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현재 내가 머물고 있는 아파트는 한 가족의 연대기를 나타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추억이 있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거. 어릴 적 살았던 집도 그 형태가 남아 있는 게 드물어 다른 건물이 들어선 경우가 허다하다. 그저 기억 속에서만 살아있을 뿐이다.


 

포르투갈의 남동부 알란테주에 있는 작은 마을 알비토에서 살고 있는 저자는 포르투갈과 동티모르, 그리고 한국을 오가며 살고 있다. 포르투갈인 남편의 가족들이 살았던 오래된 집에서 아이 둘과 함께 자연을 벗삼아 살고 있는 모습들을 소개하고 있다. 채소나 과일들을 직접 키우고 빵 등은 금방 만든 것을 사다가 먹기 때문에 한국처럼 큰 냉장고가 필요 없는 곳. 그곳의 삶은 느리고 편안해 보인다.




 

한가롭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은 아이들 키우기에도 아주 적합하다. 남편 알베르토의 아버지가 양들을 키우고 돼지와 닭, 고양이들이 있어 동물들과 함께 지내므로 자연친화적이다. 짚을 뒤져 신선한 달걀을 꺼내와 오믈렛을 만들고 동네에서 만든 신선한 상태 그대로의 생치즈와 버터로 아침을 먹는 일상이 몹시 행복해 보인다. 저자는 이 소박한 한 끼에서 엄마가 해주시던 건강식인 아침밥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표현하였다.


 

한국과 포르투갈은 많이 다르다. 우선 인사법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고개를 숙이는 인사지만 포르투갈에서는 뺨을 맞대고 입으로 쪽 소리를 내는 인사법이다. 한국인인 저자의 엄마에게는 뽀뽀고 알베르토의 어머니는 어떻게 뺨을 맞대는 인사(베이지뉴)를 안하느냐고 한다.




 

한국의 경우 택배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아침에 주문하면 저녁에 도착하는 놀라울 정도로 빠른 시스템을 갖추었다. 포르투갈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이 책을 보고 놀란 게 캐리어 가방을 다른 곳으로 부치려는데 아는 사람을 통해 건네는 방식 밖에 없다는 거다. 대형 물건도 박스 포장해서 부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우체국과는 다르게 포르투갈은 우편과 간단한 소포 업무만 한다고 한다.


 

한국과 포르투갈의 다른 점과 함께 포르투갈에서 나는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은 몹시 입맛 당겼다. 포르투갈 국민 음식 중의 하나인 정어리를 소금간만 해서 그릴에 구워먹는 맛은 아주 일품이라고 한다. 또한 아소르다라고 부르는 빵수프는 며칠 지나 딱딱해진 빵과 올리브 오일, 마늘, 소금을 넣어 만든다. 포르투갈에서 나는 포도로 만든 와인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 내게 리스본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일 때는 예전에 알베르토가 그랬던 것처럼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를 타는 순간이다. 시골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 고양이들, 닭들과 돼지, 양떼, 텃밭의 꽃과 나무들, 그 모든 향기와 고운 결을 곧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고 감사하게 된다. (228페이지)



 


나중에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이들의 몫이겠지만 알비토에서의 생활은 아이가 자랐을 때 고를 수 있는 선택지와 경험의 폭을 넓혀 주고 있다. 흙장난의 즐거움, 나무에서 방금 딴 사과의 맛, 고요한 밤하늘에 빛나는 별, 온갖 동물들과 교감하는 하루, 대가족의 품에서 느낄 수 있는 포근함. 사랑받고 사랑하는 이 모든 것이 아이들 마음속에 차곡차곡 남아 있을 것이다. (231페이지)

 


오래된 집은 그 집안의 역사를 나타낸다. 오래된 가구, 가족들의 사진, 대를 물려 사용한 놀잇감 등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숨 쉬는 장소는 훗날 아이의 기억의 저장소가 될 것이다. 알베르토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 또한 그들이 자랐을 때 영혼의 안식처로 여기지 않을까.


