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소설이다 보니 인터넷 서점에서 소설을 검색하면 수많은 소설 제목들이 뜬다. 작가의 이름을 넣어야 제대로 보이는 소설. 소설을 읽는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소설. 소설을 만드는 사람들의 세계로 깊이 들어가 볼 수 있는 소설이다.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은 소설이란 무엇인가? 한 권의 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해야겠다. 소설을 쓰는 작가, 그것을 만드는 출판사의 편집자, 소설을 평하는 비평가, 무엇보다 그 소설을 읽어줄 독자의 시선으로 한 권의 소설이 만들어지는 과정들을 만나볼 수 있다.

 

글을 쓰는 작가에게 첫 작품이 나오는 순간은 굉장한 기쁨일 것이다. 자신의 노력이 보답 받는 느낌. 그러나 이후에 벌어지는 것은 그 책이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느냐가 중요하다. 독자에게 사랑받는 책은 입소문으로 이어져 판매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독자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된다. 물론 이것은 옛날의 방식이고 지금은 방송 매체를 타면 순식간에 책이 팔리는 현상이 생긴다. 출판사는 드라마 속 배우가 그 책을 읽게 하여 마케팅에 활용한다. 출판사의 마케팅 담당자가 어떻게든 방송 매체에 노출 하고 싶어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작가 루카스 요더는 이제 막 그렌즐러 시리즈 8편을 마쳤다. 처음 작품 그렌즐러를 포함하여 농장, 학교, 파문은 형편없는 성적을 거두었고, 다섯 번째 작품 헥스부터 기록할 만한 판매성과를 거두었다. 이제 루카스 요더는 책이 출판하기 전부터 독자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작가가 되었다. 키네틱 출판사의 편집자 미즈 마벨이 독자가 원하는 내용으로 수정을 요할 때 자기 뜻대로 할 수도 있지만 결국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독자의 사랑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 마음속에는 오직 독자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독자들에게 더 많은 호소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내용이 되도록 고쳐야겠다는 바람뿐이었다. 나는 독자들을 즐겁게 하려는 목적으로만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니었다. (182페이지)

 

출판에 참여하는 편집자는 좋은 작품을 고르는 안목도 필요하지만,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독자들에게 호소력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야말로 판매 성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작품이 있어야만 독자들이 다소 난해하게 여길 수도 있는 좋은 작품을 선별하여 출간할 수 있는 것이다.

 

마멜스타인은 훌륭한 편집자로서 세 가지 자질을 지닌 여자야. 첫째는, 독자들이 읽고 싶어 하는 멋진 소설을 찾아내는 능력. 둘째는, 시류에 적합한 주제들을 찾아내고 또 그것을 논픽션 책으로 엮어 낼 적절한 작가를 발굴하는 능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들이 15년이 지나도 읽고 싶어 하는 그런 책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지. (253페이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는 책들이 있다. 스테디셀러로 불리는 책들은 표지만 달리 나와도 구매로 이어진다. 그런 책들을 꽤 소장하고 있고, 또 구매하는 나처럼 말이다. 좋은 작품이지만 독자들에게 외면받는 책도 있는 반면에 특별히 잘 썼다고 생각되지 않는 책이지만 독자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책도 있는 법이다.

 

책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편집자 미즈 마벨을 대하면서 편집자들이 한 권의 책을 펴내기 위해 이처럼 많은 일을 하는구나 싶어서 감동했다. 판매로 이어지지 않지만 언젠가는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책일 거라는 그들의 안목이 있었기에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끊이지 않는 모양이다.

