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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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82년생은 아니지만, 이처럼 공감하며 읽은 책도 없는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서 산다는 것, 이토록 힘든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책이었다. 82년생 김지영 씨의 생을 보라.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보면, 여자라는 이유로 얼마나 차별받고 사는지 실감할 수 있다. 소설을 읽으며 맞아맞아 하며 읽었다. 

 

김지영 씨는 두살 터울의 언니와 김지영씨, 다섯 살 아래의 남동생이 있다. 2남 1녀로서의 김지영 씨의 태생을 보고 있노라니 나의 어릴적 상황이 그대로 그려졌다. 우리는 3녀 1남의 형제다. 딸,딸,딸 그다음에 아들이 되고보니 김지영 씨 집안의 상황과 거의 흡사했다. 시골에서 살 때였는데, 아빠와 남동생만 쌀밥을 주고 엄마랑 우리 딸들은 보리밥만 주어서 정말 싫었다. 비싼 달걀 또한 마찬가지. 선생님 선물로나 주었던 귀한 달걀이기에 우리 딸들은 구경도 하지 못했다는 거. 생선이며 고기 반찬 모두 아빠와 남동생한테만 가고, 우리는 쩝쩝 입맛만 다셨다지.

그게 불합리한 것을 알면서도 투정도 제대로 부리지 못했다.

 

소설 속 김지영 씨의 상황을 보며 또 생각나는게, 훗날 아빠한테 들은 이야기지만, 우리 엄마가 딸만 주르르 셋을 낳고 아들을 못낳으니 할머니는 아빠한테 여자를 소개시켜주었다고 했다.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말씀하시긴 했는데, 진짜 박차고 나오셨을까, 조금의 의심은 들었다. 그때는 그랬다. 지금이라고 많이 변했을까?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차별받고 있지 않을까.

 

직장도 그렇다. 전에 근무하던 곳에서 아이들 낳고 다니는데, 출산휴가가 2개월 있는데도 다 쉬지 못하고 출근했을 뿐만 아니라, 신랑이 섬으로 발령이 나 아이 때문에 눈치를 보며 직장을 다녔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렇게 다닐거면 직장 그만두라는 말까지 들었었는데. 지금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김지영 씨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남편 정대현 씨가 자꾸 도와주겠다는 말을 할때 화가 나 대꾸하는데 그것처럼 통쾌한 적도 없었다. 김지영 씨의 말처럼 같이 맞벌이 하는데 집안일이든 아이 돌보는 것등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다.

 

그놈의 돕는다 소리 좀 그만할 수 없어? 살림도 돕겠다, 애 키우는 것도 돕겠다, 내가 일하는 것도 돕겠다, 이 집 오빠 집 아니야? 오빠 살림 아니야? 애는 오빠 애 아니야? 그리고 내가 일하면, 그 돈은 나만 써? 왜 남의 일에 선심 쓰는 것처럼 그렇게 말해? (144페이지)

 

김지영 씨 말처럼 이게 사실인데, 남자들은 아직도 옛날 사고 방식에서 하나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지금은 예전보다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아직도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사실이다. 여전히 아이 챙겨 유치원이나 학교 보내는 것도, 퇴근후 아이를 챙기는 것도 엄마가 대부분 한다는 사실이다.    

 

더 가관인것은, 이 소설의 주인공인 김지영 씨가 산후우울증에서 육아우울증으로 상담을 받기 시작했는데,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했던 남자 상담의도 결국엔 남자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에서다. 안과의인 아내가 아이때문에 병원 일을 접고 집에서 수학문제집이나 풀고 있어 안타까워 아내가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병원의 상담사 여선생이 몇 번의 유산 위기로 일단 일을 그만 두기로 했다. 그에 훌륭한 직원이지만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직원은 여러가지로 곤란한 법이라며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 라고 말한 장면이다.

 

아, 정말 너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이게 남자의 본심이라는 거다. 물론 지금은 남자들도 육아 휴직을 내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도 하는 사람이 꽤 늘었다는데,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숙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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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 불어.영어.한국어 번역 비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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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가지고 있는게 새움출판사를 포함해 다섯 권이 된다. 좋아하는 작품이 나오면 출판사별로 소장하고 싶은게 욕심인 줄 알면서도 잘 되지 않는다. 아마 이십 년쯤 읽어오고 있는 것 같은데, 다시 읽어도 늘 새로운 게 또한 책이다. 기억하고 있었던 문장을 하나하나 되새기다 보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된다. 이 책 또한 그랬다.

