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 브로크 - 부서진 마음들이 서로 만날 때
진저 개프니 지음, 허형은 옮김 / 복복서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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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집에 오면 우리집 고양이 아토는 내 품에 안겨들며 자기 얼굴을 내 손에다 갖다 댄다. 늘 하던 대로 긁어달라는 뜻이다. 턱이며 귓불, 정수리를 손가락으로 쓸어주고 긁어주면 눈을 지그시 감고 그 감촉을 즐긴다. 고양이를 키우며 동물 사랑을 배우는 중이다. 동물을 사랑하고 키운다는 건 큰 책임이 필요하다. 아파서 혹은 다른 이유로 키우던 동물을 버리는 사람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책을 읽으며 승마를 하는 남동생의 딸아이를 생각했다. 말과 함께 하루를 살아가는 그 애는 어떤 마음으로 말을 대할까. 말 조교사인 진저 개프니처럼 말의 몸짓을 보고 그 언어를 이해하고 서로 교감을 나눌 거라는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 말이란 그저 화면 속의 동물이며 멀리서 바라보는 동물이었다. 말과 교감을 이루어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여섯 살 때까지 말을 하지 않았던 진저 개프니는 말의 몸짓을 보고 그 언어를 이해하게 되었다. 말 조교사로 활동하는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목장에서 날뛰는 말 때문이었다. 목장은 대안교도소다. 형기가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은 이곳에서 말을 돌보며 말과 함께 생활한다. 이 사람들은 그나마 선택받았다고 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그들을 가두는 것이 없으며 오래된 재소자들이 그들을 이끈다.

 


목장의 사람들은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 중독인 사람들이 많았다. 가족 모두가 교도소를 들락거리거나 하여 약물에 노출된 환경에서 자랐다. 그들은 마지막 희망을 안고 목장에 들어와 말을 돌보며 생활했다. 진저 개프니는 그곳에서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물론 저자가 할 수 없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말과 함께 살아갈 긍정적인 힘을 얻는 일과 달리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느 날 건초더미에 숨겨진 약물을 보는 순간 진저 개프니는 실망했다. 그들 모두를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는 없는 법이다. 큰 슬픔을 느꼈지만 새로운 사람들이 목장으로 왔고 진저는 그들이 말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장면을 보고 다시 미래를 보았다.

 


버려진 말들, 버려진 사람들. 그들이 함께 팀을 이루어 소통하게 된다.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다려주어야 하는 법. 말과 라이딩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말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기다림이 필요하다. 말이 날뛴다고 힘으로 제압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말의 등을 긁어주고, 말이 나를 바라보도록 하여야 한다. 말이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언어는 빼앗길 수 있다. 소실될 수도 있다. 도둑질당할 수도 있다. 단절되기도 한다. 언어는 생득권이 아니다. 모두가 자기 말을 남에게 들려줄 기회를 갖는 것도 아니다. 모두가 소리를 냉 형편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274페이지)


 

하프 브로크(HALF BROKE)반만 길들여진 말이라는 뜻이다. 목장의 새라나 플로르를 포함해 우리는 모두 하프 브로크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람들이다. 오래전 말들을 돌보며 비로소 소통하는 법을 배웠던 진저는 목장의 사람들을 이끈다. 살아갈 희망을 얻고, 다른 사람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누구도 태우지 않았던 말을 탈 수 있었다. ()은 곧 소통이다. 말을 하지 않고 몸짓 언어를 통해 말()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말을 타는 건 파도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고 늘 생각해왔다. 파도는 우리를 감으면서 지나간다. 우리는 파도를 발로 차거나 때리지 않고, 파도를 컨트롤하는 건 꿈도 꾸지 않는다. 모든 파도는 특색이 있다. 어떤 파도는 순식간에 높은 벽을 만들었다가 금방 꺼진다. 어떤 파도는 얇게 밀려와 천천히 일어선다. 그런 파도는 표면에 부서진 자국 하나 없이 매끄러운 터널을 만든다. 파도가 다가오는 게 보이면 서프보드를 비스듬히 놓는다. 그리고 손으로 물 저을 준비를 한다. 그러나 일단 파도가 감아오기 시작해 우리를 덥석 물면, 그다음엔 마치 연인에게 하듯 그저 표면을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수밖에 없다. (338페이지)

 


타인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진저 개프니는 재소자들이 말과 함께 변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변하게 된다. 그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이들 또한 겪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고, 굳은 의지를 펼칠 수 없었던 지난날들의 그와 다르지 않았다. 말을 길들일 때 마음을 열어 대하니 서로 교감할 수 있으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키웠다. 치유의 힘을 얻는 일 또한 마찬가지다. 진정한 소통과 교감이란 이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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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1-15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토 보고 싶네요 브리즈님
울집 냥이는 모꾸랍니다.^^
좋은 리뷰 잘 읽었어요.