 

사람은 두 가지 방식으로 지혜를 터득한다. 하나는 이용 가능한 모든 증거를 끈기 있게 축적하고 분석함으로써 지혜를 얻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한순간에 모든 대륙과 전 역사에 빛을 밝혀 주는 에피파니를 통해 지혜를 얻는 것이다. (359페이지)

 

편집자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책 마지막 부분에 있는 작가의 말에서 작가들은 곧잘 편집자의 아낌없는 성원에 고마움을 표시한다. 한 권의 책은 작가가 쓴 책이기도 하지만 편집자의 안목과 시선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편집자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지만 많은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작가 못지 않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책을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방법 중 하나는 비평가의 평가다. 냉정한 평가를 바라지만 책을 펴내는 편집자와 작가는 호의적인 평가를 바랄 것이다. 그래야만 독자들은 호기심에 책을 사게 되고 그게 판매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비평가가 어느 책을 평할 때 전혀 개인적인 감정 변화가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자신의 책을 출간하고 싶어 한다는 것 또한. 비평가든 편집자든 머릿속에 든 이야기를 소설로 펴내고 싶어한다는 것. 편집자가 원하는 대로 고치지 않을 경우 한 권의 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까지 다양한 책의 세계를 알 수 있었다.

 

오늘날의 대중 소설의 수준이 1850년의 대중 시의 수준과 똑같다면 그것도 우리 시의 운명과 똑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점점 더 좋은 소설은 점점 더 안 읽히는 그런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한 전망은 나 같은 열렬한 독서가에게는 너무 우울한 것이어서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660~661페이지)

 

책이 좋아 읽게 되었다. 몇 줄의 감상을 남기던 작업이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오면 예약판매부터 참여하게 된다. 특히 친필사인본 하면 구매 버튼을 누르기 바쁘다. 다 읽지 못하더라도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느낌을 아는 사람은 안다. 독자인 제인 갈런드의 생각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좋은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비평가가 말하는 좋은 책과 독자가 생각하는 좋은 책은 생각과 견해의 차이라는 것. 열렬한 독서가로서 이 책은 정말 사랑스럽다. 그것도 몹시!
















 

#소설 #제임스미치너 #열린책들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소설 #소설추천 #영미소설 #영미문학 #김영하북클럽 #김영하북클럽_5월의도서 #김영하북클럽_소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alstaff 2021-05-20 11: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은 전혀 기대하지 않아서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다가 나중에도 별로 읽고 싶지 않은 거 억지로 읽었는데,
이게 웬일, 무척 재미나게 읽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이 책에서 거론하는 작가들과 작품을 자주 인용하게 되더라고요. ㅋㅋㅋㅋ

Breeze 2021-05-20 12:04   좋아요 2 | URL
소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읽으니 소설이 더 좋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 ^^
 
지문
이선영 지음 / 비채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폭력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신체에 물리적으로 가하는 폭력과 언어폭력, 자기보다 약한 자에게 하게 되는 성폭력까지. 상대방이 싫다고 말하는데도 그게 부끄러움의 한 종류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여태까지 그런 경우가 많아 피해를 본 여성들이 많다. 한동안 문단 내 성추행 때문에 시끄러웠고, 그다음엔 연예계가 들썩거렸다. 지금은 성폭력보다는 일반적인 폭력 때문에 여러 사람이 뉴스에 오르내린다. 근절되어야 마땅하지만 쉽지 않은 일 임에 틀림없다.

 


이선영의 장편소설 지문에서는 다양한 폭력에 대하여 말한다. 가족이라도 함께 살지 않는다면 진정한 가족이 되지 않는지 이해 불가한 일들이 많다. 이 소설은 가평의 청우산에서 변사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서울지방청 광역수사대 형사로 있다가 전임 혹은 좌천되어 가평경찰서로 오게 된 규민은 자살처럼 보이려 했으나 그렇게 보이지 않은 변사체를 마주했다. 흔히 시체가 많은 것을 말해 준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산에서 죽은 여자라면 자살로 보이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여자의 휴대폰도 가방도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탐문 해가던 규민은 그녀가 꽃새미화원의 애지중지 딸 오기현 임을 알게 되었다.


