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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 할머니와 은령 탐정사 ㅣ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6월
평점 :
공평을 위해 눈을 가리고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서 있는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 법조계에 종사하는 이들은 이 동상앞에서 공정한 사회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맹세를 한다. 누군가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면서 조금의 불합리함이 없도록 노력을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기에 도덕적 윤리에 흔들리기도 한다. 과연 진정한 정의가 무엇이며 그것을 기준할 수 있는 잣대를 세울 수 있을지 궁금했다.
특히 이번에 만나는 <시즈카 할머니와 은령 탐정사>는 그녀가 판사로 재직할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의 죽음과 석연치 않은 의문의 메세지로 적지않은 위협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고엔지 시즈카가 나고야를 떠나고 싶게 만든 장본인, 고즈키 겐타로와 케미를 이뤄 유쾌, 상쾌, 통쾌한 활약상을 보이는데 이 무데뽀 영감의 언변때문에 웃지않고는 배길수가 없을것이다. 그렇다고 기죽을 시즈카가 아니지만 그녀의 또다른 모습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사법 연수원 교수로 초빙된 고엔지 시즈카는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병원으로 향한다. 문제는 그곳에서 결코 보고 싶지 않았던 나고야 상공회의소 회장 고즈키 겐타로를 만나게 됐고 갑자기 분주해진 병원에선 의료과실이 발생했다며 형사들이 출동한다. 전직 판사지만 예리한 눈은 여전했기에 시즈카는 사건의 비밀을 풀어냈고, 이어 고즈키가 대장암이란 소식도 듣게 된다.
다섯 편의 단편이 들어있지만 이 모든 사건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과거 시즈카와 함께 일했던 동료의 고독사와 살해사건은 무슨 일이 있어도 올곧았던 그녀를 흔들리게 했다. 집으로 걸려온 의문의 전화가 다음 타깃은 그녀라는 메세지를 보낸 듯 해서 말이다. 하지만 무데뽀 영감이지만 정직을 위해선 비합리적인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의 도움으로 얽히고설킨 연결고리를 찾아낸다. 그렇게 악의를 품었던 모든 일들이 해결됐을까...
뒷담화를 하자면 무데뽀 겐타로에게 시즈카가 퍼부었던 속마음이 정말이지 그녀답지않게 유쾌했다. 수술하고 나서도 입만 벌리면 악담을 퍼붓는 그에게 수술할 때 입도 같이 꼬매버린다거나 암을 제거하면서 독설은 왜 제거 못했는지 투덜댄다. 한가지 더 말하자면 사건장소로 이동하다 그의 말에 차도에 던져버릴 생각도 했던 시즈카... 여든의 나이에 마치 반항하는 소녀같은 마음에 귀엽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의 콤비를 또 한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도 있었지만 악의를 품은 누군가가 자신이 아닌 남의 손을 빌어 복수를 감행했다는 상상치 못한 전개에 꽤나 놀라웠다. 인간의 추악함이 과연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웠으며 그 오랜시간 악의를 품고 살았던 안타까움에 또 한번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 올 여름 '최고령 실버 콤비의 대활약' 인간적으로 정말 멋졌다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