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읽었던 작은 아씨들은 1편에 지나지 않았다소녀 때 우리는 그 책을 완결판이라 여기고 조가 로리와 결혼했을 거라는 나름의 환상을 지니고 있었다그러나 1편과 2편이 수록된 작은 아씨들을 읽었더니 생각지 못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로리를 그저 친구로 생각했던 조는 끝내 로리의 마음을 받아들여 주지 않았다최근에 개봉한 동명의 원작 영화인 작은 아씨들에서도 조는 한발 늦었다나중에서야 자기의 마음을 알고 고백하려 했으나 이미 로리와 에이미는 약혼한 상태였다다시 되돌리지 않을까라는 우리의 희망을 저버렸다작은 아씨들을 읽는 우리는(여성들만조를 분신처럼 여겼기 때문에 우리는 끝까지 조 편이었다.

 


 

조의 아이들은 조가 독일인 교수 프리츠 바에르 씨와 결혼 후 아이들을 위해 플럼필드 학교를 세웠다남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워 가르치기 시작했다이 책은 3편 작은 신사들과 10년 후의 이야기인 조의 아이들』 합본으로 플럼필드 학교를 중심으로 남자 아이들의 교육과 성장을 담았다.

 


메그와 존 브룩 씨의 아이들 데미와 데이지를 비롯해낸과 냇토미 그리고 조와 프리츠 바에르의 아이들인 로브와 테드바에르의 사촌인 프란츠와 에밀 등 남자 아이들 중심의 학교였다로리의 부탁으로 들어오게 된 냇은 거리의 악사였다아버지가 죽은 후 로리 때문에 학교로 오게 되었다떠돌이 소년 댄도 플럼필드에 들어오게 되는데 댄은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라 언덕을 마구 내달려야 했으며 예의가 부족했다속마음과는 다르게 거칠게 행동했다그렇지만 조와 바에르 교수는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


 

조와 바에르 씨의 교육관이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학교에서 하는 공부도 중요했으나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자연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정원을 가꾸고 동물들을 키워 바른 인성을 갖기를 바랐다토미가 기른 닭들이 달걀을 낳자 그것을 사주며 경제적인 자립을 도왔다아이들 각자가 가진 특징을 살려 삶을 살기를 바랐다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역시 거짓말 하지 않는 것자기가 가진 재능을 살려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었다.

 


작은 아씨들에서 조는 여성이라고 해서 결혼이라는 틀에 갇히는 걸 바라지 않았다이것은 루이자 메이 올컷이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경험과도 맞물린다남자 아이들만 있는 학교에서 데이지를 위해 낸을 학교로 불렀다천방지축 낸은 조와 닮아서 어렸을 적 자신을 떠올리게 했다낸이 의학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아보고 약초를 심어 관심을 갖게 하고 의학을 공부하여 의사가 되는 모습은 작가가 추구하는 것과 닮았다.

 


댄에 대하여 말하지 않을 수 없다불우한 어린시절을 지내 행동이 거친 그는 자기를 진심으로 믿어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플럼필드 학교를 좋아하였지만 조와 바에르 교수가 나가라고 하면 거리로 나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그가 어떠한 잘못을 하든 조와 바에르는 그를 야단치지 않고 그가 옳은 길로 가기를 바랐다그를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온전히 믿었다. 10년 후의 그가 정당방위로 감옥에 가게 되었을 때 그들이 실망할까봐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자신의 부모라고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을 했던 것 같다탄광에서 일하다 여러 사람을 구하고 죽을 뻔했을 때에야 그는 진실을 말한다.

