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 어느 은둔자의 고백
리즈 무어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오래전 조니 뎁이 주연한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란 영화에서 길버트 그레이프의 엄마가 엄청난 무게의 거구로 나왔다. 아버지의 자살의 충격을 견디지 못해 거구의 몸매를 가진 엄마를 보살피며 가족을 돌보는 길버트 그레이프의 이야기였다. 그 영화에서 엄마는 엄청난 무게 때문에 집 밖에 나가지 못하고 거의 침대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침대에라도 내려올라치면 누군가의 부축을 받아야 내려올수 있었던 영화였다. 그때의 난, 세상에 저런 거구의 몸을 사람도 다 있구나 싶어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침대에서 죽어가는 엄마 때문에 눈물을 흘렸었다. 이 책을 받아 책을 읽으려고 하며, 책의 내용을 훑어보니 문득 그 영화 생각이 났다. 아마 이 책 속의 아서 오프도 길버트 그레이프의 엄마의 무게만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 모두는 각자만의 삶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

누군가 말하기를 자신이 충분히 이겨나갈 만한 시련이 찾아온다고 했다. 삶이 너무 허무하기 때문에 삶의 고통 또는 시련을 주는 것인지, 때때로 우리 삶에는 시련이 찾아온다. 우리는 그 시련을 견디고 곁에 있는 이들로 인해 그 시련에서 헤어나오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혼자 왔다가 혼자 스러지는 존재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누군가의 보살핌으로 삶을 이어가고, 삶 속에서 기쁨이 가득한 존재들을 만나기도 한다. 25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20년 가까이 집안에서만 은둔했던 아서 오프에게 한줄기 빛처럼 그를 만나러 오겠다는 샬린 터너의 편지를 받았다. 샬린은 과거 아서가 학생들을 가르칠때 자신의 학생이었다. 20년 가까이 지나도록 서로는 편지를 나누었고, 뜸하다가 최근에 다시 편지를 받은 것이었다.

 

집 밖에 나가지 않은지 20년 가까이 되는 은둔자 아서 오프. 거대한 무게를 자랑하는 자신의 몸, 몸무게를 재 보지 않은지도 오래되었던 그는 자신의 몸을, 집을 샬린에게 그대로 보일수 없어서 청소업체에 전화해 청소해 줄 사람을 구한다. 아서 오프는 샬린의 편지로 인해 세상과의 소통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와 이야기해 본지도 꽤 오래되어 사람과의 관계에 수줍어 했던 그지만, 그보다 마흔살 가량 어린 청소부 욜란다를 향해 마음을 열게 되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집에서 움직이고,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이 굉장히 좋았던 아서는 욜란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했다.

 

 

문을 열고,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뗐다.

 

과도한 자신의 무게때문에 집안에서만 은둔했지만, 샬린으로 인해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뗐던 것이다. 문을 열고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떼었다. 샬린의 부탁으로 샬린의 아들인 켈 켈러를 만나기 위한 준비를 한 것이다. 켈 켈러에게 대학 입학을 향한 조언도 건네고 싶어졌고, 켈에게 전화도 여러번 했다. 켈과 통화를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매일 밤 나는 내일은 달라지고 새로워질 거라고, 좀 나아질 거라고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질 거라고 자신에게 말한다.  (247 페이지)

 

자신과 이름이 같았던, 자신이 네살때 떠나버린 아버지를 기다리는 켈 켈러.

아버지의 부재 때문에 더욱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켈 켈러는 아픈 엄마를 돌보고 있다. 부자인 친구들과는 다른 가난한 동네 용커스에서 살지만, 늘 술에 취했는 엄마를 버릴수도 없다.

 

자신이 사는 곳을 숨기고, 엄마의 상황을 숨기고, 모든 것을 숨기고 싶었던 켈 켈러는 아픈 엄마 때문에, 늘 취해 있는 엄마 때문에 그 또한 늘 외로웠다. 엄마를 돌봐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여자 친구에게 가고 싶었다.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 속으로 스며들고 싶었다. 그들이 살고 있는 따스함 속으로 스며들고 싶었다. 늘 사람들의 도움을 거절할 줄만 알았는데, 사람들이 자신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걸, 따뜻하게 대해주는 걸 저도 모르게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켈 켈러 또한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자신들이 가진 외로움 때문에 샬린 터너와 아서 오프가 이어졌듯, 이제 켈 켈러와 아서 오프가 이어질 수도 있다. 그들은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가진 모든 무게, 그들을 짓누르는 삶의 무게가 조금쯤 가벼워 질 때도 되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

우리는 언제까지나 혼자서는 살 수가 없다. 그건 너무 외로우므로, 그건 너무 슬픈 일이므로.

외롭게 움츠려있는 이들에게 따스한 손을 내밀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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