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인 줄도 모르고 놓쳐버린 것들 - 지금 당장 행복해지는 100가지 방법
에이미 스펜서 지음, 박상은 옮김 / 예담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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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것.  행복해지는 것도 방법이 있을까? 우리가 행복해지는 방법은 특별한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도 진리 같은 말. 거창한 것에서, 멀리있는 곳에서만 행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우리 곁에서 숨쉬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했던 것을 우리는 시간이 지나서야 아는 것 같다. 그때 알았으면 더 행복했을것을, 우리는 더한 것들에 욕심부리느라 그 일상적인 것들이 행복이었는지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게 된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는 것 같더라.

 

 

서너 살짜리 아이들이 둘이나 있어 좀처럼 내 시간이라고는 찾을수도 없을때 나보다 나이가 더 드신 어른들은 그때가 제일 좋았다며, 나중에 좀더 시간이 지나면 이때가 제일 좋았다고 느낄거라 말씀하셨는데 그때의 나는 그걸 몰랐었다. 그저 내 시간이 부족하고, 내 시간을 갖고파서 아이들이 우는 것도 힘들었었다. 그때로부터 꽤 많은 시간이 흐르고 보니 그때 말씀하셨던게 실감이 난다. 지금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들었던 말을 똑같이 하고 있으니.

 

 

내 시간을 갖는 지금도 좋지만, 아이들이 어렸을때 함께 했더 시간들이 훨씬 좋았다는 걸 지금은 알겠다. 그때가 진정 행복했음을 이제야 알겠다.

 

 

 

 

 

그러고보면, 요즘 사람들에게 '행복'이란건 커다란 화두인가보다.

이처럼 행복에 대한 책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걸 보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가 보다.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여러 책에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려줘도 '나는 불행한 사람이다'라고 말할수도 있겠다.

 

 

 

희망은 선택이다. 당신은 좋은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믿기로 선택할 수 이다. 그리고 희망이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 희망을 되살리는 것은 당신에게 달렸다. 희망은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만져지는 열쇠 같은 것이 아니다.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잘 될지를 그려봄으로써 당신 안에 희망을 불러일으키라.  (299페이지)

 

 

'지금 당장 행복해지는 100가지 방법'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에이미 스펜서의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주변 이야기와 함께 소개하면서 아주 간닪 행복해지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아주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는 마음가짐이 중요할 것이다. 욕심이 많은 사람들은 좀처럼 행복해질 수 없으니까, 자신의 욕망을 조금만 낮추면 되는 것이니 특별히 어렵지 않다. 저자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마음에 든다고 말하라거나 기분이 울적할 때 즐겁다고 말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했다. 힘든 순간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함으로써 기분이 좋아질 방법을 찾아 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이다. 행복도 불행도 모두 자기에서 나오는 것라고 할 수 있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게 행복해지는 비결이다.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기쁘게 받아들이는 데 있다고 작가도 말했다. 행복해지려면 어두운 면보다는 사물의 밝은 면을 보라고 했다. 또한 자신의 마음을 마음껏 표현하는 것도 행복해지는 비결이라고 했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며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것이다.

 

 

행복의 비결은 우리가 하는 일을 어떻게 보느냐에 있다. 그리고 삶은 밝게 볼수록 좋다. (30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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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물 소리
황석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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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기 좋아하는데, 옛날처럼 접하기 힘든 세상에서 누군가 이야기를 들려주면 다들 하던 일을 멈추고 이야기를 들었던 때가 있었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어주고, 거기에 살을 보태서 들려주는 이야기꾼을 누구나 다 좋아했을 것 같다.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신기했을것이고 즐거움이었을 것이다. 어떤 작가가 그랬다던가. 황석영 작가도 노벨문학상을 탈거라고 했단다. 그가 이름을 말했던 작가들이 다 노벨문학상을 탔다지. 그래서 조금은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의 글이었던지 술술 읽혔다.