 


보통의 경우 댄처럼 악동 짓을 하게 되면 학교에서 내치고 곁을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그렇지만 조와 바에르 교수는 댄을 끝까지 믿었다시간이 지나면 옳게 성장하리라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그것이 조와 바에르 교수가 추구하는 학교의 모습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책 속에서 로리가 배우 티모시 샬라메로 생각되어 그가 베스의 아빠라는 게 적응되지 않았다사람을 믿는데 있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건 조와 비슷했다조와 바에르 교수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길러주었다플럼필드를 거쳐간 아이들에게 작은 세상을 열어주었던 작은 아씨들』 완성판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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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2-01 14: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은 아씨들 책두께를 보니 대하소설 분량이였네요
제작자들은 작은 아씨들 그이후에 이야기를 드라마로 제작을 왜 안하는지,,,
메그에 아이들, 조가 세우는 학교 이야기를 더 알고 싶은데 ,,,


Breeze 2021-02-05 11:21   좋아요 1 | URL
아무래도 조를 자신에게 더 이입시키기 때문에 조가 주를 이루는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듯 해요. 저도 그랬고요. ㅋㅋㅋ
 
내 마음을 담은 집 - 서현 작은 집의 건축학개론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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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을 꿈꾼다. 10여 평 정도의 작은 집. 주말에 머물 수 있고 남편의 정년퇴직 후에 한두 달 정도씩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 따뜻한 통영의 동생 집을 살까 생각했었고, 다른 도시의 바닷가 한적한 곳을 살펴보기도 했다. 이왕이면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더라도 한옥 형태의 집이면 좋겠다. 한옥의 경우 집 짓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현재는 포기한 상태다. 생각한 게 텃밭 한쪽에 이동식 주택을 가져다 놓는 것이었다. 밭에는 6평의 이동식 주택만 가능하여 복층 주택을 생각하고 있다. 밭 한편에 나무를 심고, 수국 등 각종 꽃나무를 심어 가꾸고 있다. 남편이 좀 더 한가한 곳으로 발령이 나면 올해쯤 놓고 싶은 바람이다.


 



 

작은 집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퇴직 후의 삶을 위해, 층간소음으로 힘든 아이들을 위해 집을 짓는다. 이러한 사람들의 바람을 알아 저자는 작은 집 세 채를 짓는 과정을 담은 책을 펴냈다. 거창하게 큰 집이 아닌 자신들의 마음을 담은 작은 집이다. 원하는 바를 담아 최소한의 한정된 예산에서 건축주와 건축가가 한 마음이 되어 집을 지었다.

 


저자는 서울시의 공공 건축가로 활동하는 와중에 작은 집을 지어달라는 건축주의 의뢰를 받고 건축에 참여하였다. 그 첫 번째가 은퇴한 간호사의 설계도 때문이었다. 살고 싶은 집을 악보 이면지에 그려왔던 그녀로 인해 설계도를 다시 살펴 그렸고 직접 충주로 내려가 집이 들어설 대지를 둘러보았다. 산 밑에 자리 잡은 추평리의 풍경이 펼쳐진 곳이었다. 그녀가 처음부터 건축주는 아니었으나 건축주가 되어, 실제 집을 짓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귀한 경험을 할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함께 건축에 참여하였다.

 


 

 

