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미술관 2 : 한국 (30만 부 기념 ‘겨울 미술관’ 에디션) -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 방구석 미술관 (겨울 미술관 에디션) 2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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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을 읽는다는 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눈으로 담고, 마음속에 넣는 작업을 반복하게 된다. 소설도 마찬가지지만 미술 작품처럼 자주 찾게 되는 것도 없다. 마음이 울적할 때, 스트레스로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그림을 보면 마음이 풀린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굳이 글이 없어도 그림만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때로는 글을 건너뛰고 그림만 들여다보는 일도 많다.


 

세계적인 서양화가의 그림과 삶을 소개한 방구석 미술관과 달리 이번에는 한국 화가의 삶과 그림을 다루었다. 신문 기사에 회자되었던 유명한 화가의 이야기를 읽는 일은 몇 번이고 들여다봐도 즐거운 일이다.


 


 

 

2019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김환기 화가의 그림이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점화 우주(Universe 5-IV-71 #200)라는 작품으로 한국 화가 중 가장 비싸게 팔리는 작가다. 그림을 그냥 봐도 좋지만 그림이 그려진 사연과 작품의 의도를 알고 나면 그림을 보는 마음이 달라진다. 그림을 보는 안목이 생기는 것이다. 그림에 대해 알지 못해도 조금씩 알아가다 보면 그림이 저절로 눈에 들어온다.

 


좋은 책을 읽고 나면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함께 읽으면 그 감정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 그림도 마찬가지인데 좋은 예술 책을 만나면 소개해주고 싶다. 주변 사람에게 그림을 소개하는 것처럼 말한 책이 조원재의 방구석 미술관시리즈일 것이다.


 


 

 

우리나라 화가 중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의 화가 이중섭은 알 것이다. 금방이라도 움직일 듯 약동하는 소는 우리나라의 기상과 닮았다. 하지만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국전쟁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일본으로 보내야 했던 이중섭은 종이와 그림 도구를 살 돈이 없어 담배갑의 은박지로 그림을 그렸다.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더 애틋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과 독보적인 여인상을 그렸던 천경자 화가의 그림은 볼수록 아름답다. 나혜석의 경우 최초라는 각종 수식어를 달았지만, 가족과 단절되어 안타깝게 한다. 그림에서 드러나는 화가의 마음이 느껴져 오래도록 그림을 바라보게 한다. 천경자의 화려한 색의 황금의 비에서 여인의 눈은 많은 것을 표현한다.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는 아름다운 여인의 머리에 메두사처럼 뱀 몇 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고독한 마음일 것이다.


 


 

 

김환기의 점화도 좋지만, 나는 그가 그렸던 조선백자를 모티프로 하여 조선의 미를 표현한 달항아리 그림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색을 사용하여 자꾸 바라보게 했다.


 


 

 

20세기 한국미술의 거장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미술 교양서다. 소의 화가 이중섭,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한국 최초의 월드 아티스트 이응노,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심플을 추구한 장욱진, 김환기, 서민을 친근하게 그린 박수근, 천경자,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돌조각으로 예술품을 만든 이우환. 총 열 명의 화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저작권 때문에 그 그림들을 소개할 수 없어 아쉽다. 이우환 화가의 경우 저작권 때문에 책에서 작품을 수록하지 않아 QR코드로만 봐야 해 아쉽다.


 


 

 

방구석 미술관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마치 앞에서 들려주듯 자세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여 한국미술에 대한 지식이 한결 업그레이드되는 거 같다. 미술이라고 해서 어렵지만은 않다. 화가들이 걸어온 삶과 작품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작품을 보는 안목이 높아질 것이다. 추운 겨울, 방구석에서 그림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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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광시곡 마호로 역 시리즈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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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 게이스케가 마호로 시에서 시작한 심부름집은 경기에 휘둘리지 않고 그럭저럭 수입을 올리며 오늘도 유지하고 있다. 교텐이 다다 심부름집에 온 지도 3년째가 된다. 심부름집을 이용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뢰와 그들의 생각과 삶을 말했던 게 1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마호로 역 번지 없는 땅이다. 이 작품들에서는 연작 단편 형식이었다면 마호로 역 광시곡은 장편으로 전편에서 예시된 대로 가정과 건강식품협회(HHFA)와 교텐의 과거가 드러난다.


