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 하자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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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영화가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고 위로를 받게 된다. 내용이 조금 약해도 음악만으로도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게 음악 영화다. 그래서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그것만을 위해 음악을 새로 만들기도 한다. 음악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내용에 따라 음악을 만들고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다보면 오히려 음악이 더 사랑받는 경우도 있다. 배우 박중훈이 주연했던 「라디오 스타」라는 영화도, 정진영이 주연했던 「즐거운 인생」 이란 영화도 마찬가지다. 별볼일 없는 사람들, 사는게 바빠 그 좋아하는 음악도 포기하고 사는데, 밴드를 하게 되는 어떤 계기가 있다면 하지 않고는 못배길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무래도 밴드 이야기를 다뤄서인지 영화 「즐거운 인생」이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음악만 하며 사는게 이토록 힘든 일인가. 음악이 좋아 밴드를 하지만, 돈이 되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처럼 기획사에서 미리부터 준비된 아이돌들이 활동하는 시대, 중년의 아마추어 밴드가 성공하기란 정말 힘들다. 그럼에도 음악하는 사람들은 음악을 포기하지 못한다. 생업은 그대로 유지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만나 연습하며 지역 축제에 나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밴드 '수요일에 하자'도 그렇게 탄생되었다.

 

밴드의 구성원들을 보면 하나같이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유일한 대학 졸업자 기타리스트 리콰자. 대장암 수술을 마친 후 딸과 함께 젓가락 행진곡을 치는 클래식을 전공한 키보디스트 라피노. 치매 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기타리스트 니키타. 마치 운명처럼 베이스를 쳐야하는 배이수라는 이름을 가진 베이시스트. 사업을 말아 먹고 경찰에 쫓겨다니는 드러머 박타동. 룸에서 노래를 부르던 보컬 김미선이 이들의 멤버다. 리콰자야 나이트클럽에서 간간히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와서 그나마 실력이 녹슬지 않았고, 사업을 한답시고 음악과는 담을 쌓았던 박타동은 아직 박자감이 살아나지 않았다. 클래식의 영향때문에 밴드 특유의 높낮이를 내지 못하는 라피노에게 리콰자는 재즈 음악을 들어보라고 하기도 한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열정이 살아 숨쉰다. 좌충우돌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모여 제대로 된 밴드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이들의 열정은 젊은이들 못지 않다. 일주일에 한번씩 수요일에 꼬박꼬박 모여 연습을 한다. 밴드 연습을 하기전 음악에 피해가 가지 않을 정도의 술을 마시는 건 기본이다. 왜 뮤지션들이 대마초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아마 술과 담배에 취하지 않으면 음악이 너무 밋밋하게 여겨지는 탓일 것이다.

 

몇 년전에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의 콘서트를 간 적이 있다. 다른 가수들이 두시간 정도를 하는 반면 그들의 콘서트는 네 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콘서트의 마지막에서 그들은 소주를 마시고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부르는데 우리까지 울컥해지는 기분이었다. 무대에서의 열기, 콘서트에 온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감동의 메시지는 음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책을 읽는 독자가 직접 그들이 밴드 연습을 하는 '낙원'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현장에서 그들의 음악을 듣고 함께 소리를 지르는 느낌이랄까. 보통 사람들과는 적응하지 못할지 모르나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어느 누구보다도 하나인 사람들이었다. 음악이 있어 그들은 행복하고 배고파도 함께 나눠먹을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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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그리고 축복 - 장영희 영미시 산책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비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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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글을 자주 만났다. 우리가 지루한 일상이라고 말하는 하루하루가 오랜 시간이 지난뒤에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정말 소중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엄마와 싸웠던 하루도, 깔깔거리며 웃었던 하루도, 함께라는 것 때문에 즐거웠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닫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하나 보다. 그 시간들을 다시 갖지 못하기 때문에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말들을. 지난 주말에 병원에서 엄마를 뵙고 오는데, 지난 주말 뿐만 아니라 엄마를 생각할 때마다 자주 느끼는 게,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걸 하는 아쉬움이다. 지금 같으면 함께 손잡고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거 먹으러도 다닐텐데, 하는.