집을 짓게 되면 당초 예산을 넘기기 일쑤다. 콘크리트 벽을 외부로 노출하게 되므로 거푸집을 재사용하여 건축비를 아꼈다. 가진 물건이 많지 않다고 해도 그것을 놓을 공간이 필요해 다락을 만들어 보관하도로 했다. 15평이 16.5평이 되었다. 천창을 만들어 하늘과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충주의 문추헌을 비롯해 층간소음 때문에 주택으로 이사할 생각인 두 아들을 둔 건축주가 두 번째 집 담류헌이었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으세요?’ 라는 질문에 자기가 살고 싶은 집을 읊고 그것들을 구상해 집을 설계하였다. 항상 세워둔 예산보다 웃도는 건축비용 때문에 두 아들을 한 방에 머물게 하고 가족들이 꿈꾸는 집을 짓기 시작했다. 앞집과 뒷집 가운데에 있는 대지에서는 남향집을 짓기 어려웠다. 방향을 틀어 북서향의 집을 지었는데 이런 경우 조망권 때문에 이웃집의 불평불만이 생길수도 있다. 시멘트 블록과는 다른 큐 블록을 건물 외장에 사용해 꽤 멋스러운 집이 되었다. 큐 블록의 틈으로 들어오는 빛 때문에 시간에 따라 다른 빛의 파장이 생겼다. 건축주는 이를 가리켜 빛의 향연이라고 표현했다. 생각해본다. 거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을 때 남향인 발코니로부터 햇빛이 들어오는 그 따스한 풍경을. 사람마다 추구하는 게 이처럼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집은 서울이지만 근무처가 공주여서 은퇴 후 그곳에 터를 잡고 살고 싶은 부부가 찾아왔다. 양편에 묘가 있는 대지였다. 아들은 장성해 부부 거처만 있어도 되었다. 다만 건축주는 드림 카가 4대나 되었으므로 1층 주차공간에 창고 겸 보일러 시설이 오고 2층에 거실과 방 두 개, 그리고 다락이 있고 가운데에 중정을 만들기로 하였다. 중정 아래에는 물을 채워 중정으로 들어오는 빛은 하트가 되었다가 춘분과 추분에 동그라미가 맞아 들어 더욱 아름다운 건원재가 되었다.

 


 

 

집을 짓는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이해하기 쉽도록 꾸몄다. 완성된 집은 더욱 아름답게 비춰졌다. 내 마음의 집을 짓는다는 게 이런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집을 건축하고자 하는 사람과 집을 짓는 사람의 마음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는 집은 돌아갈 장소가 된다. 집의 가치는 다른데 있지 않다. 내 마음을 담아 지은 우리의 집이다.

 


머리를 맞대고 작은 집이나마 우리들의 집을 짓겠다는 바람을 말하곤 했었던 남편에게 이 책을 꼭 읽어 보라고 말했다. 더불어 실제로 대지에 집을 지었을 때 이동식 주택과는 다른 벽의 두께며 단열재 등 실제 건축비용 예산 등을 말해주었던 건축설계사 여동생과 제부에게도 꼭 읽히고 싶은 책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책 속의 건축주들처럼 저자를 직접 찾아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작은 안식처가 될 우리의 집을 짓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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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결정 -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일상인문학 5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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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다. 타인이 행복하다고 여기는 것 말고 내 스스로 행복하다 여기는 삶을 꿈꾼다. 행복은 가족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일상이 가장 소중하다는 걸 강조하는데, 평소에 이러한 감정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나의 행복이다. 내가 행복 하느냐에 따라 사랑하는 사람과의 조화도 좋은 것이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 스스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찾아야 한다.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라는 부제를 건 페터 비에리의 『자기 결정』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그 해답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필명으로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쓴 저자의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주제로 열린 자기 결정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자기 인식은 왜 중요한가?, 문화적 정체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세 번의 강연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외부로부터의 압력도, 타인의 시선도 필요치 않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어떠한가. 부모의 강요에 못 이겨 했던 결정이 있음에도 자식에게 그걸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정한 것에 타인의 시선은 어떨지 신경 쓰지 않는가.


우리의 삶이 내적으로 그리고 외적으로 우리의 자아상과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을 때, 그리고 우리가 행위와 사고와 감정과 소망에 있어서 되고 싶어 하는 모습의 사람이 되었을 때, 그것을 자기 결정적 삶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16페이지)


자기 결정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개인적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문학이 그 역할을 한다고 했다. ‘문학작품을 읽으면 사고의 측면에서 가능성의 스펙트럼이 열립니다.’ 라고 했다. 문학작품은 우리가 경험한 것 혹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삶을 살게 된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상상력을 펼치게 되는데 ‘다양한 삶의 흐름을 상상해 볼 수 있고, 더 많은 직업과 사회적 정체성, 인간관계의 다양한 종류를 알게 된다.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명확한 정체성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독서보다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이야기를 직접 쓰는 일이라고 밝혔다. 문학작품을 읽으며 다른 삶을 상상해 보는 것과 달리 쓰는 작업은 직접 그 인물이 되어 서사를 펼치는데 있는 것 같다. 더 구체적인 삶을 계획하고 살아보는 경험이 아닐까 싶다.