 

다다는 나기코의 방문을 받는다. 파트너가 외국에서 일하고 있고, 하고 싶었던 연구를 위해 한 달 반 예정으로 외국에 나가야 하는 나기코는 다다와 교텐에게 하루를 맡기고자 한다. 어린아이를 싫어하는 교텐이지만 그의 생물학적 딸인 하루와 지내다 보면 달라지지 않을까. 과거의 아픈 기억을 내려놓고 하루와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죽은 아이 때문에 역시 아픈 기억을 안고 있는 다다는 하루와 함께 생활한다는 것이 버겁지만 하루를 위해, 더 나아가 교텐을 위해 하루를 돌봐주기로 한다.


 


 

 

누가 봐도 교텐과 꼭 닮은 하루는 루루나 하이시의 사랑을 받으며 심부름집 생활을 시작한다. 피하기만 했던 교텐도 하루와 지내며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무엇보다 교텐의 변화를 바랐던 다다였다. 일부러 교텐에게 하루를 남겨두고 외출하기도 하며 그가 가지고 있던 기억의 고통에서 빠져나오길 바랐다.

 


하루는 다다에게 새로운 세계를 가르쳐주었다. 기쁨과 초조함과 외로움. 평범한 일상에 풍요로운 감정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232페이지)

 


의외의 전개였던 게 다다와 아사코의 로맨틱한 관계였다. 별다르게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는데 이심전심으로 전해졌던 거 같다. 야쿠자 호시와의 관계도 어쩐지 다정하다. 호시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다다 건만 자꾸 엮인다. 호시는 다다에게 의뢰를 하고, 서로 힘을 도와 HHFA의 비밀을 파헤치기도 한다.

 


아이의 존재는 얼마나 경이로운가! 학대의 고통으로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교텐을 변화시킨 것도 하루였다. 내가 고통을 겪었다면 아이에게 그 고통을 대물림해서는 안 된다. 내가 되고 싶지 않았던 부모의 모습을 닮아간다면 그것처럼 나쁜 것도 없다. 우리는 자꾸 변화해야 한다. 물론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모든 것을 해결하고도 다다 심부름집은 그들만의 일상을 살아간다. 여전히 마호로 시민들의 의뢰를 받아 정원의 풀을 뽑기도 하고 아이들의 방문을 받는다.


 


 

 

막상 일이 생겼을 때 하루를 아프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키기 위해서 몸이 움직였어. 그게 나는…….”

행복했어.

아주 작은 목소리였지만 다다의 귀에는 들렸다. 다다는 교텐을 보았다. 교텐은 약간 쑥스러운 듯이 웃고는 창을 닫았다. (450페이지)

 


누구보다 교텐의 변화는 이 소설의 큰 즐거움이다. 다다의 심부름집에 얹혀 살면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자기 집보다 더 자유롭게 지내고 있다. 물론 다다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아이를 잃었다는 상처에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았던 다다 또한 교텐과 지내면서 그 고통을 떨쳐내지 않았나.


 

그러고 보면 사람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아닌 관계처럼 보일지라도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우리는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에서 배운다. 따뜻한 감동, 잔잔한 울림을 주는 작품이었다. 이 또한 미우라 시온만이 가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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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1-05 1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브리즈 님 따뜻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낙하한 동백꽃 잎 옆에 책, 사진 좋아요.

Breeze 2022-01-06 13:04   좋아요 0 | URL
제주 여행중에 찍은 사진입니다.
감사합니다. ^^

프레이야 2022-01-06 13:35   좋아요 0 | URL
제주 동백꽃 정말 이쁘더라구요
까멜리아도 그렇지만 전 서귀포 위미마을 동백꽃이 참 좋았어요 님 ^^
 
도서실에 있어요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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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이 커다란 여성이 의자에 앉아 바늘로 콕콕 찌르며 무언가를 하고 있다. 양모 펠트라고 하여 조그만 동물이나 물건 등을 만든다. 도서실에서 누군가 책에 대하여 궁금한 사람이 레퍼런스 룸에 들어가면 무뚝뚝한 사서는 말한다.

 


당신, 뭘 찾고 있지?


 

그 목소리는 몸을 포옥 감싸는 듯하다. 사서 고마치 사유리의 생김새에 놀랐다가 그 목소리에 안도하여 고민을 털어놓고 자기에게 맞는 책의 목록을 받는다. 책의 부록과 함께. 책의 부록은 양모 펠트로 된 프라이팬이나 고양이, 지구본, 비행기, 게 등이다. 책의 부록은 그 사람에게 딱 맞는 물건이다. 마치 그 사람의 마음을 꿰뚫은 것처럼.

