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법 1~2 세트 - 전2권
야마다 무네키 지음, 최고은 옮김 / 애플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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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젊음을 얻고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 우리의 선택은 어떻게 될까.


 

생존제한법(LIFE LIMIT LAW)

불로화 시술을 받은 국민은 시술 후 100년이 지난 시점부터 생존권을 비롯한 기본 인권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 (1, 2, 13페이지)

 


스무 살 즈음 불로화 시술을 받는다. 대신 100년이 지나면 스스로 안락사를 해야 한다. 백년법이 만들어졌다고 치자. 100년은 아주 먼 미래다. 그러므로 인간들은 불로화 기술인 ‘HAVI’시술을 받고 젊음을 유지한다. 대신 패밀리 리셋 상태가 되어 부모와 자식 간의 교류가 없다. 이십 대의 모습으로 각자의 삶을 살면 된다. 아주 먼 시기였지만 순식간에 백 년의 세월이 흐른다. 미래 시대를 위해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인간은 죽음 앞에 무력하다. 이러한 소설이 나오는 이유도 그와 같을 것이다. 죽음을 앞에 둔 인간은 어떻게든 그 삶을 유지하려 든다. 과거 중국의 진시황제가 불로초를 찾아 헤매게 했던 이유와 같다. 젊음은 어떤가. 젊게 보이기 위해 얼굴에 보톡스 등 시술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전에는 대중매체에 얼굴을 비치는 연예계에서 시술을 주로 받았던 반면 일반인들도 성형 수술이나 시술을 아무렇지 않게 받는다. 예뻐질 수 있다면, 젊게 보일 수 있다면 자기의 뼈를 깎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소설이 아닐까 한다. 생존제한법에 따라 불로화 시술을 받은 후 100년째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죽음을 거부하는 사람들로 나뉜다. 거부자는 그들만의 공동체 생활을 하는데 누군가가 도와야 하고 거액의 돈을 치르고 고스트 카드를 구매해야 한다.

 


백년법 효력을 발생시켰을 즈음 죽음에 관한 인간의 본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생명 연장을 위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아부하는 건 기본이며 그 사람의 눈 밖에 나지 않게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하지만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해야 하지 않은가.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못하다. 누구보다 백년법 시행을 하고자 했던 유사 아키히토 일본공화국 총리마저 죽음 앞에서 지극히 인간다운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가 말이다. 생명 연장을 위한 면제권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내가 그의 입장이어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생명권 연장이라는 게 특권층에만 해당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이것은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전쟁 상황이거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되면 자신의 지위나 권력을 이용해 누리고자 하는 게 인간의 본성인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불로화 시술을 받은 자들의 장기에 나타나는 암 발병은 지금의 시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 불로화 바이러스의 변이로 인한 SMOC 발병은 지금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인간이 만든 바이러스의 변이로 인해 세계는 2년 넘게 멈춘 상태다. 영원한 젊음을 얻는 대신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병을 안고 있다면 그것처럼 두려운 것도 없다. 일시에 세계 혹은 나라의 붕괴라는 가설을 세우게 된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진리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러면서도 만약 나에게 불로화 시술의 선택권을 준다면 두말없이 시술을 받지 않을까. 스무 살을 갓 넘긴 앳된 모습으로 살 수 있다면 다른 거 몇 개쯤 포기할 수도 있을 거 같다. 비록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한다고 해도 말이다.

 


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빛나는 거 아니겠나. 죽음의 상실은 삶의 상실이나 다름없어. 이 나라에 결여된 것, 그건 바로 죽음이야. (1, 302페이지)

 


위 발췌 문장에 이 소설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소설 전편에서 드러나는 주제로 인간에게 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더 소중한 법이다.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여러분은 무엇을 하겠는가, 라는 질문을 하곤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는 말이 주를 이룰 것이다. 내일 죽는다고 해도 오늘을 살아야 하는 우리는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 전보다 더 소중한 오늘을 살면 된다. 무기력에 빠진 불로화의 삶보다 치열한 오늘의 우리가 더 낫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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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02-28 1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불로화 수술, 백년 후 안락사. 전제만 읽어도 으, 끔찍합니다.

Breeze 2022-03-10 16:30   좋아요 0 | URL
한번쯤 죽음에 대하여, 혹은 불로화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