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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ㅣ 총총 시리즈
황선우.김혼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평점 :
우리가 평소 이야기할 때, ‘최선을 다하자.’라고 말하지 않나. 그런데 책 제목이 요상 하다.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니, 이런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대체로, 뭐든 열심히 하라고 하는데 말이다. 에세이스트 김혼비와 나에게는 낯선 작가 황선우의 편지 형식의 에세이는 순전히 제목 때문에 읽게 되었다. 이 나이 정도 되면 지나친 최선은 문제 아닌가. 김하나 작가의 어머니, 이옥선 작가님의 말이 마음속 깊이 와닿았다. 이제 느긋해질 때도 되었다. 지나친 열심과 부지런 금지의 시기다.
황선우 작가의 이름은 익숙하다. 김하나 작가와 공동으로 작업한 작품도 있고, 팟캐스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작품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여겼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하던 차에 김혼비 작가와 함께 에세이를 펴냈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뭐랄까, 여성을 이끄는 여성, 즉 선도자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반면 『피버 피치』의 작가 닉 혼비에게서 따온 필명을 사용하는 김혼비 작가는 『아무튼, 술』과 『다정소감』으로 친근하게 여겨진다. 술에 관하여 명쾌한 논리를 펴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작가가 펼치는 술에 관한 생각에 마구마구 공감을 표하며 읽었다. 또한 약자를 배려하는 작은 행동 하나가 큰 울림을 주었다. 작가의 세계관이 좋아 좀 더 읽으려던 차에 신작 소식이 보여 반가웠다.
황선우 작가와 김혼비 작가가 전부터 친분이 있었을 거로 여겼다. 작가들이 서로 서간을 나눈다는 설정 때문인 것 같았다. 작가의 생각과 서로에게 전해지는 마음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다. 관계에서 오는 조심스러움. 소극적인 태도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작가들이 오히려 혼자서 작업하는 시간이 많기에 낯가림이 심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에세이의 형식은 두 작가가 번갈아 가며 쓰는 편지글이다. 친밀한 관계가 아닌 것에서 점점 친밀해지는 관계 변화를 보는 듯했다. 개인적인 안부와 상대방의 책에서 느낀 점과 작가로서 글쓰기와 표현에 대하여 나눈 글이 주를 이루었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말이 잘못 나오는 경우가 생긴다. 마음속에는 그 상황에 맞는 단어를 말하려고 했으나 전혀 다른 단어가 나온 경우다. 작가들은 단어들과의 싸움에서 늘 이기는 존재로 여기기 때문일까. 작가들도 잘못 나오는 언어 때문에 생긴 해프닝을 말하는데 상당히 솔직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을 <막냇집 재벌아들>로 말하거나, <범 내려온다>의 이날치를 말하고 싶은데 <이말년>이 나오는 식이다. 주변에서도 이런 경우는 흔하다. 단어에 관한 한 나도 잘 기억한다고 여기는데도 가끔 다른 단어를 말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틀린 단어를(어쩌면 생각나지 않아 잘못 나온 단어) 김하나 작가와 황선우 작가처럼 ‘~~ 겠지’ 하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니라 꺾이지 않는 몸이었어요. 제가 계속 내일을 기대하며 낙관적으로 살아온 건 대단히 의지가 강한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꺾이지 않는 식욕 덕분이었던 거죠. 제 태도나 생각이 개방적이었다면, 많은 부분은 활짝 열린 혀와 위장으로 세상과 만나겠다는 자세에서 왔을 거예요. (175페이지, 황선우 편)
이렇게 어떤 마음과 마음을 장난스레 이어붙여 세상이 가끔씩 툭툭 던지는 유쾌한 농담들이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이왕이면 선하고 어진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만들어요. 그래서 누가 오해받기 쉬운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왜 술을 사랑하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술은 언제나 저를 조금 허술하게 만드는데, 허술한 사람에게 세상이 좀더 농담을 잘 던져서 그렇다고요. (187페이지, 김혼비 편)
버스로 출퇴근을 한다. 언젠가 좌석에서 누군가 일어서길래 봤더니 의자에 임산부 표시가 있었다. 비어서 가는 것 보다 앉는 게 복잡함을 없애는 게 아닐까, 순전히 나를 위한 핑계로 의자에 앉아서 간 적이 있다. 뜨끔하긴 했다. 하지만 김혼비 작가의 용기에 관한 글에서 나는 반성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임산부석에 앉은, 누가 봐도 임산부일 리 없는 여성에게 진짜 임산부가 배지를 보여주며 임산부라고 했을 때 눈을 감아버리는 사람은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임산부를 위해 임산부석을 비워둘 것.
책을 읽지 않은 사람보다 읽은 사람의 사고가 넓어지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책읽기를 강조한다. 우리가 놓친 것을 깨달을 수 있으며 작은 행동하나가 불러오는 따뜻함이 온전한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휴대폰을 잠시 꺼두고 책을 펼쳐보는 걸 권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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