 

글이든 시든 읽고 있는 그 시기의 감정에 따라 북받치는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건조한 마음을 갖기도 한다. 내가 이 글들을 읽는 때는 회한의 감정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과거의 시간을 자주 기억하는 때가 많은데, 아마도 나는 그 시기를 보내고 있나 보다. 내가 살아왔던 젊은 날, 다시 갈 수 없기에 애틋하고 그 기억들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물론 엄마와 함께 했던 시간이 많지 않아 안타까움이 이는 건 당연하다. 삶의 한 자락에 마음을 적시는 시詩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거, 다시 나를 찾는 일이었다.

영시는 주로 학교다닐 때 많이 읽었고, 세계문학전집에 따로 수록되어 있는 시집들을 주로 읽었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T. S. 엘리엇, 롱펠로우, 엘리자베스 배릿 브라우닝, 로버트 브라우닝, 에밀리 디킨슨,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애드거 앨런 포 등의 시인들. 이름만 들어도 친근할 정도다. 아마 이 시인들의 이름이 친근하게 여겨지는 건 나 뿐만이 아닐테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고, 여전히 읽히는 시다.

 

 

The Waste Land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차라리 겨울에 우리는 따뜻했다.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만 유지했으니. (T. S. 엘리엇 「황무지」)

 

4월하면 잔인한 달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너무도 유명한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다.433행에 달하는 장시의 시작 부분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시를 오랜만에 다시 읽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곧 4월을 맞이하는 시점이고, 가장 아름다운 달인 4월을 기다리는 마음이 크다. 봄꽃을 많이 키우는 달이기 때문일까. 그 어느 달보다 4월을 기다리게 된다. 엘리엇이 잔인한 달이라 일컬었어도 아름답기만 한 달인 걸.

 

 

사진에서처럼 이 시집은 오래전에 출간되었던 『생일』과 『축복』의 합본이다. 장영희 작가가 조선일보에 기고 했던 글들을 모아 엮은 시집으로, 화가 김점선이 그림을 그려 시집을 훨씬 풍성하게 만들었다. 시 한 편에 작가의 짧은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영시들을 고르고 그때의 마음을 짧게 표현한 글들인데, 다른 산문들처럼 작가의 감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글들이었다. W. H. 데이비스의 「여유」 라는 시를 소개하면서 '길을 가다가 멈춰 서서 파란 하늘 한 번 쳐다보는 여유, 투명한 햇살 속에 반짝이는 별꽃 한 번 바라보는 여유, 작지만 큰 여유입니다.' 라고 했다.

 

삶을 거대한 그림 퍼즐로 생각하면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건 작은 조각들을 하나씩 메워가는 일입니다. 무슨 그림이든 붓 터치 한 번으로 대작을 그릴 수는 없지요. 하루에 조금씩, 작으면 작은 대로의 예쁜 그림을 그리는 일부터 시작해야겠지요. 오늘이라는 내 인생의 한 조각을 예쁘게 칠하면 그 그림은 작지만 나름대로 완벽할 수 있으니까요. (311페이지)

 

장애를 가진 작가였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작가였다. 작가가 가고 없는 지금 그가 추린 시를 읽고 있노라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고심해서 골랐을 시들과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한 줌의 위로가 되는 시간을 마련하려고 했을 그 마음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읽었던 시들은 마음의 자양분이 된다. 더불어 하루를 견디게 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을 뿐더러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 하나의 글 때문에 자신의 미래를 계획했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삶이란 어떤 거냐 하면

 

내가 따르는 한 가닥 실이 있단다. 변화하는

것들 사이를 지난 실. 하지만 그 실은 변치 않는다.

사람들은 네가 무엇을 따라가는지 궁금해 한다.

(중략)

그것을 잡고 있는 동안 너는 절대 길을 잃지 않는다.

비극은 일어나게 마련이고, 사람들은 다치거나

죽는다. 그리고 너도 고통 받고 늙어간다.

네가 무얼 해도 시간이 하는 일을 막을 수는 없다.

