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동 이야기
조남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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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새 아파트로 이사하고 싶은 마음에 집을 알아보다가 지금 집과 비교해 실속 없는 내부평면에 주저앉기를 몇 번. 아이들도 각자 독립을 하고 집을 좀 줄여야 신규 아파트에 입주할 거 같다. 다시 드는 이사 생각에 고민하던 중 우리 아파트가 내가 사는 지역에서 풍수가 좋기로 다섯 번째 안에 든다는 말을 듣고는 마음을 접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아주 간사한 것이어서 위치상 좋다고 하는데 굳이 이사할 필요가 있나 싶은 거다. 우스갯소리로 죽을 때까지 살자고 말하는 중이다.


 

24평형 아파트 기숙사에 살고 있던 딸에게 사정이 생겨 집을 구하게 되었다. 청년 전세대출을 받아 이사할 집을 구해놓고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차라리 대출받아서 살 걸 그랬나 싶었다. 아파트 가격의 90% 전세금을 주어야 해서 임대인이 대출받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할 거 같아서였다. 교양 있는 서울 시민 희진처럼 우리도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매해서 평형을 늘려 지금에 이르렀다. 물론 지방이라 시세차익이 크지 않지만 말이다. 딸에게도 이걸 가르쳐야 하나 속물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람 사는 곳엔 여러 가지의 모습이 있다. 다큐멘터리 감독 안보미에서 아버지가 사준 집에 살고있는 보미는 사적인 다큐멘터리를 위해 아버지를 찍으며 자기가 생각하고 있던 아버지와 다른 모습을 본다. 가족을 바라보는 것과 타인이 그의 유별난 행적을 블랙컨슈머로 보는 것의 차이다.

 


소설은 꽤 사실적이다. 우리가 느껴왔고 경험했던 것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것만 같다. 어쩌면 이렇게 사실적으로 그렸는지 조남주가 작가가 가진 능력일 것이다. 사람은 자기에게 주어진 것과 보편적인 면에서 생각이 다른 법이다.

 


서영동을 지키는 다양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우리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 백은학원연합회 회장 경화의 행동을 봐도 그렇다. 학원이 밀집해있는 백은빌딩옆에 노인 요양원 건물이 들어선다고 하자 반대하고 나선다. 하지만 학원장인 경화를 대신해 아들 찬이를 케어해주는 엄마에게 치매 증상이 생기자 마음이 달라진다. 이게 사람인 것이다. 나에게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의 차이가 극명하다.

 


우리보다 더 나은 직업,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면 부러워한다. 부러움을 넘어 시기 질투에 이르기도 하는데 샐리 엄마 은주는 숨기고 싶은 우리의 민낯이다. 모임을 주최해 앞에서 이끌어가는 케이 엄마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자꾸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불편함 한편에 시기 질투가 숨어있다. 고등학교 때 소문이 좋지 않았던 동창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마음 한구석에 부정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경고맨을 읽으며 불편하면서도 속이 후련해졌다. 경비원을 함부로 대하고 갑질하는 모습을 보고는 뉴스에서 나오던 게 생각났다. 딸 유정의 입장에서, 하필 자기 집 근처의 아파트 경비원으로 왔는지, 라고 말한 부분 또한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시시때때로 전화하는 엄마 때문에 힘든 것과 아버지를 챙기는 모습, 서영동 커뮤니티에서 경비원의 이야기가 아버지라는 것의 곤란함. 불편함 등에 공감했다. 각종 경고문을 써 붙이는 아버지. 그대들이 함부로 대하는 경비원이 누군가의 아버지라는 거.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서영동 이야기는 우리의 민낯을 보게 한다. 집값을 올리기 위해 시청이며 의원 사무실을 찾아다니며 시위하는 사람, 집값을 낮게 책정하는 부동산 중개업소의 가격 후려치기에 부녀회에서 저가로 매도하지 말자고 한 경우도 실제로 있었다. 우리의 이야기이면서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속물적인 생각을 하고 있던 나를 보는 것만 같다. 말로는 절대 그러지 말자고 하면서 우리의 이익을 위해 안승복 대표처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심히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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