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시대가 던진 질문의 답을 찾다
권희정 지음 / 꿈결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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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을 처음 만났던게 수업 시간에 배운 '철학 개론'이었을 것이다.

철학이라하면, 일반 사람들이 범접하지 못할 어려운 학문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막상 수업을 받다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철학도 이렇게 재미있을수 있구나 하고 느꼈었던것 같다. 그리고 읽었던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입문』이었다. 내가 아주 사랑해 마지 않던 책이었다. 항상 꿈꾸는 게 궁금했었는데, 우리가 꾸는 꿈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보고 한동안 나는 어떤 꿈을 꾸는가에 깊이 빠져있기도 했었다. 그렇게 좋아했던 책이 있었던 것에 반해,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같은 경우 아무리 책을 읽으려해도 첫 페이지가 잘 나가지 않아 몇 번 만에 포기해버린 적도 있다. 우리 실생활에 다가오면 쉽게 볼 수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굉장히 어렵게 느껴지는 게 철학이라는 학문같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교사가 '시대가 던진 질문의 답을 찾다'라는 소제목으로 총 36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을 만났다. 제목만 보고서는 고전문학을 소개한 책이겠거니 하며 가볍게 읽으려했던 마음이었는데 첫 장에서부터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다'라는 챕터로 『도둑맞은 미래』에 대해 말하는 책이 있어서, 사실 처음엔 읽기 싫은 마음도 있었다. 너무 쉬운 독서, 읽기 편한 소설만 읽어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은 나의 다른 쪽 뇌를 자극시키는 역할을 해 주었다. 쉬운 독서만 해 왔기 때문에 내면의 깊이를 더 할 수 있는 책을 읽기를 싫어하고 거부하는 것 같아서 솔직히 반성도 했다.

  

각 챕터의 제목은 아래와 같다.

챕터 1.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다.

챕터 2.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챕터 3. 문명은 진보하고 있는가

챕터 4. 정치가 일반 사회를 바르게 이끌 수 있을까?

챕터 5. 올바르게 산다는 것의 참된 의미를 찾아서

챕터 6. 충돌인가, 공존인가

  

우리가 나고 자랐던 곳에서 우리는 현재를 살지만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에 따른 건강은 더욱도 중요한 일. 한때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환경호르몬 때문에 일회용으로 나온 즉석 라면 용기가 얼마나 좋지 않은가에 대해 나온 적이 있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컵에서도 나온다는 사실 때문에 직장에서도 내 컵 가지기를 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 언급한 『도둑맞은 미래』는 편리하자고 만든 1회용 용기들이 우리 인간에게 미치는 해악에 대해 말해주고 있었다.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현실을 바로 세우는 길이듯 미래를 준비하는 것 역시 현실을 만드는 중요한 초석이 된다.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될 수도 '창조하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55페이지)

 

태평양 전쟁이 한창일 때 미국은 문화인류학과 교수인 루스 F. 베네딕트에게 '일본인이 어떠한 국민인가를 해명'할 수 있는 연구를 맡겼다. 베네딕트는 『국화와 칼』이라는 제목으로 합리적인 시선으로 일본인들을 긍정적으로 이해하려 했다는 글을 썼다. 정원과 꽃을 가꾸는 섬세함과 무武를 숭상하고 계층제도를 중시하는 일본인의 독특한 민족성을 간파했다고 했다. 또한 현재 역사 왜곡문제로 자꾸 외교 마찰을 빚고 있는 요즘에 냉정한 이성으로 일본을 한번 들여다보라는 저자의 날카로운 외침이 있었다.

  

 

 

저자는 외국의 유명 석학들의 책만 소개한 게 아니라 조선의 실학자 박제가의 『북학의』도 소개하고 있었다. 사은사로 임명된 채제공을 따라 청나라에 다녀온 뒤, 백성들의 삶을 위해 청의 선진 문물을 도입하고자 했던 책이었다. 끝내 박제가의 뜻이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저자는 안타까워했다. 또한 '올바른 삶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책에서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소개하고 있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가 재미있어 영화관에서만 두 번을 본 작품인데, 영화에서는 막시무스와 코모두스와의 대결을 다루었다. 코모두스의 인자해 보였던 아버지가 바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였다는 놀라운 사실을 말해 주었다. 사실 영화를 볼때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전장 한가운데서도 인간의 길을 찾기 위해 애썼다고 했다.

