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현재 내가 머물고 있는 아파트는 한 가족의 연대기를 나타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추억이 있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거. 어릴 적 살았던 집도 그 형태가 남아 있는 게 드물어 다른 건물이 들어선 경우가 허다하다. 그저 기억 속에서만 살아있을 뿐이다.


 

포르투갈의 남동부 알란테주에 있는 작은 마을 알비토에서 살고 있는 저자는 포르투갈과 동티모르, 그리고 한국을 오가며 살고 있다. 포르투갈인 남편의 가족들이 살았던 오래된 집에서 아이 둘과 함께 자연을 벗삼아 살고 있는 모습들을 소개하고 있다. 채소나 과일들을 직접 키우고 빵 등은 금방 만든 것을 사다가 먹기 때문에 한국처럼 큰 냉장고가 필요 없는 곳. 그곳의 삶은 느리고 편안해 보인다.




 

한가롭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은 아이들 키우기에도 아주 적합하다. 남편 알베르토의 아버지가 양들을 키우고 돼지와 닭, 고양이들이 있어 동물들과 함께 지내므로 자연친화적이다. 짚을 뒤져 신선한 달걀을 꺼내와 오믈렛을 만들고 동네에서 만든 신선한 상태 그대로의 생치즈와 버터로 아침을 먹는 일상이 몹시 행복해 보인다. 저자는 이 소박한 한 끼에서 엄마가 해주시던 건강식인 아침밥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표현하였다.


 

한국과 포르투갈은 많이 다르다. 우선 인사법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고개를 숙이는 인사지만 포르투갈에서는 뺨을 맞대고 입으로 쪽 소리를 내는 인사법이다. 한국인인 저자의 엄마에게는 뽀뽀고 알베르토의 어머니는 어떻게 뺨을 맞대는 인사(베이지뉴)를 안하느냐고 한다.




 

한국의 경우 택배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아침에 주문하면 저녁에 도착하는 놀라울 정도로 빠른 시스템을 갖추었다. 포르투갈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이 책을 보고 놀란 게 캐리어 가방을 다른 곳으로 부치려는데 아는 사람을 통해 건네는 방식 밖에 없다는 거다. 대형 물건도 박스 포장해서 부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우체국과는 다르게 포르투갈은 우편과 간단한 소포 업무만 한다고 한다.


 

한국과 포르투갈의 다른 점과 함께 포르투갈에서 나는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은 몹시 입맛 당겼다. 포르투갈 국민 음식 중의 하나인 정어리를 소금간만 해서 그릴에 구워먹는 맛은 아주 일품이라고 한다. 또한 아소르다라고 부르는 빵수프는 며칠 지나 딱딱해진 빵과 올리브 오일, 마늘, 소금을 넣어 만든다. 포르투갈에서 나는 포도로 만든 와인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 내게 리스본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일 때는 예전에 알베르토가 그랬던 것처럼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를 타는 순간이다. 시골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 고양이들, 닭들과 돼지, 양떼, 텃밭의 꽃과 나무들, 그 모든 향기와 고운 결을 곧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고 감사하게 된다. (228페이지)



 


나중에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이들의 몫이겠지만 알비토에서의 생활은 아이가 자랐을 때 고를 수 있는 선택지와 경험의 폭을 넓혀 주고 있다. 흙장난의 즐거움, 나무에서 방금 딴 사과의 맛, 고요한 밤하늘에 빛나는 별, 온갖 동물들과 교감하는 하루, 대가족의 품에서 느낄 수 있는 포근함. 사랑받고 사랑하는 이 모든 것이 아이들 마음속에 차곡차곡 남아 있을 것이다. (231페이지)

 


오래된 집은 그 집안의 역사를 나타낸다. 오래된 가구, 가족들의 사진, 대를 물려 사용한 놀잇감 등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숨 쉬는 장소는 훗날 아이의 기억의 저장소가 될 것이다. 알베르토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 또한 그들이 자랐을 때 영혼의 안식처로 여기지 않을까.


 

몇 년 전 마카오에서의 포르투갈 음식을 잊을 수 없다. 마카오에 가면 그 음식을 다시 맛보고 싶을 정도로 오래도록 기억이 나는 음식인데 이제 포르투갈에 직접 가 아름다운 풍경과 음식들을 먹는 즐거움을 누려보고 싶다. 느리게 걷는 발걸음에서 여유를,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과 과일들을 앞에 두고 포르투갈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


 

#느릿느릿복작복작 #라정진 #효형출판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에세이 #에세이추천 #포르투갈 #알비토 #한국에세이 #한국문학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3-02 0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뺨을 맞대고 입으로 쪽 소리를 내는 인사법‘
이거 코로나 시대에는 바뀌지 않을까여 ㅋㅋㅋ

포루투갈 음식 한국인 입맛에 잘맞아요
특히 대구 살 튀긴거( 바칼라우)정말 맛있고
해물스튜,볶음 그리고 오징어 순대도 맛나여 ㅋㅋ

한국에서도 흔히 팔고 있는 ‘에그 타르트‘
현지에서 먹어보면 한국에 싸들고 가고 싶은 맛 !

Breeze 2021-03-03 12:48   좋아요 0 | URL
바뀔것 같습니다.
가족들은 빼고요. ㅋㅋㅋ
아.. 포르투갈 가고 싶네요. 맛있는 음식 마음껏 먹고 돌아다니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