 

몇 년 전 마카오에서의 포르투갈 음식을 잊을 수 없다. 마카오에 가면 그 음식을 다시 맛보고 싶을 정도로 오래도록 기억이 나는 음식인데 이제 포르투갈에 직접 가 아름다운 풍경과 음식들을 먹는 즐거움을 누려보고 싶다. 느리게 걷는 발걸음에서 여유를,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과 과일들을 앞에 두고 포르투갈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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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02 0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뺨을 맞대고 입으로 쪽 소리를 내는 인사법‘
이거 코로나 시대에는 바뀌지 않을까여 ㅋㅋㅋ

포루투갈 음식 한국인 입맛에 잘맞아요
특히 대구 살 튀긴거( 바칼라우)정말 맛있고
해물스튜,볶음 그리고 오징어 순대도 맛나여 ㅋㅋ

한국에서도 흔히 팔고 있는 ‘에그 타르트‘
현지에서 먹어보면 한국에 싸들고 가고 싶은 맛 !

Breeze 2021-03-03 12:48   좋아요 0 | URL
바뀔것 같습니다.
가족들은 빼고요. ㅋㅋㅋ
아.. 포르투갈 가고 싶네요. 맛있는 음식 마음껏 먹고 돌아다니고 싶어요. ^^
 
변두리 로켓 고스트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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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호 나오키상을 수상한 변두리 로켓변두리 로켓_가우디 프로젝트에 이은 시즌2 작품 변두리 로켓_고스트가 새롭게 출간되었다. 우주로켓용 밸브 시스템, 심장판막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쓰쿠다 제작소의 새로운 도전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회사의 거래처는 굉장히 중요하다. 이번 작품에서도 변두리 중소기업에 처한 상황이 두드러지는데, 주요 거래처인 야마타니의 구매부장 구라타로부터 신형 엔진의 시제품 제작을 백지로 돌렸으면 한다는 말을 듣는다. 비슷한 성능이지만 더 값싼 다이달로스의 제품을 사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밸브 기술에 있어서는 어느 회사보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여기는 쓰쿠다 제작소는 이번에 농기구에 사용되는 트랜스미션 밸브를 제작해보기로 한다. 쓰쿠다 제작소의 새로운 도전이다. 이 내용과 더불어 쓰쿠다 제작소의 은행원 출신 도노무라의 새로운 도전도 시작되는데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었다. 아버지가 쓰러지자 도노무라는 주말마다 벼농사를 돕는다. 선대를 이어 300년간 벼농사를 해왔던 아버지는 자신이 마지막이라며 도노무라를 대학에 보냈던 것이다. 깊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리는데 쓰쿠다 제작소에는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대기업 데이코쿠 중공업은 뛰어난 감각을 가진 기술자들의 능력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다.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시마즈 유와 이타미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돕기 위해 아낌없이 지원한다. 과거 쓰쿠다 제작소와 비슷한 특허 침해 소송을 당한 것이다. 거액의 특허료를 산출해 경쟁기업을 망하게 하는 모습은 기업 간에 자주 나타나는 양상인 것 같다.

 


쓰쿠타는 이타미와 시마즈 유의 기어 고스트를 굉장한 비전을 가진 기업이라 여겼다. 특허 침해 소송을 승리로 이끌었던 가미야의 도움을 다시 받기로 했다. 가미야는 지적재산 분야의 최고 수준의 실력파 변호사다. 쓰쿠다가 과거 특허침해 관련 소송 당시 직원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일을 추진했던 것처럼 이타미도 직원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이타미는 시마즈나 쓰쿠다를 배반했다. 회사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에 입맛이 썼다.