 


 

 

소설의 다른 화자는 대학에서 서사창작 강의를 하는 윤의현이다. 친자매가 맞으나 그 존재조차 몰랐던 여동생의 소식을 최근에야 알게 되면서 며칠째 연락을 받지 않은 오기현의 실종신고를 했다. 윤의현은 다른 한편으로 대학의 서사창작을 가르치는 교수 이민흠의 성추행 사건으로 수업 거부를 한 대학생 예나를 설득해 시사프로그램에 제보할 것을 권했다.

 


예나는 대학 1학년생이다. 지도교수는 작품을 쓸 때 봐주기도 하고 학교 홈페이지의 모델로도 추천해주었다. 학과 특성상 문학 기행이나 작가 특강 후 술자리가 잦았다. 교수의 손버릇이 좋지 않은 걸 알았으나 술자리에서 빠져나오기란 힘들었다. 문득 이 부분을 읽는데 연예인의 성추행 추문과 너무도 닮아 있어 놀랐다. 예나와 그 동급생들처럼 교수가 갖는 지위와 권력 때문에 참아야 했던 그들의 고통이 느껴졌다.

 


 

 

이민흠을 단죄하는 윤의현이 정의를 실현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데 어딘가 의심쩍은 면이 없잖았다. 오기현의 아버지 오창기와 꽃새미 화원의 눈먼 사내 신명호 또한 의심스러웠다. 오창기가 아무렇지 않게 신명호의 눈을 찔러 장애인으로 만든 점도 그러했고, 동물 마취제를 사용하는 점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언가를 피해 오지의 마을로 흘러들어온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것은 알겠으나 파출소의 경찰들에게도 함부로 하는 점은 이해 불가였다.

 


더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오창기의 딸 오기현의 시체가 발견되었어도 마을로 찾아간 규민에게 누구 하나 제대로 말한 사람이 없다는 거다. 나 살기에 바빠 다른 사람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 혹은 누군가의 눈치를 보느라 말을 삼가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것이었다.

 

 

 

학교 내 성추행 사건이 있었어도 학교의 이미지를 생각하느라 안절부절 덮기에 바쁜 사람들. 자신의 이익을 계산하느라 바쁜 사람들 때문에 아직도 우리 사회는 변화하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냈으나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소설에 그대로 인용하는 사람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그 또한 다른 폭력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살인을 저지른 사람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또한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그나저나 눈먼 사내 신명호가 불렀던 <눈먼 사내의 화원>이라는 노래를 찾아 듣고는 그 노래가 계속 귓가에 이명처럼 찾아드는 통에 노래앓이를 했다. 현악기의 선율과 함께 읊조리듯 노래하는 가수의 목소리 때문에 몇 번이고 들었다.

 

 

#지문 #이선영 #비채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한국문학 #추리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서진 여름 - 이정명 장편소설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짓말은 새로운 거짓말을 낳는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끝까지 감출 수 있다고 여긴다. 누군가를 통해서 혹은 자신의 입으로 말하게 되는데, 언젠가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만약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그들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복수 하겠다고 계획했던 사람도 상대방을 순수하게 사랑했을지도 모른다

 


삶에서 가장 완벽한 순간, 홍콩 옥션에서 그림이 팔렸고 성공한 화가 이한조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런 시점에 아내가 사라졌다. 한조는 아내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모든 것을 아내가 결정했고 지금의 그로 이끌었다. 아내의 작업실에 소설로 보이는 글이 적힌 봉투만 있을 뿐이었다. 그 소설에서 화가는 열여덟 살의 소녀를 만나 예술가로서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아내의 시점에서 쓰인 내용이었다. 누가 봐도 한조를 가리키는 내용이었다. 소설이 발간되면 그의 삶은 낱낱이 파헤쳐질 것이었다


 

 

 

