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 살인자의 성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5
페르난도 바예호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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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5

『 청부 살인자의 성모 』

페르난도 바예호 / 민음사





라틴 아메리카의 현대 문학을 이끌었다는 저자 페르난도 바예호... 전혀 배경지식이 없었던터라 이 책을 만나기 전에 당시의 콜럼비아의 사회와 정치상황을 만나봐야 했다.

1970년~1990년대 초반, 세계적 마약조직인 '메데인 카르텔'은 콜롬비아 뿐만 아나나 전 세계적으로 끼쳤던 영향이 상당하다고 한다. 폭력과 마약 조직이 커지면서 형성된 도시가 바로 메데인이었고 그곳은 내전을 피해 도망한 이주농민과 그들의 자손들이 유입되어 빈민층의 작은 도시를 형성하고 있었다. 당연히 생존을 위해 많은 젊은이와 아이들이 범죄와 마약거래의 주춧돌이 되면서 무력 충돌이 빈번한 범죄도시를 형성했다는거... 게다가 그곳의 수장이자 마약왕으로 일컬었던 파블로는 어쨌든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빈민층의 지지로 적지않은 조직을 만들었고 불법취득의 일부를 빈민층에게 나눠줬으니 대립하는 정부조직과 게릴라조직의 대립은 불보듯 뻔했다는 점이다.

<청부 살인자의 성모>는 타향 생활을 했던 화자인 '나'가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격정의 노년을 보내며 던지는 한탄과도 같았다. 문답 형식의 대화체에다 말 하는 도중 삼천포로 빠지기 일쑤인 노인의 끝없는 잔소리와도 같았는데 그가 쏟아내는 거침없는 분노는 혼란의 시대를 재현하고 있는 현대와 연결짓는 듯 했다. 망가진 나라에 대한 혐오의 시선이란 표현이 이 책을 한문장으로 설명하기에 딱 들어맞는듯... 적지않은 기간동안 내전을 겪었던 콜롬비아의 실상을 들어보기로 한다.





각자 자신의 별이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넌 몇 개의 별빛을 껐을까?

네가 가는 속도로 너는 하늘을 죽일 거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정부를 이끄는 멍청한 호모와 처벌할 수 없는 헌법을 날조한 자, 그리고 달러를 세탁하고 마약 등의 부당 이득을 취하는 세금 강도들이라는 한탄인 목소리였다.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산업은 망가지고 가게는 쉴새없이 습격을 받았으며 서비스업이라 쳐도 값을 지불하지 않는 곳... 그래서 약탈과 도둑질을 일삼고 마음에 들지않으면 거침없이 머리 한 가운데 총알을 박아버리는... 이곳이 바로 메데인이란 곳이다.

늙어 죽기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나'는 친구 '알렉시스'를 만나 사바네타로 향한다. 이곳의 가난한 주민들이 그나마 잘하는 것은 아기를 갖는 것과 매주 화요일이 되면 성모에게 더불어 비는 것뿐... 삶을 책임지는 이가 빈민가의 아이들... 바로 그 아이들이 청부 살인자였다. 게다가 이곳은 아무런 제약을 할 수 없는 곳으로 '눈에는 눈'의 법도, 믿음으로서의 갱생도 모든 본질이 부정되어있는 그저 범죄의 현장이었던 것이다. 불손하게 눈을 마주치면 눈알을 뽑아버리고 욕이라도 들었다싶으면 거침없이 총을 드는 곳... '나'가 지나치듯 한 마디를 던지면 어린 소년 '알렉시스'는 거침없이 죽여버리고 만다.

<청부 살인자의 성모>에서는 처음부터 '나'라는 존재가 콜롬비아의 기억이며 양심이다 얘기했던 그는 폭력과 마약 범죄의 실상을 보여주며 통제성을 상실한 부패한 정치 그리고 가난에 찌들어 사회상을 상실한 인간의 추악함을 그려내고 있었다. 또한 순수함을 지녔던 '알렉시스'의 눈을 통해 그곳의 상처입은 아이들과 옳고그름의 부재를 말하면서 현시대의 상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운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적나라하게 그려낸 문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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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31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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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세계문학 231

 『 여인의 초상 : 하 』

 헨리 제임스 / 열린책들

 

