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목적어 - 세상 사람들이 뽑은 가장 소중한 단어 50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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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TV에서 하는 재방송을 보았다. 힐링캠프 '신경숙편'이었다. 신경숙 작가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게 『엄마를 부탁해』라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고, 외국어로도 번역되어 외국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또 가장 원천적인 단어가 아닐까. 듣기만 해도 먹먹해지는 느낌을 갖게 하는 '엄마'라는 소재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엄마'라는 단어는 동서양을 불문하고 가슴먹먹하게하는 단어인가 보다. 그토록 많은 사람이 읽었고, 그토록 많은 사람을 울리게 하는 감동적인 책이었으므로. 드라마를 보면서 출연진들이 각자 엄마의 이야기를 하는데, TV를 보고 있는 나도 울컥해져 눈물이 나왔다. 그들의 엄마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엄마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되어지는 단어가 있을 것이다.

열 달 동안 담고 있다가, 낳아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우리를 키워내셨던 존재, '엄마'. 그 엄마라는 단어만으로도 우리를 먹먹하게 하는 단어처럼 말이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단어이자 인생의 목표가 되는 목적어를 말하는 책이었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단어 50가지를 말하는 책. 50개의 단어에 대한 책을 읽으며, 우리가  살아가면서 신경쓰지 않았던 것, 우리 자신에게 꼭 필요한 단어 들이라는 걸 느꼈다.

 

사실 정철 이라는 카피라이터이자 작가의 글을 이웃분의 글에서는 만난적이 있지만 책으로 만나본 건 처음이었다. 이름에서 '송강 정철'을 떠올렸고, 이런 글을 쓰시는 분도 있구나 싶었다. 이번에 이 책 『인생의 목적어』를 읽으면서 저자가 카피라이터였다는 걸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카피라이터로 글을 썼던 저자 박웅현을 떠올렸다. 그분의 책을 두 권 있었고, 책들이 울림을 주었으므로 정철이라는 작가의 글을 만났을때 호감이 먼저 앞섰다. 한 줄의 카피를 위해 많은 것을 생각해야했고, 번뜩이는 재치를 가진 그들이 글도 잘 쓰는 구나 싶은 마음이 컸달까.

 

인생의 목적어로 지목한 단어를 설문조사로 받아 그 단어들에 그의 생각을 불어 넣은 책은 마음에 들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설문조사로 답한 단어중 44위 까지의 단어와 저자가 생각한 여섯 단어를 합한 단어가 총 오십 단어이다. 설문에 응했던 이들이 제일 많이 써낸 단어는 역시 '가족'이었다. 이웃분들의 리뷰를 읽으며, 이 책을 읽으며 내 인생의 목적어는 무얼까 열심히 생각해보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첫번째 떠오른 단어는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저자 정철은 여섯 가지의 챕터로 구분해 첫번째 챕터의 첫번째 단어를 '엄마'로 시작했다.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배우고, 가장 먼저 말하는 단어가 엄마가 아닐까. 내가 가장 위로 받고 싶을때 듣고 싶은 목소리도 엄마이고, 슬플때나 사랑에 실패했을때 엄마의 품속으로 들어가고 싶은게 엄마라는 단어이다. 딸의 엄마인 아내를 바라보며 자신의 엄마를 바라보는 이야기를 건넸다. 누구나 다른 엄마를 보며 내 엄마를 생각하는가 보다.

 

 

당신은 지금 감옥에 갇혀 있습니까?

그게 아니라면 왜 더 자유롭게 생각하고 더 자유롭게 움직이지 않습니까?

당신은 당신이 만든 감옥에 갇혀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탈옥하십시오.   (47페이지, '자유' 중에서)

 

많은 단어들 중 나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책'에 관련된 단어도 역시 마음에 들어왔다.

책이라고 하면, 신문에서도 두 눈이 번쩍 뜨일 정도니까 말이다. 저자는 책이라는 단어 속에서 책은 말을 거는 물건이라고 표현했다. 이 얼마나 절묘한 표현인가. 우리는 책에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고, 그들의 삶을 지켜보며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주제들을 생각하게 되고, 작가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들으며, 작가의 느낌을 공유하고자 하는게 책이 아닌가 말이다. 또한 책 한 권을 산다는 것은 그 책이 우리에게 말을 거는 것을 허락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저자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단어 셋을 물었다면 사람, 사람, 사람이라고 대답하고 싶다고 했다.

