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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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다른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즐기는 것 같다.

아마도 동화책을 너무 많이 읽었던 탓일까. 어렸을때부터 나는 자주 공상에 빠져 있었다. 가난한 생활을 뒤로 하고 멋진 집에서 멋진 옷을 입고 멋진 삶을 사는 나를 상상했다. 그 상상은 끝이 없이 이어지고 수업시간에도 그 상상의 나래를 폈었다. 그 마음속의 그림들을 책으로 옮겨보고자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으나 전혀 재능이 없다는 걸 알고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래서 나는 소설을 읽었다. 여러 분야의 책을 다 좋아하긴 했지만 특히 좋아하는 장르가 소설일 정도로 나는 다른 삶을 꿈꾸었는지도 모르겠다.

좋은 작가를 만난다는 것.
전혀 모르는 작가의 글을 처음 읽었을때 마치 그 작가와 깊이 교감하는 것처럼 내 마음을 울리는 글을 만났을때 나는 굉장한 가슴 두근거림을 느낀다. 내 온 감성을 자극하는 글을 만났다. 소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라고 말하는 책을 발견할 때가 있다. 깊이 감동 받는 책이거나 흡입력이 강한 추리소설을 읽을 때 그런 말을 하고는 한다. 어떤 사건이 있었을 때 그 해결해 나가는 것과 주인공이 어떤 일들을 헤쳐나가는 것을 보면서 깊이 공감하는데 아마도 전개되는 내용때문에 그럴 것이다. 조해진 작가의 문장들은 나를 그 문장들에, 그 페이지에 멈추게 했다.

책을 빨리 읽는 편인데 책속의 글들이 좋아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싶은 책이 있다. 
처음 만나는 작가 조해진의 「로기완을 만났다」이다.
내용이 더디 가는 건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감성이 자극되어 천천히 읽게 되었다. 뒤로 갔다가 다시 앞으로 온게 몇번 되지만 나는 책 속의 '김 작가' 를 깊이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다지 두껍지 않는 책이었지만 천천히 읽게 되었다.

형편이 안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큐로 만들어 실시간으로 전화 ARS 시스템으로 시청자들로부터 후원을 받는 프로그램의 작가인 '나'는 피디 재이와 함께 우연히 연주를 만나게 된다. 한쪽 얼굴이 부어있는 열일곱 살 연주와 다른 출연자와는 다르게 인간적인 깊은 관계를 가지게 된다. 수술이 예정되어 있던 날에서 조금 뒤면 추석이라 더 많은 후원금을 받아 연주를 도와줄 요량으로 추석으로 방송시간을 옮기고 수술하던 날 그 신경섬유종이 악성 종양으로 변해버린 상태에서 연주에게 절망을 안겨주었다는 자책감에 사랑했던 재이 피디에게도 이별을 고하고 연주를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 '나'는 시사잡지에서 벨기에서 떠돌던 탈북인 로기완의 고백이 담긴 짧은 문장 때문에 그에 대한 글을 쓰겠다며 그가 머물렀던 벨기에 브뤼쎌로 떠나 온다. 이곳 브뤼쎌에서 '나'는 로기완의 일기 속에 있던 장소들을 더듬으며 로기완의 흔적을 한국에 두고 온 윤주와 재이 피디를 생각한다.   

우리의 삶과 정체성을 증명할 수 있는 단서들이란 어쩌면 생각보다 지나치게 허술하거나 혹은 실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  9 페이지 중에서

연민이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떻게 진보하다가 어떤 방식으로 소멸되는 것인가. 태생적으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성되는 그 감정이 거짓 없는 진심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포기되어야 하는 것일까.
                        ~~~~~  48 페이지 중에서

브뤼쎌에서 '나'는 로기완을 도왔던 '박'을 만나게 된다. 
박의 배려로 박의 비어있는 집에 머물던 '나'는 윤주와 재이 생각에 수면제가 있어야 잠을 잘 수 있는 불면의 밤을 보내고 로의 일기를 보며 그가 머물렀던 곳에 가 그가 했을 행동들을 생각하며 마음아파하며 로의 흔적들을 더듬는다. 그리고 박이 무엇때문에 고통스러워 하는지도 알게 된다.

