엘 다닌다. 그의 뒤에는 그의 형 나무가 뒤따른다. 두 칸트는 서로 만났을때 인사법도 독특하다. 눈을 잘 마주치지 않고 자신만의 인사법으로 서로를 맞는다.

 

다른 이들과 소통에 문제 있었던 그들은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무심한듯 소통을 하고 있었다.

관처럼 생긴 곳에서 살아가는 그가 한때 유명한 건축가 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두 명의 칸트와 열무는 칸트의 집에서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칸트의 집에서 그들은 각자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있다. 형 나무는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자기가 수집한 바닷가의 물품들을 서랍장에 보관하고, 소장님은 책상앞의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무심한 듯 책을 읽는다. 이 둘을 관찰하는 열무는 소장님이 열무와 나무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듣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의 행동에서 그게 보이는 것이다.

 

 

처음에는 귀찮아했던 칸트도 어느새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행동이 하나 있다.

정해진 시간에 칸트의 집에 가서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나타나지 않았을때 허망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나타난 나이 든 칸트, 그가 산책나갔다가 시간에 맞춰오려고 뛰어왔던 숨소리를 보았던 날이다. 말로는 오지 말라고 했으면서 은근히 그들이 오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했던 칸트의 행동에서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자신만의 틀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소통하는 이야기이다. 나이를 떠나, 그 모든 것을 떠나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혼자만의 시간을 두 아이들의 행동을 보며 그들과 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열었던 건축가 칸트와 가장 완벽한 집은 이미 마음속에 지어져 있단다. (10페이지) 라고 이야기하며 집과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어 어느새 마음속에 자신만의 집을 그릴수 있게 된 열무와 나무의 이야기이다. 자신에 대한 미래를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어느새 그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꿈과 환상을 가지게 되었다.

 

외로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말했다.

우리 모두는 외로운 존재다. 지나간 과거를 끌어안고 외로움을 썩히느냐와 자신에게 다가오는 소중한 사람을 알아보는 일, 마음을 열어 누군가와 함께 하며 마음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싶었다. 참 따뜻한 책이었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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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괴 1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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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괴決壞』라는 책을 구입하고 읽게 되었을때, 나는 '결괴'라는 뜻이 '매듭을 풀게 되다'라는 뜻이 아닐까 짐작했다. 뜻이 궁금해 인터넷 검색해보니 '방죽이나 둑이 물에 밀려 터져 무너지는 것'이 결괴라고 나와 있다. 책을 읽다보니 왜 제목을 '결괴'로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사람은 마음속에 둑을 쌓아놓다. 차곡차곡, 자신의 감정들을 그렇게 쌓아놓는데, 이 마음의 둑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조금씩 풀어내기도 하지만, 어느 한 순간에 그걸 악의적으로 풀어버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는게 힘들다고 푸념하는 사람들, 어떻게 보면, 자신의 마음을 그렇게 표현하는 사람들은 굳어있는 마음의 매듭을 조금씩 푸는 게 아닐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가, 속으로 혼자 침잠하다가 마음속에 매듭이 커다란 둑이 되어 버리는 일도 생길 것이다. 힘들다고 누군가에게 푸념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났지 않은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결괴』는 절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악의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출하는지, 아무렇지도 않게 무차별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의 마음들을 담았다. 지방 도시에서 살아가는 한 젊은 가장이 있다. 세살 된 아들 아이와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료스케는 잦은 전근 때문에 마음을 터놓을 수 없는 친구 하나 없다. 그에게는 뭐든지 뛰어났고 뭐든지 잘하며, 좋은 직장에 다니는 형 다카시가 있다. 사이좋은 형이지만 형에 대한 열등감도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터놓을 수 없는 속마음을 류스케는 인터넷에 일기를 쓰고 있다.

 

또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집단괴롭힘을 당하는 중학생 도모야가 있다. 친구들에게 당하는 일들 때문에 소년 역시 인터넷을 떠돌며 성인 사이트를 기웃거리고, 살인에 대한 망상을 키워나간다. 누군가를 죽이겠다며 자신의 속마음을 자신만의 인터넷 일기장에 써놓는다.

 

 

결혼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여성들과 교제하며 살아가는 형 다카시는 국회도서관에 근무하고 있다. 동생 류스케의 아내 요시에는 류스케가 남모르게 일기를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않는 남편에게 서운함이 들었다. 그런 마음들을 류스케의 형 다카시에서 의논하게 된다. 그러던 차에 출장간 류스케가 마지막으로 형 다카시를 만난후 토막난 시체로 나타났다. 사체가 한군데서 다 나타난게 아니라 쓰레기봉투에 담아져 전국에 뿌려졌다. 류스케를 마지막으로 만났다는 이유때문에 다카시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그후에도 무차별적인 살인은 끊이지 않았다. 경찰은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자백만을 기다리지만 그는 자신은 살인을 하지 않았다며 자백하기를 거부했다.