 


폭신한 양모 펠트는 책을 찾는 사람에게 작은 기적을 일으킨다. 도쿄에까지 와서 커리어 우먼이 되고 싶었으나 하찮은 옷가게 점원이라 생각한 사람에게, 좋아하는 골동품 가게를 하고 싶으나 현실은 회사의 경리담당인 남자에게도, 육아휴직이 끝나고 잡지 편집자 일을 계속하고 싶었으나 자료 정리만 해야 하는 여성에게도,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꿈을 꾸었지만, 백수인 남성, 회사 한 곳만 보고 일해왔던 정년 퇴직자에게도 사서가 추천한 책과 책의 부록은 그 사람에게 잊고 있었던 꿈을 일깨운다.

 



 

 

도서실이라는 공간을 떠올려보자. 책들 사이로 드문드문 앉아서 책을 보는 사람들. 서가를 걸으며 좋아하는 책을 살펴보는 사람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간이다. 자기와 전혀 어울린다고 여기지 않았던 책을 골라주고 책의 부록까지 건네주는 도서실이 있다면 가보고 싶지 않은가.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고민이 있어 찾아온다. 자기가 생각했던 것처럼 일이 풀리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도서실을 기웃거리지만, 사서가 건네는 책에서 마음의 변화를 일으킨다. 어느 것을 택하더라도 나의 선택이다. 때로는 뒤로 돌아갈 수 있고, 옆을 둘러봐야 할 수도 있다. 어렸을 때 꾸었던 꿈이 조금 더디게 오더라도 결국엔 내가 가장 원하는 것에 다다를 수 있다.

 


젠가, 언젠가 하는 동안 꿈이 끝나지 않아. 아름다운 꿈인 채로 끝없이 이어지지. 이루어지지 않는대도, 그 또한 삶의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해. 계획 없이 꿈을 안고 살아간들 나쁠 거 없어. 하루하루를 즐겁게 만들어주니까 말이야. (98페이지)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현재 하는 일을 무조건 그만둘 필요는 없다.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퇴직한다면 이도 저도 아닐 수 있다. 자신만의 가게를 위해서는 어느 곳에 다다를 때까지 병행할 필요가 있다. 물론 누군가의 이해와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이 상황은 현재의 직업 외에 다른 것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도 필요한 방법이겠다.

 


육아에 지친 나쓰미는 잡지 편집자 일을 무척 좋아했다. 아이를 낳은 후 휴직 기간에도 편집팀으로 복귀하기 위해 펴내던 잡지를 잃는 등 감을 잃지 않으려 했다. 육아휴직 기간이 끝난 후 복귀했으나 회사에서는 그녀를 배려한다며 자료팀으로 발령을 냈다. 의기소침해진 그녀는 주말에도 일 때문에 나가는 남편을 미워하기도 한다.


 


 

 

인생이란, 항상 복잡하게 꼬여 있는 거예요. 어떤 환경에 있든 뜻대로 되지 않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지도 못한 깜짝 선물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잖아요. 결과적으로는 바라던 대로 되지 않아서 다행이야. 살았다!’라고 생각할 때도 정말 많으니까요. 계획이나 예정이 꼬여버리는 일을 두고 불운하다거나 실패했다고 생각할 필요 없어요. 그렇게 변해가는 거죠. 나도, 인생도. (199~200페이지)

 


때로는 이처럼 아무 소리도 없이 기회가 닿을 수도 있다. 잡지를 만들 때 작가와 협의하여 젊은 여성에게 맞는 내용을 이끌어 내어 단행본으로 작업 하였잖은가. 어쩌면 잡지가 아닌 다른 분야의 편집에 더 맞을 수도 있었다. 아이와 함께 만드는 그림책처럼.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전에는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어떻게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전과 다른 방식으로 말이다.


 

초등학교 부설 커뮤니티 센터에 있는 도서실은 사서를 돕는 노조미와 함께 꿈의 공간이다. 마치 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본 것처럼 책을 골라주고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이런 도서실 실제로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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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1-05 1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런 도서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아서 다행이야. 살았다,라고 생각할 때가 정말 많다는 문장 와닿네요. 살다보니 바라는 대로 되어서 더 난감할 때도 있더군요.