그래도 그 실을 꼭 잡고 놓지 말아라. (윌리엄 스태퍼드)

 

우리가 시를 읽는 이유. 마음의 여유를 갖는 일이 아닐까. 삶이 힘들어 누구에게 손 내밀고 싶을 때,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공감을 하고 어느새 외롭고 지친 마음에 위안이 될 수도 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그림과 함께 글과 그림에 시선이 머물게 된다. 묻혀 두었던 감성을 깨우는 일, 시를 읽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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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들여다보는 사람 - 한국화 그리는 전수민의 베니스 일기
전수민 지음 / 새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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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제목만 보면 이 책이 무슨 소설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책을 들여다보면 사진과 그림이 실려 있다. 한층 책에 대한 호감이 상승하게 된다. 더군다나 작가가 한국화를 그린다. 해와 달이 있는 그림은 한편의 동화같다. 그런 작가의 에세이라 나는 즐겁게 책을 펼친다.

 

여행을 하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다. 이제는 한 곳에 머물면서 쉬기도 하고, 머무는 장소를 좀더 깊게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였을까.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간 곳이지만 아름다운 베니스에서의 한 달간은 매우 기뻤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에세이의 처음은 작가가 동생에게 건네는 유서에서부터 시작한다.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베니스로 가는 비행기를 타지 못해 기나긴 시간이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 같았을까.

 

작가는 베니스에서의 스튜디오, 한 달 동안의 매일을 일기처럼 적었다. 몇 장의 사진과 작가의 그림이 실려있는 건 기본이다. 작가가 머문 공간, 물론 몇 사람과 함께 지내는 쉐어룸이지만, 같은 집에 사는 사람들과 같이 먹을 쌀을 사고 음식 준비를 해 지내는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는 화가이자 요리사였다고 했다.

 

 

베니스는 운하의 도시다. 운하를 저어가는 곤돌라와 곤돌라에서 보이는 베니스의 풍경들. 이게 베니스를 대표하는 게 아닐까. 그곳에서 한달을 보내는 작가는 거의 집에서 칩거하다 시피한다. 특별히 관광지를 돌아다니고 싶어하지도 않고, 그저 스튜디오 자신의 공간에서 그림을 그릴 뿐이었다. 한지에 그림 그리기가 굉장히 어려울텐데, 작가는 스튜디오에 돗자리를 깔아 놓고 그 위에 한지를 올려놓은 다음 한지 위에 물감을 풀었다. 한지를 물들이기 위해. 색이 골고루 물들지 않아도 물들지 않은 대로 자연의 미를 강조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화구용품점에 가서 물감을 구하고 캔버스를 구매하는 대담함도 보였다. 다만 이탈리아의 물감이 우리나라처럼 제대로 물들지 않았다는 것 외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선'은, 또한 고요함입니다.

수평선과 지평선을 떠올리며 춤을 추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맞닿지 않았지만 맞닿은 것처럼 보이는,

많은 공기와 먼지가 응축되었을 것 같은 그 선은

나를 지나간 많은 것들에게 데려다줍니다. (66~68페이지)

 

'해와 달이 있는 풍경'을 주로 그렸던 작가는 베니스에 한 달 동안 거주하면서 물고기 그림을 좀더 그리게 되었다고 했다. 스튜디오의 식탁 위에 있는 물고기 그림은 작가가 베니스에 머물 때 그린 그림이다. 베니스의 물빛 풍경이 작가를 변화시켰던 것 같다.

 

 

해와 달의 풍경은 어쩌면 동화 같다. 우리나라 전래 동화에서의 햇님과 달님. 이를 그림에 나타냈던 작가의 그림을 보라. 동화속 풍경처럼 하나의 이야기를 나타낸다. 작가는 꽤 정적인 사람 같았다. 누군가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봐도 대답을 하지 않고, 거리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베니스 본 섬으로 가서 스튜디오로 오는 버스를 탈 정도로 고지식한 면도 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장소에서만큼은 완벽을 기하는 사람 같았다. 정리정돈된 화구들 속에서 그런 느낌이 보였다.