살아가면서 상처와 그로 인한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고통을 해결하는 법도 저마다 다를 것이고 로에 대한 글을 쓰겠다는 '나'도 자신의 고통을 누군가를 빌어, 쓰고 싶고 나누고 싶어 했다. 그 글을 쓰므로 인해 그 글속에서 자신을 들여다 보며 치유를 받을 것이다. 장례식장 같은 곳이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우리가 우는 이유는 꼭 그 주인공들을 보며 울지는 않는다. 그 주인공들의 슬픔에서 자신의 슬픔을 보며 우는 경우가 많다. 타인의 삶을 보며 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 고통속에서 빠져나오는 일. 그 들의 삶에 비하면 나는 그나마 괜찮은 거라며 나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일이 그래서 나는 좋은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나 자신의 삶을 들여다볼수 있기에 책 읽는 일은 나를 치유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김 작가처럼. 로의 힘든 여정을 연민의 감정으로 글로 옮기며 자신이 도망치고자 했던 곳으로 다시 갈 수 있는 일. 그들을 다른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일.  

나를 먹먹하게 했던 책이었다. 
좋은 작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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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짜증바이러스 남자를 습격하다
아베 사토시 지음, 박혜원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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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첫 아이를 낳고서 나는 무슨 대단한 교육열이 높은 엄마라도 되는양 굴었었다.
결혼전에 나는 절대 아이들 교육에 열 올리지 않겠다며 아이들 학원에 쫓아다니는 엄마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내가 했던 생각들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더라. 나는 아이의 뇌를 발달시키기 위해 뇌신경학자가 쓴 일간신문의 칼럼을 읽고 스크랩해서 붙여놓고 어떻게 하면 아이의 머리가 영리해질까 갖은 노력을 다 했었다. 그리고 그때 한참 유행이었던 '신기한 아기나라'부터 '은물'등 해보지 않은게 없었고 잠 자고 있는 아이한테 책을 읽어주는 극성 엄마였다. 이제와서 느끼는 바지만 그렇게 해도 공부를 하는 아이, 안하는 아이는 정해졌다는 것. 한글도 빨리 깨우친 큰아이는 성적이 좋지 않는 반면에 책만 많이 읽어 준 작은 아이는 그나마 조금 하는 편이다. 

그만큼 뇌에 관심이 많았기에 나는 이 책을 무척 읽고 싶었다.
더군다나 뇌신경학자이자 임상병리사인 저자 아베 사토시의 여자의 짜증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는 심리학을 좋아하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저자의 말처럼 30대가 넘어서면서 이상하게 짜증이 많이 났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조금 받으면 굉장히 짜증이 나서 내 호르몬에 무슨 문제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하긴,,,, 내가 가지고 있는 갑상선 질병 때문일수도 있겠다. 그러한 짜증을 내는 것들이 뇌하수체에서 보내는 호르몬 때문이란걸 알려 주었다. 그로 인해 안달복달 하게 된다는 재미있는 표현까지도. 남성와 여성은 구조부터가 달라서 표현하는 방법과 위로받는 방법까지도 다 다르다. 그래서 남성의 무심함에 여성은 상처받고, 그 상처받은 여성을 보는 남성은 도대체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지만 어릴적 트라우마가 커가면서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 트라우마로 인해 직장이나 친구들과도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일들의 중요함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지금은 여성의 파워가 커진 세상이다. 오죽하면 사위가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은 장모 라는 말까지도 나오고 있다. 우리 주위에 있는 마더 콤플렉스 남성에 대처하는 방법을 보면 너무도 기본적인 것이다. 일례로 남자가 토라지며 책임을 전가시키거나 변명을 하는 남자에게는 기분이 풀릴때까지 가만히 기다려주거나, 냉정하고 담담하게 대하고, 화내지 말고 야단을 치고 난 다음 두배로 칭찬해주라는 해결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런 방법들을 보면 여성이 아이를 키우고 달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마음이라는 블랙박스는 정체를 알 수 없다. 꾸중을 들은 기억은 선명하며 기억 속에서 점점 더 부풀려지는 반면 사랑을 받은 기억은 금방 잊어버린다. 점쟁이의 말도 마찬가지다. 좋은 말은 그다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말을 들으면 계속해서 마음에 남는다.
                                ~~~~~  90 페이지 중에서

우리의 주변 인물들은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주변을 돌아보며 우리 자신들을 바라보고 우리가 행복해지거나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것,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우리의 삶은 훨씬 밝을 것이고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랑을 하는 게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사랑을 하면 사람은 얼굴에 미소가 끊이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너그러워진다.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면 우리의 짜증과 안달복달은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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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대 1 - 봄.여름
로버트 매캐먼 지음, 김지현 옮김 / 검은숲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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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열두 살은 어땠을까.
공부는 뒷전이고 동네의 많은 여자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고 마을을 누비고 다니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나는 그 때부터 막연히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선생님께 이쁨을 받았었다. 그게 나 혼자만의 생각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때 선생님이 지금까지도 내 생애 최고의 선생님으로 머릿속에 기억되는거 보면 사실인지도,,,,  늘 찾아뵈어야 겠다고, 늘 가슴속에 마음에 두고 있지만 지금은 살아계신지도 모르겠다. 아마 연세가 70 가까이 되셨을텐데,,,,, 