사람, 우리가 살아가면서 없어서는 안되는 사람. 우리를 있게 하는 것도 사람이고,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도 사람이지만, 우리는 사람이 있어 우리가 살아가기도 하는 것. 사람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말이었다. 내가 무심했던 사람들에게 따스한 온기를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우리 곁에 있는 사람, 지금의 시간들이 우리 삶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 중의 첫번째가 아닌가. 지금이라는 시간 속에서 우리를 좀더 깊게 들여다 볼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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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앙상블
시월야 지음 / 청어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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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를 즐겨 읽지만(최근에는 생각보다 많이 읽지는 못한다) 시대물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아니면 잘 읽게 되지 않는데, 이 책은 내가 모르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일단 책소개에 있는 내용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조선시대에 그것도 여인의 몸으로 남자에게 혼인을 청한다는 내용에 혹 했음이다.

 

여인의 몸으로 쉽지 않음에도 남자에게 혼인을 청해야 한다는 사실은 여자 주인공에게 어쩔수 없는 사연이 있을테니 말이다. 책 뒷 표지에 보면, '꼭 혼인을 하자는 확답을 받아와야 한다. 알겠느냐? 그 자리에서 옷고름을 푸는 한이 있더라도 꼭 확답을 받아야 이 집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이야'라고 적혀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효진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효진의 처지, 어떠한 사연이 있길래 여자의 몸으로 혼담을 청해야 하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로맨스 소설에서 내가 특히 좋아하는 캐릭터는 여자 주인공이 강한 캐릭터다.

남자의 말에 꼼짝을 못하는 청순가련형 보다는 자신의 일을 직접 헤쳐 나갈수 있는 강단이 있고, 명민한 여자주인공이 좋다. 책 속의 여자 주인공 효진이 그런 캐릭터여서 반가웠고, 효진을 만나게 되는 남자 주인공 준수 또한 효진의 그런 면에 호감을 갖는다. 물론 외모가 출중하니 반하는 건 당연지사고. 이에 맞서는 준수 또한 그 이름처럼 준수한 남자다.

 

그들이 사는 시대에서 사는 이들 김준수와 윤효진은 보통 가문의 사람들이 아니다.

양반 출신이되 조양상단을 이끄는 대행수 김준수는 도성에서 이름난 부자다. 그런 그를 사위로 삼아 자신의 출세길에 발판을 삼으려는 양부 윤정한에 의해 김준수와의 혼담을 진행해야 하는게 효진의 과제다.

 

 

둘의 첫 만남, 준수는 효진을 시험하기 위해, 또는 효진의 양부를 다스리기 위해 기루에서 만나자고 청한다. 아직 혼례를 올리지도 않았을뿐더라 처자에게 기루에 나오라는 처사는 옳지 못했지만, 기루에까지 나갈수 밖에 없었던 양부의 처지였다. 로맨스 소설의 공식 답게, 자신들의 이익 때문에 혼담이 오고 갔지만, 당차고 강단있는 성격과 아름다운 모습에 반한 그들은 서로를 많이 좋아한다. 그 둘 사이에는 그 흔한 삼각관계가 없는게 또 마음에 들었다. 둘을 향한 사랑과 둘의 사랑에 걸림돌이 될 사람들을 가볍게 정리하는 준수의 행동이 후련하기까지 하다.

 

사랑에 냉정할 것 같은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헤어나오지를 못한다더니 준수가 그 꼴이다.

뭐,, 준수가 효진의 치마폭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에 흐뭇하기까지 했으니까. 로맨스 소설은 역시 달달해야 하고, 읽는 이로 하여금 웃게 만드는게 진짜 좋은 것 같다. 기분이 우울해지지도 않고 읽으면서 즐거웠던 소설이었다. 시월야 라는 작가 처음이었고, 작품도 첫작품인것 같은데 생각보다 느낌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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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보지 못한 숲 오늘의 젊은 작가 1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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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우연히 한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드라마 스페셜이던가 했다. 중간 즈음에 보기 시작한 드라마는 한 젊은 여자와 한 젊은 남자가 나오는 드라마 였고, 그 둘은 우연히 서로 만나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었다. 서로는 모르지만 시청자만 알고 있는 사실, 둘은 같은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빚때문에, 한 달만 버텨보자며 들어온 고시원. 그곳은 햇볕이 들어오는 창 하나 없었고, 앞날에 대한 희망 한 자락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사치로 보일만큼. 서로의 상대방이 돈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램도 가졌을 것이다. 병원의 산소호흡기를 꼽고 있는 엄마, 오랜시간 동안 병원비를 대고 할 만큼 했기 때문에, 사랑하는 저 여자를 택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말 한 마디가 참 가슴 아팠다. 아주 오래전 베스트극장을 보던 그런 감정들이 살아난 내용이었다. 이웃분들의 리뷰에서 간혹 만나곤 하던 연작 드라마 식의 감동적인 내용이 있어 반가움이 일었다.