  

저자는 책으로 인해 시대를 알고, 그들이 던진 질문에 우리가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게 해주고 있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 서적을 가깝게 느껴지게 만드는 글이었다. 우리는 이 책들을 읽으며, 비록 수박겉핥기 식이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에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을듯 하다.

 

저자는 우리의 환경과 미래, 인간의 본질에 대한 것, 철학 윤리, 역사, 정치와 사회, 과학과 문명에 대한 것에까지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것을 말해 주었다. 36편의 책만 소개한 게 아니라 저자의 상세한 이력과 함께 같이 읽으면 좋을 책들까지 엄선하고 소개해주어, 저자가 소개한 책들을 다 읽는다면 우리의 지식은 훨썬 더 풍부해 질것이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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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제너레이션 - 좀비로부터 당신이 살아남는 법
정명섭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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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좀비가 있다면 어떻게 할까?

사무실 밖을, 집 밖을 나갈수도 없는 상태에서 인간을 노리는 좀비들이 드글거린다면?

좀비들에게 물려뜯기거나 죽임을 당하지 않기 위한 대처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작가 정명섭은 대한민국에 좀비가 나타났다는 설정하에 좀비로부터 살아남는 법을 말해주는 책을 썼다. 좀비는 인간들의 상상의 산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티의 부두교의 주술로 태어난 좀비라고 하는 역사적 사실을 들어가며 실재할 수 있다고 적혀져 있었다. 그래도 나는 순수하게 작가의 상상력으로 써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얼마전에 미국의 한 여류작가는 뱀파이어와 사랑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써내 영화로도, 책으로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여성들은 둘의 사랑 놀음에 오글거려하면서도 부러움으로 눈에서 뗄수 없었다. 우리에게 공포심을 주었던 뱀파이어도 모자라 이번엔 좀비가 예쁜 소녀에게 반해 사랑에 빠진다는 책과, 영화가 개봉되어 많은 소녀팬들을 열광시켰다. 물론 뱀파이어나 좀비로 나온 남자 배우들은 기럭지가 길고 하나같이 미남형 얼굴을 가졌다. 인간에게 해를 가할수도 있는 뱀파이어나 좀비들과의 로맨스가 나오는 데 반해, 우리나라 작가는 좀비가 대한민국에 나타나, 좀비로부터 살아남는 법을 알려주는 『좀비 제너레이션』이라는 책을 써서 우리를 그의 상상력으로 이끈다.

 

 

작가가 말하는 좀비에게서 살아남는 매뉴얼들을 보면, 거의 전쟁이 일어났을 때 대처하는 법과 비슷하다. 피난 물품이 필요하고, 먹을 것, 마실 것, 좀비를 죽일 수 있는 무기 등을 탐내는 약탈자들의 모습까지, 전쟁이 일어난 풍경과 비슷했던 것이다. 다만 좀비에게 물리면 그 사람이 죽는게 아니라 살아있는 시체, 즉 좀비가 되어 다른 인간들에게 해를 가하는 이들로 나온다는 것이다.

 

 

영화속에서나 있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군인들은 시민들을 좀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피난 장소를 만들었다. 하지만 거리를 걸어다니는 좀비들에게 붙잡히지 않기란 힘들것이다. 대한민국은 점점 좀비들로 넘쳐나고, 사람들은 갈 곳이 없고, 좀비들에게 피난처까지 빼앗겨버렸다. 좀비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주인공과 몇몇 사람들은 생존매뉴얼을 만들어가며 좀비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좀비가 생길 확률이 높다 한다.