이 책의 코리의 이야기를 읽은 모든 사람은 자신의 열두 살을 기억해 낼것이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자신만의 추억속으로 빠져들겠지. 머릿속에는 나는 어느 부자집의 외동딸이 아니었을까 하는 꿈도 꾸었고 미래의 여러 모습들로 다가온 내 자신의 모습들을 상상했던 그때로 말이다. '한때 소년이었던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말에 끌리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우리도 한때는 소년이었기에. 그때의 시절을 지나왔기 때문에.

'산들바람'이라는 뜻을 가진 제퍼에서 살았던 열두 살 소년 코리의 이야기이다.
1964년의 마법의 땅인 제퍼에서 코리는 장래 작가가 되고 싶은 책을 좋아하고 글을 잘 쓰는 소년이었다. 어느 날 아침 아빠의 일인 우유배달을 도와주러 갔다가 목졸려 죽은 남자가 수갑을 차고 차에 갖혀 깊고 깊은 검은 호수에 가라앉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로 인해 아버지는 밤마다 죽은 남자의 살인자를 찾아달라는 꿈을 꾸게 되고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아 사건은 점점 흐지부지 해진다.

그날 코리는 아버지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곳에서 서 있는 어떤 사람을 보게 된다. 다시 돌아보자 사라져 버렸지만 그가 흘리고 간 듯한 초록색 깃털을 발견해 자신의 마법상자에 넣어 놓았다. 코리는 그때의 기억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나름대로 살인자를 찾기 위한 추리를 해보고 있었다.  

죽음은 결코 알 수 없는 것이다. 결코 친해지지 않는 것이다. 죽음이 만약 소년이라면 다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공기 중에 물결치는데 자기 혼자 운동장 구석에 서 있는 외로운 아이일 것이다. 죽음이 만약 소년이라면 혼자 걸어갈 것이다. 말할 때는 나직하게 소곤거리고 눈은 어떤 인간도 견딜 수 없을 지식의 무게에 눌려 혼곤할 것이다.
                        ~~~~~  2권 284 페이지 중에서

어른이 되려고 서두르지 마. 가능한 한 오래 소년으로 남아 있으렴. 일단 그 마법을 잃고 나면 되찾고 싶어서 구걸하는 거지 꼴이 되니까.
                         ~~~~~  2권 310 페이지 중에서

코리가 살았던 그곳 제퍼는 마법의 땅이었다. 
그냥 성장소설이려니 했지만 이 소설에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추리소설이기도 하면서 성장소설이며 또 판타지 소설이기도 했다. 전에 읽었던 책 『헬프』와 시대가 같은 1964년이다. 인종 문제때문에 KKK단이 활동을 했던 때이기도 하지만 두 작품을 보면 전혀 다른 느낌을 갖게 된다. 열두 살 소년 코리의 모험과 친구들과의 우정 그리고 살인자를 찾게 되는 추리물까지 모든 것이 혼합된 종합선물세트 같은 그런 소설이다. 잃어버린 세계에서 나온 트리케라톱스나 호수 속에서 살고 있는 괴물 올드 모세는 우리나라 한강속에서 살고 있었던 '괴물'과도 흡사하다.  
 
작가 자신이 이책에서 가장 동질감을 느꼈다는 인물이 버논이라고 했다. 
마음이 코리처럼 열두 살인 버논이 코리에게 흘려주는 말이 살인자를 찾는 힌트를 얻게 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에 대해서 더 많은 지면을 싫지 않고 코리에게 잠깐 머무는 사람으로 그렸다. 삶에서 잠깐 스쳐지나가는 사람이 자신의 어떠한 일에 큰 역할을 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우리의 지난 소년시절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코리가 했던 그 모험속으로 다녀오게 되었다. 마치 마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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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의 일기
심윤서 지음 / 가하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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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연재할때 매일매일 연재되는 날짜를 손꼽아 기다렸다.
사무실에서 주로 읽는데 이 연재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눈물을 흘렸다. 난다가 안타까워서, 현무가 안타까워서. 슬프면서도 이제 사랑의 시작에 가슴떨리는 이들을 보며 설레임을 느끼기도 했다. 어찌보면 아주 신파적이고 상투적인 로맨스 소설일수도 있는데 이 책은 내 마음을 울렸다. 그렇게 연재가 끝나 아쉬워하며 있다가 책으로 나왔을때 다시 읽었다. 마치 처음 읽는 사람처럼 나는 또 난다와 현무의 이야기를 읽으며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 후로 1년. 두꺼운 책 두 권을 읽고 나는 다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다.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쌓여 있었지만 이상하게 『난다의 일기』를 다시 읽고 싶어졌다. 