Breeze 2022-01-06 13:05   좋아요 0 | URL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아도, 다른 방향으로 되는 것도 있으니까요.
이런 도서실 있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 박서련 일기
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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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만큼 그 사람의 진심이 드러나는 것도 없다. 평소 꽁꽁 숨겨 둔 마음을 일기에는 고스란히 쓰게 되니 말이다. 물론 남에게 보여주는 일기는 어느 정도 언어 순화를 거쳐야 하고, 정체가 드러날 사람들을 이니셜로 표기해야 한다. 그렇게 일기를 쓰다 보면 전혀 생각지 못했던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어느 날의 일기는 삶의 발자취가 되어 그날을 기억하게 된다. 하루 중 필요 없는 날이 있을까. 매일 매시간 나의 언어와 행동으로 마감되는 것들이 모여 나의 삶을 이루는 것이다.

 


작가의 첫 산문집은 언제나 기대감을 갖게 한다. 소설 속에서 유추하는 작가보다 진심을 드러내는 글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며 어쩐지 작가와 친분이 있는 사이인 것만 같다. 그래서 작가의 산문을 읽게 되는 거 같다.


 


 

 

그러고 보니, 작가의 소설을 꽤 여러 편 읽었다. 단편에서부터 장편까지 출간되는 소설을 찾아 읽었던 거 같다. 프로필에서 어려 보이는 외모에 놀랐고, 글 속에서 드러나는 날카로운 시선이 좋았다.

 


작가의 일기는 뭐랄까, 굉장히 사적이었다.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에 비하여 그렇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약간의 우려까지 생기는. 잘 모르는 타인에게 진심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는 성격 탓일지도 모른다. 2018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으로 등단한 줄 알았는데, 그 전부터 작가는 여러 매체에 글을 쓴 것 같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기록들이 일기 편으로, 상하이 여행기, 다음엔 2020년부터 시작하는 월기로 구성되어 있다.


 

게임을 좋아하여 즐기는 모습에서는 아직 어린 사람처럼 여겨져 어쩐지 귀여웠다. 아마 다른 사람도 느꼈을지 모르겠으나, 작가가 만난 사람들과 음식과 맥주를 즐기는 모습에서 맥주 한 잔을 옆에 두고 홀짝거리며 읽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했다. 달달한 케이크나 맥주가 생각나는 글이었다.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라고 말하면 왠지 카페에서 예쁜 모양으로 나오는 브런치를 먹을 거 같지 않나. 작가는 예쁘게 나온다며 돈가스를 먹었다. 그것참 재미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서른한 살이면 한국 기준 젊은 작가일 순 있어도 천재 소녀같은 것은 될 수 없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기특하다는 듯, 갸륵하다는 듯…… 대체 왜? (179페이지)


 

이게 불만인 거 같은데, 작가가 어려 보이는 외모라 그저 하는 것마다 예쁘다, 귀엽다 할 거 같다. 이런 시절은 어느 순간에 사라질 것이므로 그걸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공기 중에 흩어지는 말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느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혹시 비슷한 사연을 가진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는 거 같다. 잘못된 생각인 줄 알면서도 뭔가 작가와 연관시키는 습관이 있었다. 함부로 예단하는 건 금물이다.

 


작가의 솔직한 일기였다. 처음 일기를 썼던 때와는 어엿한 유명 작가가 되지 않았나. 월기에서 일기보다 성숙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성숙해지기 마련이고 좀 더 작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고 글을 쓸 것이다. 다음 일기는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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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30만 부 기념 ‘겨울 미술관’ 에디션) -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방구석 미술관 (겨울 미술관 에디션) 1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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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하여 여행도 다니지 못하고 집안에만 있다 보니 우울하다는 분들이 많다. 집에서 해결하기 좋은 것 중의 하나가 책 읽기가 아닐까 한다. 강제적인 취미 활동이 되었다고도 말하던데, 좋은 의미로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방구석에서 즐기는 미술관 투어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제목 또한 방구석 미술관이다.


 


 

 

미술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는 책이다. 미술을 잘 알지 못한 사람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는 미술 교양서로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다. 그림을 소개하고 그리게 된 과정뿐만 아니라 작가가 걸어온 발자취를 통해 미술사적으로 크게 기여한 것들을 살펴볼 수 있다.