한조는 열여덟 살의 여름의 기억을 떠올렸다. 하워드 주택에 새로 들어온 모두 흰 옷을 차려입은 가족. 하워드 주택과 맬컴 주택은 굉장히 사이좋은 이웃으로 보였지만, 보이지 않은 경계선이 그어진 상태였다. 열여덟 살의 지수는 하워드 주택을 주로 그렸던 한조의 모델이 되어 주었고 여름날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면식범 소행일 경우 주변의 남자들이 용의 선상에 오르게 되는데, 학교의 관리인으로 일하는 맬컴 주택의 이진만과 그의 아들들 수인과 한조가 그 대상이었다

 


수인은 한조에게 지수가 사라진 날 하워드 주택의 지하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을 누가 아느냐고 물었고, 그가 위험해질 것을 우려해 함께 수학 공부를 하였다고 말하라고 했다. 한조는 형을 의심했다. 수인을 좋아했던 지수와 다투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형이 살인자일 가능성 때문에 한조는 입을 다물었다


 

 

 

한조의 시선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되므로 아마 많은 사람들이 수인을 의심했을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작가가 의도하는 대로 수인이 의심스러웠다. 한조는 자꾸 되묻는다. 그때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형은 무엇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했던가. 아버지는 두 아들 때문에 스스로 살인자가 되었다. 그렇다고 수인과 한조의 아버지가 전혀 아니라고 말할 근거 또한 부족했다한조 또한 의심의 대상에서 완벽하게 빠져나올 수 없다.

 


결국 그는 그녀의 무엇도 이해하지 못했다. 타인의 기억을 이기는 사람은 없다. 아무도 없다. 그것은 진실을 이기는 사람이 없다는 말과 같다. (186페이지)


 

 

 

그러고 보면 사람의 기억이란 충분히 왜곡될 수 있으며 또 얼마나 연약한 것인가. 지수가 사라지던 날 태리가 보았던 그 장면은 이언 매큐언의 소설과 원작 영화 <어톤먼트>를 떠올리게 한다. 왜곡된 기억으로 전쟁터에 나가야 했으며 두 사람은 오래도록 떨어져 지내야 했다.  부서진 여름또한 자기가 보았던 장면과 그 사건을 지켜본 수사관의 몇 마디의 말로 진실이 왜곡되었다. 사랑하면서도 복수를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던졌다. 얼마나 어리석은지 모르겠다

 


그러면 사건의 진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지수는 누가 죽였을까. 지수의 마지막을 지켜본 사람은 누구였을까.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 스스로 죽기로 결심했던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일까. 끝내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어쩌면, 어쩌면 전혀 의외의 인물이 살인자일 수도 있었다. 진실이 묻히고 말았다는 게 몹시 안타까웠다결국, 누가 지수를 죽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거짓말로 인하여 진실이 묻히고 그것이 어떤 형태의 결과를 나타내는지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부서진여름  #이정명  #은행나무  #은행나무출판사  #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한국문학  #은행나무서포터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키를 떠올리게 되면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달리는 모습이 친근하다. 아마도 마라톤 마니아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가 양복을 입은 모습은 어색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어쩌다 보니 티셔츠가 수백 장이 있다고 한다. 입지 않는 티셔츠를 가지고 있다는 건 그가 티셔츠를 수집하고 있다는 거다. 계절이 바뀔 때면 옷 정리를 하게 되는데 그는 입지도 않는 옷을 그대로 박스에 보관하고 있는 것 같다


 


 

 

레코드 수집에 이어 티셔츠를 주제로 일 년 반 동안 에세이를 연재하여 탄생된 책이다. 값싸고 재미있는 티셔츠가 눈에 띄면 사게 된 것들이 많고, 마라톤에서 완주 기념으로 받은 것과 여기저기 홍보용 티셔츠, 여행 가면 갈아입을 옷으로 그 지역 티셔츠를 사게 된 것이 현재에 이르렀다


 