 

변두리 로켓에서도 느낀 거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최근 시작된 드라마에서도 느낀 거지만 변호사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일할 거라는 생각과 달리 그것을 이용하고 있었다는 게 문제다. 소설에서도 지적재산 변호인이 자신이 맡고 있는 기업의 정보를 경쟁기업에 팔아넘기는 상황이 나온다. 부패한 정치인들이야 그렇다 치지만 법조인의 부패는 이해불가였다.

 


아울러 농업에 대한 것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농업에 종사하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농사를 지어야 먹을 수 있다. 비록 많은 돈이 되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묵묵하게 일하고 있다는 걸, 벼농사를 짓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말하고 있었다.

 


기업의 대표가 믿을만한 인물 이어서일까. 쓰쿠다 제작소의 직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이 할 일을 한다. 다른 직원과 다소 마찰을 빚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술자로서 마인드가 제대로 서있고, 회사를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 자신들이 개발하는 밸브가 어떻게 사용될지 다각도로 비교해보고 꼭 필요한 제품을 설계하고 제작한다. 쓰쿠다 제작소를 이끄는 대표가 직원들을 믿기 때문에 위태로운 상황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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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이 그랬어 트리플 1
박서련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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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30대라고 가정했을 때, 30대인 우리가 20대에 썼던 소설이나 일기를 다시 들여다본다고 치자. 현재의 우리는 20대 시절에 썼던 글을 읽고 왜 이런 글을 썼을까. 그때는 이런 감정이었겠구나 하고 짐작한다. 지난 20대는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는 우리가 걸어온 길이다. 그 길이 아파도 조금씩 단단해져 지금에 이르렀다.

 


박서련은 체공녀 강주룡, 마르타의 일, 더 셜리 클럽을 쓴 소설가다. 20212월에 펴낸 이 소설집은 2008, 2009, 2010년에 썼다. 아직 작가로 등단하기 전 온 마음을 다해 썼을 소설을 30대의 작가가 20대를 바라보는 느낌으로 수정을 거쳐 출간한 작품이다. 작가 스스로 이 작품들을 가르켜 ‘20대 박서련의 걸작선이라고 했다. 3편의 단편과 작가의 에세이가 실린 짧은 분량의 소설집으로 자음과모음에서 트리플 시리즈로 출간된 첫 번째 책이다.

 


 

 

다시 바람은 그대 쪽으로, 호르몬이 그랬어, 에서는 질풍노도의 20대의 삶을 볼 수 있었다. 특별하게 부잣집 자녀인 경우를 제외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모로 불안한 시기다. 그 시절을 돌아본다는 건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이니셜로 표현되는 연인들과 한 시절을 사랑했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기 전의 느낌들이 심상했다.

 


다시 바람은 그대 쪽으로의 첫 문장을 보자. ‘나 지금 서울이야. 첫 문장은 남겨두자. 바뀌지 않는 것도 있어야지. 이건 바뀌지 않는 것에 대한 소설이기도 하니까.’ (9페이지)로 시작된다. 그러니까 30대인 작가가 20대에 쓴 소설을 다시 고쳐 쓰는 상황이다. 작품의 대부분을 살려 좋은 문장을 가려 쓰는 작가의 글에 대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나 지금 서울이야. 갑자기 무슨 소리야? 서울은 나한테 도시가 아니고 상태인 것 같아. 겨울이 와도 나는 서울. 겨울이 가도 나는 서울. 여름도 가을도 봄도 없이 나는 서울이야. 그러다 예는 문득 나를 보며 물었다. 너도 서울이야? (중략) 내내 서울일 거야. (34페이지)


 

젊음은 어쩌면 특권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겨울처럼 시린 시절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장인 것 같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 궁극적인 목적은 있으나 이루지 못한 상태.