 

 

 

 

무엇에도 흔들리지않았던 자신의 믿음에 균열이 생기면 감당해야하는 아픔 또한 스스로만의 것으로 누군가에게 손을 뻗기가 쉽지않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않은 내면적 자존심과 변화 가능하다는 모종의 희망을 품거나 아니면 자포자기식으로 자신의 의지를 내려놓는 경우도 생기는데 책 속 주인공 이사벨은 현실에 순응하며 자신이 누리고자했던 삶의 이상을 내려놓은 듯 했다. 한마디로 총명하고 반짝거렸던 사람이 그 빛을 잃었다고나 할까... 읽는내내 제발 자신을 돌보라 응원했고 인생길에 그 길이 잘못된 길이었다 판단이된다면 더 늦지않게 다시금 되짚어 돌아오라 속삭이기도 했지만 역시나 만만치않았던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여인의 초상>에서 여러 남성들의 구애를 거절하고 많은 것을 보고 들으면 삶의 지혜를 겹겹이 쌓아 올리려했던 주인공 이사벨의 독립적 삶을 실현시키나 했는데... 갑작스런 결혼과 더이상 누리지 못했던 이상적인 자유를 그려내고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도록 조용히 헌신된 삶을 영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에더해 그녀가 결혼을 결정하게 된 계기 속에 모종의 협약과 배신이 있었으니 과연 이사벨은 자신이 원했던 이상적 삶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그곳은 암흑의 집이자 침묵의 집, 질식의 집이었다.

오즈먼드의 아름다운 마음은 그 집에 빛도 공기도 보내주지 않았다.

오즈먼드의 아름다운 마음은

실로 높은 곳의 착은 창문에서 슬쩍 내려다보면서

그녀를 도롱하고 있는 것 같았다.

 

 

 

될 수 있는대로 행복해지기 위해 유럽을 왔고 의도치않은 거대한 유산과 뭇남성들의 구애로 인생의 황금기 시기를 걷고 있던 이사벨 아처... 그녀는 마담 멀이 소개해준 길버트 오즈먼드와 친구 헨리에타와 여행을 나선다. 로마에서 우연히 만난 워버턴 경과는 무난히 보내는 듯 했으나 오즈먼드의 질투섞인 목소리... 그리고 사랑을 고백하는 그의 모습에 왠지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약 1년이 지났을즈음... 이사벨은 미술품 수집가이자 십대 딸을 두고 있던 마흔의 홀아비 오즈먼드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그 소식을 들은 굿우드는 당시 절대로 결혼하지 않을거라 단언하듯 말했기에 여지껏 기다렸는데 어쩌다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는지에 대한 물음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워하는 그녀를 마주한다. 또 돈이 없어 그런다면 돈을 건네주고 결혼은 다른 사람과 결혼하라는 이모 터치트부인, 보통의 여성으로 독립적 삶을 지향했던 사촌 여동생을 위한 마음으로 자신의 유산을 나눴던 랠프는 혹 돈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건가 고민하게 된다. 놀라운 점은 오즈먼드의 누이동생조차 이사벨같은 멋진 여자가 왜 내 오빠같은 사람이랑 결혼하려 하냐며 의아해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는거...

 

이후 그녀의 결혼생활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아이가 있었지만 잃었고 가부장적인 남편은 더이상 그녀에게 사랑을 말하지 않았으며 드러난 진실은 잘못된 선택에 대한 눈물의 대가뿐이었다. 게다가 오래전부터 딸 팬지를 마음에 두었던 로지에를 반대하고 워버턴 경과 결혼시키려던 오즈먼드의 처사는 그 목적이 분명했음에 또한번 실망을 안겨주었다는 점... 과연 이사벨은 이 모든 역경을 어떻게 극복할지 마음깊이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본다.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지않아도 돼"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괴로우면 마음껏 울어도 되는거 아닌가? 자신의 선택을 애써 유지하기위해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감내했던 주인공 이사벨의 모습을 보면서 무척 가슴이 아팠다. 왠지 과거의 나의 모습을 보는 듯 했으니까...