 

새움출판사에서 나온 『어린 왕자』는 다른 책들에 비해 두껍다. 아마도 번역자의 불어, 영어, 한국어 비교본과 뒷 편에 불어, 영어로 된 원문이 실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래전에 영어를 배워보겠다고 영한대역본을 구입했던 것 같은데, 그 책은 어디로 사라지고 말았다. 대신 이 책에 실려 있어 영어와 불어를 비교해가며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책의 리뷰에서 말한 바 있지만, 사실 번역본 책을 읽을 때 글의 흐름이 끊기지 않다면 굳이 번역데 대한 오류를 지적하고 싶지 않다. 물론 원문을 그대로 옮긴다면야 좋겠지만, 그 나라만의 정서가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도록 표현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얼마전에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의 번역자 데보라 스미스가 공동 수상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읽지 않은 사람들이 없다고 할 정도로 『어린 왕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 책이다. 그만큼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다시 읽는 『어린 왕자』는 역시 어른들이 읽는 동화다. 아직도 마음 한구석엔 어린아이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어른이 된 우리는 많은 것을 잊고 산다. 어렸을 적 꾸었던 꿈, 어른들은 절대 알 수 없었던 우리만의 언어로 된 상상력. 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며 실리를 따지는 탓일까. 하나의 그림을 보고도, 아이들 대부분은 맞추는 것을 어른들은 맞추지 못한 것처럼.

 

 

 

 

나는 이 책이 누구에게라도 가볍게 읽히는 걸 원치 않는다. 이러한 기억들을 말하는 동안 너무 큰 슬픔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내 친구가 그의 양과 함께 떠난 지도 벌써 6년이 흘렀다. 내가 여기에 기술하려 애쓰는 것은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친구를 잊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31페이지)

 

그런 의미에서 『어린 왕자』는 우리에게 잊었던 상상력을 선물한다. 머나먼 별, 소행성 B612에서 왔던 어린 왕자를 바라보며 우리가 잊었던 것들을 다시 상상해 내는 것이다. 친구란 어떤 것인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외로움때문에 견디기 힘든 감정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어린 왕자가 바라보는 어른의 모습은 어떤 가를. 우리는 살펴보게 된다. 회계사처럼 돈만 계산하고 있지는 않은지. 부끄러워서 술을 마시고 있지는 않은지. 누군가를 통치할 생각만 하고 있지 않은지, 정작 그 사람들 곁으로 갈 생각을 하지 않는 우리 어른들의 적나라한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어린 왕자처럼 세상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던 우리들의 모습이다. 세상 밖에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며 내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수많은 장미들 틈에서 자신 만의 장미를 생각해 낸 어린왕자처럼.

 

밤에, 당신이 하늘을 바라볼 때, 나는 그 별들 가운데 하나에서 살고 있을 테니까. 그 가운데 하나에서 내가 웃고 있을 테니까. 그때 당신에게는 마치 모든 별들이 웃고 있는 것과 꼭 같을 거야. 당신은, 그러니까 당신은 웃을 줄 아는 별을 갖게 되는 거야. (131페이지)

 

이별 앞에 선 감정들. 이별한 후에 생기는 그리움. 그리운 감정들을 잊지 않기 위해 우리는 사진을 찍고 때로는 글로 남긴다. 그마저도 없다면 삶이 얼마나 삭막할까. 기억에 의존하는 것도 좋지만, 이처럼 글로 남겨지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한때는 아이였던 우리 어른들에게 건네는 동화.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동심을 떠올리게 된다. 순수했던 지난 날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시절이라 더 그리운 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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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의 기록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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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이 살해당했다. 미모의 전업주부 아내와 부동산 회사에 다니는 남편 그리고 두 아이들이었다. 살인범은 찾지 못했고 사건이 일어난지 일년이 지났다. 르포라이터가 찾아와 살해당한 부부의 주변 인물들에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르포라이터는 총 여섯 명의 지인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동네 이웃에서부터 아내와 요리 교실에 다녔던 친구, 남자의 회사 동기, 아내의 대학 동기, 대학의 동아리 친구, 대학 선배들이었다.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그들의 이야기는 보이는 것과 느껴지는 감정들은 무척 다르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리고 챕터의 마지막엔 한 여자의 고백이 실려 있다. 이 여자는 누구이며, 여섯 명의 사람들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살해당한 가족과는 어떤 관계일까 의문이 들수 밖에 없다.