 

살인에 대한 망상을 키우는 소년 도모야를 보면 아이 엄마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아이를 심하게 때렸다가 과도한 애정표현을 하는 것을 보면서 부모의 역할, 특히 한결같은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부모가 아이에게 일관성 있는 마음으로 대하지 않으면 아이는 부모의 기분에 따라 맞춰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혼란스러워하게 된다. 내가 본 도모야는 그런 엄마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아이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받고 다른 아이들에게 해를 가했을때 대처하는 엄마의 태도도 소설속 교사처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소설은 아주 천천히 진행이 된다.

류스케가 느끼는 감정들, 가족을 만나는 이야기, 이해할 수 없는 아버지의 행동들, 형에 대한 감정들을 아주 세세하면서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또한 다카시가 만나는 사람들, 그가 나누는 대화들, 자신이 느끼는 기이한 마음들, 그리고 도모야가 학교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담담하게 말한다. 아주 서서히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깊은 내면 속으로 이끌어간다.

 

두 권의 책인데 류스케가 시체로 발견되는 것이 첫째 권의 마지막 부분이고, 살인자가 밝혀지는 시점도 거의 막바지 부분이다. 살인자가 왜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질렀는지도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바다. 하지만 한가지 알수 있는 건 정체를 알수 없었던 살인자 또한 유년 시절에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불우한 가정, 마음 잡을데 없는 가정에서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은 가정이 평안해야 불행하지 않다는 것 또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반사회성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이 그처럼 무차별적인,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왠지 무섭게 느껴졌다. 안전하다고 느끼는 우리의 주변에서도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몰려왔다.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는 우리 내면의 깊은 절망과 그에 대한 악의로 나타나는 범죄에 대한 생각들을 담았다. 범죄로 인해 가족들이 느끼는 깊은 절망과 상처가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도 알려주었다. 책을 읽는내내 말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다. 왜 그래야만 했는가에 대한 물음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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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드높아지고 파랗다.

단풍은 붉게 물들고 색색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이럴때 산에 가면 정말 좋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럴때 역시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 신작들은 두근거리게 한다.

읽었거나 읽으려고 예정인 작품을 먼저 보면 아래와 같다.

 

 

 

 

 

 

 

 

 

 

 

 

 

 

 

 

 

 

 

 

 

 

 

 

 

 

 

 

또한 후배가 구입한 책 중에서 빌려와 아직 읽지 않은 책도 있다.

 

 

 

 

 

 

 

 

 

 

 

신작 들을 보니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눈에 보인다.

조두진의 신작에서 부터 민음사 오늘의 작가상 작품도 보인다.

또한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이 보여 반갑다.

철학적인 에세이를 쓰는 보통은 <영혼의 미술관>을 어떻게 표현할까.

 

 

 

 

 

 

 

 

 

 

올 10월, 역시 누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것인지 기다리고 있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되었다.

80세가 넘은 단편 소설 작가 엘리스 먼로의 작품이 나왔다.

 

 

 

 

 

 

 

 

 

<나프탈렌>으로 만난 백가흠의 신작 <향>도 보인다.

또한 <헤밍웨이 단편선> 과 코믹 매카시의 <카운슬러> 또한 눈에 띈다.

<붉은 나무젓가락>은 아름다운 표지만으로도 눈에 띄어 관심이 가는 책이다.

 

 

 

 

 

 

 

 

 

 

작품이, 작품이 마구 쏟아져 나와 자꾸 읽을 책이 쌓이게 된다.

 

 

 

 

 

 

 

 

그리고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 생겼다.

 

전에 영화 <시라노 ; 연애조작단>을 보고나서 읽고 싶던 책이었는데, 그동안 잊어먹고 있다가 다시 생각이 났다.

 

검색해 보니까 열린책들과 문학동네 판이 보이는데,

어떤 책이 더 좋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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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공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에리카 종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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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의 시 전집과 그의 자전적인 내용을 담은 소설을 읽을때 이처럼 고뇌하는 여성이 있는가, 끝없이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한 여성 소설가의 소설은 조금 충격적으로 다가왔었다. 어느 한 사람의 내면은 우리가 들어가보지 않는 이상 알지 못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하고 있지 않은 이상 알 수가 없다. 뜻모를 이야기, 뜻모를 행동으로도 알수가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일것이다. 또한 상대방의 마음을 알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이기도 하다.

 

얼마전에 읽은 실비아 플라스의 시집과 자전적 소설의 감흥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실비아 플라스의 작품을 이야기하는 소설속 주인공 이사도라의 이야기를 만났다. 이 책이 나왔던 1973년 전 세계를 발칵 뒤집이 놓았던 에리카 종의 『비행공포』라는 소설을 말이다. 이 작품을 내놓고 작가는 욕설을 담은 협박편지와 찬사를 가득 담은 편지들이 동시에 쏟아지는 나날이었다고 했다.