 

호르몬이 그랬어의 주인공은 모친의 애인이 사준 고가의 패딩 점퍼를 입고 문자로 이별 통보를 받은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 호텔로 들어가기에 예의 그것을 상상했지만 레스토랑으로 향하여 비싼 식사를 사준다. 헤어진 지 몇 달 되지도 않았건만 결혼한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아 모친의 애인에게 전화해 순댓국을 사달라고 조른다. 십여 년을 서로를 끌어당기는 달의 영향처럼 엄마와는 생리를 이어 했다. 모친이 먼저하고 주인공이 뒤따라 하는 식이었다. 아마 호르몬의 고리가 있는 것처럼. 이십 대 시절만이 가지는 불안 심리를 볼 수 있었다. 취직 문제와 연애사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그런 시기. 우리 모두 그 시절을 지나오지 않았는가. 모친 애인의 집, 그러니까 고등학생 남자아이 방 침대에 남겨두고 온 쪽지는 정말이지, 파안대소를 할 만큼 대책 없는 매력을 가진 주인공이었다. 뒤처리를 어쩌란 말이냐. 더군다나 남자아이인데!

 


 

마지막 작품은 이다. 은 주인이 없는 빈 무덤을 나타낸다. 슬펐다. 그들이 가진 현실이. 마치 겨울처럼 시렸다. 죽은 연인이 잠들어 있는 공원, 돈이 없어 보증금을 겨우 채우고 5년치 관리비를 입금하지 못했다. 죽은 연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궁리 끝에 공원에 다다른 주인공은 무언가 비밀스러운 작업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부산행 기차표를 예매해 발권했다. 버스를 타고 공원을 향할 때도 살짝 불안하더니 기어이 일을 저질렀다. 기차가 출발했을 때에야 옆에 두었던 가방이 없다는 걸 알았다. 택시에 두고 내렸나. 발권할 때 누가 가져갔나. 이럴 경우 주인 없는 이 물건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다시 찾으러 갈 것인가. 그저 어딘가로 떠 돌도록 놓아둘 것인가.

 


어쩌면 20대는 미완성의 시대다. 아무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고 할 수도 없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등단을 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 작품쓰기를 멈추지 않아 지금의 이 작품이 탄생되었다. 30대의 작가가 20대의 작가를 지극히 다른 시선으로 보며 다시 쓴 이야기는 이렇게 탄생되었다. 같으면서도 다른 시점으로 쓰인 작품. 20대 시절을 각자의 시절에서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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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평온을 아껴주세요 - 마인드풀tv 정민 마음챙김 안내서
정민 지음 / 비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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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운다는 게 참 어렵다. 눈을 감고 생각을 멈추려고 해도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느라 좀처럼 마음을 비울 수 없다. 명상 시간에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비우라는 목소리를 들었는데도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차 숨이 가빠질 정도였다. 요즘의 우리는 생각이 너무 많은 거 같다. 비어있는 시간에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만지작대며 머리를 혹사시킨다.


 

유튜브 채널 마인드풀 TV’를 운영하고 있는 정민의 내안의 평온을 아껴주세요는 명상에 대한 안내서다. 명상을 하는 방법, 명상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말한다. 명상은 내 삶의 주도권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며 마음의 평온을 얻는 일이다. 특별한 종교나 특별한 장소가 필요하지 않다.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편한 장소에서 편안한 복장으로 앉아 있으면 된다. 결가부좌가 좋지만 반가부좌여도 상관없다. 결가부좌는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하는 것인데 골반 구조상 나에게는 무척 어려운 자세다. 외국의 경우 가부좌가 힘들어 의자에 앉아 명상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자기에게 편한 자세면 되겠다.

 


 

 

저자는 유년 시절, 일에 바쁜 부모님 때문에 할머니에게서 보살핌을 받았다. 워커홀릭이셨던 부모님 때문에 애정 결핍을 느꼈었고 우울증이셨던 할머니와 함께 지내다 보니 정서적으로 불안정했다. 사춘기와 대학시절 정신적 폭력도 다수 느꼈다. 저자는 자기가 안고 있던 문제와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명상을 하게 되었다.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얻었고 명상 방법들을 소개하기에 이르렀다.