 

간결하면서도 감정을 건드리는 드라마를 보면서 읽었던 책 『아무도 보지 못한 숲』처럼 가슴이 먹먹해지는 걸 느꼈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과 상관없는 내용이었지만, 왠지 비슷한 감성을 느꼈던 것이다. 갈 곳 없는 삶, 가로막힌 듯한 삶. 모든 것이 암담한 삶인것 처럼 보여도 한가닥 희망을 안고 있는. 사랑의 온기를 조금이라도 간직한 그 모습들이 묘하게 비슷한 감성을 느끼게 했다.

 

조해진 작가의 소설이 이런 느낌이구나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조해진 작가를 처음 만난 작품이 『로기완을 만났다』였다. 속으로 침잠하는, 얇은 책이지만 오래 붙잡고 싶은 책이어서 조해진 작가를 머릿속에 새겨 넣은 작품이기도 했다. 그 작품을 읽고 나는 리뷰 말미에 '좋은 작가를 만났다.' 라고 썼으니까.

 

이렇듯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작가가 신작을 써냈고, 출판사에서 '오늘의 젊은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책이 나왔으니 더욱 궁금할 수 밖에.

 

미수라는 젊은 여자가 있고, 한 소년이 있고, 미수에게는 윤이 있다. 하지만 이들 셋 모두 함께 하지 못하고 서로의 주변에서만 맴도는 존재들이다. 마음에 품고 있지만, 그 앞에 당당하게 다가설 수 없는 사람들이다. 미수는 윤을 좋아하지만, 윤의 어떠한 진실 하나를 안뒤 모른척하는 그를 아직도 마음에 담고 있다. 소년은 M이라 부르는 여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주변에서 맴돌고 있으나 그 앞에 당당하게 나타나지 못한다. 미수는 어렸을때 죽은 동생 현수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이들 셋은 모두 숲 가장자리에 그렇게 떠돌고 있었다. 깊은 숲속, 호수가 숨어있는 그 깊은 숲속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사람은 모두 구름 위에서 태어난다고, 구름 위 상자 같은 작은 방 안에서 얼굴을 완성하고 심장을 만들고 손발을 꼼지락거리며 준비를 하다가 때가 되면 세상에 나오는 거라고 할머니는 얘기해 주었다.  (13페이지)

 

간절하게 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버그나 몬스터의 배역 따위 없는 곳, 갚아야 할 빚도 없고 되새기고 또 되새겨야 하는 기억도 없는 곳, 칼이나 날카로운 유리 조각도 없는 곳, 사람이 상하지 않는 곳, 사라지거나 위장되는 자도 없는 곳, 그런 곳. 숲이라면 좋을 듯 했다. 호수가 있는 숲, M 외에는 그 누구도 가 본 적 없고 아무도 보지 못하는 M만의 숲이라면 남은 인생이 긴 낮잠으로만 소모된다 해도 기꺼이 모든 것을 포기한 채 편한 마음으로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았다.  (131페이지)

 

숲은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존재다. 커다란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고, 어느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곳, 자신의 숲 밖에서 버그의 삶이든, 몬스터의 삶을 살았다해도, 이들이 꿈꾸는 숲속엔 아무렇지도 않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속에서는 서로를 찾는 오누이의 시선과 꿈만 있을 뿐이다. 깊은 숲속엔 그들을 품어줄 따스한 호수가 있고, 호숫가에는 역시 따스함을 품어줄 커다란 거인같은 여자가 앉아 있다. 목마른 그들에게 젖이라도 내줄 그런 따스한 품속에 안길 수 있는 여자가 손짓하는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보충할 수 있는 그 숲은 그들을 따스하게 품어줄 수 있다.

아무도 몰라야 하며, 보지 못하는 숲이다. 그 숲속에서 오누이는 그들의 삶을 꿈꿀수가 있게 되었다. 그들이 숨어 있는 깊은 숲속에 다른 어떤 것도 들어오지 말아야 할텐데. 조그만 염려가 생기기도 하지만, 그토록 찾아헤맸던 그들이기에, 삶이 힘들때마다 꿈속에서 만나왔던 존재이므로 그들은 그 숲속에서 편안할 수 있다. 그들에겐 안식의 숲이 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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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 프로젝트
그레임 심시언 지음, 송경아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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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사회성이 결여된 사람을 만나면 굉장히 힘들것 같다. 제대로 대화가 되지 않을 뿐더러 동문서답하고 있을게 뻔해 보이니까. 하지만 나에게 그런 사람이 다가왔을때 어떤 느낌일까. 더구나 속절없이 마음에 들어오면 어떻게 할까. 자꾸만 부딪히면서도 눈길이 향하게 되고 자주 만나고 싶어할까. 사회성은 결여되었지만 밉지 않은 남자, 깨알같은 재미를 주는 남자를 만났다.

