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
쯔진천 지음, 박소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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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히가시노게이고라 불리는 쯔진천 작가. 그는 <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를 "8년간 전업 작가로 살면서 내가 가장 잘 쓴 작품이다."라고 스스로 평했다. 특히 요즘같이 어수선한 시국에 사회에 대한 불만을 글로 보여주는 통쾌한 외침에 궁금증을 유발했고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코믹하게 풀어냈다.

2인조 강도단을 통해 부패한 공무원의 음모와 비리를 파헤치고 사건해결을 위해 범죄자들과 과감히 손을 잡는 경찰을 보면서 우리사회가 주장하는 정의에 대한 모순을 옅보게 되었다. 따져보면 무척 심각한 사회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기가막힌 필체를 선보이며 블랙코미디 형식의 범죄소설을 선보였다.

 

 

    2인조 강도 팡차오와 류즈는 열심히 금은방을 털어보지만 그리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다. 모텔방에 누워 자신의 상황을 한탄하던 중에 신문의 머리기사 "1천만 위안 도둑맞고도 신고할 엄두 못 내"...를 보고 기막힌 깨달음을 얻게 된다. 바로 부패 공무원의 돈 훔치기! 그리하여 이들은 싼장커우로 향한다.

한편 가오둥은 고위급 형사를 고발하는 투서를 받고 무능력하지만 성실한 장이앙을 싼장커우 부국장으로 임명하고 비리기업 저우룽의 조사를 은밀히 지시한다. 하지만 무능력자가 능력자로 변신하는 순간이 오고 만다. 장이앙은 막 말의 귀재였다. 그가 부임하자마자 사망 사건이 일어났고 의심되는 인물을 심문하는데 아무런 근거없이 내뱉는 말에 범행을 술술 불게 만든다. 뭐 심문 중에 손을 대거나 고문은 하지 않았지만, 입밖으로 나오는 말들이 갖은 협박과 회유가 난무했다. 문제는 버티려 노력해도 이상하게 그의 말에 엮이게 된다는 점... 하지만 부패한 이들의 통쾌한 결말은 독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아마도 책을 읽기 시작하면 쉽사리 손에서 놓지 못할것이다. 마치 바다 한 가운데 그물을 던져 한꺼번에 여러종의 물고기를 잡아 올리 듯 부패 공무원과 범법자, 그리고 경찰들이 얽히고설켜 엉성하지만 너무나 쉽게 사건이 해결된다. '덤 앤 더머'를 보면서 '니가 왜 거기서 나와?'를 계속 외칠 것이고 마지막에는 이때쯤이면 범인이 등장할거라며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일부러 허술해 보이도록 고심한 작가의 고뇌가 보였고 결국엔 너무나 잘 짜여진 범죄 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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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 할머니와 은령 탐정사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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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평을 위해 눈을 가리고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서 있는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 법조계에 종사하는 이들은 이 동상앞에서 공정한 사회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맹세를 한다. 누군가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면서 조금의 불합리함이 없도록 노력을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기에 도덕적 윤리에 흔들리기도 한다. 과연 진정한 정의가 무엇이며 그것을 기준할 수 있는 잣대를 세울 수 있을지 궁금했다.

 

특히 이번에 만나는 <시즈카 할머니와 은령 탐정사>는 그녀가 판사로 재직할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의 죽음과 석연치 않은 의문의 메세지로 적지않은 위협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고엔지 시즈카가 나고야를 떠나고 싶게 만든 장본인, 고즈키 겐타로와 케미를 이뤄 유쾌, 상쾌, 통쾌한 활약상을 보이는데 이 무데뽀 영감의 언변때문에 웃지않고는 배길수가 없을것이다. 그렇다고 기죽을 시즈카가 아니지만 그녀의 또다른 모습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사법 연수원 교수로 초빙된 고엔지 시즈카는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병원으로 향한다. 문제는 그곳에서 결코 보고 싶지 않았던 나고야 상공회의소 회장 고즈키 겐타로를 만나게 됐고 갑자기 분주해진 병원에선 의료과실이 발생했다며 형사들이 출동한다. 전직 판사지만 예리한 눈은 여전했기에 시즈카는 사건의 비밀을 풀어냈고, 이어 고즈키가 대장암이란 소식도 듣게 된다.

 

다섯 편의 단편이 들어있지만 이 모든 사건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과거 시즈카와 함께 일했던 동료의 고독사와 살해사건은 무슨 일이 있어도 올곧았던 그녀를 흔들리게 했다. 집으로 걸려온 의문의 전화가 다음 타깃은 그녀라는 메세지를 보낸 듯 해서 말이다. 하지만 무데뽀 영감이지만 정직을 위해선 비합리적인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의 도움으로 얽히고설킨 연결고리를 찾아낸다. 그렇게 악의를 품었던 모든 일들이 해결됐을까...