 

현대 심리 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헨리 제임스... 그 시대를 보면 여성의 독립적 삶이 쉽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총명하고 당당한 여주인공을 탄생시켜 시대를 초월하는 듯 했으나 그 마지막은 무척이나 씁쓸했다는 점... 그래서 더욱 안쓰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앞으로의 삶에 행복이란 희망의 끈을 놓지않게 만들었던 힘을 가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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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30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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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세계문학 230

『 여인의 초상 : 상 』

 헨리 제임스 / 열린책들

 

 

 

 

나이가 그렇게 많이 먹은 것도 아닌데 딸이라고 차별받는 가정에서 자라서 그런지 이 책은 내가 추구한 이상과도 같은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었다. 할 줄 아는건 공부밖에 없었고 그조차도 여의치 않아 빠른 시기에 독립을 하겠다는 목표로 열심을 다해 살았으나 취업하고도 내 뜻대로 벗어나지 못했던 시절... 그저 어른이 말씀하시는대로 토달지않고 조용히 따랐으며 결혼할 마음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도망치듯 결혼을 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오히려 나에겐 결혼이 탈출구였던 것처럼, 마치 자유의 삶을 누리게 되었고 <여인의 초상>을 읽는내내 주인공 이사벨을 마음 가득 응원하게 되었다. 다소 마음에 들지않는 부분도 있었으나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에 그저 그녀가 다짐한 소신이 흔들리지않도록 간절히 바랐던 것 같다.

 

19세기에 쓰여진 <여인의 초상>은 인간이 드러내보이지 않는 심리적 묘사와 무엇하나 놓치지 않고 그려내는 곳곳의 경관을 아주 상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손 끝에서 나오는 문체로 하나의 광활한 미술작품을 그려내듯... 공허한 아름다움까지 보여진다니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모든 것이 드리워져 있다고 표현해야 하겠다. 이 책에서는 혼자가 된 한 여성이 자신만의 독립적인 인생을 살기위한 이상적인 자아를 실현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데, 몹시 고집스럽고 당찬 행동에 엄지손가락을 내어 보일수도 있다는 점... 그런 당돌한 그녀를 만나보도록 하자.

 

 

 

 

 

대개의 여자들은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떤 남자가 다가와서

어떤 운명을 제공해 주기를

다소 우아하고 수동적인 자세로 기다린다.

 

 

 

영국 가든코트의 시골저택... 템스강의 나즈막한 언덕에 위치한 붉은 벽돌의 저택에서는 오후의 다과회를 즐기는 귀족들이 있다. 30년전 미국에서 건너온 노신사 터치트씨는 남은 생을 그곳에서 여유로이 보내기로 한다. 별난 구석이 있지만 아내로서 역할을 다했던 터치트 부인은 별거 중이지만 여행을 즐기다 가끔 그곳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병자 간호라란 별명을 가진 그의 아들 랠프 터치트는 폐질환으로 그저 집에 머물고 있는데 혼자 남겨질 아들 생각에 터치트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후의 다과회에 눈여겨봐야 할 인물은 바로 워버턴 경... 여인들은 남성의 구원이 될 것이니 훌륭한 숙녀에게 구애하라고 조언하는 노신사에게 결혼에 대한 욕구를 느끼지 못한다고 단호하게 얘기하지만, 터치스부인이 데려온 이 책의 주인공 이사벨 아처를 보고 한 눈에 반해 며칠이 지나지않아 청혼을 했고 허무하게 거절당하는 치욕을 맛본다. 이사벨 아처가 유럽에 온 이유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 싶었고 될 수 있는대로 행복해지려는 이상을 품고 있었기에 지금은 결혼 생각이 없다는 것... 문제는 그녀에게 호기심을 가진 남자가 한두명이 아니었으니 그녀는 정중한 거절의 방법을 터득해야했고 자신의 이상ㄹ 실현하기위해 여행을 시작한다.