자기 인식을 위해 시선을 어디로 향해야 할까. 어떤 사람이나 사건에 대해 가지는 감정을 알고자 한다면 그 맥락과 상황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선을 내부로 돌려 나와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시선을 밖으로 돌려 타인을 이해하려 할 때와 같은 시선으로 나를 보아야 하는 것이다. 자기 인식은 과거의 불분명하고 혼란스러운 형태로 존재했던 경험들에 대해 더욱 심도 있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 선택된 특정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쓰는 과정에서 자신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자기 안에서 나가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자기가 어떤 사람이 아닌지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언어를 습득하여 문화적 정체성의 걸음을 내딛는다. 교육과 습득의 과정으로 깨어 있는 문화적 정체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누군가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조종하는 존엄성의 상실은 자기 결정의 상실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도덕적 정체성은 실제 여행을 통해 혹은 책이나 영화 등을 통한 간접 여행을 통해서도 습득할 수 있다. 자기 결정을 위해 내가 할 일은 교양을 쌓는 것과 존엄을 잃지 않으며 내적으로 깨어 있는 것이 중요하다.


독서를 하는 것은 다양한 삶 속으로 걸어가는 것과 같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험을 토대로 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일 것이다. 자기 결정의 힘을 얻기 위해서는 꾸준한 교육과 습득이 이처럼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 글이었다.


비교적 얇은 책이지만 읽기는 쉽지 않았다. 철학적 사유를 담은 책이라 다시 읽었다. 리뷰 쓰기 전 다시 정리하면서 살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너무 짧을 것 같아 페터 비에리의 강의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썼다는 것을 밝혀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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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1-27 0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존엄을 잃지 않으면 내적으로 깨어있는일˝ ..
도전을 주는 말이면서 설레게 하는 말이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

Breeze 2021-01-27 10:18   좋아요 2 | URL
내적으로 깨어있는 일이 어려운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완서 타계 10주기 특별판 _ 지렁이 울음소리

박완서 대표 초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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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팜
조앤 라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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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백만장자의 가족이고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거나 너무 바빠 임신기간을 절약하고 싶다면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게 될까. 임신기간 동안 태아는 엄마 뱃속에서 먹고 듣고 자란다. 아이를 품고 있는 엄마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기본적인 성향이 결정되는데,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던 대리모는 과연 그 아이에 대한 마음이 어떠할까.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은 부모는 그 아이에 대한 애틋함이 어느 정도일까.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다.

 

간간이 뉴스에서 전해오던 대리모에 대한 이야기가 한 편의 소설이 되어 태어났다. 굉장히 사실적이고도 충격적이었다. 더군다나 필리핀 이민자 여성에 의해 쓰여진 이 소설은 인종간의 갈등과 이민자에 대한 미국인의 편협한 시선 등을 아우르는 작품이었다.

 



 

 

소설은 네 명의 여성 화자를 내세워 이끌어간다. 그 첫 번째 여성은 딸 아이 아말리아를 둔 싱글맘 제인이다. 아말리아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의지가 있다. 그녀가 사촌이라고 칭하는 아테 즉 에벌린 아로요를 따라 퀸스 여성 합숙소로 오게 된다. 양로원에서 일하지만 아이를 둔 그녀에게 수입은 변변찮다. 아테는 탁월한 신생아 보모 역할을 한 덕분에 뉴욕의 부유한 부인들로부터 인정받았다. 아테는 필리핀 이민 여성들의 숙소인 퀸스에서 그들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존재다. 또한 골든 오크스 농장의 스카우터이기도 하다.