 

 

'이야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으로 책을 썼다는 책의 배경은 '동학농민운동'을 하던 그 시절, 일본군이 민비 시해를 하던 아픈 시절이기도 하다.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선언을 했던 동학을 '천지도'로 바꿔 써낸 글은 진정하 사람의 도리, 사람들이 살아길 길은 어떤 길인가를 나타내는 글이기도 하다. 동학혁명이 일어난지 내후년이면 120년이라 한다. 얼마전에 여동생네와 함께 전봉준 피체지에서 하룻밤 묵고 왔었는데 그것 또한 인연인지 동학을 다룬 이런 책을 만난 것 같다.  

 

  

어찌 그와 함께 살았던 날을 하루씩 쪼개어 낱낱이 이야기할 수 있으랴. 나중에 그가 곁에 없게 되었을 때, 가뭄의 고로쇠나무가 제 몸에 담았던 물기를 한 방울씩 내어 저 먼 가지 끝의 작은 잎새까지 적시는 것처럼, 기억을 아끼면서 오래도록 돌이키게 될 줄을 그때는 모르고 있었다.  (88페이지) 

 

 

동학을 천지도로 바꾸어 나타낸 이 소설은 꼭 천지도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야기꾼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의 화자는 연옥으로 시골양반과 기생 첩 사이에서 태어났다. 연옥은 자신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떠난 이신통을 기다리며 객주를 하고 있지만, 그의 소식을 듣고는 부리나케 짐을 꾸려 그를 찾는 여정을 하는 당찬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있다. 이신통은 서얼의 서자로 태어나 열심히 공부했지만 전기수, 강담사, 재담꾼, 광대물주, 연희 대본가이기도 하며, 신통방통하다하여  본명인 이신 보다는 이신통이라 불리운다. 그런 그가 전국을 떠돌다가 천지도의 도인이 되어 혁명에 참여하게 된다. 연옥의 이야기보다는 연옥이 이야기하는 이야기꾼 이신통의 이야기이다.

 

 

 

이신통의 행적을 좇아다니며 연옥은 자신이 몰랐던 이신통에 대해서 한가지씩 알게된다. 

누구보다도 총명했던 어린시절이며 그의 본가가 의원을 하고 있었다는 점. 그에게 누이와 배다른 형도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며 그를 곧 만날 것만 같아도 쉽게 만나지지 않는다.

 

 

 19세기 구한말은 격동의 시기였던 것 만큼 이들의 삶 또한 마찬가지이다.

봉건적인 조선의 신분 질서가 무너지며 근대화의 기로에 있는 시기에 민중의 동학 운동이라는 근대화의 의지가 담긴 내용들이 담겨져 있었다. 현재의 모습과 많이 비슷하지 않는가. 진정한 이야기꾼에 대한 이야기였다.

 

 

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

隨風潛入夜 潤物細無聲

계절을 아는 좋은 비라

한 봄을 맞아 내리는 구나!

바람 타고 남몰래 야밤에 오는 봄비

세상 만물 적셔도 소리는 전혀 없네  (175페이지, 두보의 「춘야희우(春夜喜雨」) 

 

 

영화 '호우시절'에서의 제목도 위 두보의 시에서 따왔다 했다. 계절을 아는 좋은 비, 이들에게도 이처럼 좋은 비가 내렸으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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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걸음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0
모옌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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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역시나 10월에, 노벨문학상 발표를 하는 세계 뉴스에 귀기울였지만, 역시 내가 기대하던 분이 안되고 중국의 작가 모옌에게 돌아갔다. '글로만 뜻을 표할 뿐 입을 말하지 않는다'라는 뜻을 가진 '모옌'이라는 필명을 가진 작가이다. 나는 이 작가가 생소했지만 예전에 보았던 장예모 감독의 '붉은 수수밭'이라는 영화의 원작자였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았다. 그 책을 읽지 않고 영화로만 봤지만, 중국의 역사를 조금 알게된 작품이었다. 생소했던 작가 모옌이 노벨문학상을 탔고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한 나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문학의 정수를 느끼고 싶었다.

 

 

처음 읽어본 모옌의 책은 독특했다. 이 작품의 번역가가 해설에서 말하기를 그의 작품은 중국 역사와 현실을 배경으로 역사의 환상, 현실과 상상을 결합시킨 기이하고 황당하고 신기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놓는다고 말하고 있었다. 딱 들어맞는 말이었다. 

