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 하자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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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영화가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고 위로를 받게 된다. 내용이 조금 약해도 음악만으로도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게 음악 영화다. 그래서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그것만을 위해 음악을 새로 만들기도 한다. 음악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내용에 따라 음악을 만들고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다보면 오히려 음악이 더 사랑받는 경우도 있다. 배우 박중훈이 주연했던 「라디오 스타」라는 영화도, 정진영이 주연했던 「즐거운 인생」 이란 영화도 마찬가지다. 별볼일 없는 사람들, 사는게 바빠 그 좋아하는 음악도 포기하고 사는데, 밴드를 하게 되는 어떤 계기가 있다면 하지 않고는 못배길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무래도 밴드 이야기를 다뤄서인지 영화 「즐거운 인생」이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음악만 하며 사는게 이토록 힘든 일인가. 음악이 좋아 밴드를 하지만, 돈이 되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처럼 기획사에서 미리부터 준비된 아이돌들이 활동하는 시대, 중년의 아마추어 밴드가 성공하기란 정말 힘들다. 그럼에도 음악하는 사람들은 음악을 포기하지 못한다. 생업은 그대로 유지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만나 연습하며 지역 축제에 나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밴드 '수요일에 하자'도 그렇게 탄생되었다.

 

밴드의 구성원들을 보면 하나같이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유일한 대학 졸업자 기타리스트 리콰자. 대장암 수술을 마친 후 딸과 함께 젓가락 행진곡을 치는 클래식을 전공한 키보디스트 라피노. 치매 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기타리스트 니키타. 마치 운명처럼 베이스를 쳐야하는 배이수라는 이름을 가진 베이시스트. 사업을 말아 먹고 경찰에 쫓겨다니는 드러머 박타동. 룸에서 노래를 부르던 보컬 김미선이 이들의 멤버다. 리콰자야 나이트클럽에서 간간히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와서 그나마 실력이 녹슬지 않았고, 사업을 한답시고 음악과는 담을 쌓았던 박타동은 아직 박자감이 살아나지 않았다. 클래식의 영향때문에 밴드 특유의 높낮이를 내지 못하는 라피노에게 리콰자는 재즈 음악을 들어보라고 하기도 한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열정이 살아 숨쉰다. 좌충우돌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모여 제대로 된 밴드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이들의 열정은 젊은이들 못지 않다. 일주일에 한번씩 수요일에 꼬박꼬박 모여 연습을 한다. 밴드 연습을 하기전 음악에 피해가 가지 않을 정도의 술을 마시는 건 기본이다. 왜 뮤지션들이 대마초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아마 술과 담배에 취하지 않으면 음악이 너무 밋밋하게 여겨지는 탓일 것이다.

 

몇 년전에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의 콘서트를 간 적이 있다. 다른 가수들이 두시간 정도를 하는 반면 그들의 콘서트는 네 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콘서트의 마지막에서 그들은 소주를 마시고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부르는데 우리까지 울컥해지는 기분이었다. 무대에서의 열기, 콘서트에 온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감동의 메시지는 음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책을 읽는 독자가 직접 그들이 밴드 연습을 하는 '낙원'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현장에서 그들의 음악을 듣고 함께 소리를 지르는 느낌이랄까. 보통 사람들과는 적응하지 못할지 모르나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어느 누구보다도 하나인 사람들이었다. 음악이 있어 그들은 행복하고 배고파도 함께 나눠먹을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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