책머리에 쓴 글에서 그는 토니 타키타니라는 이름이 쓰인 티셔츠를 산 후 동명의 제목으로 소설을 썼고 그게 영화로 만들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머스타드라 나도 한 장쯤 갖고 싶은 티셔츠다. 여름만큼 티셔츠를 많이 입게 되는 경우도 드물다. 더워서 땀을 흘려 매일 갈아입게 되니 나도 꽤 다양한 티셔츠를 가지고 있다. 색깔별, 재미있는 프린트로 된 것들이 있어도 새로운 여름을 맞이하게 되면 마음에 드는 티셔츠를 구매한다


 


 

 

하루키는 동물과 위스키, 맥주 그림과 글씨가 있는 다양한 티셔츠 이야기를 한다. 하루키는 재즈를 좋아하는 거로 유명한데 그에 관련된 티셔츠도 많았다. 위스키 회사에서 만든 티셔츠가 꽤 많지만, 아침부터 위스키 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니면 알코올의존증 아저씨로 보일까 봐 염려하여 자주 입지 않는다고 했다. 자주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배철수 아저씨는 뮤지션의 이름이 있는 티셔츠를 자주 입고 다닌다. 그게 좀 멋졌다. 한 인터넷 서점에서 배철수 아저씨가 좋아하는 데이비드 보위 책을 펀딩하는 것을 보고 몇 번을 망설이고 고민한 끝에 티셔츠와 함께 구매하였다. 검정색 티셔츠로 데이비드 보위 이름이 쓰였는데 기념은 되겠으나 입고 다니기가 좀 쑥스럽다. 하루키도 이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책 홍보용으로 기념 티셔츠나 토트백, 모자를 굿즈로 판매한다. 나도 굿즈 때문에 책을 산적이 있다노르웨이 숲이 영국에서 만들어졌을 때 상하권으로 책이 나오면서 기념 티셔츠도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만들어졌다. 하루키는 본인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다닐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하루키가 하루키 이름을 적힌 티셔츠를 입고 다니기는 매우 쑥스러운 일일 것이다.  

 


 

 

자동차 그림이 있는 티셔츠의 다양함과 독서를 강조하는 기념 티셔츠도 꽤 가지고 있는 듯하다. 직접 티셔츠를 사진을 찍어 글을 작성하여 하루키의 티셔츠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마뱀 그림이 있는 티셔츠들도 많다. 대학교 이름이 적힌 티셔츠는 그 학교를 다니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입기 힘들다. 슈퍼맨이라든가 아톰이 그려진 티셔츠, 곰이 그려진 티셔츠도 여러 개였다. 한동안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티셔츠가 꽤 유행이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 어떤 브랜드의 티셔츠에 다시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것을 발견하고 구매하고 싶었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톤다운 된 푸른 빛이라 마음에 쏙 들었다.  


 

연재에 빠진 다양한 티셔츠들은 책의 뒷면에 실린 특별 인터뷰에서도 만날 수 있다. 하루키는 티셔츠를 고를 때 디자인을 먼저 보고 그다음이 장르라고 한다. 레코드 수집벽 때문인지 레코드 플레이어나 레코드가 들어간 티셔츠가 있으면 대부분 산다고 한다. 그래선지 레코드 그림이 있는 티셔츠도 볼 수 있었다. 레코드는 상당히 멋스러운 그림이므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심플한 디자인을 좋아하여 스트라이프나 무지 티셔츠가 많은데 올해 여름에는 하루키처럼 재미있는 그림이 들어간 티셔츠를 몇 개쯤 구매하고 싶다. 그 날의 기분에 따라서, 입고 싶은 그림에 따라서 다양한 티셔츠들로 여름을 빛내고 싶다


 

#무라카미T  #무라카미하루키  #비채  #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에세이  #에세이추천  #일본에세이  #일본문학  #하루키  #하루키에세이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05-10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재미있더라구요. 티셔츠 구경하는 재미~!! 저도 이거 보고 티셔츠 입고 다니고 싶더라구요 ^^
 
부서진 여름 - 이정명 장편소설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짓말은 또다른 거짓말이 된다.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과연 그들이 몰랐던 진실은 무엇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