mini74 2021-11-15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물과의 교감은 진짜 치유의 힘이 있는거 같아요. 저도 우울하거나 힘들땡 저희 집 강아지한태 질척거려요. ~
 
자연 일기 : 데번우드의 비밀
조 브라운 지음, 정은석 옮김 / 블랙피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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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관심이 두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식물들을 접하고 있다. 산책을 하면서 식물을 밟지 않으려 조심한다. 식물 사진을 찍어 이름을 검색해보기도 한다. 직접적으로 하나의 식물을 관찰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식물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조 브라운의 자연일기도 그런 차원에서 읽게 되었다. 2년 동안의 집 정원과 주변 숲속에 존재하는 것들을 관찰하면서 사진을 찍어 세밀화로 그렸다. 몰스킨 다이어리에 일자별로 그림을 그리고 설명을 덧붙였다. 사진을 찍은 장소는 좌표로 남겼다. 다이어리를 스캔해 책으로 펴내 그 감성이 남다르다. 마치 저자의 다이어리를 보는 듯하다.


 


 

 

자연 세밀화 기록의 자료는 아주 풍부하다. 전체적인 느낌과 세부적인 부분을 자세히 그려 알기 쉽게 표현했다. 거미 같은 경우 이렇게 다양한 종류가 있는지 몰랐고, 새나 곤충들도 다양하게 발견하고 관찰해 그림으로 남겼다. 학계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아직 이름이 없는 균류를 발견하여 배양접시 위에서 자라고 있는 것도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민꽃게거미라고 있다. 저자는 민들레 위에서 파리와 함께 있는 걸 발견했다. 사냥을 나갈 때 꽃에 맞는 색으로 몸 색을 바꿀 수 있어 찾기가 힘들다고 한다. 바구미를 썩 좋아하지 않는데 책에서 세밀화로 보는 바구미는 꽤 다채로운 색을 지닌 거 같다. 콩버섯균바구미의 경우 건드리면 다리를 접고 땅에서 떨어져 새똥인 척 위장을 한다고 한다.


 


 

 

새의 경우 워낙 빨라 사진으로 남기기 쉽지 않았을 텐데, 꽤 여러 종의 새들이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까마귀나 까치 등이 아닌 이름도 예쁜 솔잣새, 푸른박새, 꼬까울새, 나무발발이도 있다.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어 나무와 함께 있을 때는 그 색과 비슷하여 발견하기 힘들 것 같았다.


 


 

 

책에서는 구름송편버섯이라고 나오는데,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운지버섯과 비슷한 종류인거 같다. 이 버섯의 경우 암을 예방하고 암 치료로 손상된 면역 체계를 향상시키는 매우 훌륭한 약재로 사용된다. 실제 버섯 사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사진을 찍어 만드는 일러스트 작업은 정교함을 요구한다. 한 장의 그림으로 그 생명체가 가진 것들을 표현해내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에 그렇다. 89개의 자연 세밀화 기록으로 우리가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다양한 자연을 접할 수 있게 했다. 더불어 자연이 가진 위대함을 느끼게 했다. 누군가의 지속적인 관찰과 발견이 이처럼 중요한 자료가 된다.


 


 

 

자연을 좋아하고 관심있는 사람에게 유익하고, 일러스트레이터가 꿈인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자연 도감인 동시에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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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1-12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너무 예뻐요 ~ 항상 느끼지만 사진 참 잘 찍으세요. 정말 다이어리를 보는 것 같은 책이네요. 탐납니다 *^^*
 
옥토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6
규영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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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대부분은 기억나지 않지만, 선명하게 기억나는 꿈은 어쩐지 편하지만은 않다. 길몽이라면 상관없지만, 흉몽일 경우 조심하게 된다. 언젠가 나를 예뻐하시던 집안 어른이 돌아가셨을 때 꿈에 나타난 적도 있었고, 이사한 첫날 밤 밤새 묘지를 배회하는 꿈을 꾸어 그곳이 공동묘지였음을 알게 된 적도 있었다.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좋은 꿈을 꾸었을 경우 개인과 개인 간에 꿈을 사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실제로 꿈을 파는 장소가 있다면 소설처럼 성황을 이룰지도 모르겠다. 대길몽의 경우 아주 비싼 가격을 내야 하는데 꿈이 맞아떨어진다면 돈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꿈값으로 1억을 주겠다고 하면 여러분이라면 덥석 받아들이지 않을까.