 

소설속에서는 비속어라고 해야 할 낱말들이 난무한다.

우리가 잘 쓰지 않는 말, 아주 어렸을 때는 간혹 들렸던 말이지만, 우리가 금지하고 있는 말을. 책 속에서는 거의 보지 못하는 비속어 말이다. 이런 비속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불편할 소설이다. 그녀, 이사도라의 마음속에 낱말로 무수히 나타내는 낱말이므로,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읽어내다 보면 그녀의 마음속, 어쩌면 모든 여성들의 마음을 조금은 대변하는 글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사실 표현을 하지 않는다 뿐이지 성性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항상 고민하는 문제가 아니던가. 이사도라가 좀더 유별나게 표현한다 뿐이지.

 

사실 이사도라 식의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적나라한 그녀의 표현에 미리부터 질리기도 했지만 충분히 있을수 있는 일이며, 숨겨두고 있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내가 쓰는 모든 글은 사랑을 얻기 위한 나의 노력이야. (463페이지)

 

학회때문에 빈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사도라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비행기 안에는 117명의 정신분석 전문의가 탑승하고 있었고, 이사도라는 적어도 여섯 명에게 상담 치료를 받았고 일곱번째 의사와 결혼했다. 늘 정신분석을 받고 있었지만 그녀가 겪는 비행공포증은 해가 갈수록 더 심해졌다. 남편  베넷과 함께 가는 비행기 안에서 그녀는 지퍼 터지는 섹스를 경험하고 싶다. 아니 상상한다. 낯선 남자와 눈빛을 교환하고 어디론가 향하는 그런 상상 말이다. 여기에서 이사도라는 꼭 낯선 남자여야 했다.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보지만 어느새 바람빠지는 풍선처럼 그 상상은 사라지고 만다. 그녀와 함께 5년째 살고 있는 남편 베넷은 이제 낯선 남자가 아니다. 때로 침대에서 그녀는 베넷을 낯선 남자라고 상상한다. 누군가 그랬다. 남편은 남자가 아니고 가족이라고. 문득 그말이 떠올랐다.

 

학회가 시작될 무렵, 정신분석에 관한 학회의 기사를 쓰겠다고 기자의 신분으로 그곳엘 갔지만 그녀에게 출입증은 건네지지 않았고, 그녀는 자신에게 말을 거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상상 속 남자와 부합하는 인물이다. 눈빛 한번 마주치자마자 불꽃이 타오른다. 그 남자, 에이드리언은 말을 건네며 자신의 엉덩이를 꼬집는다. 이 남자는 자신의 환상속 지퍼 터지는 섹스의 대상자였다. 그와 함께 이야기를 하고, 뭔가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상상속 인물, 즉 낯선 남자인 에이드리언은 현재의 자신에게 최고의 남자가 될 것 같았다.  

 

 

이사도라는 적개심으로 불타는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한 명의 단짝 친구 정도는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결혼의 의미를 믿은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결혼생활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때 고개드는 그 갈망 때문에 힘들어 할 뿐이었다. 그 불안감과 그 굶주림, 그 모든 것의 울림의 소리를, 욕망을 주체할 수 없을 뿐이었다.

 

침묵이야말로 악기 중에 가장 무딘 악기다. 침묵은 나를 땅으로 박아넣는 망치다. 침묵은 나를 죄책감의 심연으로 끌어내린다. 침묵은 내 머릿속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오는 그 어떤 목소리보다 가혹하게 나를 비난하게 만든다.  (201페이지)

 

부분적으로는 그런 이유로 나는 글을 쓴다. 내가 어떤 글을 쓰는지 보지 않고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나의 글쓰기는 내 머릿속 미지의 세계로 나를 데려다줄 잠수함이고 우주선이다. 그 모험은 끝이 없고 무궁무진하다. (395페이지)

 

자신의 가족의 치부를 과감하게 드러냈고, 그래서 가족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기도 했던 에리카 종은 이사도라 윙의 입을 빌어 자신의 속내를 과감하게 쏟아냈다. 그럼에도 그녀가 하는 말에 우리는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 한 사람의 아내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외로움, 여자로서 살아가는 삶, 사랑이 필요한 사람으로서의 내적 갈등을 과감하게 드러냈다. 수치스럽고 은밀한 생각들을 이사도라 윙의 이름으로 말하며 자신의 자아를 찾는 여정이다.

 

에리카 종이 40년 전에 발표했던 소설이지만, 요즘의 세태와 별다를게 없다.

자신의 내밀한 감정들을 과감하게 표현하지 않을뿐, 지금의 많은 여성들도 이사도라 윙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칠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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