 

만약 지인이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면 우리의 마음은 안타까움이 먼저일까. 아니면 원한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 지나간 시간을 생각해보며 그 사람을 생각하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만약 그 사람이 부잣집의 자식으로, 내로라하는 학교만을 나왔다면. 그 사람은 그저 보통의 질문을 한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보이지 않게 무시하는 걸 알게 된다면 불편한 감정을 갖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좋은 대학을 나오지도 못하고, 남편이 좋은 직장에도 다니지 못한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말에도 상처를 입는게 또한 사람이다.

 

르포라이터가 인터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며 왜 이런 식으로 소설을 썼을까 내심 궁금했다. 이들이 말한 사람들 중에서 살인범이 있을까. 그렇다고 그 가족을 죽일만한 사람이 특별하게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부유한 한 가족이 보여지는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것만 알게 되었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 모두는 보여지는 것 보다 보여주지 않은 것들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내세우거나, 자신의 모든 것을 따라하게 하되,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섯 명의 지인들로부터 듣는 살해당한 가족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 주변 사람들의 모습과도 비슷했다. 다만 나는 한 여자의 고백이 더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가정 폭력이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지. 그 사람이 가진 욕망의 비틀림이 갖는 폐해가 안타까웠다. 부모에게 버림받다시피한 남매. 사람에 대한 기대와 신분 상승의 기회로 삼아 발버둥치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그래서 제목이 어리석은 자의 기록이었을까.

 

어떤 사람이 죽었을때 그 사람에 대해 타인에게 이야기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싶었다. 자기가 가진 기억들에서 서운했던 마음, 현재의 마음을 실어 대답한다는 것이 결국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일텐데. 이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알 수 없다. 그저 침묵만이 죽은 사람을 위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한 여자의 고백은 아릿하다. 그녀의 고백은 소설의 처음과 맞닿아 있었다. 한동안 충격에 빠져 멍해 있었던 듯 하다. 그녀의 고백을 읽어오며, 누군가를 판단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누군가를 판단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를 드러내는 것과도 같음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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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10 서울편 세트 - 전2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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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어온지 이십 년쯤 되는 것 같다. 중간에 몇 권을 빼고는 계속 읽어오고 있는데, 이 책만큼 우리의 문화의식을 높이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일단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화유산을 새롭게 보는 시각을 갖게 한다. 더불어 우리 문화유산과 함께 역사적 사실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문화유산 속에 깃든 우리 선조들의 얼이 가슴깊이 스며드는 느낌을 갖는다. 그래서 답사 회원을 모집할 때면 가고 싶은 마음에 두근대기도 했으나 거리상의 이유로 단념한 적도 있었다. 남도 답사기에서부터 일본편 그리고 제주편에 이어 이번 신작은 서울편을 담았다.

 

몇년 전 가족들과 함께 서울 여행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고궁 답사부터 시작했는데, 서울이라는 도시가 무척 넓어 2박 3일의 기간동안 다 돌아보는데 한계가 있었다. 고궁 답사도 경복궁만 자세히 돌아보았을 뿐, 함께 걸었던 일행들 때문에 창덕궁과 창경궁 그리고 덕수궁을 걷기는 했으나 수박 겉핥기 식의 관람을 마쳤을 뿐이었다. 일단 지쳐있기도 했지만, 각 궁궐에 스민 이야기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른 건 둘째치고라도 경복궁은 제대로 관람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먼저 관람한건데, 이 책을 읽고나니 각 궁별로 하루의 시간을 별도로 할애해야 제대로 돌아볼 것 같았다. 이토록 많은 궁궐과 각 궁궐에 속한 건물들의 유래를 찾아가다보면 하루의 시간으로도 부족할 듯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이 좀더 빨리 나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과 이제라도 자세히 읽었으니 다시한번 궁궐 투어를 떠나야겠다는 다짐같은 걸 하게 되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은 아주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처럼 자세하게 창덕궁이나 창경궁에 얽힌 이야기를 읽는다는 건 우리의 역사를 아는 일이기도 해서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이토록 아름다운 문화유산과 함께 하고 있으니 얼마나 복받은 일인가.