 

 

<여인의 초상>을 읽으면서 유의해야 할 점은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성격이다. 무척 다채롭고 개성이 강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대화중에 자주 언쟁을 벌이는 듯 했으나 귀족스럽게 예의를 차리는 모습에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가기도 한다는거... 특히 노신사 터치트씨가 생을 마감하며 그녀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다운 행보에 독자에게 흐뭇함을 느끼게 해줬다는 점... 새장을 벗어난 새는 과연 자신만의 날개짓으로 세상을 마주할 수 있을지... 또 그녀가 선택한 남자는 과연 누구일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어쩌면 끝까지 혼자일수도... 다음이야기를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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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좁은 문 열린책들 세계문학 243
앙드레 지드 지음, 김화영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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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세계문학 243

『 좁은 문 』

앙드레 지드 / 열린책들

 

 

 

성경 데살로니가전서에 이런 말씀이 있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불우했던 어린 날... 다행스럽게도 나의 이탈은 교회였다. 둘째의 설움이라고나 할까? 어린 나이에 나만 미움받는 거 같고 가난때문이었는데 매번 언니만 새옷을 사주는 엄마가 미웠었다. 가부장적에다 집에 계신 것 자체가 공포였던 아버지를 피해 달아난 곳이 바로 교회였고 그로인해 삐뚤어지지않기 위한 노력과 자립성을 키웠던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말씀이 도무지 집에서는 하나도 실현되지 않는데 교회만 가면 기쁘고 기도하고 감사한 일이 생겼기에 당시 하느님이란 존재를 무척이나 의지했던 나... 하지만 드러내지 않았던 혐오의 시선때문에 나는 그곳을 떠나게 되었다. 믿음이란 무엇이고 그 뜻에 따라 사는 인간에게 시험이란 이름으로 자꾸 벼랑끝으로 내모는지 또 한번 거침없는 믿음에 대한 반항을 했었던 것 같다.

 

당시 프랑스의 시대적 배경을 보면 청교도적인 규범과 사촌과의 결혼이 가능했던 사회 그리고 인습은 하느님으로 인해 구원을 얻는다고 믿었다. <좁은 문>은 그러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삶을 지향하는 심중을 보여주며 사랑하는 마음에 대한 본능을 금욕을 통해 영혼이 결합한다는 의미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보기엔 무척이나 답답하게 보인다. 긍정적으로는 굳건한 믿음을 지켜 영생의 사랑을 하기위한 노력이겠지만 부정적으로는 그것을 지키고자 마음과 행동이 따로 노는 이중적 행태에 왠지 믿음의 민폐로 보여지기도 했다는 점이다. 시대를 초월한 작가라고 일컬었던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과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고전 속으로 들어가 본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

 

 

열두 살이 되기도 전, 아버지를 여읜 제롬은 어머니와 함께 파리에 정착하며 방학때가 되면 외삼촌 집에 방문을 했다. 그때만난 사촌... 두살 위인 알리사는 조용한 성격에 정숙한 여인으로 집안 일을 도왔고, 한 살 아래인 쥘리에트는 쾌활한 성격으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아이였다. 어쨌든 제롬은 알리샤를 마음에 두고 있었고 그녀 또한 싫지않은 감정으로 서로 떨어져 있을때는 편지를 주고 받으며 차곡차곡 사랑의 감정을 쌓아갔다.

 

그러던 어느날... 알리사의 어머니 뤼실이 젊은 남자와 바람이 나 집을 나갔고 그런 상황을 마주한 알리사는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하여 하느님 안에서 하나가 되기로 다짐하게 된다. 함께 하느님의 뜻에 따라 노력하고 그 아픔을 극복하면 사랑 또한 얻을 수 있을거라는 제롬의 설득에 그녀는 항상 서먹한 모습으로 그를 밀어내고 만다. 그녀가 원하는대로 학업에 열중을 다했으며 사랑을 확인하고자 했으나 그녀는 사랑을 속삭일때마다 한걸음 뒤로 물러섰고 두 사람이 떨어져 있을 때만이 영혼으로 연결지어져 있음을 느낀다는 말에 제롬은 망연자실한 채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두기가 점점 어려워졌으니...

 

마냥 고지식적인 사랑을 노래하는 듯 했으나 제롬 그리고 알리사와 쥘리에트, 제롬의 친구인 아벨 사이의 얽힌 감정에 또한번 혼란을 가져다 준다. 사랑이 희생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좁은 문' 속의 인물은 자신의 믿음에 원하는 사랑을 희생하고야 만다. 과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함이 진정 좁은 문으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는 것일까?

