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행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
윤고은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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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삶을 꿈꾸었다.

지지부진한 삶인 것 같아, 평범한 삶보다는 남보다는 다른 삶을 꿈꾸었다.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삶을 보자면 그저 남들과 같은 삶이었다. 특별하게 누리고 사는 것도 아니고 특별하게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보통의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몇십 년 살다보니 특별한 일이 없는 나의 삶, 남들처럼 살아가는 내 모습이 그런대로 괜찮은 삶이란 걸 알게 되었다. 남들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것. 가족이 있고, 곁에 친구들이 있다는 것,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의 소중함을 요즘 더 느끼고 있는데, 이처럼 보통의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이 굉장히 좋다는 걸 느끼고 있는 중이다.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예전의 내 모습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일상의 풍경이 너무 무료할때 우린 여행을 꿈꾼다.

여러 여건 때문에 먼 곳에 가지 못하더라도,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와야 일상을 견딜수 있다.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며 걷고 있노라면 마음속에 차오르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 때문에 여행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전에는 가족과의 여행이 무조건적이었다면, 지금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 많아졌다. 자꾸 만나자고 하고 여행가자고 하는 그들의 청을 거절하기 어려워 함께 하던 것이 거의 주말마다 만날 약속을 하게 되었다. 물론 멀리 가는 건 아직 못해봤지만, 우리들 마음속은 외국여행도 생각하고 있을 정도다. 친구들이나 가족과 여행을 계획할때, 사람들이 많이 가 보았던 곳, 좋았다고 칭찬하던 곳을 사실 자주 가보고 싶다. 직장 때문에, 금전적인 이유때문에 많은 곳을 가보지 못하지만,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여행,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을 지내놓고 보면, 함께 했던 시간들이 마치 그림처럼 떠오르는 걸 볼수 있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여행을 하고 싶은게 사실이기도 하다. 

 

나는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을 읽으며 특별한 여행을 하게 되었다.

특별한 여행을 하기 위해,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기기 위해 재난이 일어났던 곳의 흔적을 여행하는 일 말이다. 예를들면, 몇해 전 경남 지방에 세차게 몰아쳤던 쓰나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갔던 곳을 찾아다니는 사람처럼, 재난이 일어났던 그곳의 흔적들을 보며 우린 일상의 소중함을 깨우치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재난이 일어났던 곳을 찾아 재난 여행 상품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서 마치 판타지 영화를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윤고은 작가의『밤의 여행자들』에서 여자 주인공 고요나는 재난 여행을 만드는 프로그래머다.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현실 도피의 본능을 깨우치려 함인가. 재난 여행을 하는 회사 정글에서 자신이 퇴출대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건 요나 자신의 상사 김의 성추행이었다. 엘리베이터 CCTV로 촬영되고 있음에도 버젓이 성추행 할수 있다는 것, 김이 퇴출대상만을 노려 성추행 한다는 것 또한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자신에게 찾아온 회사에서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정글의 재난 여행에 참여하는 요나는 가장 비싸보이고 모험적일 여행을 가게 된다. 물론 김은 머리를 식히고 여행을 다녀오라며, 다녀와서 그 여행이 퇴출대상 여행일지 아닐지에 대한 보고서만 써준다면 출장으로 처리해 주겠다고 했다.

 

어차피 퇴출대상일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 오랜만에 여행겸 출장 식으로 떠나기로 한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 자신이 내난 여행을 좋아했었다는 사실이다. 그것 때문에 정글에서 재난 여행 프로그래머가 되었던 사실도 기억해낸다. 이왕이면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요나가 가기로 한 곳은 베트남을 거쳐 가는 '무이'라는 섬이다. 요나가 가는 무이라는 섬은 작가의 상상속의 섬으로 거대한 싱크홀이 있는 곳이다.  재난이 지나간 자리에 있는 무이섬의 사람들. 왠지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곳이지만, 재난 여행지로서는 쓸모가 없어보였다. 그리고 요나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곳에서 여권이 든 지갑을 분실하고 다시 무이 섬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무이섬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고, 요나가 머물고 있는 곳에서 현실과 상상의 세계가 넘나든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요나가 겪는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그녀가 자주 꾸곤 하는 꿈속의 일인지 헷갈린다. 요나의 잊고 싶은 현실이 그녀의 꿈 속에는 새로운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나가 겪는 일들이 그녀의 꿈속이길 바랬다. 모든 상황이 다 끝나고 나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날 것 같은 느낌말이다.

 

밤은 사람들에게 신비함을 준다.

평소에 운전을 잘 하는 사람도 밤에는 운전하기를 꺼려하기도 하고, 혼자서 운전하고 가는 길에 터널이라도 만나면 누군가가 장난을 거는 것처럼 현실속에서 보지 못했던 것들도 볼수 있다. 칠흑같이 어두운 주변 때문에 섬찟함을 느끼기도 하는게 사실이다. 낮과는 다른 것을 주는 밤의 현실.

 

여행지에서도 마찬가지다. 낮을 여행하는 것과 밤을 여행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밤은 우리가 볼수 없었던 새로운 것을 만나기도 한다.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밤을 여행하는 사람들만이 볼수 있는 정경을 만난 책이다. 우리가 평소 하지 못했던 여행. 우리가 만나지 못했던 상황.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마음과 다시 현실속으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공존했던, 우리가 지지부진하다고 느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강하게 느꼈다. 지겨운 일상속으로 어서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을 가졌다. 아, 그럼에도, 때론, 밤의 여행자들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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