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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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오랜만에 이외수 작가의 작품을 읽었다.

물론 그의 감성 에세이는 몇 편 읽었지만, 그의 소설을 읽는 건 꽤 오랜만이었다.

그의 통찰력과 위트가 살아있는 글이었다. 소설이 이토록 간결하고도 느낌을 주는 글이라니. 역시 이외수 답다. 그의 트위터에서도 느끼는 바지만, 그의 날카로운 시선을 만날 수 있는 글, 그 만의 매력으로 다가오는 글이었다.

 

제목을 보시라. 『완전변태』란다. 나는 이 제목의 '완전변태'가 변태적인 사람을 지칭하는 그 변태인줄 알았다. 마음속에 야한 것만이 가득찬 것인지, 내가 느끼는 바는 그랬다. 뭔가 유머스러운 풍자가 섞여 있겠구나.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그 '변태'가 아니었다. 애벌레에서 나비로 변태된다는 그 변태였다.

 

사람의 시선이란게 이토록 다르다는게 놀랍다.

물론 일반인과 작가의 시선은 다를 수 밖에 없지만, 책을 읽을수록 책 속에서 강하게 느껴지는 그 감정 때문에 아, 이래서 작가구나. 연륜이 있는 작가의 글이 이토록 맛깔스럽구나, 하고 느꼈다.

 

소설집은 모두 열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태어났을때부터 너는 검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란 한 남자의 이야기가 있는 「소나무에는 왜 소가 열리지 않을까」가 있다. 노점상을 하는 부모는 그 설움을 견디기 위해 아들에게 무조건 검사가 되라고 했다. 몇 년동안 고시 공부를 해 사법고시에 합격한 날 한 노인을 만나 들은 이야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법관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깨닫는 이야기이다.

 

「청맹과니의 섬」에서는 서울 출신의 교사가 시골에서 유배되다시피 근무하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교사는 시골이 싫었다. 어쩔수 없이 시골에서 교사로 일하면서 주인집 막내아들을 따라 갔던 곳에서 본 수많은 다람쥐, 그리고 자신의 결혼으로 인해 만난 특출난 남자의 이야기이다. 자신 때문에 죽은 남자에 대한 것 때문에 시골을 떠나버렸고, 나중에야, 다른 사람으로 인해 마음의 위로를 받았던 여자의 이야기였다.

 

 

 

꿈 꾸는 자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77페이지)

 

무슨 일 때문에 교도소에 들어간 한 작가의 이야기인 「완전변태(完全變態)」는 이 작품의 표제작이기도 하다. 교도소의 시간은 암갈색이다. 감방마다 시간의 시체들이 유기되어 있다. 죄수들은 자신의 시간들이 죽어서 썩고 있다는 사실을 감옥에 와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그냥 깨닫는 게 아니라 절실하게 깨닫는다. (79페이지, 「완전변태(完全變態)」중에서)  나비가 되어 훨훨 나는 꿈을 꾼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가 있다. 꿈을 꾸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잡혀온 사내, 교도소에는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새로운 탈피를 준비중이었다.  

 

한때 오래전에 이외수 작가가 대마초 때문에 구속되었었다는 걸 신문 기사로 접했었다. 작가는 그때의 경험을 살렸던 것일까. 작가에게 생기는 모든 일들, 즉 작은 경험들까지도 작품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물 또한 허투루 보지 않는 작가들의 습성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평생을 명석을 찾아 돌아다니는 탐석광(探石狂)의 이야기를 다룬 「해우석(解優石)」, 한 아이가 한 청년에게 일방적으로 매맞고 있는 장소에서의 군중심리를 다룬 「새순」도 있고, 빛깔에 대해서만은 아주 특별한 시감각을 가지고 있는 노인의 이야기「명장(名匠)」, 「파로호」에서는 낚시터에서 외눈박이 노인에게 떡밥 만드는 법을 배우는 한 기자의 이야기가 있다.  예술은 인간의 영혼을 썩지 않게 만드는 최상의 방부제다 라고 시작하는 작품 「유배자」는 무명화가의 이야기를 다루었고, 자신이 재림 예수라고 말한 「흉터」도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 작품 「대지주」를 읽으면서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사람은 자기가 믿고 싶어하는 쪽으로 믿는다는 것을 느낀 작품이었다. 사기결혼정보업체에서 선보는 직원으로 근무했던 한 여자가 있었다. 몇 년을 일하고 쓰임새가 빠질때쯤 자신이 차려 사기를 치다가  어느 순간 자기도 이제 한 재산을 챙겨보자는 속셈으로 특수작물을 한다는 남자를 만난 여자의 이야기였다.

 

친구들과의 여행에서 나이가 들면, 누군가가 어떤 말을 했을때,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드물다는 말을 했다. 자기식대로 해석하여 말을 한 사람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알아들었느냐며 꼭 확인을 해야한다는 우스개소리를 했었다. 「대지주」속 여주인공이 그랬다. 한탕 해보겠다는 일념으로 그에게 다가갔지만, 자기식대로 해석한 것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보는데 웃음이 터져버렸다.  

 

이외수 작가의 모든 작품들은 우리의 허를 찔렀다.

때론 유쾌하게 느껴졌고,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헤쳐진 작품은 우리를 뜨끔하게도 만들었다. 왜 이제야 소설집을 냈는가. 이외수 작가 특유의 감성을 만날 수 있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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