 

앙드레 지드가 시대를 초월한 작가라고 알려진 이유는 나의 시대에 속하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시대에 벗어나려 애쓴다고 그의 일기에 기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외사촌 누나를 주인공삼아 수많은 망설임과 다시 쓰기를 거쳐 <좁은 문>을 완성했으니 당시의 시대적으로 판단해 보면 인간의 마음과 종교적 사상의 이중적 잣대를 그려낸 것이 아닐까 싶다. 숭고한 영생의 사랑이 과연 이생을 사는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아마도 선택의 길을 제시해준 것 같았다. 그 선택은 지금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당신의 몫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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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인의 사랑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장현주 옮김 / 새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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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인의 사랑 』

다니사키 준이치로 / 새움





과거나 현재를 이어 제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운 미치광이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듯 하다. 그나마 음지에서 아주 조용히 움직이면 좋으련만 이넘의 미친 것들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튀어 나오는데 이러한 사건사고로 최근에는 TV를 켜는 것도 무섭고 해가 떨어지면 밖으로 싸돌아 다니는 것도 두려워졌다. 무엇이 그토록 사회에 대한 불신을 만들었을까...? 전 세계적으로 발병한 코로나를 탓 할수도 있겠지만 미래의 불안정한 사회는 인간들의 사악함 또한 점차 진화하게 만든 것 같다.

어쩌면 <치인의 사랑>은 대물림되는 사회적 공포와 인간적 갈등을 가감없이 드러내놓고 보여주는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저자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자전적 소설로 탐미주의 성향을 가진 그의 사상을 토대로 정숙하고 순종적인 가정적 아내보다는 자유분방한 요부형 아내를 원했다는 소개에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실제로도 이혼 경력에다 게이샤를 했던 아내를 얻었던 그는,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처재인 세이코에게 손을 뻗쳤다하니 '치인의 사랑'은 그야말로 저자 본인의 이야기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그의 가식적 타락이 가져온 말로가 어땠는지 끝까지 지켜보도록 하자.





나의 귀여운 나오미 짱,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야.

실은 너를 숭배하고 있어.

너는 나의 보물이야.

내가 스스로 찾아내서 갈고 닦은 다이아몬드야.



스물여덟의 조지 씨가 그녀는 찍었을 때... 고작 그녀의 나이는 열다섯이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카페에서 호스티스로 일하던 그녀는 말수가 적고 몹시나 음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나오짱이라 불렀지만 본명은 나오미... 이국적인 외모에 이름 또한 그러했으니 조지 씨는 단번에 호기심이 생기게 되었다는 점...

최초의 계획은 그녀를 돌봐주고자 했고 이후엔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해 훌륭한 여자로 키워내 자신의 아내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제안에 지긋지긋한 시골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나오미 짱은 단번에 수락하고 만다. 그러던 무언의 '이해'가 생기던 날... 조지씨에게 자신을 버리지 말라며 법률상의 부부가 된 그들은 겉으로 보기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하긴, 그녀와 조시씨의 나이는 열세 살이나 차이가 났으니까...

나오미가 열여덟 살이 되던 해...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조지는 다른 소년과 함께 있던 나오미를 발견한다. 그저 친구라며 거리낌없이 얘기하기에 무심코 넘긴 일들은 점점 그녀를 퇴폐하게 만들었고 어처구니없는 추악함에 몸서리치게 되는 조지... 자신에게 나오미는 아내이자 인형이었으며 장식품으로 고이 간직되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스크래치가 생기며 더럽혀지기 시작하는데...

곰 같은 여자보다 여우 같은 여자가 낫다고 누가 그랬던가? 그들은 미쳤다. 그냥 미친게 아니라 한참 미쳤다. 하나의 애완동물을 곱게 기르려다가 애완동물의 애교에 빠져 정신 못차리는 집사가 되어버린 조지... 인간의 이성보다는 욕망의 수레에 빠져버린 나약한 존재... 내면이 나약한 인간조차도 이럴진데 불안한 세상의 불미스런 존재들이 미치지 않고는 베길 수 없을 듯... 우리는 이런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이다. 자신의 삶을 오로지 자신의 것으로 쟁취하지 않으면 바로 쟁취당한다는 사실 말이다. <치인의 사랑>에서 무엇을 보든 나는 '인간의 불안한 욕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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