 

 

 

 

    뒷담화를 하자면 무데뽀 겐타로에게 시즈카가 퍼부었던 속마음이 정말이지 그녀답지않게 유쾌했다. 수술하고 나서도 입만 벌리면 악담을 퍼붓는 그에게 수술할 때 입도 같이 꼬매버린다거나 암을 제거하면서 독설은 왜 제거 못했는지 투덜댄다. 한가지 더 말하자면 사건장소로 이동하다 그의 말에 차도에 던져버릴 생각도 했던 시즈카... 여든의 나이에 마치 반항하는 소녀같은 마음에 귀엽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의 콤비를 또 한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도 있었지만 악의를 품은 누군가가 자신이 아닌 남의 손을 빌어 복수를 감행했다는 상상치 못한 전개에 꽤나 놀라웠다. 인간의 추악함이 과연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웠으며 그 오랜시간 악의를 품고 살았던 안타까움에 또 한번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 올 여름 '최고령 실버 콤비의 대활약' 인간적으로 정말 멋졌다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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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스노 크래시 1~2 - 전2권 - 메타버스의 시대
닐 스티븐슨 지음, 남명성 옮김 / 문학세계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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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장르를 기념할 타임지 선정이라는 띠지를 보곤 신간 소설인줄 알았는데, '스노크래시'는 이미 1992년에 발표되어 가상공간을 창조하고 인간 아바타를 만들어 내어 현실과 공존하는 시대를 선보여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책의 말미에 소설인지 예언서인지에 대한 언급을 했나보다. 특히 책의 제목으로 쓰인 '스노크래시'는 마약의 일종으로, 이것이 치명적인 약물로 인간이 생각할 수 없는 존재를 만드는 물질인지 아니면 전염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인지, 확실히 정의하기엔 조금 어려웠지만 비슷한 맥락이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이 책은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현재 모습을 그대로 담아, 미래에 닥칠 더 무섭고 지독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예방하고 방어해 나갈지 경고하는 듯 하여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인간의 의식을 통제해 생존가능한 행성에서의 싸움을 보여준 <아바타>를 연상시키고, 기억의 조작으로 AI에게 위협당하는 인간이 현실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보여주는 <매트릭스>를 매치시킨 듯... 발 빠른 미래기술에 대한 인간 윤리를 어떻게 지켜낼 것이며 지속가능한 인간의 존엄에 대한 미래를 보여주는 이 책! 무척 기대가 된다.

 

 

 

   주인공 히로 프로타고니스트는 프리랜서 해커로 그리고 최고의 검객으로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다. 사실 그의 직업은 가상세계에서의 직업일 뿐이지 현실은 마피아에게 진 빚을 값으려 초고속 피자 배달원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기 바쁘다.

  그런 그가 집으로 돌아온 뒤로는 전혀 다른 곳, '메타버스'라는 가상세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의문의 흑백 사내에게 '스노 크래시'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게 되고, 그것이 현실과 가상세계에서 파장을 일으킬 마약과 바이러스로 치명적인 문제를 가져오게 된다. 인간세계의 파멸을 가져다 줄 위험상황에 거대한 조직이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히로가 이에 맞서 인간의 이성을 몰살시키는 인류의 재앙에서 과연 구해낼 수 있을지...

   과학 문명의 발달로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없는 시기가 도래했다. AI가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없다고 했지만 감성 풍부한 음원을 만들고 노래를 하며, 소설까지 쓴다고 하니 인간의 예측을 과감히 깨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로봇과 인간의 관계에서 윤리적인 문제를 내세웠는데 이것 또한 가치의 판단 기준이 어려워 쉽사리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스노크래시'는 이 모든 걸 예견한 듯 인간이 나아갈 방향을 직시하게 했다. 이상적인 미래 세계지만 어둠의 범죄자들은 어느 세계에서나 존재한다는 경고의 메세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SF소설이지만 재미로만 보고 무시하고 지나치기엔 결코 안되는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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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빛나는 강
리즈 무어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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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를 꿈 꾼다면 미국을 향한다는 말은 아마도 옛말인 듯 싶다. 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추천한 '길고 빛나는 강'은 마약에 찌든 미국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는데 요즘 뉴스에서 보는 사건사고를 보면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 개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며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인정한다하지만 현재 국제사회가 보는 민주주의의 모습은 몹시 자본주의적으로 치우치고 있고 권력의 우위로 잘못되었다 말하는 목소리를 차단시키며 특히 인종차별과 자유의 말살을 옅보게 된다.

