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위드 X

스터디 위드 X ㅣ 창비교육 성장소설 9
권여름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7월

우리에게 익숙한 공포는 학교에서부터 오는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학교의 화장실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면 ‘빨간 휴지’ 이야기를 하셨다. 소리를 지르면서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재촉했다. 가령 재래식 화장실에 갔다가 화장지가 없어 곤란해하면 귀신이 나타나서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라고 외칠까 봐 화장실 가기가 무서웠던 시절이었다. 오래전의 학교 괴담이 화장실 이야기였다면 지금은 누군가의 죽음이다. 원한이 서린 귀신은 억울함을 풀어줄 사람이 필요하거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지금 TV에서 유일하게 보는 드라마가 김태리 배우가 나오는 「악귀」다. 머리를 풀어 헤친 고전적인 귀신 이야기가 아니라 원한을 가진 귀신이 인간에게 깃들어 누군가를 해하는 내용이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원혼이 자기를 알아달라고 말하는 내용에 주말을 기다리며 재방송으로라도 챙겨보고 있다. 창비교육에서 나온 『스터디 위드 X』는 학교에서 빠질 수 없는 괴담의 한 형태로 공포를 극복하며 공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조금씩 성장해가는 청소년들을 격려하듯 엮은 소설집이다.

이유리의 「스터디 위드 미」, 윤치규의 「카톡 감옥」, 권여름의 「영고 1830」, 나푸름의 「하수구 아이」, 은모든의 「벗어나고 싶어서」, 조진주의 「그런 애」 모두 여섯 편의 소설이 실려있다.

어떤 아이가 전교 1등을 하는지 신기하긴 하다.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아이 때문에 만년 2등인 아이가 저주 인형을 갖고 다니고, 전교 1등이 올리는 브이로그 영상에서는 귀신 두 명이 보이는 무서운 「스터디 위드 미」. 괴롭힘을 당해 중학교 아이들이 가지 않은 고등학교를 선택했던 소년이 만난 아이, 카톡 감옥에 갇혀 빠져나올 수 없는 소름 끼치는 「카톡 감옥」. 만약 「영고 1830」같은 학교가 있다면 이건 고발감이다. 학생의 인권은 어디에도 없는, 오로지 공부만을 강요하는 학교가 아닌가. 1830은 1학년 8반 30번에 주어진 성적 스트레스 때문에 같은 학번을 받은 아이는 옥상에서 뛰어내리거나 사고를 당했다. 1830으로 입학한 희준은 과연 무사할 것인가.

「하수구 아이」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괴담 사이트에서 이야기를 수집하여 들려준 이야기 때문에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초등학교 시절, 고약한 별명이 붙은 아이와 함께 등하교를 같이했다. 방관자에 가까웠던 지난날을 떠올리고 자기가 괴담을 쓰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죄책감을 없애고 싶은 심리를 다루었다. 「벗어나고 싶어서」는 수업 시간에 첫사랑 이야기해 달라는 아이들에게 과거 ‘우리’의 이야기를 한다. 전학 간 학교에서의 첫날, 낯설고 어색한 학교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반갑게 대해주었던 아이였다. 「그런 애」는 카메라 앞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던 솔희가 자신의 몸을 대상화하여 사진을 올리다가 아이들 입에 ‘그런 애’로 낙인찍혔다. 사람에게 받는 관심과 예쁘다는 칭찬에 성을 상품화하며 일반화된 기준에 맞추려는 의도였다.

공포는 불안한 미래를 대변하는 것 같다. 어떤 대학을 갈지, 어떤 삶을 살지 두려움에 빠지는 십 대 시절. 공포 이야기를 하며 잠시 현실과 두려움을 잊는다. 공포 소설이나 영화는 여름이 빛을 발한다. 더운 여름 짜릿한 흥분이 더위를 잊게 해주기 때문이다. 공포 분위기에 더위를 잊고 잠시 마음을 비울 수 있을 수 있다. 학교 괴담은 다양하게 변주되고 공포를 즐기며 청소년들은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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