어젯밤부터 읽으며 나는 또 처음 연재글을 읽었던 때처럼 다시 눈물이 앞을 가렸다.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크게 부풀어올랐고 콧잔등도 빨갛게 변해 버렸다. 아직도 난다의 현무의 이야기에서 못 빠져 나온 듯 내 모든 감성을 울리는 책이다. 아무리 여러번 책을 읽어도 마치 처음 읽은 것처럼 느끼는 책이 있다. 심윤서 작가의 책을 빼놓지 않고 다 읽었는데 참 따뜻한 글을 쓰는 작가이다. 특별한 내용이 아닌 것 같은데도 글을 읽다보면 특별한 책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처럼 나는 작가가 말해주고자 하는 것에 깊이 빠지게 되었다.

윤난다,
난초같이 아름다운 소녀라는 이름의 난다. 부모님이 경영하시던 농장이 경매에 넘어가 남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다. 부모님과도 같았던 농장을 잃지 않기 위해 농장 빚을 청산해준다는 조건으로 죽음을 눈 앞에 둔 남자의 아이를 낳아주기로 한다. 종양으로 인해 두통에 시달리고 앞이 보이지 않고 그는 하릴없이 온실에서 누워 지낸다.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마치 삶을 초월한 사람처럼. 그런 그를 보며 언제부턴가 그를 마음에 담기 시작했다.  


박현무,
종양으로 인해 시신경에 문제가 있어 앞이 보이지 않게 되자 자신의 삶까지도 포기해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많이 살아야 1년 정도의 시간이 있을 뿐이다. 삶을 포기해 버린 그에게 어머니는 죽기전에 현무 주니어라도 만들어내고 가라며 여자를 데리고 온다. 거칠고 단단한 굳은 살이 박혀 있는 어린 그 여자의 손을 잡은 순간부터 였을까. 자신을 걱정하는 그 작은 여자의 등장에 그는 조금씩 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들의 삶에서 하루는 마치 일년을 살 듯 그렇게 시간을 아껴가며 사랑을 했을 것이다. 죽음을 눈 앞에 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을 겪어보지 않아서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얼마나 삶이 막막할지,,,, 오늘이 마지막인것처럼 사랑을 하며 살았을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죽음을 맞이하지만 이처럼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는 사람을 본다는 일은 너무도 가슴이 아플 것 같다. 또 사랑하는 이를 두고 가야 하는 사람의 심정은 또 오죽할까. 

책을 읽다가, 한참을 울다가, 또 책을 읽는 시간을 반복했다.
왜이렇게 가슴이 먹먹한지. 아마도 읽는내내 울었던가 보았다. 책을 다 읽은지 몇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슬픔이 남아 있는 듯하다. 또 일 년쯤 지난 뒤에도 꺼내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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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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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초 처음 이 책이 나왔을때 나 역시도 책을 구입해서 읽고 그곳으로 여행가고 또는 못가본 곳을 책으로 만나는 것에 큰 기쁨을 느꼈었다. 인문서를 잘 읽지 않지만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이런 책을 반기게 된다. 역사와 여행을 겸비할 수 있는 답사 여행의 묘미가 크기 때문이다. 저자가 언급했던 곳에 가면 그 그것을 보았다는 기쁨과 뿌듯함까지 느꼈었다. 과거의 역사속으로 빠져들고 그곳을 찾아 역사를 느끼는 기분은 남다르다. 우리 문화재를 보며 우리 고유의 문화에 대한 애착도 생기고 우리 것을 지켜야 한다는 애국심까지 생기게 된다.

지방에서 살다보니 아무래도 수도권에 있는 곳엔 자주 가보지 못하게 된다.
마음은 먹지만 거리 때문에 큰 마음을 먹고 움직여야 하고 그에 따른 부수적인 것들도 만만치 않아서 마음만 앞서갈뿐 가보지 못한 곳이 너무도 많다. 아이들에게 조선시대를 좀더 알려주고자 5~6년전부터 서울여행을 계획했지만 서로간의 직장으로 인해 연기되었던게 벌써 지금에까지 오게 되었다. 몇년전에 아이들과 서울에 일이 있어 왔을때 여러곳은 돌아다니지 못하고 국립중앙박물관에 아이들을 데려간 적이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직접 보여주고자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놀이도 포기하고 아이들을 데려왔지만 정작 아이들은 너무도 많은 곳의 박물관에 데리고 다녔던지 시큰둥이었다. 오히려 엄마인 내가 더 좋아하고 머릿속에 담고 있었다. 