 

  범죄스릴러로 강렬한 긴장감을 옅볼수 있겠지만, 이러한 문제가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빈번히 등장하는 사건이여서 걱정스럽기도 하다. 유명인들과 재벌 2세의 마약 문제가 갈수록 연령이 낮아진다는 보도에, 이 책은 한치 앞도 모르는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에 결코 우리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을거란 희망을 가져본다.

 

 

  마약과 매춘이 즐비하는 필라델피아의 오래된 도시 켄징턴... 그곳의 순찰을 담당하는 미키 피츠패트릭은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다. 가족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동떨어진 이들이 존재하지만 그녀에겐 동생 케이시만큼은 항상 걱정스러운 존재였다. 신원미상 사건사고가 들려오면 혹시 케이시가 아닐까 매번 걱정이 되었고 최근엔 한 달이 넘도록 연락이 끊겨서 민감한 상태다.

 

  그러던 중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곳은 약물을 찾아 헤매거나 이미 취해있는 사람들뿐, 누구하나 죽어나가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다르다. 마약에 찌들어 사망한 것이 아니라 타살로 인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순찰이 담당이지만 동생이 실종된 상황에 마약 살인범을 뒤쫓게된 미키는 치졸하고 더러운 마약범들에 손들고 권력에 압도당해 무릎꿇게 된다. 진정한 자신의 삶을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그녀는 과연 어두운 무법자의 거리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자신의 의지를 무너트려 이성이 없는 사회... 무장강도, 폭행, 마약, 성매매 알선 등 무서운 사건들이 빗발치며 긴박한 전개에 마음이 조급해 지기도 했지만 미키라는 인물 하나만 보자면 참 기구한 인생이란 생각이 들었다. 선택할 수 없는 부모, 좋아질 수 없는 어두운 성장기, 그 누구를 탓 할 기회조차 없었던 그녀를 보며 갑갑한 가슴을 부여잡게 되었다. 내면의 외침은 있으나 한번도 입밖으로 꺼내 놓을 수 없었던 말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내면속으로 나를 가둬버렸다. 감동과 통쾌함까지 준 '길고 빛나는 강' 끝까지 한 사람만 응원하게 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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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베토벤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5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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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토벤은 음악가로서 가혹한 형벌과도 같은 불치의 병을 앓았다. 듣지 못한다는 것은 듣는 것은 물론 음율을 창조하지도 못한다는 의미인데 얼마나 상심에 젖었을까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예술혼을 불태운 그는 여전히 위대한 사상가이자 음악가로 남아있다.

 

  음악을 소재로 미스터리를 창조한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 아닌가 싶다. 굳이 피가 난무하는 잔인한 사건사고를 포함하고 있지 않더라도 집요한 추적은 계속 좇는것처럼... 음악이 흐르듯 고요한 적막 속에 어디에선가 사건이 발생하고 건반을 내리치듯 강렬한 전율에 사건은 절정에 다다르듯이 '다시 한번 베토벤'도 음악에 취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고 만다.

 

 

 

 

  피아니스트가 꿈이였지만 일찌감치 자신의 한계를 깨달은 아모 다카하루는 사법고시를 치르기위해 3년간 고시생으로 지낸다. 부모님의 허탈한 시선이 견디기 힘들었지만 결국 당당하게 사법연수원생이 된다. 특히 그곳에서 만난 요주의 인물이 있었는데, 현직 에이스검사의 아들이자 수석합격자인 미사키 요스케는 예쁘장한 외모에 타인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인물로 연수원 교수들도 눈여겨 보고 있는 인물이다.

 

  재능만큼은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깨달았던 아모는 검사로서의 특별한 눈을 가진 미사키의 행보에 기가 눌리지만, 클래식 음악만 들으면 기겁하는 그를 보고 장난을 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어쨌든 그렇게 정이 든 것 같다.

 

  연수원 교육을 마치고 실무 연수를 위해 검찰청으로 향한 그들은 신문에서 눈여겨 봤던 피의자와 마주하게 된다. 필명으로 활동하던 목부육랑이 <붉은 토키 로큰롤>에선 본명을 쓰려했다는 의문과 피의자 신분인 그의 아내는 자신이 죽인것이 아니라면서 왜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는지 드디어 파헤쳐지기 시작한다.

 

  책 속에서 울려퍼지는 피아노 선율에 현혹되게 만들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려는 독자의 시선을 흐트러뜨린다.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고 갈망하는지 알면서도 포기하고 살아했던 좌절감... 그 좌절을 발판삼아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지닌 이 책은 미스터리 장르라 하기엔 누군가가 바라는 진정한 꿈의 가치를 품고 있어 무척 놀라웠다.

  만약 지금 이 여름을 지긋지긋하게 견디고 있다면 '다시 한번 베토벤'을 만나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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