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10 서울편 세트 - 전2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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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어온지 이십 년쯤 되는 것 같다. 중간에 몇 권을 빼고는 계속 읽어오고 있는데, 이 책만큼 우리의 문화의식을 높이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일단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화유산을 새롭게 보는 시각을 갖게 한다. 더불어 우리 문화유산과 함께 역사적 사실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문화유산 속에 깃든 우리 선조들의 얼이 가슴깊이 스며드는 느낌을 갖는다. 그래서 답사 회원을 모집할 때면 가고 싶은 마음에 두근대기도 했으나 거리상의 이유로 단념한 적도 있었다. 남도 답사기에서부터 일본편 그리고 제주편에 이어 이번 신작은 서울편을 담았다.

 

몇년 전 가족들과 함께 서울 여행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고궁 답사부터 시작했는데, 서울이라는 도시가 무척 넓어 2박 3일의 기간동안 다 돌아보는데 한계가 있었다. 고궁 답사도 경복궁만 자세히 돌아보았을 뿐, 함께 걸었던 일행들 때문에 창덕궁과 창경궁 그리고 덕수궁을 걷기는 했으나 수박 겉핥기 식의 관람을 마쳤을 뿐이었다. 일단 지쳐있기도 했지만, 각 궁궐에 스민 이야기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른 건 둘째치고라도 경복궁은 제대로 관람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먼저 관람한건데, 이 책을 읽고나니 각 궁별로 하루의 시간을 별도로 할애해야 제대로 돌아볼 것 같았다. 이토록 많은 궁궐과 각 궁궐에 속한 건물들의 유래를 찾아가다보면 하루의 시간으로도 부족할 듯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이 좀더 빨리 나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과 이제라도 자세히 읽었으니 다시한번 궁궐 투어를 떠나야겠다는 다짐같은 걸 하게 되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은 아주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처럼 자세하게 창덕궁이나 창경궁에 얽힌 이야기를 읽는다는 건 우리의 역사를 아는 일이기도 해서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이토록 아름다운 문화유산과 함께 하고 있으니 얼마나 복받은 일인가.

 

제1권에서 첫 번째로 소개하는 문화유산은 종묘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세계 문화유산애 등재되었을 뿐만 아니라 종묘제례는 유네스코 세계 무형유산에 제일 먼저 등재되었던 곳이다.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에게 제사를 지낸 곳으로 유교의 종교의식인 동시에 국가의 존립 근거를 확인시켜주는 국가 의식이라고 했다.

 

종묘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된 창덕궁을 이어 소개하는데, 저자는 서울의 5대 궁궐을 모두 등재하도록 노력해 볼 만하다고 피력했다. 실제로 경복궁보다 창덕궁에서 기거했던 왕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권위적인 경복궁에 비해 인간적인 분위기가 짙은 창덕궁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10만 평에 이르는 산자락의 골짜기를 그대로 정원으로 삼고 계곡 곳곳에 건물과 정자를 지어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정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후원 때문에 창덕궁이 아름다운 궁궐이라고 했다. 창덕궁 후원의 아름다움을 사진 속에서 보고는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후원을 걸으며 우리 역사의 한 공간에 있는 감정은 다른 나라 사람들은 느끼지 못할 감정이 아니겠는가.

 

창덕궁과 함께 동궐이라 불렸던 창경궁은 왕이 모셔야 할 어머니와 상왕으로 물러난 아버지가 기거할 전각의 필요로 만들어진 곳이다. 세종이 즉위하면서 상왕으로 물러난 태종을 모시기 위해 창덕궁 곁에 수강궁을 지었는데, 이것이 창경궁의 시작이라고 한다. 고종 황제를 폐위시켜 덕수궁에 남게 하고 순종 황제를 등극시킨후 순종 황제를 위로한다는 구실로 창경궁을 동물원과 식물원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제2권에서 소개하는 문화유산은 한양도성과 자문밖, 덕수궁,동관왕묘와 성균관이다. 서울 사람이 아니라서 한양도성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성곽이 전란을 대비해 쌓은 성곽인데 반해 한양도성은 수도 한양의 권위와 품위를 위해 두른 울타리라는 사실도 새롭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청와대 경호시설인 북악산을 개방했던 사실도 말했다. 도성길 걷는 걸 상당히 좋아하는데, 언젠가 마음잡고 걸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곳이다.

 

다음은 자문밖을 소개하는데, 지방에 거주하는 우리들에게는 생소한 장소다. 한양도성의 북소문인 창의문의 별칭이 자하문인데, '자하문 밖'을 줄여 자문밖이라고 부르는 곳이라고 한다. 연산군이 운평, 흥청들과 놀았던 탕춘대가 있는 곳이다. 한양의 옛향기가 서린 부암동의 유래와 저자의 작품  『안목』에서 알게 되었던 조선시대 마지막 내시 이병직과 세종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과 현진건의 집터를 만날 수 있는 곳을 만날 수 있다.

 

중국이나 대만 쪽에서 많이 만날 수 있는게 관우 사당이었다. 이 책에서 왜 관우의 묘인 동관왕묘를 소개할까 궁금했었는데, 임진왜란때 조선에 출병한 명나라 장수들에 의해 지어진듯 한데, 전국에 꽤 여러 곳이 있다고 한다. 한때 드라마에서도 방영되었듯이 성균관에 대한 건물과 역사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가 마흔 살에 공부한 곳이기도 해 여러모로 인연이 깊은 곳이라서 그의 애정이 엿보인 부분이었다.

 

우리의 역사를 알아야 지금 우리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스치고 지나갈 건물 하나하나에 깃든 우리 선조들의 아름다움의 가치를 일깨울 수 있는 책이다. 돌저귀에 새긴 문양 하나에서도 어떤 의미로 새겼는지 알게 된다. 문화유산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흉물로 전락할 수도 있는 일임을 우리는 안다. 이처럼 우리 문화유산을 제대로 알고, 그것에 얽힌 역사를 생각한다면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우리 역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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