 

시간이 되면 유럽 여행을 꼭 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물론 이탈리아도 가고 싶은 여행지에 포함되었던 건 당연했는데, 이 책을 읽고 베니스에는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베니스의 물빛 풍경은 아름다웠다. 작가가 느꼈을 아름다운 베니스의 풍경에 그만 반해버렸다. 베니스가 이토록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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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토리노를 달리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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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이라고 할 수도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에세이를 썼다! 이 말만으로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글 쓰는데 방해가 되어 인터뷰도 잘 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가 이탈리아의 토리노 동계올림픽에 취재 여행을 갔던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펴낸 글이라니 호기심이 더해졌다. 그와 함께 간 이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와 출판사 편집자 구로코 씨,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애묘 유메키치가 함께 했다. 여기에서 작가의 애묘 유메키치는 갑자기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고, 유메키치가 화자가 되어 아저씨 히가시노 게이고를 관찰하고 함께 동계 올림픽을 즐기는 형식이다. 2006년에 있었던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를 단편 소설처럼 읽을 수 있는 에세이다. 이런 면은 어쩌면 작가와 어울리기도 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동계 올림픽하면 생각나는게 우리나라의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가 먼저 떠오른다. 피겨 스케이팅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경우는 처음이라 국민 모두가 열광했었다. 며칠 전에 김연아 SNS에서 그 때의 장면을 보는데 다시 봐도 감동이더라. 2006년 동계 올림픽에서는 안도 미키가 나왔었나 보다. 작가는 안도 미키 선수를 응원하고 있었다. 안도 미키의 얼굴이야 기억이 난다. 김연아 선수가 나왔을 때도 나온 적이 있었으니까.

 

우리에게는 생소했던 스키 점프도 <국가대표>라는 영화 때문에 알게 되었다.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날기 위해 점프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고,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영화다. 더불어 우리나라에 스키 점프 선수가 몇 명 되지 않는다는 것과 그들이 선수 생활로는 생활이 힘들어 막노동 등을 한다는 것도 알았다. 반면 일본에서는 스키 점프와 스노보드 등의 선수들이 꽤 많았었나 보다. 성적도 우수해 메달을 노렸던 것 같다. 작가가 스키점프나 스노보드 등의 경기를 빼놓지 않고 관람하는등 동계 올림픽 종목에 대해 적극적이었다.

 

 

작가는 동계 올림픽 종목에 대해 무척 관심이 많아, 소설 형식의 에세이에서 유메키치에게 선수로 뛰어보자고 권하기까지 했다. 유메키치와 함께 찾아가 그가 선수로 활동할 수 있는 종목이 있나 알아보기까지 했을 정도다. 여기에서 컬링도 알아보는데, 컬링이라는 종목도 나는 청소년 소설에서 알게 되었다. 킬킬 거리며 웃을 수 있는 소설이었는데, 소설 속에서 빗자루로 열심히 쓸어 경기를 한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언젠가 동계 올림픽 경기를 방송에서 보여줄 때 보았는데, 상당히 신기한 면이 있었다. 작가가 오래전에 컬링에 도전했다가 부상을 당해 포기했던 이야기를 했다.

 

컬링이라는 건 우리가 빗자루로 청소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은 브러시로 얼음 표면을 닦는 모습이다. '얼음 위에는 아주 작은 물방울이 흩어져 있는데, 그게 굳어서 얼음 표면에 굴곡이 생기고, 스톤과 얼음 간의 마찰을 줄여 미끄러뜨리는 것인데, 브러시를 바닥을 닦으면 굴곡이 없어져 더 잘 미끄러진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가 잘 알고 있지 못하거나 관심 분야가 아닌 경기 종목을 국민들에게 관심 갖게 하기 위해서는 드라마나 영화로 방영되어야 관심이 뜨거워진다. 작가도 이런 말을 했다. '대스타인 기무라 다쿠야가 봅슬레이나 루지에 도전하는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면 인기가 급상승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66페이지) 라고 했다. <국가대표>라는 영화에서도 나왔지만 우리가 메달을 많이 나오는 쇼트트랙에 더 관심을 갖고 지원도 많이 한다고 한다. 어쩌면 그게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스포츠가 사랑받는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의 뒷편에 특별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는 미래의 이야기로 2056년 쿨올림픽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사라져간 시대에 동계 올림픽을 추억하는 사람들을 위한 경기를 연다는 글이다. 이 글 속의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상상이지만, 언젠가는 이런 일들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다운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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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꽃 향기 흐드러지면 - 연연불망
지연희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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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서 잊지 못하다'라는 말을 연연불망(戀緣不忘)이라고 한다. 사랑을 함에 있어 사랑하다 헤어지면 미워하는 마음이 더 클것 같지만 사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좋았던 추억만 기억난다. 어딘가를 갔던 때, 어떤 행동 하나하나가 마치 그림처럼 떠오른다. 서로 혹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에도 좋았던 감정들이 생각나는데, 만약 한 사람을 죽음으로 이별했다면 그 그리움의 감정은 오죽할까. 죽어서도 잊지 못하고, 그리움이 사무치겠지.