 

그의 이름은 돈 틸먼이라고 39세이며, 유전학 교수이고 잘생기고 똑똑한 데다 요리 실력까지 뛰어난 남자다. 그런 그가 결혼을 하고 싶어 한다. 모든 준비를 끝내놓고, 결혼할 여자를 찾는다. 그는 아내 프로젝트 일환으로 열여섯 장으로 된 설문지를 돌리며 결혼 상대자를 찾고자 한다. 그가 싫어하는 여자는 약속 시간 늦는 여자와 담배 피우는 여자, 채식주의자 등등 이다. 그런데 그녀 로지는 이 모든 것에 해당되는게 많다. 그가 그토록 싫어하는 채식주의자 일 뿐더러 담배도 피우는 여자다. 아내 프로젝트의 대상자에서 뺏지만 왠지 그녀가 싫지 않다.

 

그녀 로지 자먼, 29세이며 바메이드이다. 자신의 아버지인 필이 친아버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고자 한다. 엄마가 의대생일때 만난 남자가 생물학적 아버지 일것이라 생각하며 유전학 교수인 돈 틸먼을 찾아온다. 친아버지가 분명 엄마의 의대 동기 중의 한 명 일거라고 생각하고 아버지를 찾기 위한 아버지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된다. 어머니와 사진을 찍었던 졸업생 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그들의 DNA를 채취하게 된다. 로지의 가족과 친구처럼 지냈던 의대 교수등을 만나며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일까 궁금하다. 사회성은 부족하지만, 로지의 아버지를 찾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 로지는 그를 달리 보게 된다. 우리 모두 그렇지 않을까.

 

 

『로지 프로젝트』는 그레임 심시언의 장편소설로 꽤 유쾌한 소설이었다. 또한 로맨틱한 소설이었으며 한 남자가 자신의 계획하에 삶을 살아가다가 어쩌면 무계획적으로 살고 있는 듯한 한 여자를 향해 자신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여 주는 부분이 특히 감동적이었다. 자신의 진짜 모습,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보아주고, 사랑하는 일이다. 로지가 돈에게 마음을 열면서도 쉽게 다가서지 못했던 것이 돈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돈은 자신의 나름의 감정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조금쯤은 변화된 모습으로 다가서게 된다. 나의 어떤 모습이 상대방이 싫어하는 거라면, 나의 말투가 그에게 거슬린다면 말투를 바꾸려고 하고, 상대방이 싫어할 행동을 삼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모두 상대방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고, 사랑하는 상대방에 대한 조그만 배려이다.  

 

추운 겨울과 어울리는 소설.

누군가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가 점점 좋아진다면 읽어볼 소설. 또한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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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순례 - 옛 그림과 글씨를 보는 눈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2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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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우리 고유의 그림, 즉 옛그림을 보는 법이 화두이긴 한가보다. 며칠 전에 읽었던 허균의 『옛그림을 보는 법』에서도 옛그림을 아는 법은 바로 우리 문화를 아는 법이라며 허균은 우리 옛그림을 보는 법을 책으로 펴내 어느 정도 감식안을 가졌었다. 내가 갖고 싶고 읽고 싶은 책 한 권도 옛그림을 보는 법을 가르켜주는 책으로 고연희, 김동준, 정민 등의 저자가 쓴 책으로 『한국학, 그림을 그리다』라는 책이다. 그러던차에 유홍준 교수가 펴낸 작품 『명작순례』가 나왔다. 유홍준 교수의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글을 좋아하기 때문에 저자가 펴낸 책은 꼭 봐야할 책으로 꼽고 있다. 그래서 나오자마자 구입하게 되는 책 중의 하나인데, 유홍준 교수도 이번 책을 펴내면서 옛그림과 글씨를 보는 눈, 명작을 보는 안목을 기르자는 의미로 이 책 『명작순례』를 펴냈다 했다.

