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다 - 김영하 인사이트 3부작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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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를 좋아하게 된 건 예스24에서 주최했던 컬래버레이션 파티에서 강연을 듣고부터였다. 이 책에도 실린 강연 내용이 무척 좋았다. 그 명쾌한 논리가 마음에 들어 작가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작가의 소설을 많이 읽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는 작가가 출판하는 책 주변을 서성거렸다.


 

초반본으로 읽고 이번에 합본으로 나온 책을 다시 읽고 느낀 건 역시 그의 산문은 정말 좋다는 거다. 작가와 함께 김영하북클럽에 참여하며 함께 읽는 독서도 좋지만, 그의 글이 더 좋다는 거. 이제 작가의 장편 소설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다.


 


 

 

다소 두꺼운 책이지만 워낙 글맛이 좋아 술술 읽힌다. 작가가 가진 생각들을 엿볼 수 있으며 작가가 읽은 책을 함께 읽는 느낌도 컸다. 책을 많이 읽은 작가답게 여러 책을 인용한다. 특히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오디세이아는 꼭 다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혼자 읽기 버겁다면 함께 읽으면 더 좋을 책이다. 자주 언급한 책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와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이다. 돈키호테는 읽어서 작가의 말에 마구 동조하며 읽었다. 다만 보바리 부인은 축약본만 읽었을 뿐 제대로 읽지 않은 책이다. 고전문학 중 이런 작품이 많은데 시간 날 때마다 읽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작가의 말처럼 사람들이 처음 읽으면서도 다시 읽고 있다고 말하게 되는 책중 하나가 아닐까.

 


소설이 우리 자신의 비밀에 대해 알려주는 유일한 가능성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어쩌면 그중에서 가장 이상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내가 모르는 내 숨겨진 모습과 만나기 위해 책장을 펼친다. (345페이지)

 


책을 읽으며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경험한다. 책을 읽으며 숨겨진 내 모습을 새로이 발견하기도 한다. 그동안 감춰왔던 마음은 이처럼 책을 읽으며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에세이의 특성이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생각들을 알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싶다. 대학교 3학년때부터 ROTC 후보생이었고 4학년 여름 훈련에 참가하지 말라는 목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만약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학군단 훈련에 참여하여 장교로 임관했다면 지금의 김영하 작가는 없었을 거라는 이야기는 여러모로 생각에 잠기게 한다. 우리는 종종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의 파국을 상상해보는 것은 지금의 삶을 더 각별하게 만든다. 그게 바로 카르페 디엠이다.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은 그렇게 결합돼 있다. (96페이지)

 


작가가 군부대 강연회에서 스펙도 변변찮고 학벌도 시원찮은데 어떻게 하면 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말에 그는 안 될 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암울한 미래지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여느 강연자와 다르다. 소설을 읽어보라고 하며 실패가 끔찍하지만은 않다는 거, 인간이 존엄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고 말했다. 현실을 직시하되 그 안에서 최대한의 의미와 즐거움을 추구하자는 그의 생각이 마음에 곧장 파고든다.


 

식자공은 신문을 조판하는 숙련 노동자였다. 1988년 한겨레 신문이 창간되면서 컴퓨터로 대체되어 그 뒤로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숙련 노동자는 비숙련노동자로, 비숙련노동자는 기계로 대체되는 세상이다. 1995, 아직 비정규직이라는 단어가 낯선 시대에 작가는 대학원의 논문 주제를 언론 기업의 비정규 노동에 관한 연구로 선택했다고 한다. 이 부분이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다. 그동안 사회변화에 너무 수동적인 생각을 갖지 않았나 했던 부분이었다.


 


 

 

책을 읽는 사람은 강하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더 나은 세상과 삶을 상상하기 시작한다. 생각과 상상은 결국 인간을 행동하게 만든다. (10페이지)

 


소설가의 장래희망이 소설가라고 한다. 장래에도 계속 소설을 쓰겠다는 작가의 바람이 인상적이다. 책을 읽는 우리는 좀 더 행동하는 인간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정체되어있지 않고 행동하는 우리. 우리 사회도 좀 더 변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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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0-14 11: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영하는 말도 참 잘하죠. 전 두 번 들었는데 한번은 소설 관련 강의였는데 이곳 부산에 처가 가까이에 있는 구청 강의실에서였어요. 또 한번은 영화의전당 지비에서였는데 두 번 다 처가 이야기를 하더군요. 발성은 좀 웅얼거리지만 내용이 정연하고 유머도 있구요.
다다다. 합본해 두껍게 나왔네요 노란색 표지와 노란 잔에 카페라떼 아주 잘 어울려요 이쁘네요 ^^ 좋은 하루 보내세요 브리즈 님.

Breeze 2021-10-14 13:53   좋아요 1 | URL
합본이 예쁘게 나왔어요.
감사합니다. 프레이야님.^^

꼬마요정 2021-10-14 1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합본이 나왔군요. 저도 보다 읽다 말하다 좋더라구요. 읽던 부분 마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맞아요. 호메로스랑 돈키호테, 보바리 부인 얘기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우와, 브리즈님 덕에 잊고 있던 좋은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어요. 고맙습니다^^

Breeze 2021-10-14 13:54   좋아요 2 | URL
구매한지 몇개월이 지나서야 읽게 되었어요.
두꺼운 책은 일단 책탑 아래로 자꾸 내려가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꼬마요정니^^

막시무스 2021-10-14 1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3권 분책된거 읽으면서 어떻게 이런 생각의 시선을 가지고 이렇게 편안한 글을 쓸수 있을까하며 재미있게 읽은 책인데 합본이 나왔다니 또 한권 가지고 싶다는 물욕이 샘 솟네요!ㅎ 즐건 하루되시구요!

Breeze 2021-10-14 13:55   좋아요 2 | URL
책 물욕은 거침없는듯.. ㅋㅋ
감사합니다. 막시무스님^^

mini74 2021-10-15 1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이 합본으로 예쁘게 나왔네요. 저는 따로따로 갖고 있어서 ㅠㅠ 이 시리즈 참 좋다라고요. 합본 예뻐서 탐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