 


 

 

환희떡집의 넷째 딸 송달샘. 다른 사람들에게 치이기만 하지만 떡 만드는 일이 즐거웠고 잠이 들어 꾸는 꿈은 아주 달콤하였다. 사람들은 그녀를 솜뭉치라 불렀고, 꿈집에 스카우트 된다. 꿈집에는 다섯 명의 정예 산몽가가 있고, 마담은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오래전 떡집의 사내는 꿈을 꾸어 팔기 시작하며 떡집보다 꿈집으로 이름을 날렸다. 시비가 붙은 이웃집 사내에게 꿈에서 본 내용을 말한 후 그의 집안에 저주가 내린다. 그의 아들이 낳은 아이는 돼지로, 돼지의 아이는 물고기로, 물고기의 아이는 나무로 태어나며 마지막에 솜뭉치가 나타나 저주를 풀 거라는 내용이었다.

 


꿈은 한 번에 여러 개씩 구매가 불가하다. 길몽의 가격은 오백만 원부터 시작하며, 현금 할인 불가, 환불도 안된다. 가격과 함께 복이 깎일 수 있어서고, 환불시 그 피해가 고객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일을 앞둔 고객들은 꿈집에 와서 꿈을 사간다. 꿈 인증서와 함께 떡을 배달시켜 거래를 완료한다.


 


 

 

꿈집은 4대째 승승장구했다. 꿈을 꿀 때마다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게 꿈 일기장에 적었던 달샘은 과연 꿈집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까.


 

길몽을 판매하여 바라는 일이 잘되면 꿈을 꾸매한 사람도 산몽가도 좋을 거 같다. 예지몽을 판매할 때는 미리 조심할 수 있어 좋다. 어렸을 때, 토끼가 정말 달에 사는 줄 알았다. 달을 바라보았을 때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는 거 같지 않았나. 소설에서는 꿈을 꾸어 판매하는 산몽가라는 직업도 존재하지만 꿈집에서 꿈을 해몽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적재적소에 꿈을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업을 이어온 마담의 가족 이야기, 해몽가 고실장의 감춰진 이야기까지 쫄깃하다.


 


 

 

어느 때는 꿈을 꾸는 게 싫었는데 멋진 꿈을 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좋은 꿈을 꿔 나눠주고 꿈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실제로 달샘이 운영하는 떡집에서 꿈을 판다면 호기심에 방문할 거 같다. 떡도 사고 꿈도 사는 거다. 미래가 불안할 경우 점집에 가는 사람들도 만만찮은데, 좋은 꿈을 판매하는 꿈집이 있다면 그곳도 문전성시를 이루지 않을까. 불안감과 두려움을 해소하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영화 부산행을 만든 제작사에 의해 드라마 판권이 계약되었다고 한다. 달샘과 산몽가들이 잠을 잘 때 꾸었던 꿈들이 영상으로 다채롭게 펼쳐질 게 아닌가. 벌써 설렌다. 더불어 연애운이 좋은 꿈을 구매한 달샘의 연애도 무척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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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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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책이다. 돌이킬 수 없는 삶이기에 후회의 책은 쌓여갈 것이다. 만약 과거의 후회했던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그 삶은 행복할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일까.

 


직장에서는 실직을 당했고, 아끼던 고양이가 사고로 죽었고, 친한 친구와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 오빠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더욱 우울해진 노라 시드는 죽기로 결심했다. 죽음을 막아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깊이 절망했다. 아마 누군가 연락을 받았더라면 죽기로 한 결심을 멈출 수 있었을까. 노라는 우울증약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녀는 삶과 죽음의 공간 안에 갇혔다. 푸른색의 책들로 이루어진 도서관. 그곳에서 노라는 어릴 적, 자신을 위로해주던 도서관 사서 선생님 엘름 부인을 만났다.



 

 

도서관은 삶과 죽음의 공간이었다. 더이상 살아갈 희망이 없었던 노라에게 비밀의 도서관은 그녀가 후회했던 순간으로 돌아가 머물 수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오면 되었다. 노라에게 가장 후회했던 순간은 약혼자 댄에게 파혼을 통보했던 일이었다. 작은 마을에서 펍을 운영하는 게 꿈인 댄과 함께 살았다면 어땠을까. 노라는 댄과 함께 펍을 운영하는 장소로 갔다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가 있다. 우리는 항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만약 다른 길로 갔다면 어땠을까. 그 선택은 행복한 삶으로 이끌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 같은 거 말이다. 정작 다른 선택지에서도 실망하는 건 똑같다. 그 깊이와 차이만 약간 다를 뿐이다.


 


 

살아오면서 후회의 순간은 아주 많다. 후회의 책에 있는 그 순간으로 찾아가 다른 삶을 산다고 해서 후회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한 삶에서는 아버지가 살아있지만 다른 삶에서는 오빠가 죽어있을 수도 있다. 친구 이지와 오스트레일리아 여행을 함께 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지만, 다른 선택에서는 이지가 죽어있을 수도 있고, 여전히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었을 수도 있다. 성공한 삶이라고 해서 모두 행복한 삶인 것만은 아닌 것처럼. 우리 삶에는 다양한 선택 앞에서 후회하고 다른 삶을 갈망한다.