 

아픈 아테를 위해 대신 신생아 보모로 갔던 곳에서 해고를 당한 제인에게 대리모 제안을 한다. 매월 월급이 들어오고 아이를 출산했을 경우에는 성과급처럼 거액의 수고비가 지급된다. 대신 임신기간 동안 골든 오크스 농장에서 나갈 수 없다. 제인과 한 방을 쓰게 된 레이건은 프리미엄 호스트다. 금발의 백인 여성으로 듀크 대학을 나온 재원으로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대리모를 지원하게 되었다. 더불어 강압적인 아버지의 보호를 피하여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를 바랐다.

 

또 한 사람의 여성은 메이 유다. 호스트들에게는 미즈 유로 불리는 그녀는 골든 오크스 농장을 지휘하는 여성이다. 최고급 리조트, 담당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그들을 감시하는 코디네이터를 구성하여 억만장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대리모 사업을 경영하고 있다. 중국의 억만장자 덩 여사로부터 투자를 받아 대리모 사업을 확장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다.

 

대리모 지원을 한 여성들은 가난한 아시아 출신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수정된 배아를 착상시켜 9개월 동안 임신을 유지해야 했다. 태아는 의뢰인의 것이므로 그들은 최선을 다하여 태아를 지킬 의무가 계약 조항에 있었다. 만약 제인이 아말리아를 보기 위하여 무단이탈하였을 경우에는 의뢰인의 태아를 유괴하는 것과 같았다. 숲속의 진드기 때문에 아이를 유산해야 할지 모르는 두려움을 안고 있었다. 또한 한 호스트의 태아에게 다운증후군을 일으키는 세염색체증이 보이자 강제로 낙태시키기도 했다. 소설에서 필리핀 대부분의 여성들은 가톨릭 신자라 아이를 낙태하는 것을 죄로 여기는데 강제 낙태 소식은 호스트들에게 강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나타내었다.

 



 

 

이 소설을 읽기 전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를 읽은 터라 그 느낌이 더 강렬했다. 아시아의 이민자 여성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겠지만 이러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이 실제 대리모를 통하여 아이를 낳았다는 뉴스가 그 뒷받침을 한다. 상상 속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 마거릿 애트우드는 상상력으로 그 소설을 썼겠지만 실제로 이런 일들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상당히 씁쓸했다.

 

대리모를 지원한 여성들은 농장에 9개월간 갇혀 있어야 했다. 가족들에게도 비밀로 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근원적으로는 의뢰인의 것인 태아를 지킬 요량이었다. 가족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으며 그 어떠한 것도 태아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아야 했다. 강제적인 감금 상태였다. 인간의 존엄과는 뒤떨어진 한낱 아이를 낳는 기계처럼 여겼다는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에 미즈 유가 제인에게 필요한 것을 주겠다고 했던 행동도 몹시 불편했다. 메이 역시 제인을 이용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인이 그 생활을 만족하고 있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이런 식의 결말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무엇이 제인을 위한 것인지, 어느 것이 정답인지 제대로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

 

만약 메이 유가 제인을 돕지 않았다면 제인은 여전히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허덕이는 아시아 이민자의 여전한 현재를 보는 것만 같아 안타까웠다. 한편으로 다행인 건 이 소설이 이민자의 시선으로 쓰인 소설이라는 점이다. 작가가 바라보는 시선과 결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 최근 중국의 한 배우가 대리모를 통해 한 아이를 낳았고, 남편과의 이혼 때문에 두 번째 아이를 강제 유산시키려고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소설과 다를 바 없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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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21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리웃 배우들 중 꽤여러명이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고 다른 한명은 입양을 하더군요.
법적으로 문제가 있으니 법으로 규제가 안받는곳에서 아이를 낳기도 하고
특히 미국은 대학 등록금 생활비 충당하려고 이런 대리모에 자원하는 이들이 많아요.
요즘은 아시아계 불법체류자들이 몰리고 있고,,,
이책 팜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충격이네요

Breeze 2021-01-27 10:19   좋아요 0 | URL
아이 낳는 농장 혹은 공장이라는 표현을 써요.
제목에서부터 이 책의 느낌이 배어 있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