이상하게 나에게 서울의 고궁은 인연이 없었다. 
노랫말에서도 나왔지만 덕수궁 돌담길을 한번도 걸어보지 못했고 조선시대의 산 역사인 궁궐에 발길조차 하지 않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배짱으로 그랬는지 참,,,,, 할 말이 없다. 아이들과 함께 꼭 가보고 싶었던 '경복궁'에 대한 답사기가 나는 그래서 너무도 좋았다. 우리가 교과서에서나 짤막하게 보던 경복궁에 대해서 이처럼 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서술된 것을 보고 감탄을 했다.
문화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우리 문화재에 대한 아름다움, 널리 알리고자 하는 것과 보존해야 하는 문화재에 대한 사랑을 알 수 있었다. 경복궁 편을 사진과 함께 읽노라니 다시 마음이 조급해진다.  직접 눈으로 보고 사진으로도 담아오며 우리나라의 빼어난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직접 눈으로 담아오고 싶다.   

사람은 가까이에 있는 것은 무시하고 멀리있는 내가 가기 힘든 곳에 있는 것에만 짝사랑과도 같은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일까. 나는 남도에 살면서 아무래도 가까운 문화재가 있는 곳에 자주 다녀보고 그랬지만 그 소중함, 자주 볼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있는 곳에서 한 시간 정도를 가면 저자가 매년 다니는 곳 '선암사' 가 있다. 작년에 가족여행을 순천으로 갔을때 시간이 허락하면 '선암사'도 다녀오리라 생각했었는데 못가본게 이제야 정말 안타깝게 느껴진다. 전에 가 본 곳이었지만 이렇게 책으로 자세한 설명을 읽고 사진으로 만나보니 지금쯤 방문한다면 선암사에 대한 애정이 샘솟고 그 아름다움을 깊이 이해할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포장을 하지 않은 흙과 돌들이 이어져 있는 오솔길의 아름다움을 얼른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포장길로 바뀌어버렸다는게 저자처럼 나도 안타깝기만 하다. 이 챕터 또한 나를 선암사로 데려간다. 마음은 이미 그곳을 향해 가고 있다.

거창이라면 내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건 역시 '거창 사과'다.
사과 박스에 적혀져 있는 그 이름 밖에. 그리고 거리도 떨어져 있기도 하고 특별한 문화재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처럼 책으로 만나지 않았으면 나는 거창의 도동서원에 대해서 알지 못했을 것이고 황매산 영암사터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의 표지에도 나온 쌍사자석등이 나는 있는 줄도 몰랐겠지. 쌍사자석등을 올라가는 무지개다리라고 불리는 그 오묘한 돌계단의 아름다움 마져도.

저자의 제2의 고향인 부여.
5년전부터 부여에서 아담한 집을 짓고 주말마다 지내고 있는 '휴휴당'의 세 칸짜리 한옥집을 보았다.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나도 저자처럼 아담한 세칸짜리 한옥집을 지어 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5일은 도시에서 주말에는 시골에서 사는 5도2촌의 생활을 말이다. 나이를 먹어가며 내가 전혀 등한시 했던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에 눈을 떠 가고 있다. 그냥 서 있을 뿐이었던 고목에 대해서도, 울긋불긋 피는 꽃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고유의 한옥집에 대한 아름다움에 새록새록 빠져들고 있다.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곱고 간결한 선으로 새침한듯 품어주는 듯한 고고한 한옥집이 나는 점점 좋아진다.   

다시 예전처럼 문화유산답사 붐이 일어날거라는 생각이 든다.
전혀 알지 못했던 혹은 잊고 있었던 숨어 있는 곳까지도 이처럼 상세하게 우리 문화를 소개하니 이처럼  좋은 여행 안내서가 없을 것이다. 외국 여행가는 사람도 부럽지만 우리의 역사가 배어있고 숨쉬는 곳을 알아가는 기쁨은 이루 말할수가 없을것 같다. 우리 것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고 우리 것을 알아 가고 보존해야 할 사람은 우리라는 걸.

가까운 곳에 책을 두고 그 쪽으로 여행갈때마다 나는 책을 끼고 다니게 될 것 같다. 책에서의 감동은 실제로 보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감동을 받을 것이기에 마치 한 몸처럼 내 곁에 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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