인구밀도가 높고 도시가 많기 때문에 좀비들이 활동하기에 좋을 조건을 가졌다고 말했다. 순간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도 아파트 현관 문만 제대로 잠그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위험하단다. 꼭 좀비만이 아닐 것이다. 세균으로 인한 바이러스가 퍼질때도 그만큼 불리할수도 있을 것이다. 얼마전에 보도된 살인 진드기나 신종 AI바이러스가 나타나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이 모든 것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탐욕을 버려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결국엔 인간의 탐욕이 좀비를 만들었을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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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들의 도시 - 한국적 범죄의 탄생에서 집단 진실 은폐까지 가려진 공모자들
표창원.지승호 지음 / 김영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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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표창원이라는 이름을 처음 본게 어느 추리소설 표지에 들어있는 홍보문구 때문이었다. '한국 최초의 프로파일러 표창원이 감수한 작품'이던가 였다. 표지의 홍보문구에 한국 수사계에 중요한 인물인가 보다 했다. 지승호란 이름은 『닥치고 정치』에서 였다. 딴지일보 김어준을 인터뷰한 인터뷰어로 시사성 짙은 질문 때문에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공범들의 도시』를 읽어보니, 한국 최초의 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정의에 대한 신념, 경찰이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를 알수 있었다.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는 표창원 박사를 인터뷰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잘못된 관행을 당연시 여겨 왔는지, 범죄는 나의 일이 아니라 남의 일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져왔는지 알수 있었다' 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을 바라보며 우리는 모두 '공범'이라는 것.  영화 '소원' 속의 아이를 보면서, 우리는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느낀다. 하지만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진다.

 

어떠한 사건이 생겼을때, 그저 피상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것뿐,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을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곤 한다고 한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일인데도 남의 일인 것처럼 느껴지는 무관심이 범죄를 부른다고도 했다. 현직 경찰관으로 근무한 이력답게 표창원은 경찰 시스템에 대해서도 쓴소리 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또한 범죄를 바라보는 이야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 아동 학대에 대해 조심스러울수 밖에 없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한다는 것을 꼬집었다. 죄 없는 아이를 데리고 뛰어내리는 것들이 모두 그런 맥락이다. 부모와 자녀 모두 서로 독립적 인격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대중매체를 뜨겁게 달구었던 연쇄살인범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연쇄 살인범이 잡혔을때 주변 사람들은 '평소에는 온순하고 얌전했다' 라고 증언이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표창원은, 범죄를 저지른 연쇄살인범들은 청소년기에 일탈이든 범죄 행동을 저지르는데, 그런 것에서 반사회적 성향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이 사람이 타인과 교감하느냐, 타인이 인격을 존중하느냐,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가, 타인의 감정과 정서를 고려하느냐, 이런 것들이 가장 중요합니다.(중략) 내면에 얼마만큼 분노가 자리 잡고 있느냐, 자신의 감정을 얼마나 조절할 줄 아느냐, '(221~222페이지)로 심리나 성격적 위험성이 가늠된다고 했다.  

 

우리 나라에는 특히 3대 미제 의혹사건이 있다.  

개구리 소년 사건, 이형호 군 유괴 살인사건,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그것이다. 표창원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범인을 잡지 못한 미제 의혹 사건들에 대한 공소 시효가 지나도 밝혀야 한다고 했다. 특히 살인 등 생명, 반인권적, 반인륜적 범죄, 권력적 범죄는 공소시효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 사건을 당한 이들에게는 얼마나 가슴아프겠는가. 외국 같은 경우, 미제 사건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어 끝까지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인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미제 사건이 있어도 사건을 해결할 인력이 부족하고, 담당 형사들도 발령이 나 미제 사건과 무관한 일들을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동안 TV 시리즈인 'CSI'에 열광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형사들이 나오는 드라마에서는 볼수 없었던 과학수사를 하는 법의학자들의 활약을 다루는 드라마였다. 드라마 속 법의학자들이 사건 현장에 출동하여 증거물을 채취하고, 그 증거물로 인해 범인을 잡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저런 과학수사요원이 많이 있다면 금방 사건 해결을 할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표창원은 이에 대한 것도 말한다. 연쇄살인사건이 있었을때 프로파일러를 뽑아놓았지만, 제도적으로 그들을 방치하는 우리나라에 대한 문제점도 말하고 있었다.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는 표창원 박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잘못된 관행을 당연시 여겨왔는지, 범죄는 나의 일이 아니라 남의 일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져왔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현재의 우리도 그렇지 않는가. 살인사건이나 성폭행 사건이 생겼다고 이야기할때 가슴아파하지만 내 일이 아니기에 금방 잊어버리곤 한다는 걸 꼬집었다. 불편한 진실에 다가설 용기를 낸다는 것. 표창원은 그런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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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바람은 꽃바람 같다.