 

 

이 책의 줄거리를 보자면, 중국의 8중학교에 다니는 물리교사가 수업을 하다가 갑자기 발작을 하며 죽었다. 어이없이 죽은 그를 보며, 열악하게 살고 있는 교사들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교사들의 생활 개선을 위한 취지로 들고 일어나기로 했었다. 그런데 그가 죽은게 아니었단다. 갑자기 눈을 떠 죽은 줄 알았던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고, 찾아간 아내에게는 귀신이라며 내쫓김을 당했다. 갈데가 없는 그는 할 수 없이 맞닿은 옆집, 장례미용사이며 같은 물리교사인 장츠추의 아내인 리위찬에게로 간다. 리위찬은 남편인 장츠추와 팡푸구이의 외모가 닮았다는 걸 알고 간단한 시술을 통해 팡푸구이를 장츠추인양 같은 옷을 입혀 중학교 물리교사로 보내고 남편인 장츠추에게는 100위안을 주면 돈을 벌어오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줄거리지만 600페이지가 다 되는 책의 내용은 우리를 조금 혼란스럽게 만든다. 죽은자가 다시 살아나고, 장례미용사의 작업대에 누워있는 시체와의 관계된 이로 하여금 끊임없이 과거로 우리를 안내하고, 과거속에서 리위찬이 만났던 사람 왕부시장을 추억하는 일이다. 또한 젊었을때 아름다웠던 엄마와의 관계에서부터 동물원 사육사와의 관계까지 그 연결고리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장례미용사인 리위찬과 리위찬의 남편이자 중학교 물리교사인 장츠추와 죽었다 살아난 물리교사 팡푸구이, 팡푸구이의 아내인 투샤오잉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투샤오잉은 하얀 피부를 가진 러시아인으로 러시아과를 졸업한 재원이었지만 당의 결정에 따라 중학교의 토끼통조림 공장에서 토끼 가죽을 벗기는 일을 하고 있다. 각자의 이야기를 과거속에 자신이 꿈꿔왔던 일들을 환상적으로, 마치 현실이 아닌것처럼 말하는 소설이었다. 한바탕 꿈꾸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책은 한 걸음 부터 열세 걸음까지의 챕터로 되어있다.

나는 한 걸음부터 읽을때 왜 제목이 『열세 걸음』인지 의문스러웠었다.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 무언인가. 쇠우리에서 끊임없이 분필가루를 씹어먹는 서술자가가 '나'로 '너'로, 다시 '너'와 '나'로 나오면서 우리에게 예전의 일을 알려주기도 하는 듯, 또한 직접 말하는 듯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왜 제목이 『열세 걸음』인지 책의 중후반부에 갔을때에야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러시아의 아주 오래된 아름다운 전설을. 참새는 원래 두 발을 모아 종종 뛰는 짐승인데 병아리처럼 한 발, 한 발 걷는 걸 본 사람이 있다며 한 걸음부터 열두 걸음까지는 천운을 주지만, 열세 걸음을 걷는 걸 보는 순간 열두 걸음의 모든 천운이 악운이 되어버린다는 러시아의 민담을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다. 때론 아주 현실적이며 때론 아주 환상적인 소설로 나타냈다.

 

 

작가는 중국 역사와 현실을 이처럼 환상적으로 풀어내는 작가였다.

어쩌면 황당하게까지 느껴지긴 했으나 작가는 책 속에서 중국의 현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실제 중국의 교사들이 이처럼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억압받는 중국인들에게 뭔가 한줄기 바람을 안겨주고 싶어서인지 억압받는 현실을 탈피하고자 사람들의 끊임없이 욕망하는 하는 주인공을 나타내는 글을 써낸 것 같다.

 

 

이 한 권으로 모옌의 문학을 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문학의 개성을 강하게 느꼈다. 독특하면서도 환상적인 문학을 써내는 작가 모옌의 개성이 나타나 있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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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 정진홍의 900킬로미터
정진홍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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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을 보고 있노라면 갖가지 생각이 다 든다.