 

 

노라가 악기점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커피를 마시자고 청했던 애쉬와 함께 하는 삶으로 갔던 곳에서 그 삶에 안주할 줄 알았다. 사랑하는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있었고, 무엇보다 노라에게 딸이 있었다. 딸을 향한 애정이 마구 샘솟아 그곳에서 멈출 줄 알았지만, 노라는 다시 비밀의 도서관으로 돌아오고 만다. 행복해 보였지만 결혼식에 대한 기억도, 딸 아이 몰리를 낳았던 기억도 없는 곳에서 과연 만족할까. 행복하다 여길 수 있을까.


 

나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었을 것 같다. 노라는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절망뿐인 삶이지만 그래도 살아보면 무언가 행복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무심코 거절했던 커피 약속이 계기가 되어 새로운 사랑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살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못할 일이 무엇일까. 후회란 어떤 삶을 살아도 할 수밖에 없는 것.


 

 

삶을 계속 경험하기 위해 각 삶의 모든 면을 다 즐길 필요는 없었다. 그저 어딘가에 즐길 수 있는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만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마찬가지로 삶을 즐긴다고 해서 그 삶을 계속 산다는 뜻도 아니다. 더 나은 삶을 상상할 수 없을 때만 영원히 그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더 많은 삶을 살아볼수록 더 나은 삶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버리기 힘들다. 새로운 삶을 맛볼 때마다 상상력의 한계가 조금씩 넓어지기 때문이다. (302페이지)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 다른 누구의 인생도 아닌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선택을 하면 되었다. 그 삶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우리 삶도 달라지지 않을까. 다른 사람이 원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선택과 결정에 머뭇거리지 말고 무엇이 나를 가장 가슴 뛰게 하고 설레게 하는지 그것을 찾으면 된다. 그것이 나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고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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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선샤인 어웨이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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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있으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기억의 한순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그 주변을 맴돈다. 해결되지 않은 어릴 적 기억 때문에 힘든 적이 있었다. 고개를 뒤흔들어 보지만 그 순간을 바꿀 수 없다. 우리는 때로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가면 어떻게 할까, 라는 질문을 건네는데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애틋하고 현실에 안주하게 되는 거 같다.

 


삼십 대의 한 남자가 어릴 적 좋아했던 여자애의 성폭행 이후를 기억하는 소설이다.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 린디 심프슨이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어떤 남자 혹은 소년은 그 시간에 맞춰 줄을 잡고 있다가 자전거를 타고 오는 소녀를 넘어뜨려 강간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소녀의 나이 열다섯 살. 소녀는 그 사람을 기억하지 못했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네 명의 용의자가 있었다. 한 사람은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소년이고, 마을의 문제아 보 컨과 제이슨 랜드리 그리고 정신과 의사 랜드리 씨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소년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데, 그건 끝까지 우리의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서인 거 같다. 그가 누구인지, 정말 강간범이 맞는지 궁금하게 한다. 마치 고백서로도 읽어지는데 그 시절 린디를 좋아하는 소년의 마음과 이혼한 아버지에 대한 감정, 아버지를 아직도 사랑하는 어머니와 누나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용의자들을 한 명씩 설명해 가면서 소년은 린디의 강간범을 찾고 있다. 그것이 사랑하는 린디를 위하는 일이라 여겼다. 밝고 활달했던 린디는 그 사건 이후로 변해버렸고, 린디를 지켜보는 소년 또한 조금씩 변해갔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소년이 정말 강간범인가 의문이 들게 한다.

 


소년 시절의 린디를 향한 마음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는데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내용이다. 그 사람이 누구인가는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는데, 그의 아내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인물이었다. 소년 혹은 남자는 책임감에 대하여 말한다. 린디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린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성폭행범을 잡고야 말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린디를 아프게 한 사람을 찾느라 고심하는데 의외의 장소에서 찾게 된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선량한 사람이지만 비틀어진 욕망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 여성들의 사진을 찍고 아이들의 모습까지 사진에 담아 욕망을 해결하려고 했다. 이를 본 소년은 그를 의심하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사진들을 증거물로 사용하고자 한다.


 


 

 

과연 누가 린디의 성폭행범일까. 스릴러 식 진행으로 가는 듯하지만, 이 작품은 성장소설의 옷을 입었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은 십 대의 소년. 소녀를 닮고자 하는 저면에 사춘기의 성장과 더불어 가족과 그 구성원에 대하여도 고민하게 만든다. 아이들을 기르는 것은 부모에게 아주 큰 숙제임을 상기시킨다. 그게 친부모든 양부모든.

 


그는 그렇게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미래의 가족을 위해 숨김없이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십 대 시절의 사랑과 성장, 그 기억들의 고백은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하는 원동력임을 다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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