 

제1권에서 첫 번째로 소개하는 문화유산은 종묘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세계 문화유산애 등재되었을 뿐만 아니라 종묘제례는 유네스코 세계 무형유산에 제일 먼저 등재되었던 곳이다.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에게 제사를 지낸 곳으로 유교의 종교의식인 동시에 국가의 존립 근거를 확인시켜주는 국가 의식이라고 했다.

 

종묘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된 창덕궁을 이어 소개하는데, 저자는 서울의 5대 궁궐을 모두 등재하도록 노력해 볼 만하다고 피력했다. 실제로 경복궁보다 창덕궁에서 기거했던 왕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권위적인 경복궁에 비해 인간적인 분위기가 짙은 창덕궁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10만 평에 이르는 산자락의 골짜기를 그대로 정원으로 삼고 계곡 곳곳에 건물과 정자를 지어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정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후원 때문에 창덕궁이 아름다운 궁궐이라고 했다. 창덕궁 후원의 아름다움을 사진 속에서 보고는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후원을 걸으며 우리 역사의 한 공간에 있는 감정은 다른 나라 사람들은 느끼지 못할 감정이 아니겠는가.

 

창덕궁과 함께 동궐이라 불렸던 창경궁은 왕이 모셔야 할 어머니와 상왕으로 물러난 아버지가 기거할 전각의 필요로 만들어진 곳이다. 세종이 즉위하면서 상왕으로 물러난 태종을 모시기 위해 창덕궁 곁에 수강궁을 지었는데, 이것이 창경궁의 시작이라고 한다. 고종 황제를 폐위시켜 덕수궁에 남게 하고 순종 황제를 등극시킨후 순종 황제를 위로한다는 구실로 창경궁을 동물원과 식물원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제2권에서 소개하는 문화유산은 한양도성과 자문밖, 덕수궁,동관왕묘와 성균관이다. 서울 사람이 아니라서 한양도성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성곽이 전란을 대비해 쌓은 성곽인데 반해 한양도성은 수도 한양의 권위와 품위를 위해 두른 울타리라는 사실도 새롭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청와대 경호시설인 북악산을 개방했던 사실도 말했다. 도성길 걷는 걸 상당히 좋아하는데, 언젠가 마음잡고 걸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곳이다.

 

다음은 자문밖을 소개하는데, 지방에 거주하는 우리들에게는 생소한 장소다. 한양도성의 북소문인 창의문의 별칭이 자하문인데, '자하문 밖'을 줄여 자문밖이라고 부르는 곳이라고 한다. 연산군이 운평, 흥청들과 놀았던 탕춘대가 있는 곳이다. 한양의 옛향기가 서린 부암동의 유래와 저자의 작품  『안목』에서 알게 되었던 조선시대 마지막 내시 이병직과 세종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과 현진건의 집터를 만날 수 있는 곳을 만날 수 있다.

 

중국이나 대만 쪽에서 많이 만날 수 있는게 관우 사당이었다. 이 책에서 왜 관우의 묘인 동관왕묘를 소개할까 궁금했었는데, 임진왜란때 조선에 출병한 명나라 장수들에 의해 지어진듯 한데, 전국에 꽤 여러 곳이 있다고 한다. 한때 드라마에서도 방영되었듯이 성균관에 대한 건물과 역사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가 마흔 살에 공부한 곳이기도 해 여러모로 인연이 깊은 곳이라서 그의 애정이 엿보인 부분이었다.

 

우리의 역사를 알아야 지금 우리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스치고 지나갈 건물 하나하나에 깃든 우리 선조들의 아름다움의 가치를 일깨울 수 있는 책이다. 돌저귀에 새긴 문양 하나에서도 어떤 의미로 새겼는지 알게 된다. 문화유산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흉물로 전락할 수도 있는 일임을 우리는 안다. 이처럼 우리 문화유산을 제대로 알고, 그것에 얽힌 역사를 생각한다면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우리 역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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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6 - 너구리 잠든 체하기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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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전 딸아이가 가족 회의도 거치지 않고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분양해왔다. 아토피가 있어 털 알레르기도 걱정되고 반려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키울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미 분양해 온 고양이를 어쩌지 못하고, 딸아이는 자기 방에서 키웠다. 고양이가 궁금해 딸아이 방에 들어가보면 낯설어서 그런지 책상 뒤로 숨어버렸다. 한달 정도가 지나자 점점 거실쪽으로 나오더니 이제 거실을 활보하고 다녔다. 딸아이가 없을 때 밥을 챙겨주고 집에 들어가면 반갑다고 애교를 부리는데 저절로 마음이 갔다. 손목만한 크기의 아주 작은 고양이에서 이제는 사진에서처럼 많이 자랐다. 밥을 챙겨주려고 서성거리면 먼저 달려가 자기 밥그릇 주변에서 기다린다. 신랑 말로는 내가 넘버 투에서 넘버 원으로 승격이 되었다나 어쨌다나. 그래도 딸아이가 우리집 고양이의 집사이긴 하다.

