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한 시 - 120 True Stories & Innocent Lies
황경신 지음, 김원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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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한 시.

평소에는 침대에 들어 책을 펴는 시간. 단 몇 페이지를 읽더라도 꼭 책을 펴야 하는 시간이 나의 밤 열한 시다. 그 시간에 나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늘 책을 끼고 있다. 졸음이 와 잠깐잠깐 졸려도 붙들고 있는 책. 책을 읽다가 나는 책 속에서 일어난 일들을 내 일인양 꿈 속에서 만나기도 한다. 어떤 때, 먹먹한 책을 만날 때는 누워 있다가 일어나서 한참을 울고, 눈물을 훔치고 다시 읽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온전한 나 만의 시간을 가질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곁에 누워있는 이는 무슨 일 일어 났느냐며 울고 있는 나를 어이없어 한다. 책을 읽는 시간처럼 행복한 시간이 있을까. 나의 이야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이지만, 마치 내 이야기인것처럼 책 속에 푹 빠지게 되는 이야기가 좋다. 그게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이건, 꾸며낸 이야기이건.

 

황경신의 글들이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마음 속에 언제나 사랑을 담고 있는 이의 마음이 들여다 보여,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감성에 젖게 한다. 황경신의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저절로 감성적이 될지 모른다. 그녀의 감성적인 글에 동화되고 말것이므로. 『눈을 감으면」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책 『밤 열한 시』에서도 그랬다. 김원의 그림과 함께 어우러져 엮어진 『밤 열한 시』는 밤의 감성을 느낄수 있게 해주었다.

 

밤에 쓴 연애편지를 보라.

아주아주 감성적이 되어 자신의 감정을 마구 쏟아놓고, 그 다음 날 읽은 글은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감성이 풍부한 글이 보인다. 풍부하다 못해 감성이 넘치는 글 말이다. 어떤 이는 밤에 쓴 편지를 아침에 읽어보고 찢어 버리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그 편지를 그대로 부쳤다. 그 시간, 그 시간을 즐기는 나만의 감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글이기 때문이었다.  

 

 

당신이 내내 오는 시간이

내게는 내내 오지 않는 시간입니다.

그러니 말해주세요, 사랑,

언제쯤이면 내게 올 것인지.  (「언제와」 중에서)

 

황경신 작가가 시를 쓰는지 몰랐는데, 이처럼 아름다운 시를 썼다.

위의 「언제와」라는 시를 보면,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그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마음들을 담았다. 시를 읽으면 상대방에 대한 마음을 알 수 있다. 상대방을 사랑하는지, 마음을 닫고 있는지, 열고 있는지. 우리가 작가에게 마음을 열듯, 시는 그렇게 우리의 감성을, 마음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녀의 글이 거의 그랬다.

일기처럼 쓰여진 글,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있는 듯한 시, 밤 시간에 대한 감성, 밤을 지새우고 맞는 아침에 대한 인사, 작가가 만난 사람에 대한 단상들도 잔잔하게 다가왔다.  

 

 

밤 열한 시

하루가 다 지나고

또 다른 하루는 멀리 있는 시간

그리하여

가던 길을 멈추고

생각을 멈추고

사랑도 멈추고

모든 걸 멈출 수 있는 시간

 

참 좋은 시간이야

밤 열한 시           (「밤 열한 시」 중에서)

 

혼자만의 오롯한 밤 시간. 사방이 조용해 풀벌레 소리만 들려오는 그 고요한 시간에 진정한 나를 찾는 아주 소중한 시간. 그 시간이 밤 열한 시가 아닐까. 황경신의 시「밤 열한 시」를 읽으며 든 느낌이다. 할 수만 있다면 그의 시 전문을 리뷰에 옮겨 놓고 싶은 글들이 많았다. 짧은 에세이처럼 쓰여진 시에서 밤에 읽는 감성에 깊은 공감을 했다.  

 

황경신 작가의 『밤 열한 시』는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생각이 나서』의 그후 삼 년 동안의 이야기라고 한다. 『생각이 나서』를 읽지 않았지만, 이 책과 비슷한 감성의 책이 아닐까 싶다. 사실 내가 황경신의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다. 황경신 작가를 안지도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작가의 책을 읽노라면, 왠지 마음 속 깊은 곳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자꾸 책 장을 넘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책 속의 글을, 책 속의 그림을 다시 음미해보고 싶은 책이었다. 어쩌면 이 가을의 감성과 딱 맞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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