주말에도 집에 들어앉아 책만 읽던 내게 요즘 친구들과 어디론가 마구 다닌다.

만나서 어디론가 갔을때, 그 자리에서 또 다른 일정을 잡는다.

그래서 주말이면 가족은 뒷전이고, 친구들과 놀러다니기 바쁘다.

물론 산바람도 생겨났다.

등산복을 예쁘게 차려입고, 가까운 곳에 있는 산을 등산한다.

산행하다가 쉬는 시점엔 어김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사진을 찍는다.

때론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찍다가 얼굴을 환하게 찍으려면 보정 모드로 찍는다.

사진 때문에 우린 하하하 호호호 낄낄낄 거리며 우리의 시간들을 붙잡는다.

 

계절마다 다르겠지만, 계절이 바뀔때면 늘 읽고 싶어하는 로맨스 소설이 생긴다.

읽고 싶은 작가의 신작을 발견했을때의 그 기쁨.

안 사람만이 알 일이다.

 

처음 이웃분의 소개로 사이코 칸타타로 육시몬 작가를 알게 되었다.

이 작품을 읽고 잔잔하면서도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 때문에 작가의 신작을 기다렸다.

드디어 신작 '조선기생 홍금보'로 나타나셨다.

드라마를 쓰시는 작가님은 지금 한창 막바지 교정중이라고 하셨다. 기대되는 작품이다.

 

 

이외에도 읽고 싶은 로맨스 소설이 많다.

 

유리심장으로 유명한 조례진 작가의 신작 로맨스다.

 

 

 

 

 

 

 

 

 

 

 

 

 

 

 

마음 같아서는 다 읽어주고 싶지만, 쌓여 있는 책들만으로도 버거운 날.

직장에 휴가라도 내서 읽어주고 싶은 로설 들이다.

 

 

 

 

 

 

 

 

 

 

 

 

 

 

 

 

 

 

 

한동안 로맨스 소설 읽지 못하는 사이에 신간 서적들이 엄청 나왔구나.

가을바람 들듯, 로맨스도 좀 읽어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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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 - 제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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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최명희 작가의 『혼불』에 빠져 허우적거렸었다. 열 권의 책을 순식간에 읽고, 책 속의 주인공들의 삶에서 한동안 빠져 나오지 못했다. 책을 쓰다가 유명을 달리하신 최명희 작가 때문에 오래도록 애를 태우기도 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몇년 전에 전주 여행을 하던 날, 나는 『혼불』을 쓴 최명희 문학관을 방문했다. 여행안내서에 있었던 걸 발견하고, 한옥마을과 함께 필수 코스로 잡았던 곳이었다. 최명희 문학관에 들어갔을때, 유리관 안에 높게높게 쌓여있던 친필원고 더미에 그저 반가움이 앞섰다. 그 많은 원고더미를 한 장이라도 가질수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최명희 문학관을 거닐었다.

 

혼불 문학상 수상작 들이 나오는 걸 발견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인연이 없어 두 권의 수상작을 읽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제3회 수상작인 『홍도』를 발견했다. 책 제목 '홍도' 보다 책 표지가 더 눈에 들어와 박혔다. 도저히 읽지 않고는 못 배길 표지였다. 수채화처럼 유려한 선으로 그려진 여자의 모습에 숨이 박혔다. 최명희 작가의 『혼불』을 기리게 할 '혼불 문학상' 수상작을 드디어 읽게 되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표지로 만나는 『홍도』는 이 표지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삶을 살았으리라 짐작되었다.