 

연연불망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데, 시종일관 불안했다. 왜냐면 역사서에 있는 인물의 이야기를 말하기 때문이었다. 고려말 조선초의 인물, 태조 이성계의 두번째 부인 강씨의 소생 경순 공주와 공주의 남편 이제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비록 공주나 왕비라도 여자의 이름에 대한 기록이 없는 관계로 소설에서 경순 공주는 유화라는 이름으로 불렀고, 이제는 그의 이름 제로 불렀다.

 

역사서를 읽는 사람은 고려 말의 상황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성계에 의해 우왕이 폐위되고 어린 나이로 창왕이 즉위했으며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 때엔 이성계가 실질적인 왕이나 마찬가지였다. 이후 이성계가 새로운 나라 조선의 왕이 되고, 야망이 컸던 이방원이 왕자의 난을 일으켰다. 그때 이방원에 의해 죽게된 인물이 이제다. 소설속에서 이제는 이방원과 두 살 차이가 나는 오랜 벗이었고, 이방원과 함께 포은 정몽주를 제거한 인물이기도 했다.

 

이성계 즉 중결은 권문세족인 유화의 어머니 강씨와 다시 혼인하고 딸 하나와 아들 둘을 낳았다. 강씨의 딸인 유화는 어렸을 때부터 외롭게 자랐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오라버니 유덕(방원)을 유달리 좋아해 그의 마음에 들고자 따랐으나 유덕은 유화를 차갑게 내쳤다. 그런 유화를 안타깝게 지켜 본 제는 유화에게 친 오라버니처럼 챙겨주고 아꼈다. 어린 소녀였던 유화는 어느새 혼인할 나이가 된 소녀로 자라게 되었고, 제는 유화를, 유화는 제를 마음에 담았다.

 

 

자신에게 마음을 열지 않은 오라버니 유덕보다 늘 다정하게 보아주는 제에게 마음을 주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다정하지만 조정의 일이 바쁜 아버지, 아버지를 보좌하는 어머니보다 다정한 이가 멀리서 보내오는 서신, 가끔씩 찾아와 마음을 달래주는 이였기에 어느새 그를 연모하게 되었던 것 같다. 사랑에 있어 당돌하고 거침이 없었던 유화였기에 제는 그녀의 사랑을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역사 속 인물 이야기는 대부분 결말이 정해져 있다. 실제 인물의 이야기는 더더욱 끝이 정해져있다. 그렇기에 책을 읽는데 안타까웠다. 이들의 끝이 보이는 것 같아서. 죽음이 이들을 갈라놓기 전에는 절대 헤어질 수 없는 커플이랄까.

 

작가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이들의 풍경을 그렸다. 사랑할 때는 애틋하였고, 역사 속 상황이 나올때면 거침이 없었다. 역사 속 인물이 소설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따르는 아주 어린 소녀로, 엄마의 잔정이 그리운 아이로, 사랑에 목말라하는 어린 소녀가 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그 풍경 속에 있었다. 애틋하고 그리운 감정들이 살아있는 잔잔하게 읽히는 소설이었다. 연연불망 시리즈가 한 권이 나왔고, 또 한 권이 나올 예정이라는데 꽤 궁금하다. 그만큼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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