 

집에서 고양이를 키워서일까. 키우기 전에 보았던 콩고양이 만화가 더 정답게 다가왔다. 그림 하나의 세부적인 면들이 공통의 관심사가 되어 더 자세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고양이들이 하는 행동들마저 공감이 가는 것이다. 다만 만화속에서 아기 고양이들이 둘인데 반해 우리집엔 고양이 하나 뿐이라 외롭다고 느낄수도 있겠다 싶었다.

 

지금까지 6,7권에 이르기까지 콩고양이들을 직접 기르는 부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만화다. 처음 아기 고양이들을 데려온 집사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할아버지와 엄마, 아빠, 오빠들 모두 처음엔 고양이를 기르는데 반대해왔지만 키우다보니 나처럼 어느새 고양이들과 친해진 모습을 보인다. 할아버지 가발을 가지고 노는 고양이들은 주로 할아버지 방에서 잠을 자는 장난꾸러기다. 

 

 

 

집에는 자기가 고양이인줄 아는 개 두식이가 있다. 번역하기를 군대식 말투로 해서 굉장히 재미있는 부분이다. '~~하지 말입니다' 혹은 '~~ 했사옵니다'라고 말한다. 두식이와 콩알이, 팥알이는 이 집안의 귀염둥이이다. 말이 없는 아버지 조차 매일 두식이와 공원 산책을 한다. 아무래도 동물들이 많아서 일까. 너구리가 찾아와 두식이의 밥을 홀랑 다 먹어버리는 가 하면, 커다란 회색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와 역시 두식이의 밥을 빼앗아먹고, 두식이만 보면 으르렁거린다. 아무래도 개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듯 하다. 반면 아기 고양이들인 콩알이와 팥알이를 무척 챙긴다. 그래서 가족들도 회색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갈데 없으면 키울 생각까지 한다. 그래도 혹시 주인이 찾을까 싶어 그림을 그려 전단지를 만들어 붙인다. 

 

나 같으면 길고양이를 키울 생각도 하지 못할텐데, 이 집 가족들은 동물들을 무척 좋아하고 있는 듯 하다. 팥알이와 콩알이 그리고 두식이가 할아버지 방에서 함께 잠을 자는 걸 보며 우리집 고양이를 생각해본다. 우리집 고양이는 아기때 어미로 부터 홀로 떨어져서그런지 이가 나기 시작할 때 사람들을 무는 습성이 있따. 특히 졸릴때는 더욱 물어 성가실 정도다. 잠을 잘때도 혼자 떨어뜨려 놓았다고 거실문을 통해 발코니 창에 다가와 들어오고 싶다고 운다. 방충망을 오르며 애처롭게 쳐다보는데 안쓰러울 정도다. 팥알이와 콩알이처럼 형제가 함께 자라면 더 나을 듯 싶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다보니 저절로 애정이 간다. 어렸을적에 고양이는 무섭다고 생각했었는데, 고양이처럼 애교가 많은 동물도 없는 것 같다. 소파나 식탁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면 꼭 가까이 다가와 체온을 닿게 하고 벌러덩 누워 자는 모습을 보면 무척 예쁘다. 언젠가는 딸이 분가할때 데리고 나갈건데 신랑은 벌써부터 내 걱정을 한다. 보내놓고 어떻게 살겠느냐고.  

 

역시 반려동물을 키우며 반려동물에 대한 책을 읽는 것과 키우지 않으며 읽는 것은 전혀 다른 감정을 갖게 한다. 그나마 반려동물에 대한 책을 읽어서인지 거부감은 덜해서 다행이었달까. 전과는 다르게 더욱 공감하게 되었으며 앞으로도 기대하게 만드는 콩고양이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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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7-08-2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물들이 사람 맘 여는 마법을 부리는 것 같아요:) 좋은 인연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