 

『홍도』는 헬싱키를 출발 한국 인천행 비행기로 오는 여덟 시간 동안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나 이야기하는 걸 담았다. 현재의 삶과 과거 속의 삶을 반추하는 이야기이다. 처음에 난 홍도가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이려니 했다. 사람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는 이야기는 동화속에서나 있음직하다고 생각했다. 정여립에 관한 장편 영화를 준비하는 동현에게 다가온 '홍도'라는 여자는 자신이 선조 시대에 살았던 사람인듯 말하고 있었다. 정여립은 자신의 할머니의 오라비고, 스크랩북에서 언급한 리진길이라는 남자는 자신의 아버지라고 말이다. 동현이 계산해 본 홍도의 나이는 사백서른세 살이었다. 아름다운 외모로 미소만 짓고 있는 홍도를 보며 왠지 홍도의 말이 믿고 싶어졌다.

 

정여립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자 스크랩을 했지만, 정여립이 왜 자결을 했는지 진실을 알수 없었던 동현은 홍도의 이야기로 인해 정여립이 원했던 일들을 파악해간다. 『홍도』는 정여립 사건을 매개로 홍도의 지난 4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에게 역사책으로만 존재했던 인물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동계를 조직했던 정여립은 선조 22년에 있었던 기축옥사를 불러온 장본인이었다. 기축옥사의 한복판에 홍도가 있었다. 종이에 꽃물을 들이고 마음이 동한 시를 적은걸 보고, 당나라 시인 설도를 쏙 빼닮았다 하여 설도의 자 홍도라 부르라고 했던 정여립을 홍도는 죽도할아버지라 불렀었다.   

 

 

역사란, 기록하는 자가 전하고 싶은 사실만을 간추리고 얼버무려 제 입맛에 맞게 기록하는 법이다. 따라서 수많은 진실은 사실이라는 말로 짓이겨지고 탈탈 털려 몇 자에 불과한 글자와 몇 줄로 채워진 문장으로만 남는다. 진실은 모두 사실이 되지 못하고 사실은 모두 역사가 되지 못한 채 지워지고 잊히거나 곰팡내 나는 책장 한 귀퉁이에서 나뒹굴고 있을지도 모른다.  (111페이지)

 

김대현의 『홍도』는 한 여자가 살아온 지난 날의 삶이자 우리의 역사속으로 안내한다.

홍도라는 여자가 살아온 기구한 삶 속에서, 홍도가 어린 계집아이로 겪었던 기축옥사에서부터 임진왜란, 천주박해까지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마주한다.  그녀가 여태까지 살면서 만난 몇 번의 사랑하는 사람, 또 보내야만 했을 홍도의 기구한 삶, 400년이나 기다려 새로 태어난 사람을 만날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는 것. 한 눈에 알아본 사랑이다. 홍도는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자신의 지난 날들의 이야기를 건넸다.

 

내가 표지를 보고 기대했던 책 내용은 기대 이상이었다.

아름다운 표지 속 여자처럼 홍도의 기구한 삶은 그래도 나름 자신의 삶을 살아왔고, 우리의 역사 한복판에서 살아남았다. 홍도가 살고자해서 산것은 아니었지만, 지나온 시간들을 견디며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홍도가 이야기를 듣는 동현과 나직나직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홍도의 이야기에 홀렸다. 홀려버리고 말았다.

 

문득, 다시 전주로 발걸음을 향하고 싶어졌다.

혼불의 숨결이 살아있는 소설  『홍도』를 읽으니, 최명희 작가의 『혼불』을 다시 만나고 싶고, 최명희 문학관에 높다랗게 쌓여있는 친필원고를 바라보며 혼불의 감동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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