처음 달력을 받았던 그때를 뒤돌아 본다. 스무살 꽃처녀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달력을 받고, 올해엔 어땠으면 좋겠다는 간단한 계획을 세우며 탁상달력을 이것저것 메모를 한다. 그리곤 한 달, 두 달 이렇게 무심히 지나다 보니 달력을 한 장 남겨놓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제대로된 계획을 세우지 않는것 같다. 그저 별일없이 한 해가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저절로 든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니 올해도 다 갔구나. 올해에 내가 무얼했을까. 별일없기를 바랬던 한해 였지만 이런저런 일도 있었고, 가족중에서 암수술을 받은 분도 계셨다. 별탈없이가 이렇게 힘들구나 생각하면서 또 한 해가 가는게 그저 안타깝다. 내 개인적으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져보자고 생각했지만 정작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았나 싶다. 아니면 책만 파고 있거나. 나이듦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하고 있는 즈음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가 많이 아팠던, 삼십 년 전의 사춘기 시절, 성장통을 알았던 그때에 느꼈던 불안과 두려움을 최근에 새삼 느끼고 있는데 저자는 그것을 사추기의 '정지통'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어쩌면 그렇게도 맞는 말인지. 내가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나의 삶은 얼마나 남아있는 것일까 고민하고 아파하고 얼마가 남을지도 모르는 삶에 대해 아픔을 겪고 있는 우리는 모두 '정지통'을 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삶이 힘들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내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나만 힘든게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죽음은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하는 최고의 선생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삶에는 죽음이 생략돼 있다. 아니 죽음을 모른다. 그래서 삶에 대한 절실함도 희박하고 삶의 밀도 역시 떨어진다. 삶이 절절하고 차지려면 죽음에 직면해야 한다. 죽음을 배워야 한다.  (61페이지)

 

 

 

 

 

산티아고 900킬로미터를 홀로 걷는 일은 고행의 연속이다.

배낭가득 물건을 담아 홀로 길을 걷는 길, 누군가와 함께라면 덜 힘들수도 있지만, 오로지 홀로 걷는 길이기에 오롯이 자신과 만나는 길이기도 하다. 멈추어 있는 곳에서 산티아고를 걷는 이들과 잠깐의 담소를 하고, 내 자신보다는 상대방을 아름다운 모습들을 발견하는 일들이 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겠는가. 진정한 자신과 조우하고 싶다면 혼자서 여행하라고 권하고 싶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길이라면 덜 외롭고, 대화를 할뿐 사유에 젖어들지 못하는데 반해 혼자하는 여행은 진정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길이며, 사유의 꽃을 피운다. 이것은 혼자 여행 해본 사람들이 알 일이다.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누구와 경쟁하며 가는 길이 아니다. 여럿이 함께 가든 혼자 가든 결국에는 자아를 찾아가는 고독한 길이다.  (291페이지)

 

 

저자는 책에서 느림의 미학을 나타냈다.

성질급한 나는 900킬로미터가 실제로 어느 만큼인지 감도 잡히지 않지만 47일간의 여정이었으니 어마어마하게 길다라고만 생각이 든다. 그 힘든 시간들 속에서 빨리 걷지 않는 것에 대해 말했다.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자신을 만나고자 하는 길에 빠르게 걷는 일은 어쩌면 조금 우스운 일이기도 하다. 되도록이면 느리게 걸으며 자신과 만나며 지나온 삶,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도 우리는 여유를 갖게 되는 것 같다. 우리 마음속에 깊이 숨겨진 나의 자아를 찾아가는 일이기도 하기에 산티아고를 걷는 것 같다. 그것도 느리게, 아주 천천히. 마치 그 순간, 우리의 삶이 멈춰져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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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1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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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업무적으로 어딘가를 가던 길에 버스를 탔다.