 

『국보순례』가 '문화유산을 보는 눈'을 말한 것이라면, 『명작순례』는 그림과 글씨를 중심으로 명작 감상법을 이야기하는 글이다. 『국보순례』에 있는 26점은 제외하고, 기본 정보와 해설을 필요로 하는 옛 그림과 글씨 49점을 설명하며 우리를 명작을 감상하는 법, 즉 명작을 보는 안목을 기르게 하는 책이다. 다른 책에서 본 그림 보다는 생소한 그림과 글씨가 많은 책으로, 역시나 우리 옛 그림이 그려진 시대적 배경, 화가가 작품을 만들게 되는 계기, 화가의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었다.

 

조선시대 도화서에서 화원을 뽑는 시험을 취재라고 하는데 취재는 대나무 잘 그리는 것을 제일로 쳤다 한다. 대나무 그림은 누구나 그럴듯하게 흉내 낼 수 있지만 잘 그리기는 매우 어렵다고 설명하면서 탄은 이정의 그림을 소개한다. 조선시대 최고의 묵죽화가임을 부인할 미술사가는 없다고 표현하며 이정의 《풍죽도》를 소개하는데 정말 아름답다. 대나무의 다양한 자태를 능숙하게 표현했다고 하며, 저자는 이정의 그림에서 대나무의 청신한 신운이 감돈다고 설명했다.  

 

「야매도」《화원별집》중 이정, 17세기초

 

나는 개인적으로 매화 그림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정의 「야매도」가 더 눈에 들어왔다. 봐도봐도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다. 저자는 일지매로 표현한 매화 가지와 꽃이 상큼할 뿐 아니라 담묵의 푸른색으로 표현한 밤하늘은 가히 환상적이다. 나는《화원별집》에 수록된 75점의 작품 중 탄은의 「야매도」를 가장 사랑한다.(30~31페이지) 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수록 꽃이 좋아지고, 나무가 좋아지고, 우리의 옛 그림과 옛 건축물이 좋아진다. 이는 과거로의 회귀 현상쯤 되려나. 아니면 자연회귀현상인가. 나는 매화 그림이 좋다.

 

아래 그림중 오른쪽 그림인 「송호도」는 강세황,김홍도 합작이다. 김홍도의 스승이었던 강세황은 소나무를 그렸고, 제자인 김홍도는 호랑이를 그렸다. 내가 그림을 봐도 호랑이는 금방이라도 훌쩍 튀어 오를듯 하다. 한올한올 털이 살아움직이는 듯한 그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풍설야귀인」최북,18세기중엽, 「송호도」강세황,김홍도 합작,18세기후반

 

이외에도 춘화이야기도 설명을 하는데, 혜원 신윤복이 춘화를 그린줄로만 알았는데 단원도 춘화를 그렸다는게 놀라웠다. 달빛이 교교하게 비추는 곳, 버드나무 가지가 늘어진 곳에 그려진 남녀의 모습이 자연과 어우러져 멋스럽게 보였다. 책 속의 춘화는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만 삽입되어 있다.

 

우봉 조희룡의 <매화> 편은 매화 그림이 환상적으로 비춰진다. 리뷰에 그림을 다 담을 수 없어 안타까울 정도다. 우봉 조희룡의 10곡 연결병풍으로 그려진 매화 그림도 압도적이다. 매화를 그리다 백발이 되었다는 우봉 답게 말이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김환기, 1970년

 

 

저자는 책에서, 문화재청에서는 50년 이상 된 유물은 등록문화재 심사 대상에 올리고, 100년 이상 된 유물 중에서 보물, 사적 등을 지정하며 그중 뛰어난 것을 국보 승격시키고 있다. 회화 중에서 현재 국보로 지정된 그림의 주인공은 공재 윤두서,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추사 김정희 다섯 명 뿐이다. 그렇다면 20세기 화가로는 누가 그런 대접을 받아 마땅할까?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를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190페이지) 라고 했다. 즐겨 그리던 대상들을 점으로 환원시켜갔고, 고향을 생각하며 수많은 점을 찍은 그림이 위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이다.

 

현대적인 회화, 특히 추상화에 가까운 그림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김환기 화가가 고국을 생각하며 수만 개의 점을 찍었다는 설명에 그림이 달리 보였다. 화가가 고국을 생각하는 마음, 향수가 보였달까.

 

저자는 우리나라 옛 그림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글씨와 서예가 이야기도 설명하고 있다. 또한 왕실의 그림과 글씨, 특히 책가도 그림을 보면서 예전이나 지금이나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 그걸 그림으로 남겼다는게 흥미로웠다. 우리가 다른 이의 책장을 보며 흐뭇해 하듯 말이다.

 

바라보는 일이 즐거워 그림을 들여다보니 그림을 좋아하게 되고, 그림을 아는 법을 책으로까지 읽게 되었다. 그림에 대해 아는 일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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