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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 만나요
조해진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3월
평점 :
최근에 꿈을 자주 꾼다.
어지러운 마음을 대변하듯 매일 꾸는 꿈의 내용은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어느 날엔 회사에서 더이상 회사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든가 하는 꿈을 꾸고, 또 어느 날엔 누군가가 아프고, 누군가와 싸우는 꿈을 꾸기도 한다. 마음이 복잡하면 꿈속에서라도 풀려는지 자꾸 복잡한 꿈을 꾼다.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던 생각들이 하나의 이미지로 나타나 나의 복잡한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이런 마음을 달래듯 나는 최근에 팝음악을 많이 듣는다.
오래전엔 뉴에이지 연주곡에 빠져 있었지만, 최근엔 팝음악을 휴대폰에 받아 시간이 날때마다 듣고 있다. 복잡한 마음들을 풀려고, 또 음악을 듣다보면 풀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음악을 듣게 된다. 뉴에이지 연주곡을 벨소리로 사용하였던 것이 팝음악을 바뀌었을 정도다.
작가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글로써 표현할 것이다.
마냥 행복한 글만을 쓸수 없기에, 마음속에 있는 수많은 감정들을 마치 숨을 토해내듯 그렇게 글로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 조해진의 글을 좋아한다. 우리나라보다는 다른 나라, 우리가 살고 있는 곳 보다는 다른 곳을 꿈꾸고, 그곳을 헤매이는 듯한 사람들의 글이 인상적이어서 좋아하는 작가이다. 이번에는 『목요일에 만나요』라는 단편소설집이다. 예전 같으면, 단편 소설이면 구입을 조금 늦추거나, 구입하더라도 읽기를 조금 늦추는데, 조해진의 소설이라서 반가움에 먼저 구입을 했고, 책을 받자마다 읽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내가 조해진의 소설을 읽는 건 모두 장편소설인가보다. 심연에 침잠하는 듯한 글을 읽으며 긴 호흡의 장편을 읽는 느낌과 단편은 조금 다른 느낌을 주었다. 심연의 침잠이 더 깊어졌다. 장편을 읽을때도 두세번을 읽게 만들더니 단편 또한 만만치 않았다. 작가가 말하는 감정의 깊이에 깊이 빠져 있었던 듯 하다. 현실 보다는 꿈 속의 일들때문에 아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현재 보다는 과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그들의 감정의 골을 짚어내는게 큰 일이었다.
하나의 이름으로 존재하지 않고 이니셜, 예를들면, K 라던가, D 라던가, P 라던가 했다. 자신의 아들마저 Y라 부르는 작품속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우기 보다는 이니셜로 자리잡은 그들 때문에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기도, 그들의 삶에 공감하기도 어려웠다.
「PASSWORD」에서는 해외로 입양한 한 인물이 나온다. 다이어리 맨 마지막에 자살이라는 글을 썼던 주인공. 생모를 찾기 위해 서울로 돌아왔지만, 생모는 만나주지 않고 고모만이 반겨준다. 자신을 입양한 양부모는 아이의 장기이식을 위해 자신을 입양한 듯 보이고, 자신의 정체, 자신을 태어나게 해준 나라에서 좀처럼 마음을 잡을 수 없다. 옆집의 장애아를 보며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아파한 인물이다.
밤마다 이상한 꿈을 꾸는 주인공이 있는 「영원의 달리기」는 또 어떤가. 사랑했던 J가 갑자기 떠나버리고, 다른 나라의 먼 과거의 역사처럼 의자에 묶인채 심하게 맞고 있는 꿈이라던가, 잿빛 수용소게 갇혀 있는 꿈 등을 꾸며, 사랑했던 J에게로 향하는 마음에 느린 달리기에서 빠른 달리기를 하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진다.
작품속 인물들은 거의 행복하지 않다. 우울하거나 사랑했던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았거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유리」라는 제목에서처럼 자신이 살았던 곳이 유리로만 이루어진 도시에서 살았다고 시작한 단편 또한 그렇다. 투명한 유리는 그 사람의 모든 삶이 비춰보일 것이다. 또한 무언가에 부딪힐때는 깨지기도 쉽다. 누군가에 의해 산산조각으로 깨지기도 하는게 유리다. 마치 유리 심장을 가진 이처럼 주인공은 그렇게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다.
메이의 나라에서 메이를, 또다른 메이들을 만나며 메이를 추억하는 「밤의 한가운데서」를 봐도 그렇다. 생물학적인 유전자를 주었던 J보다 오히려 자신을 감싸주었던 메이의 나라, 이곳에서 한때 유진으로 불렸던 이를, 유진이 기억들을 끄집어낸 이야기였다.
작가 조해진의 작품속 배경들은 거의 우리나라가 아니었다.
외국에서 살고 있는 이민자들, 동성애자로 살고 있는 소수자의 이야기라던가, 작가는 작품속 인물들이 살고 있는 곳까지도 이니셜의 도시로 말해왔다. 마치 꿈 속의 도시인양 그렇게 느껴졌다.
아홉 편의 모든 작품들이 나름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다수들이다. 작가의 마음속에 들어있었을 생각들을 나누었다고 본다. 책 읽는 일은 이처럼 작가의 심연들을 들여다 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