 


거창한 방법은 필요하지 않다. 마음의 평온을 얻기 위해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하면 된다. 눈을 지그시 감고 매일 조금씩 시간을 늘리면 된다. 일정한 시간에 하면 좋고 10분에서 점점 시간을 늘려 하루에 30분 정도씩 하면 된다. 아침 명상으로 하루를 맑게 여는 삶을 시작했다면 저녁 명상은 하루를 돌아보고 몸과 마음을 내려놓는 작업이기도 하다.

 


명상은 생각을 멈추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아야 명상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 착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명상은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연습을 하는 과정입니다. 감정이나 생각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것에 익숙한 우리가, 그것을 그저 바라보고 영향받지 않는 법을 배운달까요. 바라보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끌려 다니게 됩니다.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감정과 생각은 언제나 우리 안을 맴돌 것입니다. 나의 일부라면 내가 통제할 수 있지만, 생각과 감정은 내가 아니기 때문에 통제할 수 없어요. 그것을 알아차리고 나의 존재에 집중하는 법을 배우면 외부 자극과 무관하게 맑은 마음과 머리로 매일 행복하고 상쾌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37~38페이지)

 


우주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들숨과 에너지 배출과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날숨의 호흡법은 통증을 완화하는 명상법이다. 임신으로 불안한 예비 엄마들을 위한 명상법도 있다. 과거의 상처 때문에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사람에게는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떠올리고 과거의 시간으로 가 같은 상황을 경험해보는 일이다. 나를 다독이는 명상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용서하기 힘든 사람을 용서하는 명상법도 소개한다. 저자는 의 아픔을, ‘라는 존재를 모두 잊으려 노력하면서 그 사람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고 느끼는 것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를 위해서다. 이외에도 다양한 상황에서 명상을 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명상을 시작한 후 두통이 있거나 머리에 열감이 있을 경우에는 영단어 ‘earth’에서 비롯된 얼싱earthing’ 맨땅 요법을 해보라고 권한다. 땅의 기운을 흡수하고 밸런스를 잡아주기 때문인데 이왕이면 맨발로 땅을 밟아주면 더 좋다. 바다 가까이에 살지 않는다면 동네 뒷산을 권한다고 했다. 우울증이나 불면증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나는 몸을 혹사시키라고 말한다. 이왕이면 자연 속에서 걷거나 달리면 더 좋다는 건 두말할 필요 없다.

 


더 이상은 욕심의 노예로 살지 말아요, 우리. 내게 행복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봐요.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요. 머리와 마음을 비워내고, 비워내고, 또 비워내는 삶을 살다 보면 참된 나, 진아眞我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땐 열등감이 무엇이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거예요. 우리 모두는 각자의 모자람을 가진 그대로 완벽합니다. (222페이지)

 


명상은 저녁에 하는 것보다 아침에 더 좋다. 저녁에 명상했을 때 예민한 사람들은 악몽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 섭취 후 하는 것보다 비어 있을 때 하는 게 더 좋다. 마음을 비우고 온전한 나를 만나기 위하여 명상을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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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날 정해연의 날 3부작
정해연 지음 / 시공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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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본적도 없다아이를 잃어버린다는 상상은아니유괴 관련 책을 읽을 때마다 생각했지만 더 이상 생각을 확장시키고 싶지 않았다는 게 정답이다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는 살 수 없다경제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서로의 탓을 하느라 배우자나 다른 자녀의 생각은 하지 못한다대부분의 경우 가정이 깨지는 것을 보아왔다.