습관처럼 읽던 책을 챙겼다. 내가 읽던 책은 엄마들의 포르노라 일컫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는 책이었다. 버스가 출발하고 난 뒷쪽에 자리를 잡자마자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몇 정거장이 지나고 젊은 여성이 타더니 하필이면,,,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 여성은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폰을 계속 만지작대며 문자나 카톡을 보내는 듯 했다. 책을 펴고 읽는데, 하필이면,,,, 크리스천이 아나스타샤를 물고빨고하는 장면이 나왔다. 책을 창가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여 읽고 있었지만 왠지 옆에 앉은 여성이 자꾸 신경쓰였다. 내 옆에 누군가 앉아 책을 읽으면 무슨 책인가 건너다 보곤 했던 내 습관을 알기 때문에 더 불편했는지도 모르겠다. 책읽는 나를 신경쓰지도 않는데 나는 그 여자 신경쓰여 결국엔 책장을 덮고 말았다. 뒷 내용이 무척 궁금한데도, 그 호기심을 과감하게 눌러 버렸다. 내가 다른 자리에 갈 수도 없고....

 

 

엄마들의 포르노라는 이 책을 사실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리뷰를 올리고 또 리뷰를 읽다보니 내용이 무척 궁금해졌다. 강한, 숨길수 없는 호기심에 읽게 된 책. 고등학교 다닐 적에 덜 까칠한 선생님이 수업하실때 교과서 위에 얹어놓고 하이틴 로맨스 소설을 읽고는 했었다. 순진하던 그때, 키스 장면만 나와도 얼굴이 벌개져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때, 매월 나오는 로맨스 시리즈를 거의 다 독파하고는 했었다. 그때도 야하다고 생각하고 표지를 입혀 읽곤 했었는데 E L 제임스의 이 로맨스 소설은 한마디로 적나라했다. 왜 엄마들의 포르노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수위가 높아도 완전 높다. 요즘의 한국 로맨스 소설의 19금 책보다 훨씬 높은 책이다. 남자들이 포르노를 본다면 여자들은 로맨스 소설을 본다는 것.

 

 

책을 읽으면서 뭐 이런 남자가 다 있나 싶었다.

물론 세상엔 별의별 사람이 다 있으니 크리스천같은 사람도 있을수 있겠다.

하지만 막상 크리스천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어떻게 할까. 다비드상처럼 잘생기고, 돈 많고, 눈 한 번 마주치면 사랑에 빠져버리게 되는 마력을 가진 남자라면 아나스타샤처럼 그렇게 속절없이 빠지들고 말것도 같다. 'SM 그쯤이야 뭐' 했다가도 도망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라면 모든 걸 다 주어도 아깝지 않고 기꺼이 봉사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거부감이 들면, 못하는 건 못하는 거니까. 크리스천이 벌주겠다며 아나를 때릴때의 그 불쾌감이라니,,, 적당히 하면 쾌감이라도 이어질 수 있겠지만, 강한 트라우마로 뒤덮인 크리스천의 그런 행동들이 용납이 되지 않아서, 그 부분을 읽을때 속으로 '이런 미친 놈, 이런 미친 놈'을 연박하며 하마터면 입 밖으로 내뱉을뻔도 했다.

 

 

그럼에도 크리스천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

여자들의 로망, 숨기고 있었던 욕망을 강하게 끌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발산하는 미친 마력에 속절없이 빠져들고 말것이다. 우리가 비밀스럽게 꿈꾸었던 섹슈얼리티를 실현시켜주는 남자니까. 그가 손 하나 까딱하면 달려갈지도 모르니까 자신의 마음을 다잡아야 할지도 모른다. 보는 사람마다 얼굴이 붉어지고 눈에 하트가 뿅뽕거릴만큼 잘생긴 남자니까. 또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비싼 아우디 같은 걸 선물이랍시고 마구 뿌려대는 남자잖나. 아직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는 알것 알만큼 아는 여자들인 엄마들이 더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거부하고 싶으면서도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내용이다.

 

 

로맨스 소설이기에 크리스천이 사랑스러운 아나스타샤를 만나 많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일거라 예상이 된다. 그러므로 1부인 이 두 권의 내용보다 다음 내용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 내용이 너무 읽고 싶다. 엄마들의 포르노인 이 책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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