 

에드바르트 뭉크와 프리다 칼로, 에드가 드가, 빈센트 반 고흐 등 총 열네 명의 화가와 작품을 소개했다. 그동안 읽어 온 미술 서적 때문에 대부분은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좋아하는 화가 외에 이번에 만난 화가가 세잔과 바실리 칸딘스키였다. 마르셀 뒤샹이야 현대 미술계에서 너무도 유명하여 아마 그의 문제작, 변기를 뒤집어 놓은 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존 세력에게 따돌림당하고 배척당하자 예술가와 관객이 함께 창조하는 거라고 생각하여 새로운 예술을 창작했다.


 


 

 

사실 이 책을 전자책으로 한번 읽었었다. 전자책이 담지 못하는 그 느낌 때문에 아쉬운 점이 없잖았는데 이렇게 겨울 미술관 에디션으로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프리다 칼로의 삶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유명하다. 남편 디에고의 바람 때문에 칼로가 느낀 배신감이 크게 부각 되었던 예전에 읽었던 미술서에 비해 저자는 칼로도 다르지 않았음을 설명한다. 비교적 중립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것 같은데, 디에고가 자신의 동생과 바람을 피우자 칼로는 디에고가 존경하던 레온 트로츠키와 비밀스런 연애로 복수를 했다. 상처와 고통은 때로 예술가적 정체성에 크게 작용한다. 칼로에게 디에고의 바람은 그녀를 예술가로 우뚝 서게 만든 역할을 했다.


 

발레리나의 화가 에드가 드가의 그림을 좋아했다. 그 시절 발레리나의 삶을 보고는 아름다운 그림 속에 숨은 어두운 내력에서 처연함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관현악단 뒤에서 조그맣게 그려졌던 발레리나의 그림이었다. 관현악단의 배경으로 삼았던 그림에 관한 평이 유독 좋아 발레리나를 그리기 시작했다. 무대 위 발레 리허설에서 쾌락의 대상으로 삼았던 발레리나의 무대 뒤의 은밀한 장면은 부유한 남성들의 욕망과 난잡함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화가가 빈센트 반 고흐일 것이다. 고흐의 그림이야 두말할 필요 없고, 고흐가 즐겼던 압생트, 즉 녹색 요정에 집중했다. 고흐가 즐겨 마신 술이라 압생트가 궁금했다. 압생트의 주원료인 향쑥의 주요 성분으로 산토닌 중독이 되면 부작용으로 황시증이 생긴다. 황시증 때문에 세상이 노랗게 보여 고흐의 그림에 노란색을 사용했다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별이 빛나는 밤에노란 집을 보면 노란색이 많다. 고흐만의 특징인 화려한 색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으니 할말 다했다.

 


에곤 실레의 그림은 그의 스승이었던 클림트와 많은 부분 유사하다. 특히 성적인 면에서 압도적이었는데 모델의 주요 부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어 책을 펼칠 때 조심해야 한다. 어린 시절 성에 대한 트라우마로 무의식 속에 남아있어 자신만의 예술을 꽃피우는 영감의 원천으로 승화시켰다.


 


 

 

폴 고갱은 서머싯 몸의 소설 달과 6펜스를 읽고 좋아했다. 타이티 섬의 여인들. 다른 화가들과는 다른 색감을 좋아했다. 방구석 미술관에서 고갱이 빠질 수 없다. 야생적인 삶을 살고 싶어 파나마로 향했다가 타히티에서 정착하게 된 그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샤를 보들레르의 시 악의 꽃을 보고 그린 풀밭 위의 점심 식사, 모네의 아름다운 풍경화 아르장퇴유 부근의 개양귀비꽃, 세잔의 정물화 사과와 오렌지, 마티스의 그림을 모티프로 그린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등 우리에게 익숙한 그림 들이다. 프랑스가 아닌 러시아의 비테프스크에서 태어난 유대인 출신의 샤갈 이야기도 뭉클하게 다가온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을 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실제로 미술관에서 보면 더 좋겠지만 사정이 허락하지 않으니 집에서 즐겨도 좋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책은 분명 이유가 있다. 이해하기 쉽게 해석하고 다가갈 수 있게 설명하였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그림 도판이 다채롭다. 그림과 설명이 조화롭게 꾸며진 책이라는 사실이다. 추운 겨울, 따뜻한 방에서 세계적인 화가들의 그림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무려, 겨울 미술관 에디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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