 

강에서 대여섯 살로 보이는 아이의 시신이 발견되었다경찰은 시신 주변에 있었던 나무로 된 십자가 목걸이를 보고 선준에게 연락을 취했다아내가 나무 공예를 배우러 다니며 만들어 온 목걸이 두 개 중 하나였다십자가 아랫면에 클로버 문양이 있는아들 선우의 목에 걸려 있었던 목걸이였다시신의 정확한 신원이 나오려면 일주일의 기간이 걸린다고 했다선준은 선우로 추정되는 시신이 나왔다는 말을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다선우를 잃어 버린지 3아내 예원의 분노조절장애 증상이 심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준은 일 때문에 알게 된 정신 요양원에 아내를 입원시켰다예원은 요양원에서 아들 선우가 불렀던 노래를 듣는다.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꼬물꼬물 헤엄치다~’로 시작되는 올챙이와 개구리라는 동요였다선우는 그 동요 가사를 바꿔 부르기를 좋아했다같은 부분에서 선우처럼 가사를 바꿔 부르는 아이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다가갔다여섯 살에 사라진 선우가 자랐으면 딱 그 나이처럼 보였다자기 아들이 아닌 걸 알고 있음에도 예원은 로운을 데리고 요양원을 나왔다자기가 선우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로운은 예원을 따라나섰다.


 

예원이 왜 자기를 따라나섰느냐고 물어보았을 때 로운은 잡아주었던 손이 따뜻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엄마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보고 싶어도 찾아오지 않는 엄마보다 따뜻하게 내민 손을 잡은 거였다부모라고 해도 완벽하지 않다내 마음의 상처가 너무 크면 아이인데도 자기를 이해해주기를 바라기도 한다부모의 사랑만 기다리고 있을 아이한테 기대려는 부모도 있다는 것을우리는 조금쯤은 이해를 할 수 있다.

 


예원이 아이를 데리고 사라졌다는 요양원 측의 연락을 받고 선준은 아내를 찾아 나선다아이를 데려다주지 않으면 예원은 유괴범이 된다자기 아이를 찾겠다고 다른 아이를 부모 허락도 없이 데리고 나온 거였다선준은 로운을 요양원으로 데려다주자고 말하고로운은 이선우를 금평의 울림기도원에서 보았다고 말한다선준과 예원은 선우를 찾을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금평의 울림기도원을 찾아 길을 나섰다돈을 노리고 아이를 유괴했을 경우 며칠 안에 연락이 온다선우의 경우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그저 어느 공중전화에서 걸려왔다가 말 없이 끊은 전화가 다였다금평으로 향하며 선준은 공중전화를 떠올리고 걸려온 지역을 당시 담당 경찰에게 묻는다.


 

소설의 시작 부분에 아이의 시신이 발견되었을 때요정들이 아이를 바꿔치는 유럽의 신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스톨른 차일드가 떠올랐다숲에 사는 유령인 파에리들이 아이를 데려가고 똑같은 모습의 파에리를 두고 가파에리는 바꿔친 아이로 살고바꿔친 아이는 파에리의 삶을 사는 이야기였다혹시 바꿔친 아이처럼 되지 않을까혹은 예상과 달리 선우가 죽었을까대부분의 유괴된 아이의 경우 살아 있었던 경우는 드물어 우리의 염려대로 되는 것인 아닌지 마음을 졸였다.

 


 

 

내 아이를 되살리려 다른 아이를 유괴한 부모아이를 방치한 부모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아이에 대한 염려가 있었다내 아이를 살리겠다고 다른 아이를 이용하는 건 절대 안 될 일이다하지만 만약 같은 상황이 된다면 그렇게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소설은 그래도 실종된 아이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나타냈다실종된 아이의 부모는 아이를 찾는 전단지를 차에 가지고 다닌다아이를 찾을 때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아주 작은 흔적이라도 보이면 찾아다닌다간절한 마음을 담아 그들은 어딘가에서 그처럼 헤매고 있다지금도 실종아동 찾기에 여념이 없을 부모들의 고통을 어루만져주려 기도하는 마음을 담아 썼다는 작가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따뜻했던 손을 잡은 이유잡은 손을 놓지 않는 이유그로 인해 마음의 위안을 얻었던 이유사랑이라는 이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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